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93)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93화(293/344)
제 293화
325화 악당들의 결말(3)
[그래서. 무엇에 이 크멜스에게 원한을 품은 것인가?]“원한이라…… 착각하고 있네요.”
크루세는 그건 아니라고 정정했다.
애초에 그때의 비극은 다른 이의 소행이다.
하물며 그 사건을 일으킨 귀족은 그 행각이 발각되어 철저히 규탄당한 뒤 사형당한 모양이고.
“그저 당신을 막기 위해 쫓았을 뿐이에요.”
[……이 크멜스를 막기 위해서인가. 그 비술에 의해 구해진 입장인데도?]구해졌다? 크루세는 진심으로 비웃었다.
“당신의 그 실험. 결과적으로 무사히 남은 건 얼마나 되었죠? 아니, 당신은 정말로 누군가를 구했다고 생각하나요?”
[…….]크멜스는 틀림없이 말했다.
몇이나 되는 실험체를 주웠다고.
그러나, 크루세는 그때의 고향 사람이나 혹은 같이 놀았던 아이들 중 누구와도 그 이후 다른 곳에서 재회한 적은 없다.
애초에 그도 인정하지 않았나. 완성되지 않은 비술이라고.
“그저 흑마법을 실험하기 위한 제물이 필요했을 뿐.”
크루세는 혐오 어린 감정을 드러내며 일갈했다.
드문드문 끊긴 기억 속에서 틀림없이 보았다. 어설프게 되살아난 인간을 가지고 무언가를 기록하던 그 사악한 리치의 모습을.
“인간의 생을. 그따위로 모독하는 당신을 막는다. 그것이 그때의 그 현장을 알던 제 사명일 뿐.”
[이해하기 어렵군. 덕분에 자네는 살아남았을 텐데?]“우연일 뿐이죠. 설마 은혜라고 갖다 붙일 셈인가요?”
어디까지나 크루세가 살아남고 지금의 인생을 구가한 건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고작 그뿐이다.
[……어리군. 반대의 입장이었다면 이 크멜스는 자네 같은 말을 지껄이지 않았을 것이네.]“그 말을 하시는 걸 들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는군요.”
[흠?]확인하고 싶었다.
과연 그때의 그 리치의 행동은 무엇이었나? 선의였나?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었나.
“처음부터 제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에요. 당신은 누군가를 구하려 했는가. 아니면 사악한 욕망을 위해 지식을 남용했는가.”
하지만 그의 모습에는 타인을 구하는 자애 따윈 없다.
구해졌더라도 우연한 결과의 하나일 뿐. 그 근본이 사악하다면 막아야 한다.
“그저 당신이 사악한 존재라는 것만이 진실일 뿐이니까요.”
[유감이군. 이해하지 못하다니.]크멜스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에게서 각각의 마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와 격돌했다.
크루세는 지금의 대답으로 그를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퇴치해야 한다고 결론을 지었다.
크멜스 역시 당연히 그 결정에 따를 리 없다.
[유감이지만 자네의 규탄 정도로 멈출 수 없네.]“……무엇을 꾸미는 것이죠?”
[자네라면 들을 권리는 있겠지. 우선 자네를 되살려 내었던 기술…… 그것은 이미 완성되었지. 더는 불완전하지 않다.]“……무슨 짓을.”
크루세의 눈빛이 더욱 경계에 물들었다.
무려 생과 사를 마음대로 뒤집는 경지에 이른 기술이다. 그것을 이용해 무엇을 꾸밀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설사 선의로 그것을 쓰더라도 좌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역시 에르닐. 그녀도 당신의 기술의 피해자인가요?”
[……허어.]한순간 크멜스의 움직임에 명백한 동요가 보였다.
지금껏 그녀가 규탄해도, 적의를 보이며 공격해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내던 저 실성한 리치가 드물게 진짜 감정을 드러내며 놀란 것이다.
[그 아이를 만난 것인가? ……하긴 이곳에 있는 것은 알고 있으니 이상할 건 없나.]“역시…….”
[설마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 아이의 몸은 이미 그 시절보다 건강할 터.]“……무슨 말이죠?”
오히려 크루세가 당황했다.
설마 이 정도까지 노골적으로 흐트러진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칫, 말이 많았군.]냉정을 되찾은 크멜스는 자신의 태도가 실책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는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빛이 크루세가 퍼부은 마법 공격에 얽힌다.
내부에 입은 타격은 결코 가볍지 않을 텐데 아직 저 정도 힘이 남았나.
[더는 자네에게 낭비할 시간은 없네.]이미 그는 더 이상 진지하게 싸울 의사가 남아 있지 않다.
어쭙잖은 도발은 먹히지 않겠지.
무리해서라도 추격해야 할까?
지금 놓치면 더는 쫓을 방도가 없을지도 모른다.
크루세가 진심으로 갈등하던 순간이었다.
“그대로 마력을 유지하세요!”
제3자의 목소리.
