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97)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97화(297/344)
제 297화
329화 어느 망자의 소원 (3)
[오오오오오오…….]영창이 끝났는지 길게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은 것은 이 술식의 효과로 인해 그 결과가 나타나는 것뿐.
두근.
박동 소리가 들렸다.
하나가 아니다.
둘에서 셋, 그리고 점차 늘어난다.
수십, 수백, 수천…….
점차 늘어나며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자들의 기척이 이곳을 가득 메운다.
오래전 멸망했던 자들의 시체로 가득한 곳이 그의 술식에 생명이 가득한 곳으로 뒤바뀌었다.
“……터무니없군요. 이미 이건 마법의 상식을 넘어버렸어요.”
크루세의 안색은 이미 하얗게 질려 있다.
그의 실력을 의심한 건 아니겠지만 직접 보니 말이 안 나오는 거겠지.
묵인하기로 했지만 심정이 꽤나 복잡할 것이다.
[드디어…… 끝에 도달했도다.]크멜스는 감격 어린 듯 중얼거렸다.
“……되살아난 것입니까? 눈은 뜨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지금 눈을 떠도 혼란스러울 뿐이네. 얕은 가사 상태로 설정해 두었으니 시간이 지나면 절로 각성할 것이다.]한 치의 의심은 없다.
[그럼 에일런. 약속을 지키게.]“물론입니다. 크루세 씨, 좀 거들어 주세요.”
“……알고 있어요.”
이제 이들을 옮기는 것은 우리들의 역할.
적당한 장소는 만일을 위해 수배해 둔 곳이 있다.
미리 써 둔 편지와 함께 보내면 알아서 잘 지켜 주겠지.
내가 공간 제어를 발동시키고 동시에 크루세가 그것을 보조하기 위한 공간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크멜스는 품에서 톱니바퀴 수십 개가 얽혀 만들어진 듯한 구체를 꺼냈다.
저게 공간 능력을 방해한 아티팩트인가?
그것을 크멜스가 움켜쥐자 너무나 간단히 박살이 나고.
이젠 차단됐던 공간 능력이 제 성능을 되찾는 감각이 느껴진다.
‘됐다!’
그리웠다, 전이야!
나는 환희하며 이 주변의 모든 관을 능력의 대상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안정성을 위해 크루세의 술식이 보조를 한다.
“보내겠습니다. ……전이를.”
내가 손을 휘젓는 시늉을 하자 이 방 안에 있는 모든 관이 전부 사라졌다.
“이제 와서 말하기는 뭣합니다만…… 적어도 저들 중 누군가와는 이야기해야 했던 것은 아닙니까?”
[말했을 텐데. 오늘의 일에 대해서는 저들에게 입도 뻥긋하지 말게.]타락한 동족에 대해 알려 봐야 충격일 테고 두고두고 수치로 남을 거라 여긴 것이겠지.
“……저들에 대한 신병은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알고 있습니다. 그 아가씨도 뭐…… 아니, 이건 내가 말해야 하는 게 아니라 셀베스터가 말해야 하는 거 같은데요. 굳이 따지면 걔 동료입니다만.”
[쓸데없는 소리 말게.]어쩐지 살짝 불쾌한 듯 말하는 건 착각일까? 아닐까?
이제 마무리만 하면 된다.
[……끝난 건가.]크멜스는 감회가 새로운 듯 중얼거렸다.
나는 그의 심정은 모른다.
어디까지나 소설로 읽었기에 동기만을 알 뿐.
타락해 가면서까지,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무언가를 되찾아 주려 하는 자의 심상을 감히 소설을 좀 읽었다고 따라갈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나 놔둘 수도 없다.
“감격하고 계시는데 죄송하지만…….”
[알고 있네. 그래…… 이 보잘것없는 리치의 존재를 더는 좌시할 수 없겠지.]그의 말투에서는 어째서인지 자괴감도 느껴진다.
미련이 줄어들자 그제야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건가.
