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99)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99화(299/344)
제 299화
331화 어느 망자의 소원 (5)
“바라는 대로 나는 여기서 물러나도록 하지. 걱정하지 말고 네 계획을 마음껏 펼쳐라, 에르닐 알프렌스.”
방해하든 말든, 상관이 없다는 듯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에필레오트는 키득거리며 나무 위에서 뛰어내렸다.
곧 불쾌한 기척은 바로 사라졌다.
“세상의 유지…… 마음에도 없는 소리나 지껄이긴.”
에르닐은 그의 태도를 조소하며 이제 계획에 집중하기로 했다.
“머지않았어. ……그 실수를 바로잡을 때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미래의 광경.
자신이 간과한 단 하나의 실수.
그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계획은 곧 끝나리라.
그렇게만 되면 더는 미련은 없다.
“올라올 테면 얼마든지 올라와 봐…….”
들리지는 않겠지만 마치 도전장을 보내듯 그녀는 읊조렸다.
자신은 여기에 있다.
이곳에서 못 다한 의지를 펼친다.
그러니 얼마든지 방해를 해 보라고.
에르닐의 목소리가 성장하는 세계수에 묻혀 멀어지는 가운데 그 거대한 나무는 점차 더욱 비대해져 간다.
마치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보라는 듯.
332화 세계수의 부활 (1)
결말은 변한다.
확실히 에르닐 알프렌스는 분류로 따지자면 악일지도 모른다.
본래의 흐름대로라면 크멜스 알프렌스는 셀베스터의 손에 꿰뚫려 소멸한다.
그리고 최악의 타이밍으로 에르닐 알프렌스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 셀베스터를 말리고 두 사람을 중재하려 하나 늦는다.
결과적으로 에르닐은 자신의 앞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셀베스터가 소멸시키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에르닐은 셀베스터를 탓하지는 않았다.
틀림없이 크멜스 알프렌스는 악이니까.
분명 누군가의 손에는 끝을 맺어야 했으니까.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이것을 못 본 척할 수 없어.”
그리고 에르닐은 종적을 감춘다.
……훗날 세상을 위협하는 존재로서 다시 나타날 때까지…….
그리고 언젠가 에르닐은 셀베스터의 검에 베이며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결말을 맞이한다.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본래의 이야기다.
“문제는 저 멍청이가 또 같은 짓을 한다는 건데.”
급격히 키운 세계수 탓에 우리는 완전히 거기 휘말려 튕겨 나가 버리고 말았다.
“……젠장, 허리 쪼개지는 줄 알았네.”
빠져나온다고 끝이 아니었다.
도시 쪽 지하에서 대피해 있던 피난민들을 돕는 것도 바로 해야 했으니까.
그들은 상황을 모르고, 지휘할 자도 없다.
황녀나 다른 이들을 보냈긴 해도 그들도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대로 바로 사람들을 구하다 보니 또 그게 제법 시간을 잡아먹었다.
“……지쳐.”
한숨 돌리고 난 뒤.
냅다 드러누워 숨 돌리고 있자니 머리맡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레실리아 황녀시군.
“에일런? 살아 있나요?”
“안 죽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고요. 적어도 댁보다는 장수할 예정이니 걱정 마시죠.”
“다행히 멀쩡한 모양이네요.”
“……그보다 시민들은 괜찮습니까? 저 나무가 성장한 여파가 지하까지 미쳤을 텐데.”
“그럭저럭 무사한 모양이에요.”
황녀는 제국민들이 모여 있는 곳을 돌아보며 말했다.
“덕분에 살았어요.”
“뭐…… 우연히 목숨 건진 겁니다. 어쨌든 최악은 면했군요.”
“최악…….”
황녀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저걸 두고도 최악이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안 죽으면 최악이 아닌 겁니다. 살아 있으면 어떻게든 되기 마련이죠.”
“알고 있어요. 하아…… 그래서 저것에 관해서는 혹시 아시는 게 있어요?”
황녀가 그리 물으며 제도 쪽을 바라본다.
나도 몸을 일으켜 그대로 앉은 채로 그곳을 보았다.
제도를 완전히 뒤집어엎고 성장한 도시 규모의 거대한 나무.
그러나 흉측하다기보다는 웅장하고, 두렵기보다는 신성하기까지 하다.
‘우와, 바로 공기가 맑아지네…….’
저것의 정체를 알기에 묘한 감상밖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저게 뭔가요?”
“세계수.”
“……네?”
레실리아 황녀가 잘못 말한 게 아니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잘못 말한 거 아닙니다.
“세계수 맞습니다. ……뭐, 세계수 2세라고 해야겠지만요.”
혹은 세계수 mk2라고 하던가.
