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1)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1화(31/344)
제 31화
36화 목표는 던전 투어 (2)
당황할 일도 아니다.
처음 요 녀석을 불러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이런 날이 올 건 뻔했다.
“운디네, 마침 기회야. 너 한번 진화를 해 보지 않을래?”
-진화?
“그래, 진화.”
나는 싱긋 웃으며 운디네에게 진화를 권했다.
때가 온 것이다.
운디네, 그리고 다른 정령들도 보다 한 꺼풀 벗을 때가.
* * *
정령의 등급은 최하급부터 시작하여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으로 나뉜다.
위로 올라갈수록 그 힘은 막대하지.
최하급 정령인 운디네의 힘이 고작 사람 머리를 하나 감쌀 정도의 물을 다루는 데 그치지만.
최상급의 물의 정령은 대규모 해일 정도는 가볍게 일으킨다.
당연히 위로 올라갈수록 그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는 극소수다.
중급만 해도 아마 셀바스 왕국 기준으로 100명을 간신히 넘길 테고, 상급은 확실히 적다.
최상급이면 역사에 이름이 남는 정도라나.
사실 그 위에 또한 정령왕이 있지만 그것들은 계산에 넣으면 안 된다.
어쨌든 등급이 나뉘어 있고, 설정상 정령은 위의 등급으로 진화할 수 있다.
진화에 필요한 요소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바로 계약한 정령사에 의한 영향.
정령이 어째서 정령사와의 계약을 본능적으로 원하는가도 이것에 원인이 있다.
‘가장 빠른 진화의 길 중 하나가 바로 정령사를 통하는 거니까.’
정령사의 정령력, 그 근본이 되는 마나는 자연에 존재하는 것에 비교하면 양은 미약하지만 다소 복잡한 성질이 추가로 깃들어 있다.
바로 그 정령사의 정보.
인간을 거친 마나를 받아들이면서 정령은 진화하거나 한다.
당연히 위로 등급이 갈수록 필요한 힘은 강대하고 그 조건에 부합하는 정령사는 많지 않다.
원작 전체를 통틀어도 최상급 정령까지 순수하게 성장을 시켜서 끌어낼 수 있는 정령사는 몇 없으니까.
‘하지만 하급까지라면 어렵진 않아.’
처음부터 레벨이 낮다면 초기 레벨을 올리는 건 허들이 낮은 이치다.
90레벨이 100레벨이 되는 건 장대한 노가다를 요구하지만.
1레벨이 10레벨 되는 것에 노가다가 필요할 리가 없으니까.
그럼 망겜이지.
그러니 운디네를 하급으로 진화시키는 건 내게 불가능한 일이 아닌 셈.
-진화! 할래!
운디네는 두 팔을 들고 환영했다.
아직 지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최하급 정령도 본능적으로 그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최근 정령사들은 굳이 정령을 진화시킬 바에야 계약을 파기하고 새 정령을 부르자는 인식을 가진 놈들이 대부분이라 하니까.
참, 정령도 먹고살기 힘든 세상인 모양이다.
“자, 운디네. 그럼 거기 앉아 봐.”
나는 바닥에 깔아 놓은 천 위에 운디네를 앉혀 놓고는 손을 뻗어 집중하기 시작했다.
진화에 별개로 특성 의식이 필요하진 않다.
중요한 건 정령사의 정령력이 기존 정령의 그릇을 확실하게 넘는 것.
즉, 내 마나를 계속 보내 주면 된다.
간단하지만 실로 심오한 작업이지.
“으음…… 이쯤이면 되나.”
가능한 조심해서 마나의 양을 조절한다.
그것을 보내자 운디네가 움찔 파르르 어깨를 떨며 날개를 쭉 폈다.
-간지러!
“참아야 한단다. 그래야 어른이 되지.”
적당히 구슬리며 나는 계속 힘을 집중하였다.
그렇게 1분 정도 집중하자.
드디어 운디네의 기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운디네의 몸이 한 차례 물처럼 흐물거리더니 무너졌다.
진화하면서 다시 형상이 재구축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작은 모습으로는 성장한 존재를 표현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점차 물의 양이 증가한다.
마찬가지로 기운 또한 증대하고.
그리고 물은 형상을 갖춘다.
이것이 뉴 버전 운디네!
“오, 알기 쉬운 성장이네?”
이전의 운디네의 사이즈가 내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고 한다면.
성장한 운디네는 일단 몸집이 커졌다.
지금은 내 허리까지 오는 크기가 되었다. 대충 다섯 살짜리 아이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에이러! 나 커졌어!
