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22)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22화(322/344)
제 322화
357화 계획 (3)
정황상 셀베스터 그 멍청이가 에필레오트의 꼬드김에 넘어간 건 확실하다.
‘……무슨 생각인지.’
그 정도로 사리 분별을 못 하는 녀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속단하긴 이르니 일단 정황만 파악해 두고 움직일 방향을 생각하자.
그리고 나 역시 할 일은 해야 한다.
바로 협상.
일을 했으면 월급을 받아야지.
오늘은 월급날!
……이라는 가벼운 기분을 품고 나는 받아야 할 것을 제대로 뜯어내야 할 자리로 향했다.
미리 약속은 잡아 두었다.
지난 사건으로 망가진 황성이 한창 수복되고 있는 터로 향하니, 이미 기다리고 있던 사내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쪽이리라.
그리고 안내를 받아 쭉 따라가 그가 가리킨 방으로 들어가자 그곳에선 한 노인이 기다리고 있다.
“……자네가 그 에일런인가?”
“우선은 이렇게 제국의 정점을 이루신 분을 뵙는 것에 대해…….”
“자잘한 아부는 되었네.”
일단은 상대의 위치를 고려해서 예의를 차려 준비했던 대사를 하려 했지만 그 상대가 나를 막았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밖으로 새어 나갈 일은 없네.”
상대는 제국의 황제.
솔직히 그의 생사에 관해서는 나도 어떻다고 확신할 자신은 없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은 모양이었다.
덕분에 협상하긴 편해졌으니까.
당연히 그가 날 무시할 수는 없으리라.
“자네에겐 이루 말할 수 없는 빚이 있지.”
“……여러 가지가 있다고는 저 역시 동의합니다.”
나는 주저 없이 본심을 꺼냈다.
“어디까지 공표하실 셈이십니까?”
“자네라면 어디까지 하겠나.”
일단 내가 알고 있는 대로만 말할까?
“적어도 악인이 습격을 했고 결과적으로 무찔렀다, 정도겠군요.”
“의외로군. 자네라면 좀 더 분노를 드러낼 거라 생각했네만.”
설마.
셀베스터라면 그럴지 몰라도 나는 그 점에서는 꽤나 건조한 감상을 가지고 있다.
“더한 것도 은폐하는 게 나라라는 집단이지 않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다지 그 현실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끼어들지 않는 건 하수구를 보고 발을 담그고 싶지 않다는 것과 비슷한 생각.
받을 것만 받고 내뺄 것이다.
물론 상상 이상으로 개판이라면 충고 정도는 할지 모르지.
딱 그 정도다.
“그렇군. 자네가 원하는 건 보수인가.”
“이미 레실리아 황녀에게도 들으셨겠지만 저는 여기 오래 머물 생각은 없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보수만 쥐여 주면 나는 멀리서도 입 무겁게 지내겠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직설적으로 묻는 게 참 좋다.
역시 제국 정치의 톱.
상대가 바라는 것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주는 요령이 좋다.
이런 상대는 좋다.
높으신 분들은 의외로 말이 잘 통한단 말이지.
역시 정치 짬밥은 무시 못 해.
그런 만큼이나 더욱 얽히고 싶지 않다.
“염치 불고하고 말씀드리죠. 3황자 아빌. 그놈이 숨겨 놓은 것의 7할을 제가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음…….”
그의 수염이 한순간 실룩였다.
“역시…… 그것을 알고 있나?”
“말씀드리긴 새삼스럽지만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지방 말단 영주도 뻔히 아는 일 아닌지요?”
악당이든 아니든, 재산은 숨기기 마련이다.
실은 나도 요즘에는 이것처럼 다람쥐처럼 묻고 다니기도 하고.
당연히 허무하게 가 버린 3황자 역시 이런저런 말할 수 없는 수단으로 배를 불렸으리라.
그리고 주인이 없다면 당연히 그것은 공중 분해되어 여기저기 뿌려질 운명.
“어차피 지금 제국의 사정은 썩 좋지만은 않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것 외에는 달리 보수를 요구할 생각은 없습니다.”
“……흠.”
7할을 요구한 건 나름 양심적이다.
3할만 남겨 놔도 충분하겠지.
물론 처음 계획으로는 4할만 요구할 셈이었다.
그편이 뒤탈이 적을 테고.
하지만 다소 비율을 올린 것은…….
“역시. 이유는…….”
“제가 입을 다물어 주는 대금의 값어치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노골적이지만 언급해 두자.
나는 댁들이 한 짓을…… 정확히는 댁들의 선조가 한 짓을 알고 있다.
어차피 당사자들은 전부 끝이 났고, 산증인도 이젠 없지만.
