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24)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24화(324/344)
제 324화
359화 최후의 난 (1)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내가 21세가 되는 해가 되었다.
최근 내 일상은 영물 발란트를 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
대륙 각지로 향해 어떤 일을 수행하고 돌아온다.
오늘도 할 일을 끝마치고 복귀하자 아무렇지 않게 병사가 나와 발란트 위에 탄 나를 올려다본다.
“늘 수고하십니다, 에일런 씨.”
저 친구는 내가 뭘 하는지나 알고 하는 소릴까?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내게 몇 가지 간단한 문답만을 하고는 도시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그럼 다음에도 잘 부탁해.”
-신경 쓰지 마라.
발란트를 돌려보내고 난 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가 지나친 관문을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내가 발란트 타고 나타났을 때는 난리였는데.”
인간의 적응력이란 참으로 무섭지?
“……이젠 발란트 보고도 놀라지도 않네.”
처음 내가 저 뱀을 타고 도시 근처로 이동했을 때는 아주 호들갑을 떨다 못해 일개 소대가 출동하고 난리도 아니었었다.
그러나 몇 번이나 비슷한 짓을 하다 보니 위기감이 마비된 건지 놀라긴커녕 아예 발란트랑 같이 푸념이나 하고 자빠졌다.
“뭐, 나야 그쪽이 편하긴 하지만…….”
최근에 약간 이유가 있어서 발란트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할 일이 많았기에 귀찮아서 도시 옆에 이동해 본 것인데 의외로 잘 먹혔다.
역시 비상식의 동네!
360화 최후의 난 (2)
돌아오자마자 바로 엘메로트 씨의 공방으로 향하자 그 겉만 젊은 노인이 눈을 부릅뜨며 나를 반겼다.
“오? 벌써 돌아왔나?”
그리고 그의 뒤에는 늘 그렇듯 바람의 정령왕 세닐레이나가 당연하다는 듯이 있었고.
-어서 와.
“잠시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지금 막 돌아왔거든요. 이해해 주시길.”
-상관없어. 필요한 일이니까.
“이해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아, 선물 사 왔는데 드실래요?”
“……아니, 양해를 구할 거면 이 공방의 주인인 내게 권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권하는 건데요?”
지금 둘 중에 누가 실권자인지는 딱 보면 알지 않나.
나 참, 잡혀 사는 주제에 말이 많다.
뭐, 사소한 건 됐다.
“그보다 가져온 것이나 좀 봐 주시죠.”
“……그놈의 태도나 좀 고쳐먹어라. 네놈의 머릿속이나 보고 싶군.”
엘메로트의 불평은 싹 흘려들으며 나는 아공간에서 가져온 성과를 촤르르르륵 꺼내 쏟아 냈다.
이걸 위해 위병들에게는 적당히 외부에서 가져온 특산물로 대신 속였지.
진짜 목적은 이것이다.
“이번에도 잔뜩 가져왔군.”
엘메로트가 턱을 쓰다듬으며 그 물건을 감정이라도 하듯 뚫어지게 노려본다.
전부 아티팩트.
“대륙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싹 구해 온 것들입니다.”
“……솔직히 믿기지 않는군. 어지간한 보물 수집가도 이렇게까지 긁어모으지 못할 걸세.”
칭찬이긴 하지만 듣는 처지에선 미묘하다.
‘어디까지나 편법으로 찾아 모은 거니까.’
진짜 탐험가들에게는 도리어 미안할 정도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
무엇보다 이 세상을 위해서 하는 고생이니까.
“그러니까…… 요컨대 이것들 전부가 그 괴이쩍은 놈들에게 먹히는 아티팩트라는 것인가?”
“그런 셈이죠.”
전부 2만 년 전의 유산.
분류상으로는 그들이 후대를 위해 숨겨 놓은 아이템이다.
“우선은 찾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찾아 두었습니다.”
본래는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찾아낼 생각은 없었으나 지난번 사건을 계기로 긁어모아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반드시 계획에 필요했으니까.
