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12)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12화(312/344)
제 312화
347화 진상(眞相)은 이곳에 (3)
“그곳이 어떤 세상인지……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건 모르고, 알 방법도 없고. 알아도 내가 무언가 할 수 있을 리도 없지.”
“……묘한 말인데.”
“알고 있는 건 하나. 지금 이 시대는 이미 파탄 났다는 것. 그리고 다음 시대가 어떻게 될지도 아직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일까.”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모르는 것 그것뿐이 아니다.
전부 모른다.
그런 내 표정이 빤히 읽히는지 넬케로스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 그것부터 설명을 해야 하나. ……멜라스. 잠시 비켜 줄 수 있을까?”
“상관없느니라. 네놈의 이야기는 본좌로서도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니…….”
검제 멜라스는 그 요청에 너무나 간단히 자리를 비켰다.
“그녀에게 들려주지 못할 이야기야?”
“그렇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금 들려주어도 혼란만을 일으키지.”
“혼란이라니…….”
“이미 이 시대의 파탄은 결정이 났어. 나도, 누구도 뒤집지 못해. 그러니 괜한 소릴 할 수 없잖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인가?
실제로도 녀석은 멜라스를 비롯해 정보를 공유한 다른 이들에게도 아직 희망이 남았다는 식으로 결정적인 사실은 숨겨 둔 모양이다.
“그런 것치고는 너는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던데?”
혼란이 온다, 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말을 하는 넬케로스는 실로 태연하다.
“그건 내가…… 어떤 존재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기 때문이야. 그들과 같은 인간은 아냐.”
그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내가 이해가 가지 않아 뚱한 표정을 짓자 그는 달리 비유할 말을 찾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르게 말할까? 아…… 이런 개념이 있군. 그러니까 에일런 네가 원래 살았던 세상의 비유로 말하면…….”
“비유?”
“NPC라고 할 수 있겠네.”
NPC.
그는 자신을 그렇게 비유했다.
“즉, 그건가? 넌 인간이 아니고 누군가가 네 뒤에 있다. 그리고 널 통해 나를 향해 간섭한다?”
“그렇게 이해해도 상관없어. 중요한 건 나에 대해서가 아니고 앞으로 네가 뭘 하냐를 알려 주고 싶은 것뿐. ……슬슬 알고 싶잖아? 네가 왜 지금의 네가 된 걸까? 그리고 왜 너를 부른 걸까?”
“…….”
“무엇보다 너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흠…….”
나는 섣불리 대답하지 않고 마른침만을 삼켰다.
알고 싶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의문은 있다.
가설도 세우고 여러 가지로 고민도 해 봤지만, 정확한 답은 나오지 않는 문제.
어째서 내가 이곳에 있는가?
애초에 이 세계는 뭐지?
뭐길래 내가 읽은 소설의 인물과 정보가 존재하는 세계가 있는 건가.
아니, 그보다 근본적 의문.
정말로 그건 소설 속 세계인가?
“음, 궁금한 모양이네. 다행이야. 적어도 너는 의도대로 불려 온 인물인 모양이니.”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에일런이 된 건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고의.
“먼저 이것만은 말할게. 널 불러온 건 어떤 존재에 의한 계략이야.”
그는 솔직하게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널 불러들여, 예정을 벗어나게 하여…… 어떤 자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을 뿐. ……세상은 예정대로 흘러가지 않고, 그들의 자주성에 맡겨야 옳게 발전한다고 말이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자주성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단어였다.
* * *
먼저 그는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말했다.
“툭 까놓고 말해서 널 부른 건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야.”
“…….”
“못 믿겠어?”
“응. 못 믿겠어.”
딱 잘라 말했다.
이제 와서 세상을 구하니, 마니 해도 말이죠?
귀찮을 뿐입니다?
“애초에 세상의 평화 따위를 취급할 마음은 없어. ……저희 가게에서 내놓는 상품 아니니 다른 데 알아보시죠.”
“아하하하하…… 그 반응. 확실히 제대로 불러들이긴 했나 보네.”
그러나 그는 어쩐지 이런 삐딱한 내 태도를 보고도 낭패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잘됐다는 듯이 말하는 게 아닌가.
의외다.
실은 그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하긴, 장난 칠 때는 아닌가.
서둘러 정보를 묻자.
그런 내 바람을 읽었는지 넬케로스는 바로 재차 말을 꺼냈다.
“에일런, 우선은 하나 묻지. 너는 문명의 발전에 관해 어떻게 생각해?”
“어? 아무 생각도 없는데?”
“진지하게 말해 줄래?”
“이래 보여도 진지하게 말하는 거다만.”
정말로 그딴 건 아무래도 좋다.
그런 심오한 걸 하나하나 생각할 만큼 내가 한가한 것도 아니다.
차라리 다음에는 뭘 팔아먹을까, 그걸 고민하겠지.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쓸데없는 걸 고민하는 존재가 있어.”
녀석은 그리 말했다.
“에일런, 넌 신의 존재는 믿나?”