그래도 언급은 해 두는 게 좋겠지.
“자고로 값이 오르면 그만큼의 지출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의역하자면.
나는 전부 알고 있고, 그 엘프들 역시 내 수중에 들어왔다.
당연히 그만큼의 몫을 뜯어내야 하지 않겠니?
라는 뜻.
만약 수긍하지 않으면.
“그리고 값을 내지 못하면 물건을 살 수 없겠죠.”
그때는 그때다.
전쟁이든 뭐든 감수할 수도 있다.
물론 그 지경까지 갈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여기고 있다.
보통 이런 허세는 잘 먹힌다.
하물며 상대가 나를 무시할 수 없을 때야말로 더욱.
직위건 혈통이건, 상관없다.
중요한 건 힘이다.
“……7할이라, 뭔 소린지 모르겠군.”
황제는 이리 말했다.
거절의 뜻이 아니다.
“3황자의 최후는 안타깝지만. 그가 남긴 것도 소실되었다고…… 짐은 알아 두겠네.”
요컨대 내가 그대로 꿀꺽해도 관여하지는 않겠다는 뜻.
굳이 미친개의 아가리에 손을 집어넣는 변태는 드물다는 뜻이다.
간혹 정말로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때는 과감히 물어뜯는 게 요령입니다. 멍!
그러나 황제는 그런 변태는 아니다.
순순해 내 요구를 들어주고 대가를 주었다.
“그럼 제국의 안녕을 기원하도록 하죠.”
“……부디 그러길 바라지.”
피차 건드리지 않으면 별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유익한 협상은 의외로 간단히 끝났다.
하긴 싸울 필요는 없지.
평화가 최고여.
* * *
그렇게 뜯어낸 것에 대한 몫을 계산하고는 당장 먼 근심은 잠시 잊고 싱글벙글하는 사이.
대략적인 사정을 아는 크루세는 반대로 고민이 깊은 듯 미간을 찌푸린 채 내게 질문했다.
“이다음은 어쩔 셈이죠?”
“다음입니까?”
의외다. 먼저 물을 줄이야.
“에일런, 당신이 뭔가 알고 있다는 건 눈치챘으니까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도와주시는 겁니까?”
“그런 괴물을 보았으니 방치를 해 둘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 아닌가요?”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당장의 목적을 잃은 크루세도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협조 정도는 해 줄 셈인 모양이다.
실은 알닉스와 루셀 엘베이드 역시 협조 의사를 밝혔다.
셀베스터가 두고 간 건 분하긴 하나 얌전히 기다릴 생각도 없는 모양.
‘어라? 어째 갈수록 딸린 혹이 늘어나는데?’
뭐, 너무 깊게 생각진 말자.
중요한 건 그들이 내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이대로 일 없으니 해산!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슬프게도 할 일이 많다.
“일단은 당장이라도 출발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저도 확인해야 할 일이 조금 있거든요.”
안타깝게도 에일런 씨는 바쁜 몸이십니다. 매우 바빠요.
가게 쪽도 신경이 쓰이고, 일단 보낸 엘프들에 대한 것도 직접 확인하고 이야기를 해 줘야 한다.
물론 다른 이들이 잘 처리해 주겠지만 그래도 직접 보지 않으면 안심이 안 돼.
그러니 나는 잠시 돌아갈 생각이다.
하지만 이들까지 같이 동행한다?
“그러고 보니 여러분들께선 혹시 다른 용무가 있습니까?”
“아뇨.”
“딱히 없다만.”
“슬프게도 한가해…….”
이런 실업자 집단을 봤나.
이 정도 인재들이 할 일이 없어 놀다니.
용납할 수 없다.
나는 놀더라도 다른 사람은 놀지 않게 하리.
내로남불.
그것이 나의 인성이로다…….
“그럼 제가 잠시 돌아간 사이에 먼저 할 일을 부탁드리면 그곳으로 향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우와…… 떠넘기는 거 봐.”
“요컨대 우리끼리 여행하란 소리냐?”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당연히 돌아오는 반응은 그래도 되겠냐는 뜻.
“일단은 들어 보죠.”
“당연히 이유는 있습니다.”
당연히 나도 그런 심보만으로 부탁하는 것은 아니다.
“실은 다음에 가야 할 곳을 생각은 해 두었는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조금 골치가 아픕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먼저 탐색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실제로도 골치 아프다고 생각하고 있고.
“어디길래 그렇게까지 말하지?”
일단은 들어 보고 수긍하든 말든지, 정하겠다는 분위기다.
설득에는 자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먼저 가야 할 목적지를 말했다.
“북쪽입니다.”
