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화(3/344)
제 3화
4화 퇴근 후 엑스트라 (4)
별문제 없이 토벌전은 끝을 알렸다.
후퇴한 몬스터들은 바로 인접 영지로 넘어갔고 그곳에서 매복한 해당 영지의 병사들에 의해 괴멸한 모양이었다.
원작대로네.
몬스터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하자.
그 후 드디어 해산령이 내려졌다.
드디어 다들 그리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말은 나도 마찬가지로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래, 그리운 집으로.
……내 집이 아니라 ‘에일런’의 집이지만.
‘우선은 이 녀석의 집으로 돌아가서 차근차근 생각해 볼까…….’
나는 지금의 나 ‘에일런’의 손등을 힐끗 내려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 * *
나와 켈먼 씨를 비롯하여 같은 마을 출신 남성들이 도착할 쯤에는 마을 사람들이 진작부터 울타리 밖까지 나와 우릴 기다리고 있었던 듯 반가이 우리를 맞이했다.
아무래도 소식이 미리 전해진 모양이다.
돌아온 이들을 가족들이 반겼다.
부모님이, 부인이 혹은 그들의 자식들이 품에 안겨 무사히 돌아온 것에 대한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훈훈한 광경이구나.
이제 엔딩 스텝롤만 오르면 되나.
쿠키 영상 기다리려면 스텝롤까지 봐야 하나?
‘음…… 뭔가 섭섭한데.’
나는 우두커니 선 채 뺨만 긁적였다.
나를 맞이하는 자는 없다.
어디까지나 저 훈훈한 광경은 저들의 것이고 나는 해당 사항이 없다.
‘에일런’의 가정 사정은 이미 기억을 이어받아서 알고 있다.
이 녀석에게 현재 가족은 없다.
수년 전 병으로 부모님이 둘 다 돌아가신 모양이다.
쓸쓸한가?
내가? 아니면 내 기억이?
뭔가 허전하네.
구석에서 혼자 춤이라도 추면 될까?
“에일런!”
그런 내게 웬 노인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누구더라? 아! 촌장님!
<루베르트 – 엑스트라>
음, 촌장님도 엑스트라로 분류되는 건가.
뭐, 이 마을 전체 주민이 엑스트라다.
여긴 엑스트라의 마을인 셈이다!
“에일런, 무사히 돌아왔구나. 걱정했단다. 잘했다.”
“……예. 돌아왔습니다. 으음……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일단 예의상 그렇게 대답했다.
“그래, 돌아온 건 다행이구나…….”
촌장의 의미심장한 말의 뜻.
그의 시선은 나를 포함해 돌아온 이들과 더는 아무도 오지 않는 마을 입구를 번갈아 보고 있다.
그것이 징병의 현실이란 것이다.
안타깝게도 돌아오지 못한 자도 있는 법.
그러나 산 자는 산 자, 죽은 자는 죽은 자.
이젠 먹고살아야 하는 더 중한 싸움이 있다.
이후에는 돌아온 이들을 반기는 가벼운 환영회가 열렸다.
환영회라고 해 봐야 거창한 건 아니다.
슬프게도 그 정도 여유는 없다.
그저 창고에 비축해 둔 술 약간과 고기를 약간 더 내오는 정도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지 다들 담소를 나눈다.
돌아온 기쁨이야말로 훌륭한 안줏거리라는 건가.
나도 일단은 한 잔 받긴 했다.
술이라…….
나도 술은 좋아해! 회식은 싫어하지만.
“어디…….”
관심이 생겨 살짝 맛을 보았다.
그러나 한 입 머금어 보고 내 기대감은 곧 무너졌다.
“윽…….”
맛없어! 더럽게 맛없잖아!
이건 내가 아는 그 맥주가 아니다.
거기에 물까지 탄 건지 맛도 더욱 미묘하다.
하긴 따지자면 이게 원조의 맛이겠지.
역시 현대 지구의 문명은 축복받은 문명이구만.
벌써부터 그 싸구려 국산 캔 맥주가 그리워질 줄은 몰랐다.
그렇게 잔을 노려보고 있자니 켈먼 씨가 잔을 들고 이쪽으로 왔다.
이거 이름이 보이니 편리하네.
익숙지 않은 얼굴도 금방금방 알아봐.
다만 너무 의존하면 오히려 사람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게 될까 걱정이 될 정도다.
“켈먼 씨?”
“……에일런, 몸 상태는 괜찮나? 계속 허공만 보고 있잖냐.”
아직도 신경 쓰고 있었나 보다.
하긴, 다른 사람이 보면 요 근래 내가 계속 멍하니 있는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별일 없어요. 그냥…… 음…… 처음이라서 그래요. 이것저것 여러 가지가요.”
