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14)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14화(314/344)
제 314화
349화 진상(眞相)은 이곳에 (5)
분명 그리 말했다.
나에 대한 문제라고.
그리고 그것을 깨닫게 하는 것은 없는 시간을 들이면 아마 가능할 것이라고.
“다른 할 일은 없겠지?”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잘되었구나. 본좌를 따라오거라.”
그녀는 그리 말하면서 내게 이제부터 할 일에 대해 말했다.
“본좌가 하는 일을…… 그리고 휘두르는 검을 지켜보거라. 그것이 먼저 네가 할 일이다.”
그리하여 나는 저 노인네를 따라다니게 된 것이다.
“혹시 절 가르쳐 주기 귀찮아서 적당한 핑계로 시간만 때우려는 건 아니겠죠?”
“애송아, 속고만 살았더냐?”
“안타깝게도 비슷한 일이라면 많이 겪었거든요.”
“비슷한 일?”
“일자리 연수시켜 준다고 한 달을 부려 먹더니 마지막 날에 웬 이상한 핑계 대면서 급여도 안 주고 버린 적이 있었죠.”
그러고도 세 번인가 비슷한 짓을 더 당했지. 후후후후.
그렇기에 나는 그럴듯한 이야기는 안 믿는다.
“걱정 말거라. 네놈 하나 속여서 이 늙은 몸이 뭘 얻겠나.”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 하나를 속였을 때의 쾌감?”
“……말로는 한마디도 안 지려 하는군. 잔말은 됐으니 따라오너라. 시간이 없다.”
어쨌든 이런 대화를 적당히 물고 늘어지면서 나는 멜라스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사실 내가 가장 방심 못 하는 건 그런 적당한 핑계가 아니다.
‘……막상 부탁은 했는데 저 할망구가 뭘 시킬지 모르겠단 말이야.’
원작에서 셀베스터의 회상을 생각해 보자.
그는 늘 스승의 수련은 과격했다고, 그 고생담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지었지.
강단을 기른다면서 두 손을 묶고 몬스터들이 집단 서식하는 서식지에 굴려 넣는다.
맨손으로 트롤을 상대하게 한다.
스승으로서 기량은 분명 알아준다고 하지만 제자를 제법 험하게 굴린다고 두고두고 언급이 된 인물이었다.
‘혹시 괜한 부탁을 했나…….’
슬슬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을 때는 그녀가 도시를 나와 쭉 그대로 외딴 산으로 올라갈 무렵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러로 몸을 완벽하게 가드하는 요령을 익히라고 온몸을 둘둘 묶고 자갈이 가득한 바위산에서 굴러 떨어트렸던가.’
지금이라도 튈까, 궁리할 쯤 그녀는 어쩐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좋다. 설명해 주마. 딱히 네 가르침 때문에 어딜 가는 것은 아니다.”
“……네?”
“마침 본좌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그 일이나 먼저 처리하러 가는 길이다.”
개고생을 할 팔자는 아니란 점에 다행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뭐예요? 그럼 전 왜 따라가는 건데요?”
“말했지 않느냐. 네놈이 할 일은 뒤에서 지켜보는 것. 적어도 먼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다음 이야기는 해 주지 못하느니라.”
“…….”
크루세나 다른 사람 같으면 굳이 묻지도 않은 세세한 이론까지 하나하나 가르쳐 주겠지만 그녀는 성향이 다르다.
배울 의욕이 있으면 알아서 쫓아올 것이고, 못 하면 나가떨어질 테고.
“싫다면 지금이라도 돌아가거라.”
“……넵.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녀를 마저 쫓아갔다.
* * *
그대로 무려 산을 두 개나 풀쩍풀쩍 뛰어넘은 그녀가 도달한 곳은 어떤 몬스터의 서식지인 모양이다.
“오메…… 이게 뭔 일이래.”
“흠, 들은 것보다 꽤 둥지를 펼쳤군.”
어이없어하며 감탄하는 나와 달리 진지하게 가늠하듯 중얼거리는 멜라스.
현재 우리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장소 일대에는 쫙 몬스터들이 깔려 있다.
만약 게임이라면 이걸로 한 10레벨은 넉넉히 올릴 법한 수.
거기에 몬스터의 수준도 만만치 않다.
“미노타우로스? 아니, 미궁도 아닌데 왜 이놈들이?”
붉은 가죽과 소의 머리, 그리고 어지간한 몬스터도 뒷걸음질 칠 만한 우락부락한 체격.
저게 내가 아는 일반적인 미노타우로스가 아니란 것쯤은 단번에 알겠다.
“네 녀석은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것이냐?”