분명 녀석들이라면 그곳으로 향할 테니까.
모두의 표정이 굳는다.
그럴 수밖에.
“북쪽이라면…….”
“예. 그곳밖에 없죠.”
새하얀 지옥.
백색 지옥.
“아마 셀베스터는 그곳의 지배자의 목을 베는 게 목표일 테니까요.”
목적을 유추하는 것쯤은 어떻게든 되는 일이다.
“과연…… 먼저 가서 가로채자는 거냐?”
알닉스는 당연히 그러리라고 여겼다.
“아뇨. 그보다, 그 무슨 흉흉한 소리입니까. 사람을 무슨 악당들 목 썰고 다니는 괴한으로 여기지 마시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다. 완전히 틀렸습니다! 땡!
“……야.”
“정확히는 막아야 합니다.”
셀베스터가 그녀를 죽이지 못하도록 반드시 저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마 그 녀석은 이해하지 못하겠지.
“지금 시기에 그녀가 죽으면 매우 곤란해집니다.”
무엇보다 본래 이 시기에는 절대 그녀를 건드릴 이유가 없을 터.
그럼에도 굳이 북쪽으로 향했다는 건.
대충 무엇을 노리는지는 빤히 보인다.
“그러니 저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들보고 그 위험한 북쪽으로 가라는 거냐.”
“뭐, 바로 들어가라는 건 아닙니다. 일단 거기 가려면 준비를 좀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나도 곧 따라갈 셈이다.
내가 간절히 부탁하자 결국, 그들도 반대하지는 못하고 수락할 수밖에 없다.
“……칫, 알았다. 시키는 대로 해 주마.”
“일단은 위험하지만 않으면 협력해 줄게.”
“그럼 우선은 해야 할 일을 알려 드리죠.”
나는 그들에게 먼저 해 줬으면 하는 일을 지시했다.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보다 걱정되는 건…….
‘내 가게가 더 걱정돼!’
역시 세상보다는 내 돈벌이가 우선이다.
* * *
용건도 끝났으니 우선은 한 번은 내 가게와 저택이 있는 곳에 돌아가자.
나는 바로 전이를 사용하여 거리낌 없이 내 가게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에일런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에일런 씨가 돌아오셨다!”
“무사할 거라 믿었습니다.”
바로 모두의 환대를 받으며 나는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 내가 없는 동안 별일도 없었던 모양이다.
시비 거는 놈도 없고, 장사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양.
이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그러고 보니 고생은 나만 하네?’
뭐, 그 점은 억울하긴 해도 자업자득이고 팔자니, 참자.
“그럼 당분간은 이곳에 계시는 겁니까?”
“잠깐? 어째서 왜 제가 또 여행을 떠나는 게 전제입니까?”
“예? 바로 떠나실 게 아닙니까?”
디레스가 무슨 소리냐는 듯 묻자 내 말문이 막혔다.
“그야…… 떠나겠지만요.”
“역시.”
엥?
이상하다.
왜 주변 사람들은 내가 바쁘게 돌아다닐 거라 생각하는 거지?
난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야!
한참을 따져 묻고 싶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디레스 씨, 일단 얼마 전 보낸 이들에 대해서입니다만.”
확인해야 할 건 이전에 크멜스의 약속대로 빼돌린 엘프들의 안부.
“물론입니다. 그들에게는 에일런 님께서 보내신 편지대로 설명은 했습니다만…….”
말끝을 흐린 건 그도 적잖게 난처해하고 있다는 뜻.
이해한다.
갑작스럽겠지.
사전에 이럴 수도 있다고 언질은 했지만 반쯤은 즉흥적인 일이다.
대응하는 것도 애먹을 만하지.
“바로 제가 직접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들은?”
“예. 우선은 저희 쪽에서 지내고 있습니다만, 추가로 머물 곳도 확보는 했습니다. 다만…….”
“지출은 제가 다른 곳에서 충분히 충당했으니 안심하세요.”
수많은 엘프가 머물 곳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게 한두 푼은 아니겠지.
일단 급한 대로 현재 우리 가게에서 보유한 재산을 써서 확보했다는 뜻.
뭐, 그것도 내 지시다.
어차피 투자 명목이고, 무엇보다 손해 본 건 없다.
얻은 게 많으니까.
부족한 돈은 이 에일런 님께서 메꾸었으니 안심하라고!
“그보다 그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겠죠?”
“상관은 없을 겁니다. 계속 기다리고 있었을 테니까요.”
디레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할 일이 제법 많군…….
괜찮다, 이것도 분명 내 찬란한 미래로 이루어질 과정이야.
“그럼 이야기를 나누러 가죠.”
바로 내 미래의 사원들에게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