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29)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29화(329/344)
제 329화
366화 최종 보스 (2)
쿠웅!
굉음이 울리며 땅이 흔들린다.
“뭐, 무슨 일인가?”
넘어질 뻔한 국왕은 바로 옥좌에 기대앉은 채로 황급히 보고를 채근했다.
지금까지 이 근방에서 땅이 흔들린 적은 없다.
그런 기록 따위도 없다.
무엇보다 지금 굉음은 지진과는 명백하게 달랐다.
마치 이것은 무언가가 땅속 깊숙이 찔러 때리는 듯한 느낌에 가깝지 않은가.
“……설마.”
그리고 최악의 예감은 보통 들어맞기 마련이리라.
“폐하!”
급히 누군가가 뛰어 들어온다.
하지만 보고를 받을 여유도 없다.
콰앙!
굉음과 인간이 짓뭉개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
“큭…….”
국왕을 비롯하여 그 자리에 있던 중진들 역시 이를 악물고 흠칫 놀라는 게 고작이다.
“어, 어떻게 된 일이냐! ……아니, 웬 놈이냐!”
바깥에 있는 것은 기척.
국왕은 떨리는 주먹을 억누르며 가까스로 자신의 위엄에 매달리듯 엄숙히 경고했다.
“감히 행패를 부리고도 무사할 거라 여긴 것이냐?”
가까스로 강하게 경고하며 썩 물러가라, 으름장을 놓지만…….
당연히 통할 리가 없다.
“웃기지도 않는군. 고작 감투 하나로 위세를 떨 셈인가? 이런 허무한 세상에서 말인가?”
그 목소리는 비웃었다.
“뭐 하는 놈이냐.”
“……좋아. 마침 용건을 전하려던 참이야.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 주지.”
그렇게 문을 부수며 홀에 난입한 자는.
“……괴물?”
전신이 정체불명의 나뭇가지로 짜여 이루어진 괴인이었다.
그러나 곧 놀라운 것은 그 괴인의 모습이 자신들과 흡사한 인간의 것으로 변모한다.
“흠…… 이쪽이 더 말을 나누기 편한가? 하긴, 보기 좋은 쪽이 이야기하기도 좋겠지.”
“저 무례한 놈을 끌어내라!”
이야기를 나눌 필요 따위도 없다.
국왕이 명령하자 병사들이 쏜살같이 달려들어 그의 목과 배를 비롯한 급소를 창으로 찔러 꿰뚫었다.
푸슉!
이곳에 있는 인간들의 안색에 화색이 돌았다.
정체가 무엇인지 몰라도 저런 불길한 괴인 따위는 바로 목을 쳐야 함이 마땅하다.
무엇보다 본능적으로 저것과 순순히 이야기를 나눠 봐야 좋을 것도 없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런.”
그러나 정작 꿰뚫리고도 그 사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혀를 차는 게 아닌가.
곧 유쾌하게 고개도 내저으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병사를 밀쳤다.
그리고…….
“끄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밀쳐진 병사의 전신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무너졌다.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다.
불타고, 석화되고, 갈가리 찢기고.
마치 보답이라는 듯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절명시킨다.
“어떻게?!”
“어쩌고 자시고, 이건 본체가 아니거든.”
그는 허무할 정도로 비결을 바로 밝혔다.
분신이다.
본체는 아득히 먼 곳에 있고 이곳에 보낸 것은 그저 그의 의식을 쪼개어 만든 가짜.
당연히 그런 가짜를 찔러 봐야 죽을 리도 없다.
“설마 고작 네놈들 따위에게 내가 직접 행차하여 이야기를 나눌 거라 생각했나? 푸흐흐흐흐흡!”
“이, 이놈이…… 뭣들 하는 거냐! 저런 놈의 헛소리를 계속 들을 것이냐!”
국왕은 몸서리를 치며 외쳤다.
그리고 그 호통에 호응하듯 이번에는 강고한 체격의 기사가 직접 나섰다.
“저런 불경한 자 따윈 제가 베어버리겠습니다!”
기사단장. 칼베스.
소동을 눈치채고 곧바로 난입, 저 무례한 자를 직접 단죄하겠다며 검을 치켜들고 선언했다.
“오오오오오오…….”
“그래, 칼베스 경이라면…….”
그들이 믿는 최고의 실력자라면 저 기분 나쁜 괴인을 단번에 목을 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의심 없이 믿은 자들이 탄성을 깊게 울린다.
“어리석군.”
그리고 그는 조소했다.
“더는 그 거만한 주둥이를 놀리지 못하게 해 주지.”
칼베스는 묵직한 대검을 치켜들고는 그것을 에필레오트에게 겨누고는 선언했다.
너를 치겠다, 라고.
“이거 참, 무섭군. 내 쪽은 대화를 하러 왔는데 말이야.”
“닥쳐라, 간사한 놈.”
칼베스가 일갈하며 대검을 에필레오트를 향해 내리찍으려 했다.
분신이라도 상관없다.
