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2)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2화(32/344)
제 32화
37화 목표는 던전 투어 (3)
우리가 호위해야 할 마차는 총 여섯 대.
전부 루팔 상회의 것이다.
추가로 한 대가 더 있지만 그건 길드에서 빌린 마차다.
사람을 싣는 것이 아닌 용병들의 예비 무기나 짐들을 싣는 용도다.
그렇게 간략한 설명은 끝나고 용병들은 남은 짧은 준비 시간 동안 마지막 채비를 갖추고자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짐이나 체크할까 싶은데 뒤에서 칼먼트 씨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걸 눈치챘다.
“에일런이라고 했던가?”
“예. 그렇습니다만.”
“잠시 괜찮나?”
내게 용건이 있는가 보다. 별일이군.
아니…… 당연한가.
이번 호위 의뢰에서 내 일은 다른 용병들과는 약간 다르니까.
얼추 짐작이 갔다.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의문점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니, 그건 아니네. 흠, 조금 알아 두고 싶었을 뿐이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자네가 제공할 수 있는 포션의 수량은 어느 정도인가? 알려 주지 않겠나?”
역시나.
이번 호위 의뢰에서 내 주 역할은 전투가 아니다.
군대로 치면 의무병.
내가 만들 수 있는 포션을 앞세워서 이 의뢰에 참여했다.
일종의 치료사 명목이다.
부상자를 살피고 내가 가진 포션을 제공한다.
그것이 이번 의뢰를 수행할 때 맺은 계약이다.
당연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나도 싸워야겠지.
그렇다 해도 나는 전투 시에도 후방 지원 역할이다.
후방! 개꿀!
다만 길드 측의 설명이 부족하니 좀 더 확실히 알아 두고 계획을 짜고 싶은 거겠지.
“우선 40명이 쓸 분량을 마차에 미리 실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소재도 어느 정도 있으니 못해도 40명분은 추가로 만들 수 있겠죠.”
“흐음…… 전부 합하면 80명분인가.”
“미리 만들어 둔 40명분까지는 길드와의 계약대로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그 이상은 수지가 맞지 않지.
뷔페도 아니고 포션을 무한정 제공할 수 없다.
뭐, 줘도 상관은 없지만 가능한 이런 건 확실히 해 두는 게 좋다.
정해진 한도가 있다는 걸 알면 그들도 신중하게 물량을 소모할 수밖에 없으니까.
40개까지는 기본 제공, 그 이상은 별도로 요금을 받는다.
나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칼먼트 씨도 이해하는 모양새다.
“알고 있네. 그 정도로 염치없지 않네. 무엇보다 그 정도면 충분할 거네. 어지간하면 그걸 다 소모할 일은 일어나지 않아.”
“저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손해 이전에 안전한 여행길을 위해서 말이죠.”
“걱정하지 말게.”
칼먼트 씨는 선뜻 보장하듯 말했다.
듣자니 그는 호위 임무를 주로 해 온 인물인 모양이다.
특히 장거리 여행의 경험이 풍부하기에 이런 의뢰의 계획을 짜는 데는 익숙해 보였다.
하기야 부상자가 계속 나오면 그것도 체면이 구겨지는 일일 테니까.
“그런데 치료사를 들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까?”
“그런 셈이지. 그 덕에 이번에는 의뢰인들에게도 반응이 좋아. 이전보다 의뢰비를 적절하게 받을 수도 있었네.”
어쩐지 나를 향한 말씨에 왠지 모를 존중이 섞여 있다 했더니 나도 모르는 곳에서 이득을 보는 모양이다.
포션을 쓰는 대상은 꼭 용병들뿐이 아니니까 상인들도 덕을 보는 셈이다.
하기야 이번 의뢰 중에서 내가 금화 세 개를 받은 것도 그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겠지.
다른 용병들은 한 개 반에서 두 개 정도라고 하니까.
어디서든 힐러가 우대인 건 소설 속 세계라도 변함이 없는 셈이군.
“거기에 이번에는 마법사도 있네.”
“……마법사가 있습니까?”
그건 나도 조금 놀랐다.
마법사라니, 그가 호위 의뢰를?
듣자니 나처럼 데얄령으로 가기 위해 의뢰를 받은 이인 듯싶다.
덕분에 이 길은 좀 더 안전하겠군.
바람직하다.
나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다가 잠시 궁금한 게 생겨서 그와 대화를 계속 나눴다.
“그런데? 이전에는 부상자가 나오면 어떻게 했습니까?”
“……적당히 봐 가면서 대처했지.”
“적당히? 말입니까?”
“뭐, 여러 방법이 있지.”
칼먼트 씨는 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뭔가 회상하는 듯한 눈을 하며 가르쳐 주었다.