그걸 위해 나는 내가 기억하는 소설의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 불의 정령왕이 말했던 곳, 그 외에도 짐작이 갈 만한 곳은 죄다 발란트의 힘을 이용해서 대륙 전체를 돌아다녔다.
참으로 바빴지.
어떨 때는 던전을 통째로 박살 내서 끄집어냈고, 또 어떨 때는 몰래 귀족들의 저택을 털거나 해야 했다.
과거의 나였다면 몇 번은 목숨을 걸어야 했을지도 몰랐다.
“일단 효과는 이래저래 달라서 당장 전부 써먹기는 힘들 테니 몇 개를 빼고는 부탁드린 작업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상관은 없네. 하지만 믿기지 않는군.”
그가 몇 번이고 미심쩍은 듯 중얼거리는 것은 내가 말한 것이 아직도 썩 믿기지 않는 것이겠지.
나에 대한 불신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하는 말이기에 이 정도로 미심쩍어하는 선에서 끝낸 것이다.
“자네가 말한 ‘개편 계획’이라고 했던가? 정말로 그게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나?”
개편 계획.
그것은 내가 넬케로스에게서 받은 팁을 토대로 상세하게 짠 계획이다.
이 말아먹을 세계를 어떻게든 살 만한 곳으로 건져 올릴 계획.
“일단 이론을 확인할 때 어르신도 같이 계셨지 않습니까? 거기 정령왕님도 똑같이 동의하셨고요.”
“끙…….”
-나도 가능하다 생각해.
“거봐요.”
그들도 동의했기에 내 일에 협력해 주는 게 아니던가.
“알겠네…… 뭐, 대충 이론은 확인해 두었으니 다소 시간은 걸려도 불가능하진 않겠지. 그렇지 않소?”
-응. 우리 쪽 애들도 도와줄 테니까.
세닐레이나가 싱긋 웃으며 손을 까딱이자 몇 마리의 중급 정령이 그 자리에서 소환되며 연극조처럼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마누라 잘 둬서 좋겠네요. 정령 조수도 부려 먹고.”
“당장 네놈 머리부터 쪼개주랴?”
“하핫! 할 수 있으면요!”
어쨌든 작업은 맡겨도 되리라.
한 번 더 상세히 부탁하고는 나는 슬슬 다음 할 일을 위해 다시 궁리하기 시작했다.
“남은 건…… 이제 그 멍청이들을 두들겨 패서 말리는 것뿐인가.”
그 멍청이들.
최종보스랑 주인공 듀엣이라니 어이가 없지.
“하여간 사람 귀찮게 해.”
뭐, 머지않았다.
결판만 짓게 되면 그 뒤에는 다시는 골머리 썩힐 일은 없으리라.
“……부디 잘돼야 할 텐데.”
준비할 것도 부탁해 두었고 아마 아슬아슬하게 어떻게든 갖출 수 있다.
나머지는 정말로 내가 노리는 방식이 제대로 들어맞을 것인가, 하는 점.
‘괜찮아…… 곧 끝은 보일 테니까.’
겸사겸사 또 하나 모으고 있는 것을 확인해 보았다.
포인트.
<잔여 영향력 포인트 : 2,908pt>
“조금 더 남았나.”
아티팩트를 모으면서 활동을 했기에 자연스레 모인 포인트.
하지만 더 필요하다.
‘계획에 필요한 건 포인트 5천이었지?’
어떻게든 달성하면 된다.
아니, 하게 만든다.
그다음에야말로 나는 내가 꿈꾸던 정착을 이룰 수 있으리라.
“하. 어렵다, 어려워.”
나는 한탄하면서 슬쩍 어제쯤 도착한 편지를 품에서 꺼내고는 다시 읽어 보았다.
북쪽으로 보낸 일행들이 보낸 편지다.
어느 정도 근황이나 혹시라도 다급한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 했으니까.
“세상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딱 그 말이 맞는 말이야.”
나는 한숨을 쉬며 예의 편지를 개봉했다.
정말로 그 말이 딱 맞다.