단번에 파괴하고 바로 본체를 찾아내어 단죄해 주리라.
그렇게 힘 있게 내리쳐진 일격을…….
“주제를 알아라, 이 세상에 아무 가치도 없는 녀석.”
비웃는 한마디와 함께 허무하게 그의 몸이 깨져 버리고 말았다.
딱히 그의 분신이 움직인 건 아니다.
바닥을 꿰뚫고 나온 날카로운 기둥이 그를 꿰뚫으며 허무하게 찢어 버렸다.
“흥,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녀석의 말로는 이 정도겠지.”
에필레오트는 일말의 가치도, 자랑거리도 되지 않는다는 듯 기사의 시체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리고 홀 내부는 아비규환이 되었다.
믿었던 실력자도 당해 내지 못했다.
참았던 공포가 터졌다.
“닥치고 있어라, 인간들이여.”
에필레오트는 그들을 능숙하게 제압했다.
뭘, 어려운 걸 할 필요도 없다.
이미 힘을 보여 주었다.
그다음에는 그것을 향하기만 하면 알아서 닥치기 마련.
“참으로 편리하기도 하지.”
“……무엇을 원하는 건가.”
“일단 경고하러 왔다. 우선 너희들이 백색 지옥이라 부르는 마경. 그곳은 내 손아귀에 떨어졌다.”
“뭣?”
믿기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나 에필레오트는 우습다는 듯 조소할 뿐.
그 마경이 정복당했다는 사실에 국왕을 포함해 다른 이들도 믿기지 않는 듯 여기나.
이곳에서 무슨 근거로 부정할까.
“믿지 않는다면 서운하니 여기서 8할을 죽여 내 힘을 증명할 수밖에 없겠군.”
“기, 기다려라!”
살육을 벌이겠다는 선언에 국왕이 다급히 외쳤다.
실제로 에필레오트가 눈을 깜박이자 그들을 위협하던 송곳이 이곳에 억류된 인간의 8할을 단번에 찢으려 하던 참이다.
“네놈의 주장을 우선 인정하마. ……그래서 그 땅을 차지하여 뭘 하려는 거지?”
“이야기하기 순순해서 편하니 참 좋군. 그래…… 용건. 용건을 전해야지.”
마치 못된 꾀라도 부리듯 몸을 떨며 폭소를 참는 시늉을 하며 에필레오트는 먼저 그들에게 용무를 전했다.
모든 것은 이것을 선언하기 위해서다.
먼저 그것부터 말해야지.
“일단 이것부터 말하지. 지금부터 나는 네놈들의 모든 국민…… 네놈을 포함해 모든 살아 있는 이들의 존재와 흔적, 그 모든 것의 3분의 2를 죽이겠다.”
터무니없이 잔혹한 선언이었다.
그리고 그 끔찍한 선언은 이곳뿐이 아니라 모든 지역…… 작게는 마을 하나하나에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 * *
콰직!
놈이 개소리를 지껄인다.
나는 주저 없이 에필레오트의 분신을 발로 짓밟았다.
놈이 갑자기 출현했을 때는 조금 놀랐지만, 곧 가짜라는 것을 알았다.
놈은 내가 읽었던 소설에서도 비슷한 분신을 이용한 적이 있었으니까.
“참 변태 같은 놈이란 말이지.”
“아무렴 너만 하겠나, 에일런.”
거기에 분신은 에필레오트의 의사와 직접 호응하는 모양인지 내 반응에 장단까지 맞춰 주었다.
쓸데없이 고성능이다.
그렇기에 나는 놈이 헛소리를 지껄이기 전에 박살 내어 머리만을 남겨 두고 짓밟았다.
“생각 같아서는 이것도 부숴 주고 싶은데 그랬다간 정보를 듣지 못할 테니까.”
“참 현명하군…… 크크크큭.”
칭찬이 아닌 것만은 뻔했다.
“용건만 말해. 네가 지금 이곳저곳에 잘난 분신 뿌린 건 아니까.”
“뭐, 상관없나. 어차피 네놈에게도 전해야 할 테니. 우리들의 목표를.”
목표? 그보다 우리라니…….
“과연 그 멍청이도 거기 감화되었나.”
“타협이라고 말해라. 그 소년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택했을 뿐이다.”
“됐고. 무엇을 할 셈이지?”
“지금부터 우리는…….”
“설마 ‘닥치는 대로 학살을 벌이겠습니다?’라고? 그딴 소리나 하려고?”
“오? 역시 알고 있었나?”
정곡이군.
“하긴 에일런 네놈은 알고 있는 쪽이었지.”
“그래, 그 지긋지긋한 소설도. ……그리고 그 이전의 사정도 대강 정보를 들었거든.”
“호오…….”
녀석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
본심이다.
“그걸 알면서도 지금 나를 짓밟는 건가?”
“아니까 방해할 셈이야.”
본래 원작에서도 에필레오트는 세상을 무너트리겠다는 선언을 하며 대량 학살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곳의 녀석도 다를 바는 없다.
하려는 일은 비슷하다.
