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03)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03화(303/344)
제 303화
336화 세계수의 부활 (5)
응? 척하면 척이지.
나는 허리춤에서 킬무리스를 빼어 들고는 장난스레 미소 지으며.
“일단은 저놈 때려눕히고 봅시다.”
지극히 스마트한 계획을 말했다.
일단 불러냈으니 패고 본다.
당연히 놈도 우리들의 의중은 알아챘으리라.
[성가셔어어어어어어어어!]놈이 포효하며 가다듬은 마기를 목소리에 실어 내보낸다.
곧 목소리가 놈의 목덜미에 양옆으로 이어진 나팔처럼 생긴 관에 전달된다.
그렇게 공기가 부웅 떨리는 듯한 감각이 울리며 소리가 더욱 확산된다.
놈의 주 무기는 소리인가?
그 이상 궁리할 필요 없이 나는 오러를 최대한 끌어 올려 몸에 둘렀다.
엘레스 역시 마찬가지다.
딱히 눈치를 준 것도 없는데도 능숙하게 대비한다.
곧 한순간 귓가가 찌르르, 울리는 것 같은 이명이 발생한다.
‘칫…….’
그리고 혀를 차기가 무섭게 심상치 않은 충격이 내 전신을 강타하여 떠밀었다.
콰앙!
나와 엘레스를 중심으로 주변의 사물이 한순간 폭발하듯 깨어져 나간다.
충격도 충격이나 귀가 아프다.
“……다루는 건 소리인가.”
[하하하하하하핫! 그렇다아아아아아아아아! 소리야아아아아아아! 소리!]놈이 시원스레 다시 소리를 질렀다.
다시 한 번 같은 충격이 덮친다.
거기에 방금 전보다 위력이 올랐다.
[꽤 단단한 인간이야……. 보통은 이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내장이 녹아 버리고 뼈가 부러져 유쾌한 꼬락서니를 할 텐데.]아마 음파에 마기를 실어서 소리와 함께 침투시켜 공명하는 방식일까.
내가 알고 있는 수단 중에도 비슷한 계통의 능력을 쓰는 경우가 있어서 어느 정도 짐작은 갔다.
꽤 번거로운 수단을 쓰는군.
“다시 한 번 묻지. 이대로 순순히 협상 테이블에 앉을 마음은 없어?”
[단언하지! 없다아아아아아아!]놈이 고함을 지른다.
소리가 쩌렁 울리며 보이지 않는 칼날이 쉴 새 없이 전신을 때리는 충격이 울린다.
아직은 내 피부를 뚫을 정도의 위력은 되지 못하나 아슬아슬하다.
나는 방어에 전념한 채 혀를 차고는.
바로 검기를 휘둘렀다.
자고로 말을 안 듣는 마족은 패서 길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 격언에 따르자.
“우선 좀 맞자?”
검을 내리치기가 무섭게 응축된 대량의 검기가 퍼부어지며 녀석을 집어삼킬 기세로 날아든다.
[칫! 지긋지긋한 오러어어어어어어어냐아아아아아!]바로 목소리를 터트려 내가 퍼부은 기술에 대항한다.
날아든 검기가 보이지 않는 음파의 칼날에 부딪혀 폭발한다.
‘칫. 전체적인 힘은 비슷한가…….’
밀리는 건 아니지만 밀어붙이기에도 다소 부족하다.
‘상관없어…… 이 공격은 미끼…….’
놈이 큰 기술에 한눈을 팔게 하는 게 목적일 뿐이다.
그리고 놈의 주의가 내 쪽에 쏠렸을 때.
말없이 모습을 감췄던 엘레스가 그 마족의 뒤에 나타나 그대로 뽑은 검을 내질렀다.
일말의 군더더기 없는 기습.
타이밍도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그녀가 내지른 검을 마족은 바로 뒤로 팔을 뻗어 움켜쥐었다.
[들린다아아아아아!]콰직!