“여러 가지? 음, 그런가. 뭐, 이런 일은 자주 있는 건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잊는 게 최고지. 암, 그렇고말고.”
그것도 틀리진 않지만 내 말은 좀 더 많은 뜻을 담고 있다.
아직도 이곳에서 살아가는 데 위화감이 느껴져서 적응이 안 된단 뜻인데.
하긴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겠지.
이곳은 내가 읽었던 소설 속 세계로 짐작되고, 나는 거기에 사는 사람으로 빙의했다.
지금 전 당신이 아는 그 에일런이 아닙니다.
외부에서 강제 덮어쓰기 패치를 한 뉴! 에일런입니다!
“자! 잘은 모르겠지만 마시고 기운 내라!”
그저 내 속을 모르는 켈먼 씨는 기운 내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건 그렇고 에일런, 올해부터는 어쩔 거냐.”
“……네?”
“당분간은 이번 일 같은 것도 없을 거다. 그러니 너도 슬슬 생각해야지?”
“그러니까 뭘 생각하라는 건데요?”
지금 생각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터지는 중이라 짐작이 안 가는뎁쇼?
혹시 취했나?
자고로 취객과 바퀴벌레는 헛소리를 하면 때리란 말이 있다.
누가 그랬냐고? 내가.
“뻔하잖냐.”
오히려 켈먼 씨는 나를 눈치 없는 놈처럼 여기듯 기가 막힌다는 한숨을 쉬며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너도 적당한 아가씨랑 같이 살림 차려야 하지 않겠냐는 거다. 알겠냐?”
“그게 그 뜻이었어요?”
난 또 뭔 소린가 했네.
이 아저씨가 뭔 소리를 하는 거냐면, 즉 이거다.
‘어이!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이거 말이다.
소설 속 세계에도 이 지긋지긋한 오지랖이 존재했어?! 끔찍하다!
하지만 괜한 참견은 아니다.
이곳의 결혼 적정 연령대는 현대 지구보다 기준이 상당히 낮다.
16세 정도면 살림 차리는 게 보통이다.
아니, 쥐뿔도 없는데 무슨 결혼인가요!
같은 농담은 실은 통하지도 않는 게, 바로 ‘에일런’에게 그 쥐뿔이 있기 때문이다.
요 녀석에게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밭이 있다.
평범한 영지민에게 있어 밭이란, 그것이 있는 것만으로도 입장이 달라진다.
땅이 있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해선 굶지는 않는다.
혼자 농사를 하기 어려우면 마을 사람들을 소작농처럼 일을 거들게 해서 같이 먹고살 수도 있다.
‘생각해 보니 이 녀석, 흙수저가 아니었어?!’
어떤 의미로는 흙수저긴 하군.
즉, 밭이 있는 흙수저다.
‘아하…… 그런 의도구만.’
나는 켈먼 씨의 의도를 이해하고는 눈웃음 지었다.
이 자식, 참 약삭빠르시네요?
“으흠. 뭐, 그런 뜻이다.”
켈먼 씨는 내 눈을 보고 뭔가 무안한 듯 술만 들이켰지만.
제가 그 속내를 모를 줄 아나요.
까놓고 말해서 나는 마을 내의 청년 중에서는 적어도 탐이 날 만한 신랑감이다.
마침 딱 맞춰서 그는 내게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어쨌든 슬슬 생각해야지? 음, 딱히 마음 있는 아가씨가 없다면 내 동생은 어떠냐?”
“켈먼 씨 동생 분이요?”
이건 뭘까.
사회에서 흔히 있는 ‘내 여동생 소개시켜 줄게’라는 건가?
그 전에 이 아저씨의 여동생?
나는 가만히 ‘에일런’의 기억을 뒤져 보았다.
음…… 평범하네.
평범한 마을의 시골 누나라는 느낌이야.
거기에 ‘에일런’보다 한 살 연상인가.
‘연상…… 나쁘진 않은데.’
아니, 나는 왜 또 진지하게 갈등하는 거냐.
지금 결혼이 문제가 아니잖나.
“어떠냐? 생각 있다면 바로…….”
“음…… 조금 생각은 해 볼게요.”
일단은 얼버무렸다.
어차피 술김에 나온 이야기니 내일이 되면 내가 먼저 말 꺼내지 않는 이상 그도 잊겠지.
무엇보다 결혼이라니, 가당찮다.
지금의 내게 있어선 그건 고려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당신 여동생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오해 마시길, 켈먼 씨.
나는 그의 권유를 흘려듣듯 맛없는 술만 들이켰다.
역시 그 싸구려 캔 맥주가 그립다.
* * *
새벽이 될 무렵 마을 사람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의 생계가 있으니까 당연하다.