우려되는 것은 마음을 바꿔 먹을 가능성이다.
[다른 말을 할 생각은 없다. 거래는 지켜야겠지.]“……괜찮습니까?”
[이상한 소릴 하는군. 할 일은 다했다. 무엇이 아쉽겠나.]크멜스는 당당히 말했다.
[오히려 이 크멜스의 존재는 이제 그들에게 있어서 독이 된다.]“……각오는 되셨다는 것이군요.”
[암.]그는 자신의 지팡이를 놓았다.
그대로 그의 손을 떠난 지팡이가 모래처럼 바스러지며 사라졌다.
정말로 남은 미련은 없는 것이다.
미친 리치라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 되는 별명과 다르게 정작 그는 너무나도 차분해 보였다.
[자네 말대로 끝을 내야 할 때지.]크멜스는 자신의 몸을 지키고 있던 흑마력을 전부 거두었다.
지금의 그는 아마 평범한 인간과 비슷한 강도를 지니고 있을 뿐.
[유감이지만 스스로의 존재를 멸할 수는 없네. 마무리는 누군가 해야겠지. 자네가 할 텐가? 아니면 거기 어린 마법사가 할 텐가?]“…….”
나는 말없이 크루세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다소 원한이 있을 터.
“아뇨. 전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크루세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를 본다.
“이 결과를 낸 건 에일런 당신이에요. 그러니 당신의 손으로 책임을 지세요.”
엄하지만 옳은 말이다.
이 상황을 만들었으니 스스로 매듭을 지으라는 뜻도 있다.
“옙. 그렇게 하죠.”
뭐, 나도 어지간하면 남에게 맡길 생각은 없었다.
정령을 부를까, 하다가 고개를 젓고는 마법을 영창했다.
정령술도 내 힘이긴 하지만 쏘는 건 정령이다.
공격하는 행위까지 전부 직접 실행하는 방법이 적합하리라.
마법을 쓰자.
노리는 것은 크멜스의 중심.
지금이라면 내 마법으로도 간단히 사멸시킬 수 있으리라.
……원작에서는 셀베스터와 크루세를 비롯해 여러 인물들이 생사를 오가며 간신히 그를 쓰러트리지만.
선택과 타협에 따라서는 이렇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전에 한 가지. 덤을 주지. 마침 남는 것이니 자네가 가지게.]크멜스는 내게 손짓하더니 뭔가 주었다.
검은색의 열쇠 꾸러미다.
“이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자네라면 필히 알 테니. 그것을 어떻게 할지는 자네가 알아서 하게나.]당연히 짐작이 간다.
아마 이건 크멜스의 공방으로 이어지는 아티팩트이리라.
즉, 현재 남은 그의 재산.
[대신 반드시 동포들을 돌보아야 할 것이네. 만약 어긴다면…….]“그럴 일은 없습니다.”
빈말은 아니다.
[믿도록 하지. ……그리고 아니, 아닐세. 이제 와서 말하지 않아도 자네가 어떻게든 하겠지.]그는 홀로 중얼거리더니 더는 할 말이 없는 듯 가만히 기다렸다.
지체할 이유도 없다.
나는 바로 마법을 날려 그의 핵을 깨트렸다.
파앙!
가볍게 울리는 소리가 들리며 그의 존재감이 급격히 줄어 들어간다.
[……나머지는 저 너머에서 지켜보도록 하지.]그의 안광에서 넘실거리던 흑마력이 흩어지고 그저 오래된 뼛조각이 되어 간다.
[에르닐을…… 말리는 건 자네에게 맡기겠네.]“……역시.”
그리고 그는 완전히 사라졌다.
미련이 없기에 저항도 없다.
<특정 비중을 가진 인물이 소멸하였습니다.>
<해당 인물의 소멸에는 평소 이상의 당신이 제공한 원인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후의 흐름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사망이 아니라 소멸인가?’
……일단은 결과는 조금 이따 살펴보자.
