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98)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98화(298/344)
제 298화
330화 어느 망자의 소원 (4)
역시나 3황자는 일부러 자기 파벌의 병력을 빼 두었다.
그리고 더는 위협할 자가 없다 여겼는지 바로 투입시키는 것이다.
“우와아~ 이거 위험해 보이는데 어쩌나?”
“농담할 때가 아니거든요, 에일런?”
“헛소리는 그만두게.”
크루세는 둘째 치고 황자까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본다.
그야…… 당연히 이럴 거라고 여겼으니까.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몇 번이나 배신당한다고 여기십니까?”
“……음?”
의미 모를 질문에 3황자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인생은 자고로 배신의 연속이죠.”
음. 그래, 인생은 자고로 배신이야.
“중요한 건 배신을 당하고, 말고가 아니라. 상대가 불온하게 나올 때 어떻게 대처할까, 입니다?”
배신을 당하지 않으려고 버둥거려 봐야 어디선가 배신을 당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하도록 하죠.”
마침 때가 되었을 것이다.
동시에.
꽈르르르르르르릉!
실내인데도 불구하고 천둥소리가 울렸다.
파즈즈즈즈즈즈즛!
발밑에 희미한 번개가 감돈다.
번개를 다루는 영물과의 계약의 증거.
“뇌전이 실린 오러라고?”
제국의 기사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가운데 천장 위에서 뛰어내린 은발의 소년이 그들을 기습했다.
셀베스터가 내리친 검기를 기사들은 쉽게 받아 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급히 물러났다.
“오! 딱 맞춰 왔군.”
내가 한 손을 들어 반기자 셀베스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정말로 네 말대로 됐나 보군…….”
“그런 셈이지. ……어쨌든 잘됐어. 덕분에 살았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바로 셀베스터는 제국의 기사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베어 넘긴다.
“호오?”
클로포드는 그 셀베스터의 검기를 보고 흥미 어린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한눈팔 틈도 없다.
“이봐, 영감탱이. 나이 먹어서 주책이야. 고작 꼬맹이들 몰아넣는 게 그렇게 재밌냐? 앙?”
그의 등 뒤에서 들린 여성의 언짢은 목소리.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붉은빛의 검기가, 마검 특유의 섬뜩한 참격이 그를 양단하고자 덮쳤다.
“고얀 년 같으니…….”
클로포드는 혀를 차며 방어벽을 펼친다.
빠드드드드득!
검기와 방어벽이 닿자 유리 파편 수백 개를 한 번에 밟는 것 같은 소음이 울렸다.
“흠…….”
그의 이마에 약간이지만 땀방울이 맺힌다.
그리고.
“한눈팔면 안 되지, 영감탱이.”
그가 방어에 집중하는 사각을 틈타 어느샌가 그곳을 노리고 방향을 전환한 엘라우트가 그를 화려하게 걷어찼다.
투콰아아!
흡사 대포라도 쏜 것처럼 그 노인의 몸이 천장까지 치솟는다.
“……셀베스터에, 용병 엘라우트인가.”
3황자는 혀를 찼다.
예상보다 빨리 돌아왔군.
아니, 급히 돌아온 것치고는 대응이 빠르다.
아마도 그 점을 생각하고 있겠지.
“말했잖아? 배신쯤이야 예상했다고. 그럼 바로 일 끝나자마자 최우선으로 여기로 오라고 말해 두는 게 기본이잖아?”
그가 전투력이 낮은 건 알고 있다.
병력을 숨겨 놓았을 것쯤이야 뻔히 안다.
그렇다면 나도 불러오면 된다.
막 전투를 끝냈을 그들에게는 다소 수고스럽겠지만 원망은 저 망할 황자에게 하라고 하자.
“어쨌든 이걸로 댁도 쉽게는 뜻을 이루지 못하겠지.”
이걸로 대치는 되었다.
나는 3황자의 앞을 가로막듯 섰다.
놈을 따르는 기사 몇 명이 나를 막기 위해 덤벼드나 상대가 될 리가 없다.
“꺼져.”
지금의 체력으로도 얼마든지 가볍게 제압해 넘길 수 있다.
“자~ 다시 묻지, 3황자. 이제 누가 포기를 해야 할까?”
“……하하. 그래, 확실히 이건 성가시군.”
무엇을 꾸미는지 모른다. 바로 신속히 제압을 할까?
“내게 손을 대고도 무사할 줄 아는가?”
“이렇게까지 판을 벌렸습니다. 증거 정도야 얼마든지 찾아오면 그만 아닌가?”
그가 무엇을 꾸미든 상관없다.
지금의 나라면 전부 밀고 나가 해결할 수 있다.
“그전에 한 대 좀 맞자?”
배신의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겠지.
내가 싱긋 웃으며 주먹을 쥐는 순간.
“……그럴 필요는 없어.”
푸욱!
인간의 살을 뭉개는 듯한 소리.
빈말로도 듣기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그 소리가 황자의 뒤에서 울렸다.