“나는 지금부터 이 별의 인간의 3분의 2 정도를 숙청할 생각이다.”
“……좀 많군.”
소설에서 기껏해야 2할 정도만을 죽이겠다고 했던 놈인데.
꿈이 커지셨나?
“알겠지만 그 정도는 되어야 그들이 만족하거든.”
이 별을, 문명을 지켜보는 자들. 신들처럼 내려다보는 존재들.
“그들은 계산을 끝냈다. 그 정도의 시련과 피를 이 별에 흐르게 하여 고통을 준다면 인류는 다음 단계로 통과할 것이라고.”
녀석은 딱딱하게 말했다.
자신의 의사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강요임을 강조하듯.
“그러니 녀석들의 명령을 따라야 하지 않겠나? 철저하게 이 별의 인간들에게 가르쳐 주는 거야.”
“…….”
마냥 헛소리는 아닐 것이다.
틀림없이 그런 명령은 받은 모양이니까.
“셀베스터 그 녀석은 그걸 알면서 수긍했어?”
“당연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타협했지.”
“……무엇에?”
타협을 했다면 조건이 있을 것이다.
직접 끼어들진 않더라도 방관을 하는 조건으로 받는 대가가.
“설마 인제 와서 금은보화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웃기는 소릴. 그보다 값진 것이다.”
보물도, 힘도 아니다.
“시간이다.”
시간.
“…….”
“자그마치 1만 년의 유예.”
이 무리한 조건을 달성하는 대가로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걸고 약속했다.
“적어도 1만 년은 아무런 손을 대지 않고 지켜보지도 않겠다, 그렇게 약속했지.”
“……과연. 적어도 1만 년은 놈들이 멋대로 이 세상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건가.”
말 그대로 유예다.
이미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놈들이 언제든지 누를 수 있는 멸망이라는 스위치에서 손을 떼 주고 기다려 준다.
한정적인 시간이라 해도 참으로 유혹이 크겠지.
“……놈이 타협할 만하군.”
“뭐, 네놈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그 애송이는 괴로워했지만 말이지. 푸흐흐흐흐흐흡!”
“…….”
“그 얼굴을 직접 보여 주지 못해 유감이다.”
녀석은 그리 말하며 웃었다.
참으로 성격도 더럽지.
“1만 년이면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나? 인간의 수가 지금 줄더라도 불과 1~2천 년이면 그 공백은 아물어 갈 거다.”
또한 오늘의 교훈을 얻어 새로운 무언가를 얻을지 모르지.
그 지긋지긋한 놈의 논리다.
모든 진보는 비극으로부터 이루어진다.
제길.
“이걸로 한정적이지만 너희들의 세상은 유지된다.”
그게 놈의 주장이다.
“웃기지도 않는군. 최종 보스가 세계를 구한다고 지껄일 셈이야?”
“구하다니. 가당치도 않지. 그 정도로 뻔뻔하진 않아.”
에필레오트는 악의적인 웃음을 흘리며.
“네놈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1만 년을 더 지켜보는 것뿐. 같이 즐기자는 거다.”
“…….”
“물론 너희에게도 나쁘지 않아. 일단 말해 두지만 녀석들의 유예는 곧 끝나.”
끝이 난다라…….
“내가 실패하면 그때는 이 별을 포기하고 다시 새로 시작하고자 할 것이다.”
“슬슬 리셋 버튼을 누를 때라는 건가.”
“에일런 네놈이 설쳐 준 덕에 그 주기가 몇 년 더 빨라졌어. ……하긴 고작 몇 년이니 의미는 없겠지만.”
나를 비난하는 말투가 아닌 점이 의외였다.
“그러니 방해하지 마라. 그저 지켜만 본다면, 네놈…… 혹은 네놈의 주변 정도는 숙청에서 예외로 해 주지.”
“그것 또한 타협이냐?”
“……이미 그 은발 애송이도 수락한 타협이지.”
역시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답은?”
“고민하고 자시고 할 게 있어?”
콰직.
나는 녀석의 머리를 밟은 발에 체중과 힘을 실었다.
“꺼지시지? 그딴 개 같은 짓을 누구 허락받고 저질러? 유감이지만 그딴 거지 같은 세상을 볼 바에야 그냥 콱 사라지는 쪽이 백배는 나아.”
나는 이리 선언했다.
“참 헛소리도 잘 지껄이는군. 하긴, 그러니까 내가 읽었던 그 소설에서도 우리 주인공한테 잘게잘게 썰렸던가?”
마구잡이로 폭언을 쏟아 주었다.
그러나 녀석이 새삼 발끈하는 일도 없을 거다.
“그렇군…… 그게 네 방침인가?”
완전히 파괴했음에도 어디선가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은 네가 가지고 노는 세상이 아니거든.”
그러니…….
“넌 어디까지나 배제해야 할 해충이다. 네놈을 쫓아내 버리고 그다음 내 노후 대책이나 마련해야지.”
“……참으로 작은 소리나 하는군.”
“알 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