나는 저 리치에게 동정은 하지 않으나 수고를 기리는 뜻에서 가볍게 고개만 숙이고 뒤돌았다.
* * *
크멜스 알프렌스는 사라졌다.
나는 이제야 결과를 다시 확인했다.
<당신의 행동의 결과 적지 않은 영향력이 발생합니다.>
<획득 영향력 포인트 : 994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1,862pt>
제법 양이 많군.
거기에 추가로 내 능력치에도 플러스가 된 듯싶었다.
<에일런 – 조연 C>
<능력 습득 일람(별도 항목 개방)>
<체력 : 576>
<민첩 : 378>
<의지 : 197>
<마력 : 2,112>
<정령력 : 2,704>
<비고 : ‘지속 마력 회복’의 효과 발현 중>
<비고 2 : 정신 저항 완전 내성 효과 발현>
<비고 3 : ‘마법 단축 영창술’의 효과 적용 중>
<비고 4 : ‘영물 가호’의 능력 상승 효과 적용 중>
방식이 달라서인가?
단순히 힘으로 결착을 낼 때보다 얻는 폭이 크다.
적당히 확인을 끝내고 그가 사라진 곳을 잠시 주시하고 있자니 크루세가 말을 걸어왔다.
“……이걸로 괜찮은 건가요?”
“글쎄요. 이걸로 어떨는지.”
“잠깐만요?”
크루세가 기막히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게 호언장담을 해 놓고 뒤통수만 긁적이고 있으니까.
“당신, 설마…….”
“아뇨. 딱히 속여 넘긴 건 아닙니다. 애초에 속인다고 속아 넘어갈 리치도 아니잖습니까?”
거짓을 말한 적은 없다.
“그보다 크루세 씨는?”
“저 말인가요?”
“저 리치에게는 이래저래 할 말이 있었잖아요?”
“……누구누구 덕에 그걸 다 털어놓기도 전에 끝났는데요.”
안다.
원래는 좀 더 처절하게 싸웠어야 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토벌하는 흐름으로 갔겠지.
그러나 진실은 멋대로 폭로당했지.
거기서 고집을 부리자니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겠지.
여러 가지로 심경이 복잡하겠지.
“저도 생각할 시간은 필요해요. 그렇다고 딱히 지금까지 한 게 헛일이었다는 생각은 안 해요.”
“네, 네. 그러시겠죠.”
“……좀 제대로 들으시죠?”
“아니, 저도 그러고 싶긴 한데…….”
푸념을 들어 주고 싶긴 하다.
그러나 할 일이 없을 때나 가능한 일.
“실은 좀 바빠질 것 같거든요.”
“…….”
마침 그녀도 말이 없어졌다.
말하지 않아도 곧 눈치챈 것이리라.
짝. 짝. 짝.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크루세도 아니다.
제3자의 소리.
“참으로 훌륭하군. 그래…… 훌륭하다고 이렇게 직접 칭찬해 주마.”
“아이고, 고거 참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쑥스러워서 닭살이 돋을 것 같다.
“……3황자.”
크루세가 그를 노려보며 경계하는 태세를 취하자.
어느샌가 그곳에서 박수를 치고 있던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너무 경계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무력한 황족 한 명 따위가 혼자 뭘 할 수 있다고 그리 노려보는가?”
“……흥. 혼자 좋아하시네.”
내가 신랄하게 비웃었다.
이미 의중은 알고 있다.
“일단 형식상 묻지. 피난소는? 설마 버리고 왔나?”
“걱정 말게. 그래도 제국 국민이다. 황자인 내겐 그들의 안위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지. 자네가 해방한 이들도 무사히 도착했지. 정말로 수고 많았네.”
“아이고, 참. 모범 황족 납셨네.”
그러나 알고 있다.
저 놈은 성실한 인간 따위가 아니다.
“……역시 이때를 기다렸나?”
“크큭, 더는 둘러대야 의미는 없겠지.”
3황자 아빌은 순순히 인정했다.
“원래는 셀베스터 그 친구가 잘해 주길 기대했네. 자네에 관해서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지.”
