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95)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95화(295/344)
제 295화
327화 어느 망자의 소원 (1)
보통이라면 귀찮은 일 따위는 피하는 쪽을 택하는 게 나다운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받아들이다니.
‘내가 생각해도 희한하긴 하군.’
역시 에필레오트 그 자식이 지껄인 게 신경이 쓰이는 건가?
‘흥…… 그놈이 지껄인 건 기만에 불과해.’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를 바꿀 필요가 있다.
승낙하자마자 크멜스는 바로 장소를 바꾸자고 말했다.
이곳에서 싸우면 엘프들에게 피해가 갈 테니까.
크멜스 알프렌스는 코웃음 치며 지팡이로 가볍게 바닥을 따악! 찍었다.
그러자 주변의 풍경이 바뀐다.
수많은 엘프가 잠들어 있던 곳이 아닌 황량한 황야로 바뀐 것이다.
“공간 재편성? 그것도 이렇게 빠르게 하다니…….”
크루세가 식은땀을 흘리며 놀라워한다.
나도 감각으로 공간 계통을 주무른 것이란 것은 알고 있다.
“텔레포트는 봉쇄된 줄 알았는데…….”
[그 결계를 친 게 누구라고 생각하나? 공간을 불러들여 바꿔치기한 것뿐이네.]그게 그거 아닌가?
어쨌든 그의 힘이 건재하다는 건 확실하다.
“괜찮겠어요, 에일런?”
“괜찮습니다. 딱히 목숨이 위험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목숨을 내놓지 않아도 저자는 진심으로 싸우겠죠.”
“알고 있습니다…….”
하긴 쉽다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는다.
“까짓것, 어떻게든 해 보도록 하죠.”
나라고 전혀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품에 넣은 포션이나 그 외에 이런저런 소도구들을 체크하며 자신 있게 손을 흔들었다.
마침 충분하다.
[준비는 된 건가.]“……그럼 주저 않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정령술 발휘용 블러디 스태프를 꺼내 들고는 자신 있게 치켜들었다.
[호오? 그 검은 안 쓰나? 모처럼 복구해 주었거늘.]“킬무리스 말입니까? 그걸 수리해 준 게 누구인지 잊지 않았습니다만?”
수리를 맡긴 시점에서 검의 스펙은 뻔히 알겠지.
그리고 흉내 낸 검술로 어떻게 할 상대가 아니란 건 안다.
“……그럼.”
신호 따윈 필요 없다.
크멜스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동시에 나는 바로 정령술을 퍼부었다.
“노움! 플루라이트! 먼저 너희가 공격해라!”
그의 주변을 봉쇄하기 위한 방책을 사용하자.
노움의 힘으로 크멜스의 발아래에서 수십 개나 되는 돌기둥이 솟아오르고, 그것에 플루라이트가 뻗은 수많은 그림자의 가닥이 얽히며 그의 주변을 봉쇄한다.
[움직임을 막을 셈인가?]“……그 정도까진 아니지만요.”
어차피 얕은 눈가림이다.
“다소 성가시게는 할 수 있겠죠.”
사방에 쳐진 플루라이트의 그림자의 가닥에서 가느다란 화살이 쏟아져 나온다.
[눈가림이라…….]크멜스는 사방에서 덮치는 그림자의 화살을 주목하고는 코웃음 치며 흑마력을 끌어 올려 방어벽을 친다.
뻗어 나간 그림자의 화살은 이내 크멜스의 주변을 포위하듯 한 번 정지한다.
그리고.
“가라.”
그대로 형상을 바꿔 거대한 그림자의 천막이 되어 그를 뒤집어씌우며 단단하게 조인다.
평범한 몬스터라면 저렇게 갇힌 시점에서 안에서 뻗은 미세한 그림자의 칼날에 갈려 곤죽이 되겠지.
‘하지만…… 어차피 막았겠지.’
확인할 것도 없다.
나는 바로 스프라이트를 불러내어 전격을 뿜어내게 했다.
손짓 한 번에 그림자를 전부 찢어 내듯 거둔 크멜스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대량의 전격의 파도가 그를 삼킨다.
[미적지근하군…….]“……윽.”
[그래서야 자네에게 맡길 수 없다.]시시하다는 선언.
크멜스가 지팡이를 치켜들며 흑마법을 영창한다.
허공에서 무수한 뼈가 쏟아지더니 그대로 그 뼈가 대량의 스켈레톤의 모습으로 조립되어 스프라이트를 향해 밀려들었다.
스켈레톤이 번개에 소멸해도 계속하여 끊임없이 소환되며 그대로 번개를 밀어낸다.
보여주는 재주는 저것 뿐은 아니리라.
[자고로 낙뢰란 것은 이런 것이네.]텅 빈 눈구멍 안쪽에서 흑마력이 번뜩이자 그에 공명하듯 하늘에 검은 기운이 드리워진다.
“윽…… 노움!”
노움을 시켜 수십 개나 되는 바위의 손을 만들어 내 머리 위를 덮는 것과 동시에 그 위에서 검은 번개가 떨어졌다.
콰르르르릉!