“신? 종교는 사절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여기선 그럴 수 없겠지.”
현실이라면 ‘아, 신 안 믿어요!’라고 말하며 쫓아내겠지만 이곳은 다르다.
……하지만 이곳이라면 정말로 있을지도 모른다.
“신은 있어.”
“설마 신이 있다고 이제부터 매일 물 떠 놓고 기도하라는 건 아니지?”
그런 건 사절이다.
“뭐, 너희가 말하는 종교적 관점이 아닌…… 우주적 스케일의 존재라는 관점이라고 봐야겠지만.”
“애매한 비유군.”
“그들은 너희 인간을 내려다보지만…… 그렇게 숭고한 존재는 아니거든.”
“요컨대 결국 세상을 창조하는 존재가 있다고만 알면 되는 거 아닌가?”
“그 정도면 충분해.”
단순히 언급하는 건 아니리라.
솔직히 뻔했다.
“그럼 그들이 내 적인가?”
“적이라……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그래, 틀림없이 인간의 입장에서는 그들만큼이나 부조리한 존재는 없을 테니까.”
요컨대 창조주가 있다.
그리고 그놈들은 인류의 적이다, 라는 것이지.
“그들에게 적의는 없어. 오히려 그들은 인간을 아끼지. 절대 싫어하지 않아.”
“…….”
“하지만 그들은 인간을 사랑해도 인간을 이해하지 못해.”
“무슨 의미지?”
“그들은 인간이 더욱 발전하길 원해. 올바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대체 이 상황과 그들이 인간을 아끼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이 우주 너머에는 수많은 세계가 있어.”
내가 살았던 지구부터 시작하여 지금 이렇게 사람을 고생시키는 이곳까지.
그 외에도 세계는 있다는 건가.
“그리고 그 세계는 각각 발전의 척도가 달라.”
원시 사회를 수만 년간 유지하는 곳도 있는가 하면, 불과 수천 년 만에 초월적인 경지에 오른 문명도 있다.
요컨대 발전 속도의 차이.
인간이 발육 속도에 소소한 차가 있는 것처럼 문명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마다 다르다.
“그들은 어째서 자신들이 관리하는 세계가 다른 세계보다 발전이 느린 편일까, 생각했어.”
“……쓸데없는 고민이네. 키 크고 싶으면 영양제라도 주든가.”
하긴, 그래도 안 자랄 놈은 안 자라겠지.
그보다 초월적 존재라고 해 놓고는 꽤 사소한 고민이 아닌가.
“그들에게는 유일한 고민이지. 내려다보는 존재가 다른 세계보다 뒤처진다는 사실은 큰 굴욕이거든.”
그리고 그것이 모든 뒤틀림의 시작이다.
“그들은 다른 세계로부터 인류의 발전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을 모색하기 시작했어.”
요컨대 참고 모델을 뒤지는 것이다.
이미 한 번 눈부신 발전을 이룬 것들이 있다면 당연히 참고하지 않을 수 없겠지.
“그리고 결론을 내렸지.”
“어째 느낌이 좋지 않은데…….”
“그들은 인류의 발전에는 시련이 필요하다고 여겼어.”
온갖 비극.
전쟁을 비롯하여 재해나 전염병 등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수많은 요소.
“큰 굴곡이 발생할 때마다 인류는 크게 후퇴하거나, 혹은 뭔가 큰 발전을 할 계기를 얻는 것을 관측했지.”
“…….”
말이 나오지 않는다.
뭔가 마음속에서 짜증 같은 게 울컥울컥 피어오른다.
그다음 이어질 말이 뻔했기 때문이다.
“대량의 피가 흐를 정도의 큰 시련이 발생하면 인류는 보다 발전할 계기를 얻는다. 그들은 그렇게 인식했어.”
초월자의 관점에서 비극은 그저 인류사를 한 단계 위로 이끌 이벤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
“예를 들어 현대 지구 문명에서 유행하는 게임으로 치자. 전염병이 발생할 거야.”
그것도 수백만 명이 죽을 전염병.
“그러나 대처하기에 따라서는 약이 만들어지고, 그것에 투자된 기술로 인해 더욱 새로운 의학 체계가 열리게 되는 거지.”
“……돌겠군.”
“결과적으로 인류는 발전하는 거야.”
“미쳤어?”
그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내 주먹이 떨렸다.
말 그대로 그들은 인류를 가지고 육성 게임이라도 하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리라.
“그럼 그 약을 만드는 인물은?”
“알잖아? 그런 인물을.”
안다.
주인공.
“설마 배역이란 건.”
“정확히는 그 인류사에서 약을 얼마나 제공해줄 수 있냐는 비중이겠지.”
역할이 없다면 엑스트라. 티 끝만큼이라도 무언가를 하면 단역. 그리고 기타 등등.
마지막에는.
주인공.
“……그건 그렇다 치자. 그럼 멸망은? 왜 기르던 인류를 갑자기 지우는 거지?”
지금 이 과거의 시대 역시 결국엔 그들의 손에 의해 지워진다.
