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09)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09화(309/344)
제 309화
343화 진정 검을 겨눠야 할 곳 (6)
“역시 저것은…….”
한편 에르닐은 멍하니 여전히 일어날 생각을 못 한 채로 그 괴물을 응시하고 있을 뿐.
“망연자실해하는 것도 이해하는데. 슬슬 진심으로 튀어야 할 거 같거든?”
내가 타박하듯 말하며 에르닐에게 도주할 방법을 궁리하자고 권하려던 참이다.
어쩌면 그녀라면 뭔가 알지도 모르니까.
“에일런…… 저게 뭔지 알고는 있는 거냐. 저건 도망친다고 되는 게 아냐!”
마치 그녀는 저것의 정체를 가늠하듯.
“저것은 어디에 있든 찾아올 것이다.”
요컨대 도망쳐도 쫓아온다는 뜻인가.
“혹시 네가 말하던 바꿔야 한다는 게…… 저걸 말하는 거야?”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야. 본래는 저것이 오기 전에 세계수를 키울 생각이었어. 그리고 그걸로 녀석이 만족할 결과를 치환할 셈이었는데.”
“치환이라…….”
요전에 에필레오트가 했던 말인가?
기존에 일어나야 할 피해와 동등한, 혹은 그 이상의 피해를 일으켜 피를 흘리게 한다는 것이었던가?
역시 마음에 안 든다.
“그딴 방안 찬성 못 하고. 딱히 저 괴물 설치게 둘 마음도 없어.”
“에일런?”
그녀가 믿기지 않는 듯 내 쪽을 본다.
“……그럼 좀 더 힘내 볼까.”
바로 나는 상공으로 전이, 내 쪽에 여전한 적의를 보이는 그 괴물을 향해 마구잡이로 검기를 날렸다.
파파파파파파팟!
쏟아지는 검기를 녀석은 팔을 휘둘러 쳐내며 나를 쫓아온다.
“대체 언제 봤다고 그렇게 원한이 깊나……. 아니, 불만 있으면 말을 하라고!”
가능한 쓸 수 있는 것은 전부 동원한다.
어떻게든 놈의 약점이든 뭐든 찾아서 결판을 내자.
그러나 머리를 굴리는 건 아마 나만은 아니었던 듯싶다.
<상위 존재가 판단을 내립니다.>
<목표를 변경합니다.>
……뭐?
놈은 아무래도 순수하게 나를 제거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걸까?
포기해 준다면야 고맙다.
굳이 억척스럽게 이 자리에서 결판을 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솔직히 승산이 아슬아슬하게 머리카락 위에 닿을락 말락 한 느낌이기도 하고.
그러나 그렇게 형편 좋게 일이 풀려 갈 리가 없다.
놈은 다시 막 정신을 차린 셀베스터를 주시했다.
<해당 인물 셀베스터가 더 이상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립니다.>
……어?
의외라면 의외다.
놈은 나를 적대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그 화살이 다른 인물에게 향할 거라 여기지 못했다.
하물며…… 저 녀석을 상대로?
<셀베스터에게 묻습니다.>
<자신들이 세운 예정을 어서 다시 재개할 의사를 촉구합니다.>
그러나 셀베스터 본인이 그들이 세운 예정인지 뭔지를…… 아니, 그걸 떠나 그들의 소통 방식 자체를 이해할 리가 없다.
그는 미간을 찡그리며 휘청거렸다.
“끄윽…… 뭐야?”
강렬한 무언가가 머리를 때린 것처럼 적을 앞에 두고 있다는 것도 망각한 채 무방비할 정도로 동요한다.
대체 무엇이 일어나는 거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헛소리 집어치워!”
셀베스터는 어째서인지 격분했다.
나와 달리 그에게는 아마 다른 방식으로 저 괴물의 의사가 전해지는 게 아닐까.
셀베스터가 분노를 숨기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날아든 날카로운 오러가 놈의 몸통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나듯 흩어진다.
“허억…… 헉…… 뭐 하는 놈이야…… 그딴 거나 보여 주고!”
대체 그는 무엇을 본 것일까?
그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동요하는 것은 나도 처음 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행동을 지켜보며.
그 괴물의 전신에 달린 눈알의…… 동공의 색이 변했다.
<상위 존재가 셀베스터 개인의 영향력 간섭에 실패합니다.>
<방침을 변경합니다.>
<해당 존재는 인물 셀베스터가 지금의 상태로는 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
<대폭적 수정에 들어갑니다.>
그 괴물이 손을 들어 올린다.
그 괴물의 손에 의해 작은 점이 하나 허공에 생긴다.