붉은 섬광이 번쩍이며 방어를 위해 친 바위 손바닥이 전부 한 번에 박살 난다.
‘터무니없는 위력이군.’
바로 영보를 사용, 번개가 방어를 뚫고 떨어지기 직전에 빠져나온 나는 크멜스의 뒤를 향해 재빨리 돌아 이동했다.
[주변의 마나에 동화되어 이동하는 건가? 재밌는 재주를 가졌군. ……그렇군. 텔레포트가 봉쇄되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도달했나 했더니…….]“감탄하긴 이릅니다!”
벌써 써 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블러디 스태프에 정령력을 힘껏 담아 빙 후려쳤다.
깔끔하게 곡선을 그리며 무지갯빛을 두른 철퇴가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콰앙!
막대한 충격을 때렸지만 정작 그의 머리 하나 흔들리지 않는다.
잘 보니 그의 두개골이 닿기 전 그 앞에 밀도 높은 흑마력의 벽이 쳐져 있다.
기껏 해 봐야 풍압으로 그의 머리를 가린 후드가 뒤집혀질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후드 자락 정도는 벗겨질 정도인가. 제법이군.]“그 칭찬 전혀 안 고마운뎁쇼.”
기왕이면 얻어맞고 나가떨어지는 걸 바랐는데 말이지.
바로 물러나려 했지만 검은빛이 반짝이더니 순간 몸이 굳듯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의 흑마력에 붙잡힌 것이다.
[가깝군. 부담스러우니 물러나 주게.]그가 유쾌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나는 던져지는 돌멩이마냥 쭉 날려 갔다.
“큭!”
공중에서 몸을 틀어 자세를 잡고 간신히 착지.
[몸놀림도 좋아졌군.]“계속 처박히면 꼴사나우니 말이죠. 실은 연습했거든요.”
[……자, 장난은 그만하게.]크멜스는 엄숙하게 경고하며 지팡이를 내밀었다.
지금의 공방이 단순히 맛보기로 친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 싶은 건 자네의 진짜 힘이다.]“……온 힘 쓰는 건 질색이지만 그렇게 원한다면.”
감은 잡았다.
나는 불러낼 정령을 교체했다.
“……와라, 운디네.”
-짜안!
분위기에 안 어울리게 깜찍한 소리를 내며 운디네가 등장.
[역시 그 물의 정령인가. 유난히 그 정령을 가장 아끼는 모양이군.]“어쨌든 요 녀석이 첫 번째니까요. 그리고 전력을 보여 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보여 주지.
“운디네, 가라.”
-응!
기운차게 대답하는 운디네가 팔을 펼치자 마법진이 펼쳐진다.
바로 정령 마법을 통해 강한 일격을 꽂아 넣자.
[호오? 정령을 통해…… 정령 그 자체를 증폭 필터로 삼아 마법식을 강화한 건가?]크멜스는 마법을 영창하는 운디네를 두고 진지하게 무어라 중얼거렸다.
아마 정령 마법의 이론을 두고 분석하는 모양이지만 글쎄요?
“그렇게 흥미로우시면 직접 한번 받아 보시든가!”
-준비됐어!
“그럼 가라!”
내가 신호하자 운디네가 마법을 완성하여 해방한다.
처음에는 안개 같은 것이 크멜스의 주변에 자욱하게 끼더니 이내 안개는 물방울로…….
곧 그 물방울에 서리가 끼며 폭풍처럼 몰아친다.
그대로 쩌적! 단번에 얼어붙는다.
[흐음?!]그대로 크멜스는 자신의 주변이 얼어붙는 것을 흘겨보았다.
[그렇군…… 마법이지만 정령술의 성질을 띠는 건가…….]크멜스의 몸에서 검은 수증기가 치솟는다.
정령력에 반발한 그의 기운이 갈려 나가는 것일 터.
[이건 다소 성가시군.]추가로 스프라이트의 번개를 불러내어 꽃아 넣는다.
얼어붙은 일대를 휘감은 번개가 뱀처럼 크멜스를 통째로 집어삼키며 폭발한다.
아무리 그라도 지금 공격에는 제법 충격을 받았으리라.
“아직이에요!”
뒤에서 들리는 외침.
내가 바로 뒤로 몸을 날리자마자 검은 광석의 창이 다섯 개가 연달아 꽂힌다.
[아직 멀었네!]크멜스는 조금의 공격에 대한 답례라는 듯 기세를 부풀린다.
믿기지 않는다.
분명 크멜스는 나 이전에 크루세와 겨루면서 적지 않은 대미지를 입었을 터.
그 짧은 시간에 전부 회복했을 리 없을 텐데.
그런 내 예측을 비웃듯 그의 흑마력은 지금도 점점 부풀어 오른다.
[고작 이 정도로 이 크멜스의 각오를 시험하지 마라!]그의 외침과 함께 부풀어 오른 흑마력은 곧 산개되어 각각의 마법이 되어 사방에 흩뿌려진다.
조준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 같은 광범위 섬멸.
“……칫! 완전히 제 세상이시군.”
나 역시 정령들의 공격을 펼치고 나 스스로도 마법이나 혹은 능력을 발휘하여 맞서려 했지만 기본 화력에서 차이가 난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 파도에 물을 끼얹은들 의미가 없는 것처럼.