틀림없이 에일런의 것이다.
크루세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무모한 욕심은 치우고 견제에만 집중했다.
* * *
나는 바로 대량의 마력이 충돌하고 있는 지점으로 향했다.
아마 저곳에 크루세와 크멜스가 싸우고 있겠지.
‘다른 놈들은 제쳐 두고서라도 저쪽은 한번 직접 이야기를 나눠 볼 필요가 있어…….’
특히나 크멜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만큼이나 직접 가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도착했을 시점에선 이미 두 사람은 한 차례 힘을 소진한 것인지 대화 소리가 들렸다.
그 내용은 이미 나도 알고 있던 것이다.
‘여기까지는 별문제는 없는데…….’
물론 무시할 수도 없다.
크루세가 크멜스와 접촉하여 그의 진의를 묻는 것은 본래 있어야 할 흐름.
본래보다 일찍 일어난 셈이지만 당연히 내가 방해할 수는 없다.
일단은 지켜보았다.
곧 크멜스는 계속 싸우는 것은 손해라 판단했는지 물러나고자 했다.
크루세가 쫓고자 해도 놓치겠지.
‘끼어들자.’
개입해야 할 때다.
여기서 흐름을 끊자.
나는 재빨리 크루세에게 저자를 견제하는 데에만 집중해 달라고 했다.
다행히 그녀는 현명하다.
무리하게 홀로 추격하고자 하는 과욕은 부리지 않는다.
하물며 내 의도도 어느 정도 알아주었으리라.
크루세가 시전한 마법이 크멜스의 퇴로를 잠시 막는 사이, 나는 스프라이트를 불러 냅다 번개를 메다꽂았다.
꽈르르르르릉!
천둥소리가 울리며 거대한 번개가 크멜스를 마치 집어삼키듯 휩쓴다.
[……성가신 녀석이 끼어들었군.]그 섬광 안쪽에서 그치고는 드물게 초조하게 혀를 차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직 멀었습니다!”
운디네를 불러 정령 마법을 캐스팅하도록 시킨다.
운디네가 일으킨 정령 마법이 대량의 폭풍을 일으킨다.
이전에 흡혈귀를 상대로 사용했던 성수의 폭풍.
아직 남아 있는 번개와 호응하며 말 그대로 소형 태풍이 되어 크멜스를 또 한 번 덮쳤다.
[흠!]이번에는 무시하기에는 다소 버거운 건지 그가 힘을 쓰며 방어를 한다.
“멀었어!”
더욱 밀어붙인다.
중력 제어를 발휘하여 중력장을 추가로 킬무리스에 덧입히고는 그대로 크멜스가 세운 방어벽을 향해 뛰어내렸다.
[……이런.]“하아아아아아아아아압!”
나치고는 드물게 기합까지 터트리며 온 힘을 다해 내리친다.
중력장에 킬무리스를 통해 끌어들인 오러의 참격을 추가.
콰아아아아아!
건물 내부가 흔들리는 듯한 충격이 울리며 그대로 바닥째로 무너진다.
“에일런?!”
설마 무너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크루세가 놀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상관없다.
무너트린 것은 일부러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이 아래에 있으니까!
[……설마.]크멜스가 그제야 무언가 직감한 듯 당황한 모양이나 무시했다.
그대로 나는 온 힘을 다해 그를 통째로 아래를 향해 몇 층이나 연달아 처박았다.
콰가가가가가강!
포렐로스 제국의 여러분께는 미안하지만 뭐 어떠리.
신경 안 쓴다.
그대로 연달아 황성 바닥을 파괴하며 낙하했을 쯤.
드디어 우리는 목적지에 도달했다.
그대로 지하 안쪽까지 그를 처박고 난 뒤 나는 일단은 뒤로 뛰어 물러났다.
어차피 지금 공격으로 그가 치명적인 대미지를 입었을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해치웠나?’ 같은 멋없는 소리를 할 마음도 없고.
“……에일런, 지나쳐요!”
뒤늦게 따라 착지한 크루세가 지팡이를 크멜스가 낙하한 자리를 향해 겨누었다.
나는 일단은 괜찮다는 뜻으로 고갯짓만 한 번 할 뿐이다.
[곤란하군. 설마 자네. 이곳의 존재도 알고 있었나?]크멜스 역시 내가 일부러 바닥을 부수고 낙하한 것이라는 것쯤은 눈치챘으리라.
[가능한 무기를 거두었으면 좋겠군. 이곳에서는 가능한 흉흉한 짓을 하고 싶지 않으니.]“무슨 뻔뻔한 헛소리를!”
크루세가 어이가 없다는 듯 한 소리 하려 했지만 나는 한숨을 쉬며 일단 킬무리스를 거두었다.
“에일런?”
“……뭐, 봐줄 마음은 아니나 여기선 저 역시 날뛰는 게 내키지 않습니다만.”
“무슨 말을…….”
“주변을 보세요. 지금 크루세 씨, 제대로 시야도 안 들어오는 모양이던데.”
