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21)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21화(321/344)
제 321화
356화 계획 (2)
나는 그 말을 듣고 한번 생각해 보았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지? 그 주인공이 안달을 낸다고?
“……아, 그럴 만도 한가.”
의외로 쉽게 수긍이 갔다.
그놈의 시점에선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보일까.
하려는 일은 제대로 풀리는 게 없다.
매번 내가 끼어들어서 무언가를 저지르고 수습했지.
그러나 나는 정작 그 녀석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준 적이 없다.
‘……본래는 이번 일이 끝나면 말하는 것도 고려하긴 했는데.’
시기가 너무나 나빴다.
내가 이곳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알았다면 바로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청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지.
“나는…… 당시에 내가 생각한 결심이 옳다고 생각했어.”
“…….”
“지금도 솔직히 모르겠어. 어쩌면 내 각오가 부족해서 실패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건 아냐.”
나는 그것만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악행을 일으켜서 무언가를 구할 수 있는 것 따윈 없어. 아니, 있어선 안 돼.”
설사 그게 운명이라 해도 말이지.
아니, 더더욱 운명이라면 그것에 순응해선 안 된다.
“하지만 에일런…… 모두가 너처럼 강하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냐.”
“……내가? 살다 살다가 내가 멘탈이 강하다는 소리는 처음 듣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내가 냉정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곳은 결국은 타지기 때문.
이곳에서 태어나고 생활한 이들이 아니기에 비교적 한발 물러나서 냉정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결코 내가 정신력이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의미는 되지 못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지금 그런 걸 왈가왈부해 봐야 큰 의미도 없겠지.
“뭐, 그렇다 치자. 아무튼, 내가 묻고 싶은 건 그것뿐이야.”
보아하니 에르닐도 그 이상의 정보를 아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에르닐의 머리 위를 다시 주목했다.
<에르닐 알프렌스 – 영향력 상실, 배역 파기>
지금까지 저렇게 표시된 적은 없다.
요컨대 그녀는 자기 숙업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다.
하기야 좋아서 벗어난 건 아니겠지만.
굳이 말하면 놈들이 포기했다고 해야겠지.
그렇다면 그녀에게 굳이 괜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다.
“그럼 이 이후 일은 천천히 논하자고.”
우선은 체력부터 회복하고 나서 볼 일이다.
그녀에 관해서는 사고를 친 몫까지 나중에 바싹 받아 낼 셈이니까.
‘결국, 셀베스터가 무슨 사고를 칠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거네.’
뭐, 그 점은 대충은 짐작이 간다.
아마 여기저기서 그 잘난 검이나 휘두르고 다니겠지.
* * *
선혈이 치솟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단말마를 울리며 순식간에 세 명이나 되는 실력자가 무참하게 대답 없는 시체가 되었다.
순식간이었다.
“이놈! 이노오오오오오오오옴!”
마지막 남은 사내가 분노에 이가 부서질 듯 악물며 악감정을 드러낸다.
“기껏 세운 계획이거늘…… 고작…… 고작…….”
고작 한 명의 인간 때문에 방해를 받고 말았다.
“기껏 세운 악행이, 뭐?”
같잖다는 듯 그 소년은 반문하며 검을 가볍게 털었다.
스르릉…….
그 검에 깃든 오러에서 서슬 퍼런 울림이 퍼졌다.
“듣자니 도시 하나를 점거하고는 마치 그들을 노예마냥 멋대로 핍박한 모양이더군?”
“그게 뭐, 어쨌단 거냐! 기껏 해 봐야 힘도 없는 놈이다. 우리가 지배하는…… 끄아아아아아악!”
고함을 치던 사내의 목소리가 비명으로 바뀌었다.
순식간에 그의 오른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힘도 없는 놈이라…… 그렇다면 이것 또한 당연하겠군. 너흰 나보다는 힘도 없으니 말이야.”
“이 새끼가!”
사내는 발악을 하며 남은 한 손으로 검을 움켜쥐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다음에 본 것은 자신의 시야가 기우는 광경.
그 소년이 시시하다는 듯 검을 가로로 휘두르는 것만으로 그의 무기와 몸통이 통째로 베여 나간 것이다.
더 지껄이지도 못하고 침묵한 그 악인의 시체엔 눈길도 두지 않고 셀베스터는 검을 거두었다.
“이놈들이 끝이야?”
“…….”
대답이 없다.
“이봐.”
셀베스터가 성가시다는 듯 눈길을 보내자 그제야 희미하게 박수 소리가 들렸다.