날카로운 오러와 놈의 손바닥을 감싼 마기가 부딪히는 소음이 울리며 엘레스가 당혹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어떻게? 발소리는 지웠을 터이옵니다만.”
[소리가 그것뿐이라 생각했나아아아아아!]바로 근거리에서 음파의 공격을 퍼붓는다.
“으으으윽?!”
흡사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그녀가 전신을 경련하며 나가떨어졌다.
언데드인지라 평범한 인간보다야 입은 손상은 적겠지만 저래서는 쉽게 몸을 가누지 못하겠지.
[옷이 스치는 소리! 세포가 활동하는 소리까지! 나는 모든 소리를 관측하고 지배할 수 있어.]허세는 아닐 것이다.
저 정도의 마족이라면 충분히 있을 법한 능력.
강한 건 바람직하나 역시 번거롭네.
‘간단히 제압은 어렵나…….’
가능하면 조금 전 기습이 먹혀서 뻗어 버렸다면 서로 편하고 좋았을 텐데.
“……어려운 걸 선택하게 하는군.”
[단념했나! 인간아아아아아아아아안!]마족이 광소하며 상승한다.
아마 더 큰 공격을 퍼붓기 위해서겠지.
“에일런…… 저 마족은…….”
“알고 있습니다.”
나는 가볍게 발을 구르고는 상승하는 놈을 주시했다.
놈의 딴에는 어떻게 보이는 걸까.
자랑하는 재주가 통하지 않아 절망하는 인간?
그래, 그렇다.
놈이 괴성을 지르자 한순간 상공에 마치 아지랑이라도 낀 것처럼 일대의 풍경이 일그러져 보였다.
음파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힘을 극대화시켜서 폭격이라도 퍼부을 셈이겠지.
“흥…… 그래. 거기가 딱 좋은 위치야.”
[갈기갈기 찢어져라! 인가아아아아안! ……어?]놈이 그제야 뭔가 이상한 듯 눈치챈 모양이나 이미 늦었다.
“와라. 프롤트!”
내가 가볍게 손짓하자 놈의 머리 위에 거대한 얼음의 정령이 낙하한다.
잔재주는 필요 없다.
정령력으로 이루어진 존재인 정령은 실체화된 물질만으로도 마족과 정반대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 뜻은.
“일단 밟혀 봐.”
낙하하는 질량 덩어리에게 그대로 녀석은 머리째로 깔린 채로 지면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쿠에에에에에에에엑?!]비명이 울린다.
예상 밖의 충격에 힘이 폭주하는지 놈이 비명을 지르자 바닥이 마구잡이로 할퀸 듯 뜯겨 나간 상처가 생긴다.
“한 번 더 밟아.”
그대로 몇 번이나 쿵! 묵직한 소리가 울리며 비명이 연거푸 터졌다.
“자, 다시 말해 봐? 인간이…… 뭐? 어디 계속 말해 보시지, 쨔사!”
처음부터 마족을 소환하면 날뛸 거라고 충분히 가늠했다.
그런데 내가 어째서 이기지 못할 녀석을 불러냈을 거라 여겼을까?
다른 누구도 아닌 겁이 많은 내가 그런 무모한 소환을 할 리가 없잖아?
“유감스럽게도 너 정도면 어떻게든 되거든.”
“미끼가 된 제 꼴만 볼썽사납게 되었을 뿐이옵니다…….”
너덜너덜해진 엘레스가 한숨을 쉬며 불만을 입에 담았다.
그녀에게는 녀석을 방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기습을 시키고 당하도록 부탁했지.
……그야 내가 맞긴 싫으니까.
“덕분에 깔끔하게 두들겨 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할 말이 많은 눈이지만 일부러 눈치채지 못한 척.
나는 프롤트의 소환을 해제하고 이번에는 다른 정령들의 공격을 이끌어 내었다.
“서비스 잔뜩 해주마.”
화염이, 번개가, 그림자가, 그리고 물의 칼날이 놈을 포위하듯 펼쳐진다.