그 점은 점차 부풀어 오르며 검은 공 정도에서 점점 더 크게 비대해지더니 거대한 무언가가 된다.
흡사 블랙홀.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저 괴물의 의도대로 흘러가게 둬서는 안 된다.
“피해!”
“……알고 있어.”
당연히 셀베스터 역시 위기감을 느꼈는지 바로 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윽?!”
그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처음에는 녀석이 겁먹은 건가 싶었다.
그러나 곧 눈치챘다.
움직일 수 없다.
셀베스터의 발아래에…… 바닥에 검은 물결 같은 것이 잠식하고 있다.
조금 전 녀석이 던진 것이다.
“아차?!”
그 물결은 그의 발목까지 단단히 잠긴 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저런 용도였나!”
놈의 행동에만 주시한 바람에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어쩐지 저 괴물의 눈동자가 히죽거리는 것 같았다.
“같잖은 꼼수나 부리다니!”
내가 발끈하며 오러를 전개했다.
푸른빛이 전신에 감돌며 단번에 신체 능력이 극한으로 향상된다.
그러나…….
나는 망연자실하게 눈을 떴다.
셀베스터 역시 마찬가지.
나보다 먼저 뛰어든 녀석이 있었다.
“셀베스터!”
셀베스터보다 약간 작은 신장의 소녀가 뛰어들었다.
에르닐 알프렌스.
그녀가 셀베스터를 힘껏 밀쳐 내었다.
스스로는 빠져나올 수 없지만, 타인이 간섭하면 예외인 걸까.
너무나도 허무하게 셀베스터의 몸이 옆으로 굴렀다.
그리고…….
“…….”
마치 대신하듯 에르닐의 몸이 그대로 그 괴물이 발한 어둠 속으로 잠겼다.
<해당 존재가 다소 놀라움을 표출합니다.>
<본래는 있을 리가 없는 행동이라고 경악합니다.>
<하지만 이 결과도 상관없다고 중얼거립니다.>
그리고 눈앞에 담담히 놈의 상태를 설명하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출력되고 있었다.
<해당 존재는 부질없는 행동이라고 비웃습니다.>
“뭐 잘났다고 처웃어!”
나 자신도 의외라고 싶을 정도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이런 식으로 화를 내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기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짜증이 나서 돌아 버릴 것 같다.
저 괴물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존재가 되었건 누군가의 행동을 조소할 자격은 없다.
그건 설사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내 검은 놈에게 닿기 전에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놈이 마찬가지로 어둠 속에 잠긴 것이다.
“큭!”
동시에 메시지도 계속해서 출력되고 있다.
<해당 존재가 목적을 변화하였습니다.>
<셀베스터의 개입에서 에르닐 알프렌스의 개입을 우선.>
<에르닐 알프렌스의 해당 영향력의 완전 개입으로 예정을 재수행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허튼짓을!”
그렇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
기껏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더니 저딴 괴물의 개입 하나로 망치게 둘까 보냐.
에필레오트, 그 망할 최종 보스는 그리 말했다.
악의를 원하는 존재가 있다.
세상에 피가 흘러야만 존속을 허락하는 괴물들이 있다고.
그게 저놈인가?
“헛소리 집어치워!”
그게 마음에 안 든다.
피를 흘려?
내가 살아가고 싶은 세상은 그딴 거지 같은 세상이 아니다.
누군가를 내세우고 조롱하고 파멸시키고, 그렇게 해서 존속되는 세상은 지긋지긋한 현실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에일런! 어쩔 셈이야!”
셀베스터가 내 행동에서 무언가 읽었는지 다급히 묻는다.
“아직 이 거지 같은 구멍은 남아 있어. 아마 놈은 아직 이 아래에 있을 거야.”
고민할 시간은 없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저 괴물은 무시하고 에르닐 알프렌스만 주의해서 대응하면 나중에라도 무사히 넘길 거야.’
하지만 그게 싫다.
늘 그렇듯 내 취향이 아니다.
“적어도 추구하는 건 내 멋대로 해피엔딩이지…….”
“에일런?”
“……셀베스터, 근처 망 좀 봐. 그리고 크루세 씨가 깨어나면 사정 좀 설명해서 같이 뒤처리 좀 하고.”
더는 설명해 줄 여유가 없다.
아쉽지만 저 소년은 같이 갈 수 없을 것이다.
“어딜 기어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를 아득 물고 킬무리스를 거꾸로 쥐었다.
한껏 예리한 오러의 칼날을 발생시킨다.
“감히 사람 엿 먹이고 튈 수 있을 거라 생각 마!”