두 팔을 활짝 올리며 자신의 성장을 어필하는 운디네.
이전보다 말투나 목소리에도 훨씬 인격이라는 게 느껴진다.
성장하며 지성 또한 조금씩 늘어난 것이지.
말 그대로 머리가 커지는구나.
그래 봐야 아직 어린아이 정도겠지만.
운디네는 자신의 진화가 어지간히 기쁜지 내 다리에 매달리고는 꺄르르 웃어 댄다.
-성장했어! 커졌어! 에이러!
“그래, 그래. 잘됐네. 부럽네.”
나도 키 좀 더 커지면 좋겠는데.
나는 운디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흐뭇하게 지켜봤다.
뭐, 요 녀석이 성장하면 나 역시 강해지는 셈이니 나도 기쁜 일이지.
하급이니 이제 어엿한 정령 티를 낼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데.
나는 쪼그려 앉아 운디네와 시선을 마주 보며 단호하게 정정했다.
“그런데 운디네? 에이러가 아니라, 에일런.”
하다못해 제 계약자 이름은 똑바로 불러야 하지 않겠니?
-에이러!
“에일런!”
-에이러!
뭐, 별로 상관없나 싶어서 그냥 마저 다시 쓰다듬기로 이행했다.
아직은 어린애나 다름없으니 의미 없는 짓이다.
어쨌든 운디네 육성 프로젝트는 딱히 차질은 없을 것 같고.
정령의 진화 역시 원작대로의 설정과 크게 다를 것 없다는 것도 확신했다.
‘그럼 남은 건…….’
다른 정령들도 서둘러 진화시키는 게 좋겠군.
다른 정령들도 차례로 하급으로 진화시키기로 하고 시도한 결과.
전원 차질 없이 성공하였다.
전부 하급이 되면서 소소하게 변했다.
스프라이트는 이전의 작은 고슴도치에서 내 정강이까지 올 정도의 크기로 진화했다.
거의 중형견 사이즈다.
샌드맨은 양털 뭉치 같은 애매한 생김새에서 강아지만 한 새끼 양의 형상.
위습은 기존의 빛 구슬 같은 형상은 바뀌지 않았으나 크기가 내 머리 정도로 늘어났다.
-커졌어! 너도?
-나도 진화. 했어.
-……나도, 나도.
그리고 보다 말이 많아졌다.
-응. 응. 다들 커졌어.
운디네가 팔짱을 낀 채 뭔가 기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뭘 하나 했더니 내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모양이다.
……진짜 꼬맹이들이 따로 없군.
어서 요것들을 빨리 중급 이상으로 키워야 할 텐데.
어휴, 너희를 키우느라 등골이 빠지겠구나.
그리고 정령의 진화뿐이 아니다.
조금 시간이 남아서 추가로 정령의 소환 또한 시도했다.
그동안 정신이 없어서 정령 소환 작업을 조금 게을리했다는 감도 있었으니까.
그 성과가 바로 지금 여기, 새로 불러낸 세 마리의 정령이다.
우선, 바람의 정령 실프.
최하급일 때의 운디네와 비슷하게 작은 요정 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날개가 없는 대신 몸 주변에 희미한 바람을 휘감고 있다.
그다음, 불의 정령 샐러맨더.
화염으로 구성된 도마뱀 같은 형상을 한 요 녀석이 하품을 하자 입에서 불씨가 튄다.
마지막으로, 대지의 정령 노움.
모래로 이루어진 난쟁이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움직일 때마다 모래가 바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셋 다 문제는 없는 모양이군.”
요 녀석들 셋 다 하급 정령이다.
내 역량이 최하급의 틀은 확실히 넘어섰다는 증거다.
이제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시점 내에서 정령들의 스펙을 끌어내는 작업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빠른 시일 내로 도시를 나가는 것뿐.
더 지체할 여유는 없다.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계산한 일정이나 맞아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나는 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은 아쉽나.’
뭐, 떠나야 하는 건 변함이 없다.
이미 가게도 팔아서 여비로 삼았기에 이 가게도 내가 떠나는 날부터 다른 자가 들어와 쓸 테니까.
가게도 제법 비싸게 팔렸지.
아무래도 내 덕인 건지 기존 시세보다 세 배는 비싸게 팔렸다.
아쉽지 않은 건 아니다. 애착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미련은 가지지 않는다.
‘뭘, 더 좋은 집을 사면 돼.’
처음부터 잠시 목돈을 벌기 위한 발판이었다.