“아주 깔끔하게 해결해 주었어. 아주 좋아. 완벽해! 크하하하하하핫! 역시 정의감 넘치는 애송이답군.”
“베어 줄까?”
“아. 농담이다, 농담! 하여간 시시한 녀석 같으니.”
그럼에도 에필레오트는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어차피 여기서 뭔 말을 지껄이든 그는 최종적으로 자신을 베지 못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안 들면 베어 보든가. 자, 목이 이렇게나 가깝다고.”
“…….”
“푸흐흐흐흡! 그래, 베지 못하겠지. 나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놈들과 다르게 말이지.”
그러나 그가 키득거리는 것도 잠시 목에 희미한 열기가 느껴졌다.
셀베스터가 뻗은 오러의 칼날이 그의 목을 옅게 파고들었다.
“오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웃기고 있군.”
“하긴, 이것저것 남을 부추긴 것까지 포함했다면 제법 저질렀다고 할 수는 있지. ……하지만.”
에필레오트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은 채 그의 검기를 맨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의 오러를 깨트렸다.
정확히는 도중에 셀베스터가 힘을 뺀 것이지만.
“…….”
“단죄하겠다면 이딴 장난 같은 검기 말고 본 실력을 내세우도록 해. 뭐…… 그래 봐야 네놈만 손해겠지만.”
“……됐어. 그보다 질문에나 대답해. 이걸로 정리된 거냐?”
셀베스터가 다시 검을 집어넣자 시시하다는 듯 피식거리며 에필레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덕에 이 도시를 괴롭히던 악당들은 무참한 시체가 되었고, 며칠만 지나면 이웃 영주의 부대가 도착하겠지. 그럼 안정화될 거다.”
“…….”
“믿어라. 이것만은 거짓말이 아니니. 무엇보다 이게 우리의 목적이지 않나?”
“……그래, 네놈은 내게 악인의 위치를 알려 주고.”
“그리고 너는 그들을 제거하는 거지. 서로 좋은 관계잖아. ……무엇보다.”
그는 발치에 널브러져 있던 악당의 시신 하나를 아무렇지 않게 발로 짓밟았다.
녀석의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더욱 질척하게 번져 나와 바닥을 물들인다.
“이놈들의 피가 흐르는 만큼 세계는 평화로워지지.”
“……네놈이 말한 예정인가.”
“그래, 이건 어디까지나 예정대로의 흐름에 지나지 않아.”
악행과 단죄를 통해 변수를 조정하여 인류를 자극하여 발전을 끌어낸다던가.
여전히 납득이 안 간다.
어째서 그럴 필요가 있단 말인가. 대체 그들은 인간을 무어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셀베스터가 어째서 이 기분 나쁜 존재와 동행을 하는가.
“네놈이 지껄인 게 사실이라면 말이지.”
따지고 보면 먼저 접촉해 온 것은 저놈이었다.
그날…… 에르닐을 회수해 온 이후 셀베스터는 의문에 휩싸였다.
자신의 행동은 어딘가에 겉돌고 있는 게 아닐까, 싶던 것이다.
그러나 그 우려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에일런의 행방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를 탓할 수 없다.
무엇을 원망하랴.
……오히려 반대로 분했지만.
에일런의 주저 없는 행동은 그가 무언가 결정적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것이 궁금했다.
‘넌 뭘 알고 있는 거냐.’
그가 돌아오면 반드시 추궁하겠다.
그렇게 결심하고 있던 차에 접촉해 온 게 저 에필레오트라는 괴인이다.
‘참으로 반갑군. 주인공…… 아니, 주인공의 책무를 다했어야 할 불쌍한 녀석인가. 푸흐흐흐흐흡.’
그 자리에서 베어 버리지 않은 게 요행이었다.
여차하면 배제하겠다.
경계하는 셀베스터에게 에필레오트는 신중하게 그의 검이 닿을락 말락 하는 간격을 유지한 채로 말을 건넸다.
‘세상이 이토록 쓰레기 같은 이유를 알고 싶지 않나? 그리고 그 모든 원인을 막고 싶지 않나?’
너무나도 뜻밖의 말.
무심코 귀를 기울이고 말았고.
그리고 셀베스터는 그에게서 진실을 듣게 된다.
“솔직히 지금도 반은 믿기지 않아. 네가 말한 예정이라는 것도…… 그리고 그걸 감시하고 관리하는 존재라는 것도.”
“적어도 그 존재는 너도 세계수의 꼭대기에서 목격했을 텐데?”