“제가 있던 곳에는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몬스터가 둥지를 튼 적은 없었습니다만.”
“거참, 평화로운 곳이로군.”
그녀의 입에서 내가 온 시대가 평화로운 곳이라는 감상이 나왔다.
그러고 보면 셀베스터도 처음에 2만 년 뒤의 세계에서 눈을 떴을 때 몬스터의 수준이 자신이 알던 것보다 약하다고 생각했던가?
“그건 그렇고 설마…… 여기 오신 것은…….”
“뻔하지 않더냐.”
멜라스는 자신의 킬무리스를 뽑아 들었다.
몬스터가 있다고? 그럼 사냥해야지.
“우선 정리를 해야겠구나.”
짧게 중얼거리며 그녀는 그대로 뛰어내렸다.
“앗, 잠깐만요?! 설마 싶었는데 바로 덮어 놓고 돌격입니까?”
말릴 틈도 없다.
저 정도 수의 몬스터 무리를 두고 작전이나 뭐나 그런 건 하나도 없단 말인가?
“하다못해 덫이라도 깔자고요!”
“그럼 좀스러운 짓을 어떻게 하겠느냐. 무엇보다 귀찮다.”
“귀찮은 겁니까!”
일단은 지켜보는 게 일이다.
결국, 나도 뛰어들었다.
“걱정 말거라. 애송이 네가 낄 필요는 없다.”
진짜 영문 모를 자신감이네.
그러나 그게 단순한 허세는 아니리라.
단번에 몬스터의 무리로 난입한 그녀의 검이 한순간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또 저것이다…….
어째서인지 나는 그녀의 움직임을 제대로 인식을 할 수 없다.
혹시 몰라서 허리춤에 차 넣은 킬무리스의 손잡이를 쥐고 능력을 활성화해 두었는데도 불구하고…….
“따라잡기도 벅차.”
이게 실력 차이라는 건가?
“흡!”
그사이 몇 번이나 되는 칼바람이 몰아치더니 곧 순식간에 수백이나 되는 몬스터의 파편이 흩날린다.
“이런, 이놈들. 다소 억세구나.”
말과는 달리 호쾌하게 잘려 나가는 것들을 보아하니 그리 억세 보이지는 않는데?
순식간에 반절 가까이나 되는 수가 그렇게 퇴치되어 간다.
혹시 이 몬스터가 지나치게 약한 건가?
반쯤 호기심이 들어 나 역시 검을 빼어 들고 적당한 녀석을 골라 베어 보았다.
“……어디.”
스릉!
오러의 강고한 기운을 가득 머금은 검이 공명하듯 울린다.
그대로 그 기운을 날카롭게 자동적으로 다듬으며 내 의지에 호응하듯 기술이 발휘된다.
자연스레 걸음이 옮겨지며 단번에 도약, 그대로 수 걸음 만에 검을 올려친다.
까앙!
그러나 미노타우로스가 대처하듯 내리친 발톱에 부딪히며 우리는 서로 밀려났다.
“……엥?”
강하다.
그것도 한 합을 정면으로 주고받을 정도.
다만, 몬스터의 발톱은 그것만으로도 너덜너덜해졌다.
“두 번째는 어림도 없어.”
나는 바로 당혹스러워하는 그 미노타우로스의 목을 가로로 크게 검을 휘둘러 날려 버렸다.
‘뭐야, 이놈들? 내 예상 이상으로 강해.’
이런 종류의 몬스터는 지금까지 지긋지긋하게 상대했지만…… 뭐지?
이 시대의 몬스터가 유난히 강한 편이라고 쳐도 그 정도가 있다.
“말했지 않았느냐, 그놈들은 억세다고.”
“이게 어딜 봐서 억센 정도입니까! 더럽게 딴딴하구먼!”
이 시대는 미쳤어!
푸념하며 나는 다소 진심으로 힘을 끌어 올렸다.
킬무리스를 치켜들고.
“중력 제어를…….”
중력장을 발휘하여 덧씌운다.
푸른 오러에 보랏빛 역장이 덧씌워져 두 겹의 힘이 된다.
“호오?”
몬스터들을 학살하면서 그녀는 내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는지 살짝 흥미로운 듯한 소리를 냈다.
“이거나 처먹어!”
중력장을 덧입힌 검기를 완성한 내가 휘두르자.
콰가가가가가가가강!
일대가 통째로 무너지고 지반이 흔들리는 듯한 굉음이 울리며 그 양단에 휘말린 몬스터들이 일렬로 절단되었다.
빗맞은 녀석들도 바닥이 흔들리자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거리기 시작한다.
“힘이 너무 들어갔군. 힘의 낭비로구나.”
“할 줄 아는 게 이것뿐이거든요!”