그리고 무언가가 뚫고 나오자 그의 몸통이 새빨갛게 물든다.
“……이런.”
나는 3황자 아빌이 아닌 그의 뒤를 주시했다.
그리고 그는 더는 아무런 말도 남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특정 인물이 사망하였습니다.>
<해당 인물의 사망에 당신이 관여한 폭은 미약하기에 소정의 영향력만이 발생합니다.>
<획득 영향력 포인트 : 47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1,909pt>
지금 이건 아무래도 좋다.
지금 이 일을 저지른 자가 문제다.
“……에르닐 알프렌스.”
그 황자를 뒤에서 찌른 것은 에르닐 알프렌스.
그녀가 싸늘하게 쓰러진 황자의 시신을 짓밟았다.
명백하게 지금의 그녀는 내가 알던 원작의 그녀의 행보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 끼어들 줄이야.
“놀랄 필요는 없잖아? 그는 둘째 치고 에일런 너는 알고 있을 텐데? 지금도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얼굴인데?”
“짐작은 했지만. ……적어도 이런 방향은 아니었어.”
당연히 배신의 가능성은 황자에게만 국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 타이밍에 나설 이유가 없다.
“에르닐 최소한 네가 나선다면 크멜스 알프렌스가 소멸되기 이전이라고 생각했는데.”
“……달리 할 말은 없어.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도 있고.”
그녀는 곧 복잡한 심정을 떨쳐 내듯 표정을 바꾸었다.
무언가 각오를 하고 있다.
그 시점에서 깨달았다.
에르닐이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결말이란 다른 것이라는 걸.
“이젠 알고 있겠지, 에일런.”
당연히 알고 있다.
에르닐 알프렌스라는 인물이 무엇을 하는가.
크멜스의 소멸 이후 모든 것을 깨달았던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가.
“너……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할 셈이냐?”
“흥, 실수라…… 에일런 넌, 뭔가 착각하고 있어.”
“착각?”
“그래.”
에르닐은 코웃음 치며.
“나는 그때의 선택을 실수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 ……그저 아쉬울 뿐이라고 여기고 있지.”
그녀는 당당히 선언하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자그마한 구체 형태의 물체.
당연히 알고 있다.
“그 씨앗…… 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텐데?”
“걱정 마. 쓰는 건 두 번째. 질릴 정도로 익숙해 있지!”
에르닐은 그 물체를 사용했다.
그것에 자신의 힘을 불어넣는다.
단번에 그 씨앗이 발아하며 작은 떡잎들이 그 씨앗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마치 알을 깨고 병아리가 나오는 것처럼, 씨앗에 균열이 가며 줄기가 점점 흘러나오고 있다.
“마침 좋은 터가 여기 준비되어 있어. 지금이라면 그때보다 더욱 빠르게 성장하겠지.”
“…….”
나는 말없이 주시했다.
그사이 그녀가 씨앗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단번에 씨앗에서 튀어나온 줄기들이 땅을 뚫고 그 안에 파고든다.
“……저건 어떻게 할 수 없나.”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당장 이곳에서 피해!”
“뭐?”
“설명은 나중에 할게! 당장 피해! 저 뿌리에 휘말리면 끝이야!”
아군에게 상황을 알리고 피해를 줄이는 것.
어차피 땅에 들어간 시점에서 저것의 발아는 막을 수 없다.
……거기에 막을 이유도 없고.
‘……예정보다 빠르긴 한데 상관은 없어.’
내가 급히 뒤로 물러나자 바닥에서 솟구쳐 오른 나무의 뿌리가 높게 뻗는다.
그리고 그 나무뿌리들은 에르닐이 고갯짓을 하자 마치 그녀의 의사에 호응하듯 사방을 향해 채찍처럼 휘둘러진다.
휘말린 자들은 3황자에 가담했던 이들.
그들 전원이 그 뿌리에 붙잡히거나 혹은 꿰뚫리며 무참히 당한다.
그럴 수밖에.
저건 고작 나무가 아니다.
이 세계에서도 대적할 자가 거의 없는…… 하물며 정보가 없으면 대책이 없는 최강의 나무니까.
“……세계수.”
그리고 분명 에르닐 알프렌스의 목적은.
“새삼스레 내 목적은 굳이 설명하지 않겠어.”
에르닐이 손짓하자.
두두두두두두.
바닥에서 무언가가 울린다.
틀림없다.
길게 뻗은 지맥에 깃든 마나를 전부 빨아들이며 무언가 거대한 질량이 대신 지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급격히 성장하며 지상으로 뻗어 온다.
“큭, 온다!”
내가 경고하며 몸을 날렸다.
그 순간 바닥을 뚫고 거대한 나무가 치솟는다.
지금도 저 망할 나무는 급격히 성장하며 황성 전체를 밀어내듯 부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마구잡이로 성장하는 나무의 가지와 기둥…… 그리고 뿌리들을 피하며 나는 이를 악물었다.