[이, 인간? 그건 위험하다. 나. 죽는다.]“마족이면 단단한 거 아니까 엄살떨지 마.”
그대로 놈이 조용해질 때까지 나는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얌전해지지 않는다면? 얌전해질 때까지 두들기면 된다.
원작 가라사대, 주인공님께서 말한 마족을 길들이는 방법이다.
그러다 죽으면?
‘까짓것, 다른 놈으로 다시 소환하면 돼.’
죽지 않는 마족이야말로 쓸모 있는 마족!
참으로 소환이란 멋진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실은 나는 마족을 별로 싫어하지 않는다.
약육강식을 철저하게 따르는 존재.
이런 놈들이니만큼 다루기 쉬운 놈도 없으니까.
“모처럼의 기회야. 철저하게 너와 나의 상하 관계를 제대로 주입시켜 주마.”
자고로 성실한 계약을 위해서는 그전에 상대방의 주제를 알게 하는 게 기본이랍니다.
그러니 일단은 패고 본다.
그렇게 교육을 위한 폭격을 한동안 퍼부은 뒤.
“선택지를 주마, 얼간아. 이대로 돌아갈래? 아니면 명예롭게 나랑 계약할래?”
[…….]한 차례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마족이 원망스럽다는 듯 나를 노려본다.
저렇게 보여도 이미 손상을 입은 부위는 빠른 속도로 재생되고 있다.
참 터무니없는 생물이야.
“수긍하지 못하겠다면 돌아가도 좋아. 강제로 얽매이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 애초에 그런 소환도 아니고.”
마족은 발에 채일 만큼 많다.
이놈이 아니라면 다른 녀석을 불러내서 두들겨 패도 상관없다.
내가 하는 말이 허세가 아님을 알아챈 걸까.
녀석은 결국 수긍하듯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치 굴복했다는 것처럼.
[좋아. 계약할래.]“할래? 야, 말이 짧다?”
[계약을…… 부탁한다.]“뭐…… 그 정도면 되었어.”
어디까지나 대등한 계약을 할 셈이니 너무 예의를 차리게 할 필요까진 없나.
“이걸로 너와 나는 대등하다.”
“……대체 저 인간이 주장하는 대등의 의미가 무엇이옵니까?”
거기 머리 아프다는 표정 짓는 언데드는 닥치고 계세요.
이 세상에 진정한 평등 따윈 없다는 걸 알면서 뭔 소릴 하는 거람.
녀석이 진심으로 굴복했는지, 아니면 가식적으로 숙이는 척했는지는 굳이 물을 필요 없다.
어차피 계약은 놈이 제대로 동의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허튼 생각을 품으면 바로 결과로 드러나기 마련.
“그럼 계약을.”
[……알겠어.]내가 손을 내밀자 녀석도 자신의 머리를 내민다.
손을 올리고 집중하자 녀석도 마찬가지로 모든 마기의 장벽을 해제한다.
“네 이름은?”
“좋아. 멜제네리아. 나는 에일런이다. 기억해 두도록.”
순순해서 좋네.
역시 야만적이긴 해도 힘으로 길들이는 게 가장 약발이 잘 먹힌단 말이야.
<고유 능력 : 마족 계약. 마족 빙의 계약>
제대로 계약은 이루어졌나?
마족과의 계약은 정령술을 발휘하는 것과는 다소 다르다.
정령술의 중점은 그 정령이 가진 에너지를 내 힘으로 얼마나 강하게 이끌어 내냐는 점에 달렸다.
그리고 마족과의 계약은…….
“흠…….”
시험 삼아서 적당히 근처에 있는 파편을 향해 손을 펼치고 힘을 행사해 보았다.
두우우우우우웅!
팔 안쪽으로부터 무언가가 간질이듯 떨리는 듯한 감각이 울렸다.
그리고 그 울림은 보이지 않는 형태로…… 소리의 폭탄으로 치환되어 내게서 뻗어 나가 공기를 타고 목표물을 향해 뻗어 나간다.