그대로 나는 아직 펼쳐져 있는 바닥의 검은 물결을 향해 검을 내리꽂았다.
파지지지지짓!
불꽃이 튀었지만 억지로 반동을 무시하며 그대로 힘껏 그었다.
그러자 그 바닥이 갈라지며 깊은 어둠이 펼쳐진다.
“오냐…… 기다려라. ……네놈의 예정이 뭔지는 몰라도 전부 망쳐 줄 테니.”
나는 사납게 웃어 보이며 한껏 허세를 부리듯 각오를 다잡은 뒤 그 구멍 안쪽으로 떨어졌다.
* * *
어둡다.
그리고 방향을 알 수가 없다.
‘……설마 다른 공간으로 이어져 있는 건가?’
아공간 비슷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성질이 제법 다른 모양이다.
적어도 공간과 관련된 내 능력이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긴 어디일까?
혹시나 해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는데.
<…….>
<……수신이 불가능한 영역에 도달하였습니다.>
<이곳은…….>
“아, 끊겼네.”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수신 불가?
그보다 이 특성에 통화권 이탈 같은 개념이라도 있었어?
‘……어쨌든 그 괴물과 관련이 있는 장소라는 건 틀림없겠지.’
문제는 놈을 어떻게 찾아낸다?
고민하며 일단은 마구잡이로 돌아다녀 보았다.
어디를 가도 끝없는 어둠만이 펼쳐져 있다.
‘괜히 돌아다녀서 더 길만 잃는 거 아닌가.’
다른 대책을 고민해 볼까, 싶던 그때 뭔가 묘한 게 보였다.
내 아래…… 발아래에 뭔가 희미한 빛이 보였다.
대체 무엇인가?
경계하며 시선을 아래로 집중하니 보인 것은 하나의 세상…….
“……팔젠트 공국?”
이전에 한 번 들른 적이 있던 팔젠트 공국의 풍경이다.
상공 수 킬로미터 위에서 관측한 듯한 풍경.
그리고 그 옆에는 다른 것도 보였다.
셀바스 왕국…… 그 외에도 다른 지역들도 보였다.
새하얀 눈밖에 없는 땅도 있고, 마그마가 바다처럼 흐르는 지옥 같은 세상도 있다.
“……백색 지옥에 마계까지? 설마 여기서 세계 전체를 관측할 수 있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하자 어쩐지 어지럽다.
단번에 너무 많은 풍경을 보았기 때문인가?
어쩌면 일개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스케일을 한참은 넘은 걸지도 모르지.
‘만약 이곳이 놈의 거점이라면…… 대체 그건…….’
에필레오트는 그리 말했지.
그 세계에 속한 인간은 대적할 수 없는 존재.
모든 것은 놈의 심기 하나에 달렸다고.
‘……아, 됐어. 일단은 찾아내고 보자.’
지금은 놈의 턱주가리를 날려 버리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어떻게 찾아야 할까.
가능한 아래쪽은 인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다시 진지하게 고민할 때.
어째서인지 내가 지난번 손에 넣은 아이템이 반응했다.
“이건?”
에필레오트 녀석이 나한테 반쯤 던지듯 넘겼던 그 펜던트.
바빠서 아직 이것의 효과도 확인을 못 했는데?
<…….>
“……어? 저쪽인 건가?”
마치 무언가가 말을 거는 느낌.
소리가 들린 것도 아니지만 머릿속으로 뭔가 들어오는 느낌이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방향을 안다.
분명 이곳은 낯선 곳이지만 마치 언젠가 와 본 것 같은 기시감이 갑자기 들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부담감도 줄어들었다.
그렇기에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알 수 있다.
그 괴물이 있다.
확신에 몸을 맡기며 나는 단번에 그곳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리고 놈을 찾아냈다.
아니나 다를까, 에르닐 알프렌스도 아직 있다.
보아하니 무언가를 한 것 같지는 않다.
“안됐지만 저 얼간이 엘프에 대해서는 어떤 리치랑 약속했거든!”
적어도 무사하게 살아가게 해 주겠다고!
나는 격정에 몸을 맡겨 그대로 놈을 향해 돌진했다.
놈의 눈동자가 내 쪽을 주시한다.
틀림없이 경악에 떨고 있다.
“‘어떻게 이곳에 왔냐’인가?”
분명 그런 느낌이다.
“알 게 뭐야!”
싫었으면 네 집 문단속은 철저히 했어야지!
희한하게도 지금은 위압감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 ‘바깥’에서 대면했을 때 같은 공포가 없다.
단순히 내가 겁을 상실해서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에 근거해서인가.
아무래도 좋다.
“결판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