나 역시 집으로 향했다.
집의 위치는 기억이 또렷하게 남아 있기에 새삼 헤맬 일은 없다.
곧 작은 밭이 보이고 그 끝에 낡지만 친숙해 보이는 집이 보였다.
저곳이 바로 ‘에일런’이 태어나고 자란 집이다.
도착하자 신기한 기분이 가슴 안쪽에서 움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운 건가?’
그렇다면 그리워하는 건 에일런의 기억인가.
‘너무 몰입하지 않는 편이 좋겠어.’
관심거리를 다른 곳에 돌렸다.
오랜만에 돌아왔으면 바로 집의 상태부터 살펴야지.
이건 상식이다.
그리고 경악했다.
“뭐야, 문에 자물쇠도 없어? 우와! 이거 잠기는 게 아니네? 불안해서 어떻게 살아?!”
이곳의 끝내주는 보안 의식에 전율하는 나.
문이 그냥 대충 밀면 열린다.
이거 도둑 안 무섭냐?
뭔가 제대로 된 정통 시골 같은 느낌이네.
“그나저나…… 이거 돌아오자마자 골치네. 집 꼴이 영 말이 아니군.”
집 안 내부의 상태를 보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본래 집이란 사람이 살지 않으면 망가진다.
먼지가 쌓인 정도면 애교, 일부 썩거나 곰팡이 같은 게 피기도 했다.
잘 보니 지붕도 살짝 구멍이 뚫렸다.
어둠 속에서 파악한 게 벌써 이 정도다.
이거 내일부터 손보려면 골치 아프겠는데?
다른 건 둘째 치고 지붕에 구멍 난 건 어떻게 해야 해?
“청소랑 보수…… 응, 그건 나중에 하자. 귀찮아.”
나는 당장 쓸 침구만을 적당히 먼지를 털고는 그대로 짚더미로 만든 침대 위에 깔았다.
하지만 드러눕자마자 나는 윽! 하고 비명을 지를 뻔했다.
삐져나온 지푸라기에 찔렸다.
“읏! 따갓?! 이게 침대야, 마구간이야?”
윽! 등이 푸석푸석해!
따듯함, 크기, 다 기대 이하지만 무엇보다 이 침대에 부족한 건 푹신함이다.
……역시 침대는 과학이었구나.
벌써 지구가 그리워지네.
설마 내가 쓰던 싸구려 침대가 절실하게 그립게 느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장 잠이나 제대로 잠들 수 있을지부터 불안한데?”
그래도 피곤이 수면제라고, 의외로 눈을 감으니 평범하게 잠이 들 수 있었다.
어쩌면 의외로 그 맛없는 술이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생각해 보면 오늘이 내가 이곳에 온 뒤 처음으로 두 발 뻗고 깊게 잠든 날일지도 모른다.
그 전까진 텐트나 혹은 길가에서 쭈그려 자야 했으니까.
‘……그래…… 일단 나머지 생각은…… 내일…… 흠냐, 내일 해야.’
그대로 나는 곯아떨어졌다.
* * *
조금 날이 밝아졌다는 느낌이 들자마자 바로 눈이 떠졌다.
그 빌어먹을 습관 때문이군.
늦잠도 잘 수 없다니, 괜히 슬프네.
거기에 머리도 지끈 아프고 목이 탄다.
숙취구나.
설마 이 몸뚱이는 술도 약한가?
“무, 물…….”
나는 미리 떠다 둔 미지근한 물을 들이켰다.
물도 맛없어!
그 후 어제 먹고 남은 빵과 고기를 일부 가져온 것으로 아침 식사를 때웠다.
일단 물과 함께 어떻게든 씹어 넘겨 배를 채우고는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제 진짜 어쩐다?”
이래저래 말하고 싶은 건 많은데 아무래도 목이 아프고 내 혀가 피곤하니 나오지 않는다.
‘집에 돌아갈 방법은 없나?’
집은 집이나 여기 말고 지구!
처음에는 이건 꿈이고 눈 뜨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 상상하기도 했는데.
이미 내가 에일런이 된 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현실 도피는 그만해야지.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집에 돌아가 있는 상황은 없다는 거군.’
다만 의외였던 점은 있었다.
집에 당장 돌아갈 수단이 없다.
그 사실을 생각하는데도 그다지 절망감이랄까, 허탈감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아.
분명 아쉬운 감정은 있다.
차가운 맥주라든가, 침대라든가, 인터넷이라든가…… 여러 가지가 아른거린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없어서 허전한 거지, 그리움과는 다르다.
향수병이라고 할 만한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답은 의외로 금방 나왔다.
‘……그렇구나. 나, 의외로 그곳에 미련이 없었구나.’
깨닫고 보니 박수가 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