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31)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31화(331/344)
제 331화
368화 최종 보스 (4)
“아아…… 정말로 어리석긴…… 푸흐흐흐흐흐흐하하하하하하핫! 너무나 어리석어!”
정말로 우습기 짝이 없다.
단순히 실소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가여워 죽겠다는 듯 에필레오트는 그 자리에서 데굴데굴 구를 만큼이나 폭소했다.
“…….”
“하하하핫. 너도 웃어 주지 그러냐. 저렇게나 멍청한 놈들을 말이야.”
“시끄러워.”
“흠, 취향도 안 맞긴. 뭐, 좋아. 그나저나 생각보다 빨리도 모여든단 말이지.”
물론 그 정도로 도발을 해 댔고 실제로도 저질렀다.
당연히 각국의 지도자들의 속이 타들어 가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렇다 쳐도 꽤 신속하게 의지가 단결되었다.
“어쩔 셈이지?”
“뭐가 말이냐.”
“처음부터 들어오는 것을 차단할 수 있었을 텐데.”
“어이쿠, 벌써부터 그러면 섭하지. 저렇게나 정성껏 군대를 준비하고 고대하며 오지 않았나? 적어도 이 땅을 밟게는 해 줘야지.”
에필레오트는 사전에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고는 하지 않았다.
“어쩌겠나, 셀베스터? 네가 저들을 대접하겠어? 기꺼이 양보하지.”
“……헛소리 집어치워.”
“뭐, 그럴 줄 알았다. 상관없어. 네놈이 나설 필요도 없으니.”
에필레오트는 가만히 자신의 옥좌에 앉은 채로 손만을 까딱였다.
“어차피 놈들은 여기까지 도달하지도 못해. 여기서 그 꼴을 지켜보기나 하자고. 하하하하하하핫!”
* * *
위화감.
‘뭔가…… 이상하군.’
지휘관은 희한할 정도의 위화감을 느꼈다.
행군은 순조롭다.
병사들의 체력도, 사기도 여유롭고, 무엇보다 그들을 방해할 만한 난관 따위도 없었다.
물론 아무 일도 없는 것은 아니다.
몇 번이나 몬스터들이 덮쳐 오고 때때로 변하는 함정 같은 지형에도 곤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너무 순조로운 거 아닌가?’
너무나 대응이 미적지근한 게 아닐까?
흡사 함정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밟아 버리기 전 같은 감각.
공적을 세우겠다는 욕심 이전에 먼저 그런 막연한 불안감이 생겨났다.
“이보게. 현재 거점으로부터 거리는 얼마나 떨어졌지?”
“못해도 이틀은 내리 걷지 않았습니까…….”
그를 뒤따르던 기사들 중 하나가 떨떠름한 듯 대답했다.
이미 뒤에는 최초의 거점은 보이지 않는다.
저 앞에 솟은 탑만이 눈에 띌 뿐.
“한 차례 멈추는 게 좋겠는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부하들은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행군도 순조롭고, 무엇보다 아직 체력이 남아돈다.
거기에 그가 멈춘다는 게 병사들에게 휴식을 준다는 의미가 아니란 것쯤은 뻔히 알고 있다.
지휘관은 결국 이 불안감에 대해서 사실대로 말을 하고 의견을 구해 보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다.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궁!
발밑 깊숙이 땅속 어딘가에서 무거운 진동음이 울렸다.
“윽?!”
“또 무언가 접근하는 게…….”
“그런 게 아니다!”
발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땅 안쪽에서 무언가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듯한 소리다.
그 정체를 곧 직감한 지휘관의 안색이 공포에 물들었다.
“흩어져라! 서둘러 흩어져!”
그러나 늦었다.
제아무리 훈련된 부대도 이것에 빨리 대응할 수 없다.
하물며 이들은 각국에서 인재들을 긁어모은 부대.
좋은 말로 하면 연합군.
나쁘게 말하면 누더기.
당연히 정예에 비교하면 굼뜰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치명적인 문제가 되었다.
콰앙!
지반이 치솟으며 무언가가 땅속 깊숙이에서 솟아올랐다.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암석이 부서지거나 치솟으며 그 위의 병사들을 전부 튕겨 내 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땅이! 땅이 폭발했다!”
“피해! 아아아아아아아악!”
처음의 폭발에 튕겨 나가지 않아도 비처럼 쏟아지는 바위에 병사들이 깔린다.
완전히 진열이 무너졌다.
그렇다고 버티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인간의 모든 전투의 근본은 발밑이다.
무기를 휘두를 때도 강하게 체중을 대지에 디디듯 고정시켜 싸운다.
한데 믿을 수 없게도 지금은 그런 발밑이 완전히 날아간 절망적인 상황.
거기에 폭발은 한 번뿐이 아니다.
쿵!
다시 한 번 대지가 올리며 바위가 치솟는데, 그때야말로 그들은 똑똑히 보았다.
거대한 바위 지렁이.
검은 암석이 무수히 뭉쳐 만들어진 듯한 지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괴물이 쉴 새 없이 땅을 헤집으며 병사들을 덮친다.
한 번 치솟을 때마다 폭발하듯 일대가 날아가고, 밖으로 튀어나온 지렁이는 다시 땅속에 풍덩 빠져들듯 파고든다.
한 마리뿐이 아니다.
녀석의 뒤를 잇듯 두 번째, 세 번째…… 이윽고 다섯 번째나 되는 괴물들이 차례로 튀어나온다.
