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19)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19화(319/344)
제 319화
354화 진상(眞相)은 이곳에 (10)
그렇게 돌아오고 난 뒤.
나는 약속대로 본래 시대로 돌아가기 위한 아티팩트를 받기 위해 다시 넬케로스를 만났던 장소로 찾아갔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 참으로 천연덕스럽게 등장한 그 녀석은 나를 발견하더니 반갑게 말을 걸었다.
“하하. 잘 지낸 모양이군. 고생깨나 했나 봐?”
“……뭐, 살 좀 빠지긴 했지. 워낙 뜨거운 데서 놀아서 말이지.”
그나마 살 안 탄 게 다행이다.
피부 관리는 철저하게 한 보람이 있다.
“이야기는 들었어.”
“말도 마. 맞아 죽기보다 쪄 죽는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뭐야.”
푸념을 하며 반은 과장도 섞는다.
원래 이런 이야기는 허풍이 더 커야 하는 법.
“다행히 보람은 있었나 봐.”
“……그럭저럭 도움은 되었어.”
“그렇다면야 이쪽도 안심이야. 널 불러들인 보람이 있었어.”
넬케로스는 진심으로 한시름 놓았다는 듯 편안한 안색을 보였다.
그가 안심함과 반비례로 내 위가 쓰리다.
그러고 보면 지금 여기서 가장 절박한 건 나지?
“젠장. 하기 싫은 숙제 남겨 놓고 있는데 마감이 다가오는 기분이야…….”
“안 돌아가면 끝인데?”
“네~ 네~ 돌아갈 거야. 돌아간다고.”
그 정도로 나태하진 않아요.
“그래서? 정작 그 돌아갈 수단은?”
“아아…… 안타깝게도.”
“얌마.”
여기서 실패했단 소리만 해 봐라.
기껏 키운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당장 보여 주마.
“농담이야. 제대로 고쳐 두었어.”
그는 싱긋 웃으며 내게 슬쩍 수리가 완료된 펜던트를 던져 주었다.
보아하니 제대로 수리가 된 모양이다.
돌아갈 수 있다.
“덤으로 한 가지 더 선물을 줄게.”
“선물?”
“자그마한 충고야. 아마 참고는 될거야.”
넬케로스는 그리 말하며 내게 몇 번이나 접힌 양피지를 내밀었다.
바로 펼쳐보려 했으나 녀석은 돌아가서 확인해라 했기에 일단은 품에 넣어두기만 했다.
그리고 그사이…….
“음? 헛?!”
나는 퍼뜩 놀라 뒤로 반사적으로 몸을 날리듯 굴렀다.
이젠 검술을 완전히 몸에 새겨서 그런지 몸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보여요! 공격이!
그 순간 번쩍! 상공에서 섬광 같은 것이 반짝이더니 무언가가 테이블을 강타했다.
순식간에 그것을 두 쪽을 내며 바닥에 꽂힌 것을 보니…… 킬무리스다.
“잠깐만요! 꼭 물건 이렇게 줘야 해요?! 꽂히면 어쩌려고요! 꽂히면!”
“방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멜라스가 사소한 장난이라며 껄껄, 웃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다 됐으니 제대로 받기나 해라.”
“저거 받다가 꽂혀 버리면 대참사입니다! 대참사!”
투덜거리면서 나는 바닥에 대놓고 꽂혀 있는 킬무리스를 집어 들었다.
“어?”
그리고 곧 위화감을 눈치챘다.
“이 검…….”
“바로 알았느냐?”
바로고 자시고 확인을 해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검에 새로운 능력이 부가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외관이 변했으면 알기 싫어도 압니다.”
검의 도신에 붉은 광석 같은 것이 침투해 있다.
아마 내가 얻은 마그마 네시의 마정석.
“설마 마정석을 검에 심은 겁니까?”
“그것이라면 가지고 돌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
“과연…… 어디까지나 에일런이 가져온 사물의 일부니까. 그 정도는 허용 범위겠네.”
넬케로스도 수긍했다.
아무래도 멜라스가 언급한 ‘선물’이라는 건 이것을 말한 모양이었다.
“요컨대 킬무리스의 업그레이드인 모양이군요……. 어디 보자.”
받았으면 바로 시험해 봐야지.
자고로 그 자리에서 시험해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항의를 하자.
사용법은 대충 알겠다.
검을 쥐고 마치 검 안에 깃든 스위치를 켜는 감각으로 마나를 흘려 넣는다.
그러자 검의 칼날이 붉게 물들며…….
“칼날이 마그마처럼 변했군요…….”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마치 마그마를 굳혀 검으로 만든 것처럼 변한 것이다.
그대로 검을 바닥에 꽂으니 단번에 바닥이 시뻘겋게 물들며 녹아 간다.
“뜨거워.”
마치 검 하나에 화산 하나를 통째로 담은 듯한 열량.
“이 정도면 네놈도 제법 다룰 수 있겠지. 조금은 쓸 만할 게다. 검 자체가 고밀도의 열기를 띠고 있으니.”