그 편지에 적혀진 내용은 다른 건 제쳐 두고 이 문장이 매우 마음에 걸렸다.
[북쪽으로 향하는 여행길에 다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북쪽으로 향하기에는 곤란할 것으로 예상이 되네요.]보낸 사람은 크루세.
난처해하는 투로 봐서는 정말로 귀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리라.
* * *
그 무렵.
크루세 엘파먼트를 비롯하여 에일런이 먼저 북쪽으로 보낸 일행들은 난처한 상황을 목도하고 있었다.
“이건…….”
“세상에…….”
조금 전부터 말이 없는 크루세의 옆에서 알닉스와 루셀은 진심으로 곤란한 듯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하다.
“……이봐, 마법사 씨? 분명 북쪽으로 가려면 여기밖에 없는 거 아냐?”
“그럴 거예요.”
크루세는 담담히 다른 길은 없다고 인정했다.
북쪽, 백색 지옥으로 향하는 길은 기본적으로 세간에 크게 알려져 있지는 않았다.
그야 애초에 그런 끔찍한 마경에 가려는 인간이 있을 리가 없다.
간혹 겁을 상실한 젊은이들이 그곳을 탐사하겠다고 가긴 하였으나 돌아온 이는 거의 없다.
그렇기에 공식적으로 그곳으로 향하는 길 따위가 알려졌을 리는 없지.
“가려면 이곳뿐이에요.”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대륙 북쪽에 위치한 항구.
일명 유일한 얼음의 항구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 외에는 다른 길은 없어요.”
“이유라도 있는 건가?”
“제가 듣기로는 다른 곳의 항구는 바다가 얼어서 배가 드나들 수 없는 모양이더군요.”
거기에 하늘은 온갖 위험한 몬스터가 서식하기 때문에 날아간다는 건 썩 추천할 수 없다.
유일한 길은 뱃길뿐.
하지만…….
“그 뱃길을 못 쓸 거 같은데…….”
루셀이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대로 지금 그들의 계획이 어긋난 결정적 원인은 그 유일한 배를 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는 구할 수 있겠지만.”
돈은 얼마든지 있다.
자신들의 돈이라기보다는 에일런이 맡긴 여행 자금이지만.
당연히 에일런이 부탁한 것은 그 북쪽으로 향하는 배를 수소문해 달라는 것.
여러 가지로 절차에 시간이 걸릴 테니 그들을 먼저 보내어 귀찮은 일을 맡길 셈이었다.
“에일런 자식…… 설마 일이 이렇게 되리란 걸 미리 알고 있던 건 아니겠지?”
“적어도 그건 아닐 거예요.”
크루세가 단정 지었다.
만약 이걸 알고 있었다면 자신들을 먼저 보낸 의미가 없었을 테니까.
이건 그들이 먼저 온다고 해서 어떻게 될 일이 아니었다.
“……배는 구해도 띄울 수도 없겠군.”
“아니, 무슨 멍청한 소리야.”
루셀이 알닉스를 타박했다.
“저건 띄우자마자 타 버릴걸?”
루셀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조금 전부터 멈추지 않는 땀을 훑어 내며 저 바다 너머를 보았다.
“혹시 여기 마계인 건 아니지?”
반쯤은 농담이고, 반쯤은 진심으로 혹시나 싶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루셀의 헛소리에 딴죽을 걸 수도 없었다.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바다가 새빨갛게.
흡사 용암처럼 바다가 끓어오르며 닿는 모든 것을 태우고 녹여 버리고 있다.
“이건 상식 외의 사태네요.”
크루세 역시 당황하며 자신들이 당장 손쓸 수 없는 사태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곧 에일런을 향해 편지를 보냈다.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에 관해 고민하는 건 자신들보다 에일런이 더 잘 맞을 것이다.
본인이 들으면 울면서 어림없는 소리 말라고 방방 뛰겠지만, 역시나 누구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 * *
편지로 대략적인 상황을 확인했다.
‘……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내가 알기로 본래는 단순히 그곳에서 배를 타면 알아서 도착할 테고, 적이라 봐야 그곳에 사는 해양 몬스터나 혹은 북쪽으로 갈수록 매서워지는 추위뿐.