정말로 숨기고자 하는 노력도 하지 않는군.
“자, 에일런. 지금 만족하고 물러난다면 자네를 잡지 않도록 하지.”
“……지랄하시네.”
당연히 들을 마음도 없다.
“역시 그 태도…… 알고 있었나?”
“까놓고 말해서 황자, 당신이 배신을 하건 말건, 그건 아무래도 좋았어.”
약간이지만 그의 표정이 굳는다.
말 그대로 무시당한 태도니.
나도 잊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 역시 악당이다.
본래는 암약으로 활약하는 녀석이나.
슬프게도 그 무대가 되는 황성이 박살이 나서 그의 특기가 발휘될 기회가 없었지.
하지만 정말로 그가 내 적이 아닐까?
그때 나는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댁은 제가 한숨 돌리면 바로 적이 되겠지. 그런 인간이거든.”
“……참으로 신용이 없군.”
그가 슬픈 척 말하지만 믿지 말자. 연기다.
“이런저런 농담할 마음 없으니. 바로 말하지. 노리는 건 크멜스 알프렌스가 남긴 자료들이지?”
“……말이 통하는군.”
크멜스는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자료는 충분히 있다.
그걸 회수하고 싶은 거겠지.
“황성이 이리 박살이 났으니 그거라도 챙겨야 수지가 맞지 않겠나?”
“놀고 있네. 일부러 박살이 나도록 협조했으면서.”
“…….”
“만난 적 있지? 에필레오트 그 개자식과?”
“흐음…… 과연 듣던 대로 골치 아픈 친구로군.”
부정은 하지 않는다.
즉, 그 역시 끌어들인 악당이라는 것.
“황제를 물리적으로 실각시키고 다른 황족들 역시 몰락시킬 참이었겠죠.”
“거기까지 안다면 더더욱 비켜 주지 않겠나? 보아하니 에일런 자네는 나를 잘 아는 모양이니. 그렇다면…….”
그가 히죽 웃으며 손을 뻗었다.
그에겐 특별한 힘은 없다.
다만…….
“이것도 알고 있겠지.”
바로 머리 위에서 화염 덩어리가 비처럼 쏟아졌다.
“에일런!”
“바로 방어를! 그쪽은 맡깁니다.”
“……좀 설명을 해 줘요!”
크루세는 비명을 지르듯 남은 마력을 쥐어 짜내듯 펼치며 방어벽을 만들었다.
그녀가 마법 폭격에 집중하는 사이 나는 검을 뽑아 들고 바로 앞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나보다 한발 더 앞서 돌격하는 자가 있다.
언데드 엘레스.
“제국의 악의 축.”
바로 황자의 목을 노릴 모양이다.
어쩐지 계속 조용하다 싶더니 숨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나.
그러고 보니 그녀는 3황자를 싫어하지.
그는 제국의 모략과 어둠의 상징.
과거 엘프들의 몰락을 이끌어 낸 당시 황족들의 어둠을 계승하는 입장이다.
당연히 저런 놈은 이 기회에 없애고 싶겠지.
‘지원할까?’
일단 엘레스가 우릴 방해할 일은 없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오히려 엘레스를 돕듯 움직이기로 하였다.
그러나 3황자 앞에 나서는 두 명의 기척이 출현.
그 기척이 휘두르는 검과 창이 각각 우리들의 검을 막는다.
까앙!
쇳소리가 울리며 나는 일격을 막은 자들의 얼굴을 쓱 훑어보았다.
“전력이 없긴, 개뿔.”
검을 막은 것은 제국의 제2검과 3검, 그 밖의 실력자들도 있다.
그리고 천장에는 노인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방금 전 마법은 그가 쓴 것이리라.
난리 통에 전사했다 알려진, 제국의 최강의 마법사 클로포드 벨페나스다.
그 밖에도 밖에는 게이트 마법을 통해 나타난 병력이 가득하군.
“와아~ 포위당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