소리를 다루는 마족의 힘.
파앙!
목표물로 겨눈 파편들이 마치 산탄총이라도 맞은 것처럼 가볍게 박살이 났다.
“흐음. 꽤 쓸 만한데?”
[당연한…… 소릴…… 누구의 힘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인간. ……귀찮긴 하지만. 강해, 난.]“흠. 쓸 만한 걸 다행으로 생각해, 확. 조금만 이상했어도 바로 계약 파기해 버렸을 테니까.”
[…….]억울하단 눈을 해도 소용없단다, 마족. 이것이 인간이란다.
마족 소환의 특징은 마족만으로도 싸우게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녀석의 마기를 내게 끌어들일 수도 있다.
거기에 소소한 보너스도 추가로 발생하지.
<고유 능력 : 마기 동화력. 마족 감응성. 삿된 기운을 품는 자>
이렇게 이 계약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특성을 추가로 손에 넣게 된다.
<에일런 – 조연 C>
<능력 습득 일람(별도 항목 개방)>
<체력 : 590>
<민첩 : 402>
<의지 : 230>
<마력 : 2,312>
<정령력 : 2,502>
<마기 친화력 : 1,400>
<비고 : ‘지속 마력 회복’의 효과 발현 중>
<비고 2 : 정신 저항 완전 내성 효과 발현>
<비고 3 : ‘마법 단축 영창술’의 효과 적용 중>
<비고 4 : ‘영물 가호’의 능력 상승 효과 적용 중>
<비고 5 : ‘마족 계약’의 효과 적용 중>
참 얻는 게 많지.
‘마기 친화력이라.’
아마 이제부터 나는 마기나 흑마력을 쬐어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에 따라서인지 정령력은 소폭 감소했다.
마기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그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뭐, 이 정도는 상관없다.
어쨌든 힘은 좋은 거다.
엘레스도 짝짝짝, 메마른 느낌의 박수를 치며 축하해 주었다.
“축하드리옵니다. 이제 이 일이 교회에 알려지는 순간 바로 이단으로 제1급 토벌 대상이 될 것이옵니다.”
짝짝짝.
계속 박수를 치며 축하한다. 놀리는 게 틀림없다.
뭐, 1급 토벌 대상 운운은 진짜지만…….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남들 앞에서 마족 소환 휙휙 쓰고 다닐 것도 아니고…….”
“아니고?”
“현시점에서 교회? 흥, 그들보다 제가 더 강하니까요.”
“……아, 그렇사옵니까.”
교회 한 트럭 와도 안 무서워!
이제 휴일마다 내 저택 문을 두드리는 전도사들도 두렵지 않아.
덧붙이자면 이곳의 전도사들은 한 손에는 성경 다른 한 손에는 메이스를 들고 다니거든. 거기에 근육도 엄청나고.
정말 무섭다.
“참으로 어련하시겠사옵니까.”
이젠 내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한 듯 엘레스는 이런 농담도 적당히 받아들인다.
이제야 호흡 좀 맞출 만하겠군.
“그런데 급히 얻은 힘. 제대로 쓸 수는 있는 것이옵니까?”
“뭐…… 딱 시험해 보기도 좋은 상황이 온 것 같습니다만.”
마침이라고 해야 하나.
구구구구구궁!
발밑이 흔들리는 진동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우리들의 주변에 세계수의 뿌리가 치솟아 오르며 단번에 우리를 포위했다.
은신의 효과가 한계에 달한 것이다.
거기에 시험해 본다고 대놓고 마기를 펑펑 끌어들였으니 걸리겠지.
“이젠 상관없습니다만.”
들켜도 상관이 없다.
“상성빨이란 게 얼마나 위대한지 지금부터 보여 드리죠.”
상성의 불리함은 힘으로 뭉개면 된다는 진리가 내 방침이나.
때로는 그 순리에 따르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