“……그래.”
그렇기에 무시할 수 없었다.
거기에 막연하게 직감하고 있다.
저 괴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무슨 음모를 꾸미는지는 의심스러우나 이것만은 확실했다.
“나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지. 분명 내가 알려 준 건 전부 사실이다.”
그래, 그가 말한 정보는 전부 사실이다.
“네가 이놈들을 죽이고…… 네가 ‘주인공’으로서의 예정을 다하지 않으면 이 세상은 폭삭 끝장날 거라는 것만은 사실이거든.”
그리고 또 하나.
“네가 그렇게나 믿는 에일런. 그 녀석은 머지않아 그 예정을 무너트리고 지금의 세계를 끝장낼 거다. 이것도 맹세코 사실이라고 말하지.”
그렇기에 무시할 수가 없었다.
딱히 에일런에 관해서는 적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명백하게 말하자면 지금 눈앞에 있는 저 건방진 놈이 악이겠지.
하지만 놈은 말했다.
‘이 세상을 망치는 건 선한 놈이야. 에일런은 말할 것도 없고, 너도 마찬가지지. 네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니 이 꼴이 난 거고.’
처음 그 말을 했을 때는 반사적으로 놈의 목을 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가 있는 것이리라.
“처음에는 셀베스터 네놈을 없애는 게 가장 좋다고 판단했지. 하지만 보아하니 적잖게 이 세상에 대한 의문을 품은 모양이더라고.”
그런 이유로 저놈은 셀베스터에게 접촉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순순히 털어놓고 선택을 물었다.
‘어쩔 테냐. 순순히 이 세상을 유지하고자 힘쓸 테냐? 아니면 다 포기하고 전부 끝장을 낼 테냐.’
굳이 입 아프게 답할 필요도 없다.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당연히 전자를 선택할 게 뻔하지 않은가.
결국, 셀베스터는 에필레오트를 동행시키는 것을 허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에게 에필레오트가 시킨 것은 단 하나.
‘지금부터 내가 아는 모든 예정대로 네놈을 안내하지. 각오하도록. 본래는 수년에 걸쳐 네놈이 따라야 할 여정이지만 단번에 안내할 테니.’
그렇게 에필레오트는 셀베스터에게 베어야 할 악인의 존재를 전부 지시한다.
물론 괜히 선한 인간을 두고 악하다고 우기며 죽이라, 하면 단번에 저놈의 목을 대신 쳐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가 가리키는 존재들은 전부 그가 베여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악당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들의 의견이 어긋날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 에필레오트는 이리 말했다.
‘정말로 이대로 수행하면…….’
‘아, 장담하지. 이대로 네가 제 역할을 다 완수하면 우리에게도 틀림없이 유예가 생긴다. 그것만은 약속하지.’
짜증 나는 말이지만 일단은 참고 넘겼다.
그러나 저놈은 그걸 알면서도 일부러 치근대는 종류의 존재다.
“거기에 덕분에 강해졌잖냐.”
최단 기간에 악당들을 처리할 계획을 제시하려면 당연히 힘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녀석은 그 모든 것을 가르쳐 준다.
그도 몰랐던 수련 방법, 혹은 기연까지 전부.
하지만 그것을 전혀 호의라고 생각지 않는다.
“힘을 얻은 게 나뿐인 건 아닐 텐데?”
“이런…….”
눈치챌 수밖에 없다.
힘을 얻는 건 자신뿐이 아니다.
그때마다 저놈도 뭔가를 얻고 있었다.
지금도 놈은 그 악당들의 시체를 짓이기는 척을 하며 무언가를 얻는다.
“이 정도는 봐 달라고. 감당할 수 없게 강해진 네가 갑자기 마음이 변해 내 목을 날릴지도 모르잖아.”
“……마음대로 지껄여.”
더는 따질 가치조차 없다는 듯 셀베스터는 화제를 돌렸다.
“다음에는 어디로 가면 되지?”
“성급해하지 말라고.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그래…… 다음은 조금 멀리 가는 게 좋겠어.”
그렇게 말하며 그는 어느 한 방향을 가리켰다.
북쪽.
“이번에는 각오해 두라고. 본래 예정에서도 네놈을 가장 애먹게 하는 괴물을 처리해야 하니까.”
“북쪽…….”
셀베스터는 마찬가지로 그 방향을 눈여겨보며 중얼거렸다.
들은 바는 있다.
분명 그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땅과 가장 끔찍하게 강한 자가 있다고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