하지만 이 편지는 명백하게 상식을 넘은 사태다.
“슬슬 가 보긴 해야겠군.”
어차피 언제든 출발할 수 있도록 모두에게 가게나 상업에 관련해서는 맡겨 둔 상태.
나는 주의할 것만 당부하고는 바로 북쪽으로 출발하고자 했다.
긴 여행길을 따라잡을 필요는 없다.
“어디…… 어디…… 좋아. 제대로 그려져 있군.”
내가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을 하나 크루세에게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편지에는 그곳의 상황을 정리해 놓은 것과 별개로 또 한 장이 있다.
펼치자 그림이 그려져 있다.
내가 부탁한 것은 그곳의 도시에 도착하면 적당히 실력 좋은 화가를 수배하여 그곳의 정경을 그려 보내 달라는 것.
“내 공간 전이의 기준은 이미지니까.”
장소에 대한 기억…… 즉, 이미지만 확실하게 가지고 있으면 못 갈 곳이 없다.
그 항구에 관해서는 원작에 삽화는 없지만 이렇게 이미지를 남겨서 보내면 나도 따라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이라면 다소 불안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지.”
이미 과거의 시대에서 수행을 쌓아서 능력을 사용하는 진짜 요령을 깨닫고 난 뒤.
“그럼 가 보실까.”
나는 바로 그 그림을 암기라도 할 기세로 뚫어지게 훑어보고는 바로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림과 별개로 마치 실제로 보고 있는 것처럼 그곳의 풍경이 떠오른다.
“오케이! 잡았다!”
바로 전이를 하여 이동.
단번에 시야가 그곳의 실제 풍경으로 바뀐다.
제대로 도착했다.
“……거기에 예전 같은 부담감도 없군.”
내가 있던 도시에서 북쪽까지는 그야말로 수개월.
그 거리를 단번에 이동해도 이전 같은 부담은 느껴지지 않는다.
확실히 실력이 늘었다.
그 사실에 왠지 뿌듯해진다.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그럼 그 사고뭉치들은 어디에 있담?”
우선은 접촉할 장소는 미리 정해 두었다.
그 장소로 향하자 역시나 크루세를 비롯한 다른 일행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이쪽을 돌아본다.
“에일런!”
“오! 다들 여기 있었군요.”
자, 에일런 씨가 왔습니다. 그러니 이젠 안심하시죠.
“얌마! 에일런! 너 저거 알고 있었냐?”
“맞아! 저거! 설마 저 꼴 알면서 우리더러 먼저 오란 건 아니지?”
알닉스와 루셀이 급히 따지지만 이번만큼은 정말로 아니다.
“설마요. 이번에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번만큼은 정말로 아니다.
억울합니다!
“일단은 제 눈으로 직접 한번 보고 말씀을 드리죠.”
“…….”
“…….”
“아니, 왜 더 어이없다는 눈초리를 보내는 건데?”
바로 나는 그 문제의 항구로 향하기로 했다.
도시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인 게, 딱 봐도 한가롭게 여행이나 할 때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이미 이곳의 주민들은 울상인 모양이더군요.”
“그야. 어업이든 뭐든 전혀 하지 못하니까요.”
아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거기에 이번 사건으로 항구에 정박해 놓은 배가 전부 불타 가라앉아 버린 모양이라 상인들도 몇이나 파산해 버린 듯싶다.
“……하여간, 늘 우는 건 우리 같은 서민들뿐입니다.”
남 일이 아니다.
조금만 실수하면 나도 그들처럼 주저앉을 수밖에 없겠지.
경각심을 가지며 우선은 항구로 나와 보았다.
이미 그곳은 사람은 없다.
“안 그래도 푹푹 찌니까. 서 있기만 해도 어질하더라고.”
루셀의 말대로다.
“……완전히 용암의 바다로군.”
그곳의 광경을 실제로 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바다가 말 그대로 화산 속의 용암처럼 변하여 펄펄 끓고 있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