“좋겠네요. 황실 안뜰에 수백 년 전에 이미 멸종된,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나무 키우게 되었으니까요. 역시 제국. 사치스럽지 않습니까?”
“그거 농담이에요?”
글쎄요? 농담으로 끝날지, 아닐지는 이제부터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지만요.
나는 아직도 성장 중인 나무를 노려보았다.
“……대체 뭘 꾸미는 거냐, 에르닐.”
* * *
우선 세계수에 관한 것은 잠시 미뤄 두고 나는 아는 얼굴들을 찾아서 헤맸다.
나와 마찬가지로 셀베스터나 크루세 역시 그 소동에 휘말려 튕겨 나갔을 터.
그러나 그들은 자기 몸 하나는 어떻게 간수할 만한 이들이고 딱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아고고고…… 저 빌어먹을 나무에 치여서 떨어질 때는 나도 한순간 죽는 줄 알았지, 뭐야. ……늬들도 살아 있냐?”
“……어떻게든 목숨은 건졌습니다.”
“살다 보니 별일을 다 겪는군요.”
“내 말이 그 말이야.”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둘러보자니 용병 엘라우트가 투덜거리면서 다른 녀석들의 안위를 살피고 있었다.
“뭐, 누님이야 둘째 치고 저희는 저 친구가 건져 준 덕에 간신히 살았더군요. ……덕분에 살았다.”
엘라우트의 용병 단원 중 한 명이 마침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순순히 감사를 표하듯 고개를 숙였다.
나는 적당히 손을 들어서 신경 쓰지 말라는 식으로 답변했다.
“그래서 꼬마야? 이것도 네가 예상한 대로니?”
“글쎄요. 어떨는지요.”
나는 피식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저딴 나무가 뿅! 하고 치솟을 거라고 예상한다면 그게 인간인가요? 변태지.”
“오호라 꼬마는 변태였구나.”
“……그게 그렇게 되는 겁니까?”
쳇 그 변태가 여기 있습니다.
일단은 적당히 얼버무렸지만 아마 어느 정도 눈치는 챘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굳이 그 이상 캐묻지 않는다.
“그래서 꼬마야? 누구 찾니?”
“우리 쪽 일행들 좀 찾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무사한지 확인을 못 했거든요. 그런 이유로 저희 일행 좀 보신 분?”
“못 봤는데? 너희 중 본 녀석 있냐?”
엘라우트는 물론이고 용병 단원들도 고개를 젓는다.
하기야, 목격자가 쉽게 있을 리가 없지.
“……셀베스터 그놈이라면 세계수 따라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네 일행으로 보이는 마법사라면 다른 방향에서 뛰어 내려갔어.”
안타깝게도 그 소식을 전한 것은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알닉스와 루셀.
둘도 딱히 챙기진 않았는데 당연히 무사할 거라고 여겼다.
그전에 신경 쓰이는 건.
“……잠깐? 저걸 따라 올라갔다고?”
두 사람이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봤으니까 틀림없어. 그쪽 마법사는 몰라도 셀베스터 그놈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테니까.”
“……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지금이라도 따라 올라갈까?
‘아냐. 아직 일러…….’
이내 관뒀다.
일단은 혹시 뭔가 일 터지면 불러 달라고만 말한 뒤 나는 일부러 다른 이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이동했다.
겉보기에는 남들과 떨어진 곳에서 혼자 궁상을 떨기 위한 척.
그러나 사실은.
“……다른 사람 없습니다. 슬슬 이야기 좀 하죠. 아까부터 뒤통수가 간지러워서 못 참겠습니다.”
“알고 있사옵니다. 그보다 용케 눈치를 챘사옵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모습을 드러낸 자는 엘레스.
역시 아직 있었다.
그 난장판 속에서도 도통 보이지 않기에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짐작했거늘, 딱 들어맞았다.
“눈치는요. 대충 생각해 보다가 당신이라면 혹시 근처에 숨어 있지 않을까, 짐작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나를 찾아왔다는 건 용건이 있다는 뜻일 테고.
“그래서 할 말은 에르닐 알프렌스 때문입니까?”
“…….”
틀리진 않는 모양이군.
“우선 들어 보도록 하죠. 제 대답은 그 뒤에 정하겠습니다만, 불만은 없죠?”
* * *
당연히 엘레스가 말하는 조건은 간단하다.
“요컨대…… 에르닐 그녀를 구해 달라는 것입니까?”
“거래 조건이옵니다.”
언데드 엘레스는 담담하게 조건을 밝히며 거래를 제시했다.
“제가 세계수의 안을 안내해 드리겠사옵니다.”
“흠…… 안내라.”
“전 세계수의 내부 구조를 알고 있사옵니다.”
“오호?”
내심 솔깃한 면도 없는 것은 아니나 나는 담담하게, 내키지 않는 시늉을 했다.