장래에는 반드시 귀족도 부럽지 않은 저택을 얻으리라.
그런 비전을 품고 나는 출발을 위해 나섰다.
* * *
출발하는 것은 좋다.
그래, 아주 좋아.
이왕 떠나는 여행!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다!
문제는 데얄령까지 어떻게 가야 잘 갔다고 소문이 날까, 하는 점이다.
‘단독으로 갈 생각은 없어…….’
혼자 떠나는 여행길만큼 미친 짓도 없다.
짧은 거리라면 나 정도 힘이 있다면 혼자서 다녀도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장거리면 다르다.
하물며 여기서 데얄령까지는 말을 타고 달려도 아무리 빨라도 6일, 걸어서는 최소 20일가량이 걸리는 곳이라는 모양이다.
그런 장거리를 혼자서? 단단히 돌은 짓이지.
아마 셀바스 왕국만을 한정해도 그게 가능한 인물은 채 300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내 수준은 아직 그 정도에 들지 않고.
‘무엇보다 길도 잘 모르지.’
지도는 어느 정도 보는 감각은 익혀서 방향은 아나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이대로 나가면 장담컨대 나는 죽는다.
그렇기에 가능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여행 수단 중 하나를 택할 셈이다.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
하나는 일단 닥치는 대로 머릿수를 늘리는 거지.
호위를 고용할 여유가 없는 행상인들끼리 택하는 방법이다.
다만 본격적인 몬스터나 도적을 만나면 끝이다.
두 번째는 개인 호위를 구하는 법.
하지만 꽤 돈이 든다.
못 낼 것도 없지만 되도록 아끼고 싶다.
남은 돈은 목적지에 도착해서 그곳에서 머물고 먹고 준비할 자금으로 써야 하니까.
그러니 세 번째 방법을 쓴다.
그것을 위해 나는 지금 용병 길드에 도착했다.
이미 그 의뢰는 며칠 전부터 수주를 신청해 놨고 마침 오늘이 그 날짜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의뢰를 위해 출발 날짜를 오늘로 계획한 것이기도 하고.
이미 길드 건물 밖에는 적지 않은 용병들이 밀집되어 있다.
못해도 40명 정도.
전부 나와 같은 의뢰를 위해 모인 용병들이다.
나는 그들 가운데 섞여 가만히 기다렸다.
잠시 후 길드 건물 안에서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기다리게 했군.”
커다란 글레이브를 등에 짊어진 용병 사내.
그가 바로 이번 의뢰의 지휘를 맡은 사내, 칼먼트.
덧붙여 그는 A등급의 용병이다.
‘A등급이라…….’
일반적으로 용병의 질을 나누는 분기점은 B등급부터라고 하지.
착실한 경험만으로 쌓을 수 있는 등급은 B등급 정도가 한계다.
A등급 용병부터는 그 질이 다르다.
경험도 그리고 각자 실력도 평범한 용병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오러를 쓰는 자들도 이때부터 심심찮게 보이고.
이 도시에도 A등급 용병은 총 세 명 정도밖에 없다지.
그들은 길드에서 직접 의뢰를 부탁받기도 하는 모양이다.
가령 지금부터 우리가 수행할 의뢰도 그런 것이다.
우리와 다르게 저 사내는 길드에서 직접 부탁을 받아 의뢰를 수행하는 셈이다.
당연 보수도, 책임도 다르겠지.
“이미 설명은 들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만일을 위해 한 번 더 말해 주겠네.”
칼먼트 씨는 용병들 앞에서 수행할 의뢰에 관한 간략한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루팔 상회의 짐마차를 호위하는 의뢰를 맡게 된다.”
호위 임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짐마차를 안전하게 사수하는 의뢰다.
당연히 무엇에서 지키는가는 뻔하다.
몬스터. 도적. 혹은 그 외의 것들.
모든 상황에서 의뢰주인 상인들과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상품을 지킨다.
나 역시 그 의뢰에 참가했다.
‘상회 호위 의뢰만큼 병력이 확실한 의뢰도 없으니까.’
이 40명의 용병이 한 번에 몰려가는 것만큼 안전한 것도 없지.
하물며 우리를 고용하는 건 상인들이다.
내 지갑에선 한 푼도 빠져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도착하면 금화 세 개를 받는다.
물론, 거저먹는 것은 아니다.
호위 대상 눈치 봐야지, 잠도 제대로 못 자지.
그렇다 해도 안전에 비교할 수 없다.
지금의 내가 택할 선택지 중 가장 안전한 여행길이 될 수단이다.
나는 내심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의 설명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