“하지만 이런 걸 어떻게? 노사께서는 아티팩트를 다루는 지식도 있으셨습니까?”
“본좌가 아는 녀석 중에 이런 게 전문인 녀석이 있다. 바쁘다고 투덜대는 녀석을 억지로 끄집어내서 멱살 잡고 부탁했느니라.”
“……참으로 민폐였겠네요, 그거.”
세간에서는 그걸 협박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사실상 하룻밤 만에 작업을 끝냈으니 말 그대로 날벼락이었겠다.
그 지인이 누구인지는 궁금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짐작이 가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잘 써먹겠습니다.”
“오냐. 헛되이만 쓰지 말거라.”
다른 말은 더는 필요 없다는 듯 그녀는 그리만 말하고는 다른 조언은 하지 않았다.
감사히 받자.
정식 제자도 아닌 염치없는 놈에게 이 정도로 베풀어 준 것만 해도 어디인가.
“그럼…… 바로 돌아가야겠군요.”
“그러는 게 좋을 거야.”
듣자니 돌아가도 내가 날려 올 당시의 시점이 아닌 이곳에서 지낸 시간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 도착한다는 모양이다.
내가 여기서 머문 날짜는 대략 열흘.
그렇다면 길게 늑장을 부릴 이유는 없다.
바로 나는 구태의연한 작별 인사 대신 받은 펜던트를 작동시켰다.
예의 그 빛이 다시 발동하며 나를 집어삼킨다.
“기억해 둬, 에일런. 중요한 건 너희가 어디에 살고, 무엇을 하느냐. ……그리고 너희의 인생의 가치를 보여 주는 것.”
그 빛 너머에서 그의 마지막 조언이 들렸다.
“너희의 힘을, 의지를 증명하는 거야. 그럼 분명…… 너흰 운명의 속박에서 벗어나겠지.”
말은 참 쉽네.
그리고 점차 그 녀석의 목소리가 희미해짐과 함께 빛은 더욱 강렬해진다.
이제 돌아간다.
다시 그 빌어먹을 세상으로.
목적은 하나.
빌어먹을 놈들이 세운 예정 그 이상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
기다려라, 이 망할 세상아.
* * *
시간을 넘는 것은 두 번째다.
두 번이나 꼴사납게 비명을 지르면서 떨어진다면 폼이 나지 않는다.
이번엔 여유롭게…… 그리고 우아하고 지적이게……
“우아하기는, 개뿔!”
시야가 바뀌고 다시 그리운 풍경이 보이는 가운데 나는 비명을 가까스로 참았지만 대신 분노가 섞인 고함을 질렀다.
“꼭 사람을 이딴 수백 미터 위 상공에 떨어트려야 성에 차냐고!”
할 수만 있다면 넬케로스 그 망할 자식을 다시 만나서 따지고 싶다.
일부러지? 응? 일부러 좌표 설정을 이렇게 하는 거지?
뭐, 공간 전이의 대가로서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유는 알고 있다.
상공에 출현시켜야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꼭 사람을 떨어트려야 햐냐고오오오오오오오오!”
출현 직후는 감각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아 능력도, 마법도 쓰기가 어렵다.
아슬아슬하다.
“칫!”
서둘러 마음속을 가라앉히고 아티팩트의 효과에서 벗어나기 위한 재정비에 들어간다.
하나…… 둘…….
시간을 뛰어넘어 이 시대의 마나에 적응한 몸이 다시 그것을 받아들인다.
다시 힘이 차오른다.
“흡!”
숨을 들이쉬고 정신을 집중…… 그리고…….
“……엥?”
얼빠진 소리를 내며 나는 딱 눈이 마주친 황녀 앞에 고스란히 처박히듯 추락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사람이! 사람이 떨어졌어요오오오오오오!”
참으로 반가우면서도 미안한 비명 소리.
어쨌든 돌아오긴 했나 보다.
반갑다, 이 빌어먹을 시대야.
그리고…….
등짝이 아프니까 슬슬 사람 좀 불러 주시지 않겠습니까, 황녀님…….
* * *
레실리아 황녀가 나를 못 알아볼 리가 없다.
가까스로 패닉에서 벗어난 그녀는 내 얼굴을 보고 사색이 되고는 급히 사람을 불렀지.
그리고 윤 한에게 부축을 받으며 안전한 장소로 일단 옮겨졌다.
“다…… 당분간 꿈에 나올 거 같아요…….”
산책하던 도중에 갑자기 내가 떨어진 모양이다.
운도 더럽게 없으시지.
분명 저 황녀는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을 거야.
“그것 참,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대체 어디에서 떨어지신 것입니까?”
“저 머나먼 시대에서요.”
“……아무래도 의원을 불러야겠네요.”
제 머리, 멀쩡합니다만.
일단은 나는 그들에게서 어느 정도 이야기는 들었다.
내가 없는 사이 열흘이 지났다고 한다.
“그 나무는 완전히 시들었고…… 그 뒤에는 어느 정도 다시 체계를 정비하기 위한 시기에 돌입하는 중이었어요.”