“즉, 길 안내와 그리고 조력을 받는 대가로 그녀를 도와 달라?”
“구해 달라는 것이옵니다.”
그녀는 담담하게 그 조건을 다시 한 번 말했다.
즉, 그 소녀를 구해 주는 대가로 조력을 해 주겠다는 뜻.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 받아쳤다.
“잊지 마시죠? 이 사태를 일으킨 건 에르닐입니다. 구해달라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 결과 다시 세계수가 자라 버렸고.
사태는 또다시 위기를 맞이했지.
그야말로 사람을 쉬게 놔두지 않는다. 사표 던지고 싶다.
“정말로 크멜스 알프렌스…… 그자와 당신은 이렇게 될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까?”
“…….”
그녀도 말을 잇지 못한다.
몰랐다고 할 수 없다는 뜻이리라.
그것부터 해명하지 않으면 그다음이고 나발이고 없다.
그녀는 나름 이해했는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소녀가 아는 것은…… 그 아이의 부활 과정에서 에필레오트라는 자가 관여했다는 점이옵니다.”
“……그건 대충 알 법합니다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죠?”
“그것은 그 둘이 나눈 이야기라 소녀로서도 모든 전말을 파악한 것은 아니나…….”
“상관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정보가 필요하다.
“에펠레오트 그자는…… 그 아이의 부활에 한 가지를 더 붙여 주겠다고 했습니다.”
“……미래의 기억?”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달리 그것 외에는 없겠지.
“틀림없이 미래의 기억이라 하였사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반발한 것 같사옵니다. 다만 그가 무언가 설득을 했고, 그것을 수긍했사옵니다만…….”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녀도 잘 모르는 눈치다.
‘크멜스가…… 단순히 에르닐의 파멸을 용납할 리는 없지.’
그 뜻은?
‘이 사고를 친 건 크멜스의 뜻과 별개로 에르닐의 독단인 건가?’
그들끼리 꾸미는 무언가가 있다.
“……요컨대 당신은 에르닐을 막고 싶은 겁니까? 오히려 에르닐을 돕는 게 아니라?”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나는 그 의견에 동의했다.
“하긴, 이 정도 사고를 친 이상 누군가는 그녀를 처리하고자 움직이겠죠.”
“적어도 그것이 당신이 되는 것은 막고 싶사옵니다.”
“제가 그런 귀찮은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오히려 짐 싸서 도망가고 싶은데.”
물론 여기서 도망가 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계속 내가 시큰둥한 태도로 일관하자 엘레스는 고민했다.
“소녀를 믿지 못하시는 것이옵니까?”
“네. 못 믿습니다.”
애매할 때는 딱 잘라 말하자.
확실한 대답이 때론 편할 때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길을 알고 있사옵니다.”
“……대체 어떻게…… 아, 그거군요.”
그제야 이유가 짐작이 갔다.
“과거 소녀는 이전의 세계수에 들어간 적이 있사옵니다.”
제국의 계략으로 우호 사절단의 대표로서 교류를 할 시절의 이야기인가.
“저곳에서 알게 된 사실이옵니다만 내부 구조는 과거의 세계수와 크게 다르지 않사옵니다.”
“……정말입니까?”
그건 놀라운 일이다.
원작에서 셀베스터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지금의 세계수의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서 과거의 세계수와 길이 같은지, 아닌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근거는 있다.
‘저것은 세계수의 정보를 근거로 부활시킨 것이니까…….’
무턱대고 나를 낚으려 드는 건 아닐 수 있다.
‘길 안내…… 확실히 끌리긴 하네.’
그렇지 않아도 저 안으로 들어갈 계획을 짜느라 고심하고 있던 판국이다.
침입은 어떻게든 된다.
그런데 길 찾는 건…… 글쎄올시다?
세계수는 던전도 아니니 능력이 제대로 적용될지도 미지수고.
본래 계획은 정 안 된다 싶으면 능력을 이용해 신중하게 탐사시켜서 나아갈 생각이었다.
그걸 단축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군.
‘문제는 그녀를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점…….’
아마 에르닐을 돕고자 하는 목적은 진심일 것이다.
그녀가 각오한 것 자체가 전부 과거의 일을 속죄하기 위한 것.
문제는…….
‘그 말은 수틀리면 바로 나를 적대할 가능성도 있지.’
한 번은 쓰러트렸지만 그녀는 상당한 강자다.
두 번째 싸워도 제대로 이길 거란 보장은 없다.
“보험을 원하시옵니까?”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 그대로 보였나 보군요.”
“소녀라도 같은 의심을 하옵니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거기서 공감해도 귀찮을 뿐이다.
확실한 근거를 원한다.
무엇을 믿고 그녀에게 길 안내를 맡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