제 딴에는 냉정하려고 했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될 리 없다.
내가 제지하며 눈치를 주자 크루세도 내심 자각은 했는지 말을 삼가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이건?”
그제야 눈치챘으리라.
이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녀라면 알아차릴 것이다.
이것들이 죄다 무엇인지.
이곳에 있는 것은…….
“엘프……들의 시체?”
빽빽하게 들어선 투명한 관.
그곳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엘프의 시신이 잠들어 있다.
[흉흉한 소리 말게. 아직 눈을 뜨지 않았을 뿐. 마무리만 하면 이들은 언제든 눈을 뜰 수 있네.]크멜스가 다소 언짢은 듯 말했다.
크루세는 알고 있으리라.
그가 무엇을 주로 연구하는지를.
“……생물의 소생.”
나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역시 거기까지 아는가.]“그 반응은 아마 누구누구가 먼저 뭔가 지껄인 모양이군요. 뭐, 그건 제쳐 두고.”
나는 다시 주변을 훑어보았다.
이미 알고 있기에 동요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심적으로는 약간 두근거린다.
애초에 내 담력은 평범한 일반인 수준이다.
허세로 버티고 있지만 역시 이런 분위기는 오싹하다.
“역시 이게 크멜스 알프렌스. 그쪽의 목적이군요.”
[……보는 그대로네.]그는 두말할 것 없이 인정했다.
“목적이라니…… 대체 엘프의 시체를 모아…… 무엇을…….”
“잘못 짚으셨습니다.”
나는 크루세의 추측을 부정했다.
“시체를 모은 게 아닙니다. 그것으로 무언가 꾸미는 것도 아니고요.”
흔한 편견이다.
그의 목적은 흔히 흑마법사들이 꾸밀 법한 짓과는 상당히 거리가 동떨어져 있으니까.
“보통 죽은 자를 되살린다 하면, 무엇을 위해 그런 짓을 할 것 같습니까?”
“그야…… 그들을 이용해서…… 이용해…….”
크루세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야 모순점을 깨달은 것이지.
“평범한 리치가 굳이 그들을 되살릴 이유가 없잖아요?”
지배하기 위해?
단순히 그게 목적이면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무엇보다 이런 방식은 수지가 맞지 않지.
난이도도 문제고.
“단순히 야망을 위해선 너무나도 번거로운 일임은 굳이 입 아프게 말할 필요도 없겠죠.”
노력이니, 손해니 하는 계산을 아득히 초월하는 뭔가가 있지 않으면 할 이유가 없다.
“……과거 엘프들의 터전이 망가진 일은 크루세 씨도 알고 계실 겁니다.”
“그야 그렇지만요.”
“정체 모를 자에 의한 습격에 엘프가 학살당하고 그자가 휘두른 검에 발린 독에 의해 세계수도 썩어 버렸다고 하죠.”
엘프들의 터전이 망가지고 세계수도 망가졌다.
“우선 말하자면 그때 엘프들이 겪은 수난의 원흉은 포렐로스 제국의 소행입니다.”
“……예?”
“당시의 제국의 황제와 그를 추종하는 파벌이 꾸민 소행입니다.”
본래라면 좀 더 면밀한 조사로 밝혀질 악행이나 어차피 여기서 떠벌려도 상관없겠지.
그 언데드 소녀, 엘레스가 말한 죄라는 것은 그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죄라고 했지만, 구체적으로는 제국 그 자체의 만행.
사실 엘레스 역시 속은 쪽이지만 그것에 관해서는 일단 생략하고.
“당시의 황제는 모종의 이유로 엘프들의 존재를 거슬려 하던 모양이더군요.”
그렇기에 그들을 몰락시킬 계획을 꾸민다.
계획을 꾸며 세계수를 망가트리고 학살을 감행하여 터전을 없애 버렸다.
“오산은 그 정도가 지나쳐 노리던 토지까지 손에 넣지 못했던 모양이지만요.”
세계수가 썩은 독기는 상상 이상으로 지독했고.
결국 그곳은 마경이 되었다.
제국이 당연히 이런 뻘짓을 공표할 리 없고, 철저히 은폐했지.
“그럼 이 시체는…….”
“대충 세보면 당시에 희생된 엘프의 숫자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질 것입니다.”
굳이 일일이 세지 않았지만 읽었던 원작에서의 언급도 있었다.
크멜스의 목적은 지극히 간단하다.
야망도, 무엇도 아니다.
“희생된 엘프의 회생. 그것이 목적이겠죠.”
본래는 크루세나 셀베스터 같은 자들이 짧지 않은 고난을 거쳐 도달해야 할 정답.
그들이 저 리치를 소멸시키고 나서야 깨달을 정답을 바로 먼저 선수 쳐서 말해 주리라.
“꼭 당신 같은 작자들은 진실을 말하기 싫어서 좀이 쑤시는 모양이더군요.”
그러나 나라도 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