몬스터의 방광을 갈라서 그 내용물을 끓여 상처에 뿌려서 소독을 한다든가, 혹은 적당히 꽉 묶어서 불에 지져 지혈.
때에 따라서는 그 자리에서 절단해 버리고 지혈.
하나같이 나로서는 귀를 의심할 만한 이야기다.
‘무슨 할머니들의 민간요법도 아니고…….’
그들이 기존에 가진 약도 거의 민간요법 수준의 기술로 만든 것이다.
재료가 의심스럽고 듣고 싶지도 않다.
나는 죽더라도 안 쓸 것들이다.
박쥐 내장과 약초를 짓이겨서 약을 만들 발상을 한 건 대체 어떤 정신 나간 녀석이지?
만약 만나면 진심으로 후려갈겨 줄 테다.
‘……하기야. 여기서는 그게 최선이니까.’
이곳의 설정상 의학 상식은 딱 중세 시대 정도로 정해져 있지.
한창 수상쩍은 민간요법이 나돌 때다.
그게 효과가 있는지 아닌지는, 제쳐 두고서.
‘기뻐할 일인지, 한탄할 일인지…… 원…….’
뭐, 그 덕에 내가 한몫 잡기도 하는 거지만.
포션도 포션이지만 물의 정령과 계약한 덕에 맑을 물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적어도 몬스터 오줌으로 소독할 일은 내가 있는 한은 없으리라.
* * *
최종적으로 마차의 상태와 인원의 체크가 끝난 뒤 데얄령으로 향하는 마차는 드디어 첫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힘 좋은 말들이 경쾌하게 마차를 끌기 시작하는 것을 시작으로 용병들은 그 마차의 주변을 감싸듯 진을 짜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드디어 짧지 않은 여행길이 시작된 것이다.
아직 막 도시에서 출발했을 뿐인데도 용병들의 표정에서는 제법 긴장감이 어렸다.
호위가 결코 만만한 의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캬아, 마차 한번 죽이네.”
느긋하게 마차 짐칸에 기댄 채 만족스레 흔들거림을 만끽 중이다.
팔자 한번 끝내준다!
다른 용병들은 행군 중이다.
그들을 태울 마차도 없을뿐더러 대처를 위해 최소한의 무장을 갖춘 채 걷는다.
그러나 나는 경우가 다르지, 후방 지원이고 굳이 체력 낭비할 필요가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그들은 저절로 배려를 해 주었다.
길드 측의 짐마차에 태워 주기로 한 것이다.
뭐, 사실 쾌적한 건 아니다.
잔뜩 무기며 식량이며 짐들을 실은 마차 구석을 내준 거니까.
지금도 발 뻗으면 뭔가 찔려 따끔거리고.
그래도 걷는 이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호사다!
덧붙여 마차 다른 구석 한편에는 나 말고 로브로 몸을 감싼 사내가 마찬가지로 웅크려 앉아 있다.
‘저 사람이 칼먼트 씨가 말한 마법사인가?’
이름은 라만.
엑스트라인 걸 보니 내가 알 리 없는 사내다.
말을 걸어볼까 싶지만 마법사들의 성향이 친목과는 그리 거리가 먼 인도어파라는 걸 감안하면 일단은 놔두자.
‘응, 역시 힐러와 마법사가 갑이지.’
굳이 노린 건 아니지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죄다 누리자는 주의라 사양하지 않았다.
얌체 같은 게 아니다.
이것이 적절한 역할의 배분이라는 것이다.
편히 가는 대신 부상자를 돌봐야 하고, 필요한 포션을 틈나는 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걸 위한 대가라 생각하면 굳이 불공평한 것은 아니리라.
* * *
출발 후 3일쯤 지났을까.
처음에는 느리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꽤 그럭저럭 멀리까지 오게 되었다.
이쯤 오니 슬슬 현재 우리가 지나는 평원 주변도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이 꽤 옅어진 길만이 어렴풋이 보일 뿐이다.
본격적인 여행은 지금부터라는 뜻.
‘가능한은 아무 일 없었으면 좋은데…….’
가장 좋은 건 정령사와 마법사가 한가한 거라는 말도 있지 않나.
나는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기도했지만 역시 기도하면 안 이루어진다고 하던가.
“……정지.”
마차 주변에서 행군하던 용병들이 앞에서부터 차례로 그런 말을 전달하듯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마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마차를 정지했다.
“무, 무슨 일인가?”
갑자기 마차가 정차할 이유는 그리 많지 않다.
앞선 마차에서 상인으로 생각되는 사내가 용병들에게 묻는다.
나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서 마차에서 고개를 내밀고 가까운 용병에게 물어보았다.
“저어? 무슨 일입니까?”
“주변을 경계하던 녀석이 뭔가 발견한 모양이더군.”