정직하게 검술만 써 줄 이유는 없다.
바로 나는 두 번째 능력을 가동했다.
만능의 수정.
대량의 마나를 빨아 먹고 그것을 통해 광물을 정제한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갓!
그대로 발치 아래로 날카로운 광석 조각들이 치솟으며 몬스터들을 차례대로 꿰뚫는다.
물론 이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하지만 꼼짝도 못 하게 만들기에는 충분.
그리고.
“마무리는…….”
바로 검을 크게 뒤로 당기며 오러를 가다듬는다.
좀 더 큰 검기를 끌어모아 일으키고는.
“이거닷!”
그대로 검을 크게 휘둘러 녀석들을 전부 양단해 버린다.
수십 마리가 그대로 한 번에 동강이 나며 그 감각이 제대로 손에 전해진다.
“하아…… 하…… 제법 빡세네.”
약간 오기가 들어서 힘을 쓰긴 했지만 빈말로도 간단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이게 지금의 나와 그녀의 격차인가?’
제법 의아하다고 생각하며 나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몬스터의 퇴치를 마저 거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저 경지를 따라잡아야 할 필요는 있다.
지금 이 순간 그것을 강하게 확신했다.
* * *
미노타우로스의 둥지를 싹 궤멸시키고 난 뒤.
이미 시간도 늦었기에 멜라스는 이 근처에 야영지를 칠 것을 제안했다.
나도 밤길을 따라 이동하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었기에 흔쾌히 동의하며 야영 준비를 도왔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서야 그녀는 이곳에 온 이유를 말했다.
“조금 전 고놈들이 골치였던 모양이더군……. 발견은 몇 주 전에 되었던 모양이지만 연달아 토벌에 실패했다고 하지.”
“……그놈들, 약한 편이 아니었습니까?”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릴 하는 거냐.”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까 그 몬스터는 이 시대의 기준에서도 제법 버거운 놈들이었나 보다.
어쩐지 더럽게 세더라!
“그런 것치고…… 노사께서는 너무나 간단하게 썰어 대시던데요?”
내가 몇십 마리를 쓸어 날릴 때 그녀는 몇백 마리를 도륙하고 있었다.
이 시대에 익숙하다는 차이는 있어도, 아무리 그래도 효율이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물론 실력 차도 있지 않을까?
“비결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비결?”
그러나 그녀는 어쩐지 이 질문을 듣자 입을 다물고 나를 주시했다.
음? 물어서는 안 될 걸 물었나?
“아, 혹시 제가 쓸데없는 소릴 했습니까?”
“그건 아니다. 역시…… 네 문제는 본좌가 짐작하고 있는 게 맞다고 확신했을 뿐이다.”
“엥?”
문제?
“어째서 네놈에게 다른 수행도 아닌 본좌를 따라다니며 같이 행동하라, 이렇게 지시했는지 생각해 보았나?”
“……귀찮아서?”
“예끼.”
“농담입니다. 일단은 궁리는 해 봤는데 잘 와닿지 않더라고요.”
혹시 아까 같은 몬스터들을 같이 상대하게 시키면서 실전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건가, 생각해도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의도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아직 짐작하지 못했다.
“아! 설마 이거 풀어야 하는 숙제입니까?”
“꼭 그런 건 아니다. 본래라면 스스로 알게 해야겠지만 시간이 없으니 이 김에 말해 주마.”
아무래도 그녀는 나에 대해서 수수께끼를 내주면 푸는 데 시간이 걸리는 타입이라 여긴 걸까.
반나절 전만 해도 절대 말하지 않을 것 같더니만 바로 방침을 바꾼다.
“에일런, 넌 이미 본좌 보다 강하단다.”
“……네?”
“적어도 네 몸…… 그리고 가진 마력의 양. 이미 육체만을 따지면 이런 늙은이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
“자, 잠깐만요? 좀 이해가 안 가는데요.”
정말로 듣고서도 반대로 당황스럽다.
방금 전 몬스터를 사냥한 것만 해도 이미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물론 지금의 나는 정령술을 못 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내 정령술에 대해서 모른다.
그러니 지금의 나를 두고 하는 말일 터.
“기술과 경험의 차이는 있겠지. 하지만 본좌를 단순히 검술로 능가하고 싶은 건 아니지 않더냐?”
“그, 그건 그렇지만요…….”
셀베스터라면 두말할 것 없이 그러겠다고 눈을 빛내겠지만 나는 사정이 다르니까.
하지만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에일런…… 네놈은 가진 재주를 전혀 쓰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진지하게, 어디까지나 한없이 가라앉은 눈으로 내 본질을 관찰하듯 주시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