드디어 다음 단계로 온 것이다.
아마 이곳에서 겪을 마지막 사건.
“……세계수의 부활.”
피할 수는 없다.
나는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해야 할 일을 가늠하며 우선은 휩쓸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전념했다.
* * *
높게 치솟은 세계수.
그 위에서 에르닐 알프렌스는 세계수의 급격한 성장에 휘말려 튕겨 나가는 인간들을 차갑게 주시했다.
한편 저 너머, 황성 밖의 도시에서도 이 지진의 여파가 미치는지 숨어 있던 인간들이 대피하는 광경도 보였다.
“어디 열심히 도망쳐 봐.”
그녀는 차갑게 중얼거렸다.
목적대로 세계수가 손에 들어왔다.
“여기까지는 그때랑…… 다를 건 없어.”
시기나 상황은 다르지만 그녀가 알던 기억과 다를 바가 없다.
그때는 절망하여 인간과 세상을 미워하며 이 나무를 성장시켰다.
물론 지금은 같은 심정을 품는 것은 어렵다.
미래의 기억일지라도 그것을 가진 그녀에게는 마치 옛것처럼 느껴졌으니까.
“……어차피 상관없어.”
“아아, 그래. 미래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기 마련이지. 어차피 어긋날 미래일 테니.”
마치 그녀의 심정을 꿰뚫어 보듯 뒤에서 불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도 있었어?”
“이거, 섭섭한데? 이렇게 차갑게 보면 조금은 슬픈데 말이지, 에르닐 알프렌스.”
말과는 달리 우습다는 듯 낄낄거리며 에필레오트가 접근해 왔다.
그러나.
파파파파파팟!
그의 발치에 나무 창이 무수히 떨어졌다.
마치 그의 접근은 더는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세계수의 창인가…… 흉악한 걸 들이대는군. 지금의 나라면 이걸 맞으면 죽어 버린다.”
“그럼 죽어 버리라지.”
“참, 무섭군. 그게 정보를 알려 준 은인에 대한 태도인가?”
저자가 접근한 것은 에일런이 도착하기 얼마 전이었다.
그는 에르닐이 미래의 기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면서 일부러 접근했다.
그리고 한 가지 제안을 했지.
바로 그녀가 고민하는 것을 해결할 방법을.
그리고 에르닐은 그것을 수락했다.
그뿐인 이야기다.
처음부터 그가 노리던 것은 세계수였다.
“크멜스 알프렌스의 소생 비술을 위한 대량의 마나. 거기에 마침 제국은 지리적으로 좋은 터에 있지. 거기에 갖가지 녀석들을 끌어들여 방해될 인간도 죄다 내쫓았군. 어때, 덕분에 일이 잘 풀리지 않았나?”
“…….”
그러나 에르닐은 들은 체 만 체 반응이 없다.
“크멜스에 관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그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사출된 나무 창이 그의 목을 아슬아슬하게 살짝 찢고 날아가 벽에 박혔다.
“그 이상 지껄이면 그 사소한 은의마저 고려해 줄 것도 없을 줄 알아.”
“칫…… 성질 더럽긴. 누가 엘프를 온화하고 자연을 사랑한다 여기겠나.”
투덜거리며 그는 바로 순순히 거리를 두어 물러났다.
“헛소리가 많군.”
에르닐은 알 게 뭐냐는 듯 싸늘하게 무시했다.
“무엇보다 이것으로 네놈의 뜻을 이루는 것일 텐데? 선심쓰는 척하지 마. 간사한 놈.”
당연히 알고 있다.
저자가 협조해 준 것은 호의도 뭣도 아니다.
그 도달점에 그의 이득이 있기 때문.
“그래, 마음대로 하라고. 새삼 감사를 받아 봐야 찝찝할 뿐이니까. 네 선택을 존중하는 만큼 더더욱 감사를 받아 봐야 기분이 찝찝하거든.”
“……다시 묻지, 불쾌한 존재.”
에르닐은 그를 짜증 어린 눈으로 응시하며, 처음에 그와 만났을 때 물은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질문한다.
“네 목적은 뭐지?”
“뻔하잖냐. 이 세상의 유지다.”
그는 두말할 것 없다는 듯 두 팔을 펼치며 스스로 우습다는 듯 입가를 일그러트리며 주장했다.
“추하고 피로 얼룩진 세상을 언제까지 유지하게 한다. 그것을 위해 이렇게 고생하는 거지.”
“…….”
“반대로 다시 묻지, 에르닐 알프렌스. 네 목적은?”
마치 장단에 맞추듯 뻔히 알면서도 그가 묻자 에르닐은 지상에 천천히 시선을 옮기며.
“바로잡기 위해서. ……후회 없는 미래를 위해.”
“아주 좋아. 좋은 의지야.”
찬사라도 보내듯 그가 박수를 치지만 그녀의 불쾌감만 돋울 뿐이다.
“부디 그 뜻을 이루길 바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