“음, 또 비유해 볼게. 네가 좋아하는 게임으로.”
“……그렇게 썩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여튼, 게임을 시작할 때 원하는 아이템이나 캐릭터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이대로는 육성에 남들보다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결론이 나면 인간은 무엇을 하던가.
내 입 안이 말라붙는다.
당연히 알고 있다.
나도 몇 번이나 비슷한 짓을 해 봤고.
“잠깐! 그럴 리가? ……고작 그거 때문에?”
“응. 지우는 거야.”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차라리 지우고 다시 키우는 게 더 빠르지 않아?
말하자면.
계정 리셋.
“어느 정도 키운 세계라면 아깝겠지만 초반이라면 그럴 것도 없겠지.”
“수만 년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들에게 그 정도는 인간으로 치면 고작 20분 정도 기다리는 감각이겠지.”
인간조차도 경우에 따라서는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하여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리셋을 돌리는 자도 있다.
그들도 다르지 않다.
녀석은 그리 말했다.
“성장 방향성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원하는 캐릭터나 아이템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그거 때문에 다 지워버린다고?”
“……안타깝지만 그게 전부야.”
악의도 없다.
게임을 하는 자가 캐릭터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계정을 지우고 생성하고를 반복하는 게 아닌 것처럼.
마음에 들지 않기에.
원하는 취향이 아니기에.
그저 다른 세계보다 빠른 성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에.
효율만을 추구한 것이다.
“그럼 지금의 문명이 지워지는 것도?”
“어느 정도를 기점으로 속도가 느려지고 이 이상 다음 진보를 이루기까지는 3천 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해.”
그러니 지운다.
“아마 너희의 시대 역시 마찬가지로 머지않아 지워질 거야.”
그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탐욕스러운 그들은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않으니까.”
인류의 발전은 그저 속도와 가능성만으로 잣대를 재고 있다.
“그들은 인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상식이 다르기에 만족할 리 없는 것을 강요하며 이런 짓을 반복하는 거야.”
“…….”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어 앉은 채로 잠시 미간을 꾹 눌렀다.
“미쳤어.”
정신이 나갔다.
이유는 알았다.
그럼 다른 질문을 해 보자.
“……그럼 왜 나는 ‘에일런’이 된 거야?”
내가 ‘에일런’이 되어 그 빌어먹을 세계에 떨어진 이유.
“대충 요구하고 싶은 건 알아. 아마 뉘앙스를 봐서는 나더러 그 빌어먹을 세상을 구해 달라는 거겠지.”
방법은 전혀 짐작도 가지 않지만.
“대체 왜?”
“모두가 그런 사상에 동참하는 건 아냐. 그들에게 휘둘리는 인간에 동정하고 어떻게든 막아 주고 싶은 자도 있어.”
“그게 널 창조한 자인가?”
순간 그때 그 어둠 속에서 본 ‘에일런’을 죽인 괴인이 떠올랐다.
혹시 그 자식인가?
“그럼 그 녀석보고 하라고 해. 남한테 숙제 떠넘기지 말고.”
“유감스럽지만 그건 어려워.”
넬케로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인간들처럼 살육이나 투쟁으로 서로에게 간섭하는 건 극히 어려워. 무엇보다 그는 혼자야.”
힘으로 설득하는 건 어렵다는 뜻인가?
“으음…….”
“무엇보다 그들을 막으려면 행동을 멈출 근거를 보여 줘야 해.”
그는 그것이 방법이라고만 강조했다.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말이야.”
참으로 어려운 걸 말하는군.
“됐고, 그럼 내가 읽은 그 소설은 뭔데?”
“네가 읽은 소설은 그들에게서 빼돌린 문명의 육성 계획서. 그것을 인간이 읽을 수 있게 가공한 것.”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요컨대 인류에게 고통을 주는 순서를 요약한 해설본이다.
그것을 소설이라는 형태로 재차 가공하여 별개의 세계에 뿌린다.
그것이 내가 읽은 소설 《귀환한 대영웅님》의 정체.
“그것을 토대로 예정을 엎을 정보를 미리 주는 거지.”
거기에 잊지 않도록 머릿속에 강하게 쑤셔 넣기까지 한 모양이다. 거참 친절하셔라.
뭐, 그 외에도 이것저것 준비했겠지. 내 특성이라던가.
“그런데 왜 제목이 하필 그거야? 그것도 이유가 있어?”
“적당히 유행하는 거 따라 한 거래.”
“……아,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였군.”
정말로 사소했다.
“그럼 어째서 다른 세계의 인간을 불러들이는 거지?”
“그들에게 반감을 가질 수 있는 건 다른 세계의 혼이야. 그래서 다른 세계의 인간에게 정보를 주고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지.”
실제로 나는 그들에게서 어떤 유혹도 느끼지 못하고 접근을 받은 적도 없다.
“하지만 왜? 나지? 보아하니 랜덤으로 끌어들인 것 같진 않은데.”
내가 선택된 이유를 정말로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