사건은 완전히 끝났다.
그녀는 그리 말했다.
황제는 그 사실을 급히 공표했고.
비록 황실은 엉망이지만 우리는 여기에 무사히 있다는 논리를 펼치며 사람들을 지휘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빌 오라버니에 관해서인데요.”
“그자에 대한 거, 들었습니까?”
“예.”
열흘 사이면 내가 말하지 않고도 다른 누군가가 설명하고도 남는다.
하물며 만일을 위해 사전에 크루세나 엘라우트 등에게 증거를 수집할 방법도 귀띔해 두었었다.
황녀의 표정이 복잡해 보이는 건 아마 내 의도대로 모든 경위를 알았기 때문.
“안타깝지만 진상에 대해서는 공표할 수 없어요.”
“그건 제 알 바 아니니 상관은 없습니다.”
3황자가 개짓거리 하다가 세상을 뜬 것도, 그를 따르던 이들이 전멸한 것도 묻히는 모양이지만 새삼 그걸 따질 만큼 내가 청렴결백한 인간은 아니다.
내게 피해만 가지 않으면 상관없다.
“그럼 일단 정리될 것들은 전부 정리된 모양이군요.”
“예. 그리고…….”
황녀는 침착하게 표정과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내게 고개를 숙였다.
“……전하?”
“이제 와서지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뭐, 사례만 톡톡히 쳐주시면 불만은 없습니다. 아니, 그보다 각오해 두시길.”
“……저희 보물고도 전부 파묻혔는데 조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어이쿠, 황실이 그렇게 만만한가요? 만일을 위해 여기저기 숨겨 놓은 것들도 많다는 거, 온 세상이 다 압니다.”
뭐, 자세한 흥정은 차차 할 계획으로 남겨 두자.
그녀가 떼먹을 만한 위인은 아니다.
떼먹으면 오히려 그게 더 즐거울 테고.
떼먹어 봐. 응? 더 뜯어먹어 줄 테니까.
“절대 떼먹지 않을 테니까 안심하세요.”
“……믿고 있는데요.”
“거울 좀 가져올 걸 그랬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런 흥정을 할 시기는 아니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숨길 생각은 쥐뿔도 없는 발소리가 울린다.
대충 누구인지도 감이 왔다.
쿵!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어디서 많이 본 금발 여성이 난입했다.
크루세 엘파먼트.
“오! 다행히 무사하셨나 보네요?”
“그쪽보다야 그렇겠죠! 그쪽보다는요!”
아무래도 내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찾아온 모양이다.
좋은 의리야.
“조금만 더 늦었어도 백탑에 당신 수색 의뢰를 내야 했을 거예요.”
“뭐…… 그 점은 면목이 없습니다.”
나는 순순히 사과했다.
생각해 보면 당시 별 상의도 없이 일을 저지른 건 나였고, 그걸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어떨까?
바로 보자마자 뒤통수를 지팡이로 후려치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해야겠지.
나도 내가 얼마나 괘씸한 자식인 줄은 알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하도록 하죠. 피차 할 말은 많아 보이니까요. ……그런데 다른 한 녀석은?”
이야기를 해야 할 상대는 그녀 말고도 더 있을 것이다.
특히 어느 은발 머리가.
그러고 보니 그놈도 아직 제국에 있나?
열흘이면 좀 애매하다.
그냥 고민하지 말고 묻자.
“셀베스터 그놈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습니까? 좀 불러와 줬으면 하는데요.”
슬슬 해줘야 할 이야기도 있으니까.
그러나 갑자기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황녀나 윤 한이 입을 다물고, 크루세도 ‘이걸 어쩌나’ 하는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뭐야? 뭘 한 거야?
“이봐요…… 또 무슨 사고를 친 겁니까?”
“사고는요! 그 말만 콕 집어 들으면 저희가 에일런 당신 없으면 문제 일으키는 걸로 들리잖아요.”
“엥? 틀리진 않은뎁쇼. 전 늘 수습하는 담당이었으니까요.”
“아뇨, 문제를 일으키는 담당이었어요.”
그럴 리가! 나보다 착한 녀석이 어디 있다고?
뭐, 문제는 내 양심이 아니라 셀베스터의 행방이다.
“아~ 그놈? 걔 지금 여기 없어.”
대신 셀베스터의 행방에 대해 말한 것은 우리의 대화가 들렸는지 딱 맞춰서 문 바깥에서 고개를 들이민 어느 용병이었다.
“엘라우트 씨?”
“걔 갑자기 없어졌거든. 다 버려두고 말이야. ……참, 매정하기도 하지. 하하하핫! 진짜 어이가 없더라.”
아이고, 세상에.
이 말이 먼저 목구멍에서 튀어나와 버리고 말았습니다.
열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겠지만.
우리의 주인공님이 튀어 버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합니다.
빌어먹을!
아무래도 바쁘게 움직이는 건 나만이 아니라는 뜻이겠지.
묘한 예감이 들었다.
그 시대에서 넬케로스가 말했던 끝이 곧 멀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