용병들은 단순히 걷기만 하는 게 아니다.
그중에는 눈썰미가 좋은 이들은 주변을 살피는 자도 있다.
주변을 경계하는 자들이 마차를 멈추라 지시한 모양이다.
대충 알 법하다.
“어느 쪽입니까? 짐승? 몬스터? 아니면 도적?”
어느 쪽이든 흔한 여행객을 맞이하는 이벤트 가이드 같은 녀석들 아닌가.
내 질문에 그 용병은 앞에 선 녀석에게 무어라 말을 듣더니 내게 알려 주었다.
“아무래도 몬스터인 모양이군.”
도적이 나은가, 몬스터가 나은가.
굳이 묻는다면 그게 그거지.
그래도 사람보다는 몬스터가 거리낌 없이 해치울 수 있다.
몬스터가 주변에 숨어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분위기가 되어 가고, 드디어 판단 끝에 칼먼트 씨가 최종 결정을 내린 모양이다.
“대응을 준비하라. 몬스터 놈들한테 얼빠지게 당하는 놈은 나중에 내가 직접 걷어차 주지!”
용병들은 일사불란하게 전투 준비에 들어간다.
이미 무기는 챙겼기에 주로 갖추는 것은 진열이다.
말이 폭주하여 마차가 이탈하면 큰일이기에 마부들이 말에 건 고삐를 풀어 단단히 말뚝을 박아 그곳에 묶었다.
그리고 천을 덮어서 말의 눈과 귀를 가렸다.
마차는 밀집하여 붙이고 그 주변을 용병들이 진열을 짜 마치 벽처럼 보호했다.
“상인 분들과 여행객 분들은 안에서 꼼짝도 하지 마십시오. 나오면 더욱 위험합니다.”
칼먼트 씨가 대표로 호위 대상인 상인과 여행객들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당황하는 모습은 상대를 불안하게 한다.
오히려 무미건조하게 평상시처럼 말하는 모습이 더욱 안심되리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어필하고 싶은 거겠지.
나 역시 마차에서 내려서 용병들의 진열 맨 후위에 대기한다.
어느샌가 마법사 양반도 대기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런데 진짜 몬스터가 있나?’
반쯤은 의아해하는 그때 용병 중 몇 명이 위협 목적으로 활을 쏘았다.
화살이 저쪽 언덕 너머로 떨어지자 뭔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오크 놈들이군.”
용병들이 놈들의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오크가 약 스무 마리가량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크의 목격담은 근처에서 종종 보이긴 했습니다만 소문보다 꽤 무리를 짓고 있군요.”
“최근에 몬스터의 수가 조금 늘었다는 소문은 나도 들었네.”
“어쩔까요?”
“흥, 저 돼지 놈들한테 협상이라도 해 보자는 거냐?”
칼먼트 씨의 그 말은 농담이었을까?
그 말을 들은 용병들은 하나같이 피식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저놈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죠.”
“오늘 저녁은 오크 고기인가?”
그렇게 말하면서 전의를 끌어 올리는 모습에는 여유가 엿보인다.
일부러 보여 주는 것도 있지만 이 정도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 여기는 생각도 있으리라.
칼먼트 씨도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외쳤다.
“진열을 유지해라! 어차피 인내심은 없는 놈들이다. 먼저 덤빌 테니 침착하게 반격하라!”
단단히 진열을 유지하고 대응하면 당해 내지 못할 무리는 아니다.
칼먼트 씨와 몇몇 노련한 용병들이 거듭 말했다.
나 역시 후방에서 조용히 언제든지 필요한 정령을 부를 수 있게끔 마음의 준비만 해 두었다.
‘제발 후방에는 오지 마라.’
귀찮거든.
긴 대치 시간도 필요 없다.
예측대로 먼저 인내심이 바닥난 건 오크 무리였다.
꽤 굶주리기라도 한 건가?
-크오오오오오오오!
흉측한 울음소리를 내며 발을 구르며 달려오기 시작한다.
“쏴라.”
사정거리에 들자 활과 석궁을 가진 자들이 먼저 반격을 가했다.
퓨슈슈슈슈슛!
화살을 토해 내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리며 비처럼 화살들이 날아갔다.
화살은 달려오는 오크들의 기세를 꺾었다.
물론 화살만으로는 오크의 숨통을 끊기는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두꺼운 지방과 근육이 특징인 몬스터이기에 그저 박히는 정도일 뿐.
그렇다 해도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놈들은 본능적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주춤거렸다.
“멍청하긴.”
용병들이 반쯤 조소하는 느낌으로 중얼거리는 말이 들렸다.
실패한 시점에서 후퇴를 고려하는 게 상식적이거늘 그걸 판가름할 머리도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