‘이대로면 밀려…….’
정면으로 힘겨루기를 해 봐야 승산은 낮다.
‘이걸 뛰어넘어 보라는 건가……. 좋아. 그걸로 성에 찬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 주지.’
나 역시 추가로 힘을 쥐어짜 끌어 올린다.
[흐음…… 자네에겐 이 힘을 이겨 낼 만한 정령은 없을 텐데.]의아한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유감일세. 자네는 가진 패를 몇 번이나 보여 주었지.]“……그 점에 할 말은 없습니다.”
보여 준 기술의 대부분은 이미 크멜스에게 보여 주었던가 혹은 여기까지 오면서 사용한 것들이다.
그것만으로도 대응책을 짜기에는 충분하겠지.
“그렇다면 보여 드린 적이 없는 것이라면 허를 찌를지도 모르죠.”
[흐음?]나는 블러디 스태프를 집어 던지듯 강제로 아공간에 쑤셔 넣고 대신 킬무리스로 무기를 바꿔 들었다.
[검은 쓰지 않는다 하지 않았나?]“전 거짓말쟁이거든요.”
킬무리스에 포인트를 지불하여 큰 기술을 끌어내자.
전신에 오러를 두른다.
그 오러는 단순히 몸을 감쌀 뿐이 아니라 거세게 휘몰아치며 나를 떠민다.
그대로 흡사 대포처럼 발사되었다.
<오의 : 일선 돌파>
<해당 기술의 기억을 끌어올립니다.>
<소모 영향력 포인트 : 51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868pt>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 정도의 가속이 붙는다.
<당신의 돌진은 전장에 쏘아지는 화살보다 빠를 것입니다. 제아무리 거센 불길이 가로막더라도 그것을 갈라버릴 기세로 더욱 가속합니다.>
말 그대로 닿는 모든 것을 뚫으며 갈라버린다.
[어리석긴…… 그 바늘 같은 틈을 찾아 돌진할 셈인가?]“까짓것, 못 할 건 없습니다.”
실제로는 아슬아슬하다.
비유하자면 마구잡이로 터지는 폭탄들 속에서 달리라는 뜻.
오러의 대부분을 방어에 돌린 탓에 뚫고 나온다 해도 새로 공격에 쏟아부을 여력까지는 부족하다.
[어리석긴…… 마지막에 실수했구나.]“……동감입니다.”
나 역시 수긍했다.
“이렇게 멍청한 짓을 하는 저한테 한눈을 팔리셨으니 말이죠.”
[흠?!]그제야 그는 내 의도를 눈치채고 뼈마디를 떨었다.
“……솔직히 말해 두겠습니다. 반쯤 운에 걸었습니다.”
나는 품에 품은 것을 꺼내며 히죽 웃었다.
계속 반응하고 있던 소환석.
내가 포렐로스 제국에 오면서 시도했던 정령의 소환.
그 반응은 조금 전부터 정점에 달했다.
“진짜 로딩 겁나게 기네!”
나는 그 소환석을 쥐고 그대로 으스러트렸다.
부서지는 무지갯빛 광석의 파편이 허공에 녹듯 사라진다.
이제 곧 나타난다.
“자! 뭐가 나타날까요!”
무엇이 나오든 크멜스가 대응할 수 없다.
나조차 모르니까!
정령의 수는 무수히 많으니 예측은 어렵다.
‘남은 건 허를 찌르기 적합한 정령이면 되지만…….’
아니라면 나의 패배.
괜찮다. 느낌은 좋으니까.
그리고 머리 위에 그림자가 졌다.
‘설마 또 그림자의 정령은 아니지?’
혹시 싶어서 힐끗 위를 올려다본 나는 입을 적게 벌렸다.
나타난 것은 거대한 빙산?
아니, 빙산이라고 생각할 만큼 거대한 정령이다.
어쩐지 눈에 익다.
‘그때 그 거북이잖아?!’
이전에 한 번 구해 줬던 얼음의 최상급 정령.
불려 나온 건 그 녀석인 모양이다.
녀석이 낙하해 온다.
하필 소환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걸린 만큼 위치도 미묘하게 잘못 선정된 모양.
‘아니, 오히려 잘됐어.’
그렇지 않아도 필요했던 참이다.
나는 크멜스에게 달라붙었다.
[이런! 제정신인가?!]“같이 깔려 보면 되지 않습니까?”
에일런표 물귀신 작전…… 아니, 이 경우에는 얼음 귀신인가.
“까짓것, 같이 깔려 드리죠.”
나눠요, 이 무게를.
“전부 뭉개버려! 프롤트!”
바로 계약을 이행하고 그 최상급의 얼음의 정령의 이름을 외쳤다.
얼음의 정령, 프롤트는 그 거대한 몸뚱이의 장점을 살려 우리가 있는 곳을 통째로 깔아뭉갰다.
쿠웅! 거대한 빙산이 추가로 솟으며 산산조각이 나 흩어진다.
정령 마법으로 만든 얼음과는 달리 그야말로 흉악할 정도의 냉기의 포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