“젠장! 저 괴물을 막아라! 마법이든 뭐든 좋으니…… 크아앗!”
그가 끝까지 말을 잇지도 못하고 날아온 바위에 충돌하여 튕겨 나갔다.
오러를 둘러 보호했지만, 몸이 부서질 것 같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할 정도.
하물며 평범한 병사들이 버틸 리가 없다.
“젠장! 마법사들은 뭘 하고 있는 거냐!”
이런 사태를 대비하여 마법사들이 있을 텐데.
그러나 마법사들의 병단 역시 아비규환이 되어 있다.
“으아아아악! 내 팔이…… 팔이!”
주문을 외려던 마법사 중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팔과 다리가 썩어 문드러져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이 난리 속이라 눈치채지 못했다.
굉음이 울리는 순간 그들의 주변에 검은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아니, 잘 보니 그것은 흡사 메뚜기의 형상을 한 묘한 현상이다.
그것이 닿자 그들의 살이 썩고 뼈가 녹는다.
말 그대로 독기의 해충.
“능력?! 능력인가!”
그러나 뒤늦게 눈치채 봐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 벌레들은 순식간에 마법사들을 휩쓸며 그들을 고통 속에 무력화시켰다.
그뿐이 아니다.
갖가지 이변이 일어나며 차례대로 그들의 군대를 박살 내며 점차 망가트린다.
처음에는 반절이 전멸하고, 그 이후에도 간신히 살아남았나 싶으면 또 다른 재앙이 덮치며 그들의 목숨을 앗아 간다.
“말도…… 안…….”
그리고 지휘관은 결국 절망 속에 그 말을 끝으로 최후를 맞이했다.
이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병사가 절규하며 그 사실을 나중에 도착한 부대에 전했고, 그들은 본격적인 전투에 임하지도 못한 채로 큰 난관에 봉착해야만 했다.
* * *
“에일런! 이야기 들었냐? 이거 제대로 골치 아프게 된 모양이던데.”
알닉스가 어디선가 편지를 받더니 급히 그것을 들고 뛰어 들어왔다.
셀바스 왕국 쪽 지인이 보낸 모양이다.
“연합군이 패배한 모양이더라고.”
연합군을 결성하고 출병하였지만, 정황이 썩 좋지는 못한 듯싶다.
공식적으로 패배를 알린 건 아니지만 꽤 곤란한 상황이 벌어진 듯싶고.
그렇겠지.
그럴 거야. 젠장!
결국 좋든 싫든, 우리가 가서 막는 수밖에 없다.
다수의 군대가 아닌 소수의 정예로 결판을 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사정을 빠삭하게 파악하는 건 나 외엔 없을 테고.
문제는 갈 수단이지만.
“……비공정인가.”
비공정.
요컨대 날아다니는 배다.
당연히 현대 지구의 일반적인 항공기와는 개념이 상당히 다르다.
마법을 이용해 물체를 띄우는 수단이니까.
이미 수백 대나 되는 거대한 배들이 우리들의 머리 위를 지나쳐 마경으로 향했다.
“……비공정이라. 하긴 그 방법이 있군요.”
나는 손뼉을 짜악, 마주치며 저곳으로 갈 방법을 찾았다는 느낌으로 그 소식을 반겼다.
“에일런? 설마…….”
“어차피 이왕 그 배를 잔뜩 풀 거면 한 대 정도야 어떻게 돼도 상관없겠죠.”
나는 씨익 웃으며 그들에게 좋은 생각을 하나 말했다.
“배 한 대만 탈취합시다.”
참 좋은 거 제안한다 싶기도 했다.
지금부터 정의를 위한 약탈을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자고로 정의를 위해서는 뭐든 해도 된다고 배웠습니다.
어디에서요?
소설에서요.
* * *
“하늘을 나는 배…… 소문은 간간이 들어 보았죠.”
“뭐,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거 타는 데도 엄청나게 비싸다지?”
우리는 그 비공정에 관한 이야기를 소곤소곤 나누었다.
일단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은 없다는 점에 안심했다.
의외로 상식적인 것인가.
“엉? 그러면 생각해 보니 차라리 처음부터 그걸 빌리러 가면 될 거 아닌가?”
“허락받기가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내가 먼저 그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절차상 무진장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비공정을 제공한 왕국은 절대 비공정은 작전 목적 외에는 제공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말이라도 잘못 꺼내면 자칫하면 그 왕국과 먼저 전면전을 치러야 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그 정도냐?”
“알닉스 씨는 들어 본 적 없습니까, 거기 국왕 성질 머리?”
“……음, 그러고 보면 들었던 거 같기도.”
일단은 귀족가의 태생인 그는 짚이는 게 있다는 얼굴을 했다.
“아마 저희가 말을 꺼내려 하면 바로 투옥하거나 머리를 날리고자 하겠죠. 거기에 무진장 종족 차별 주의자기도 하고요.”
“아, 그건 사양인데.”
루셀이 귀찮다는 투로 말했다.
“정 뭣하다 싶으면 거기 왕성을 불바다로 만들고 탈취하는 것도 괜찮겠지만…….”
“그건 아니에요, 에일런.”
크루세가 냉정히 그리고 상식적으로 지적했다.
“뭐어…… 저도 농담…….”
“불바다로 만드는 건 비효율적이에요. 만약 탈취가 목적이라면 일부 포인트만을 노리는 게 좋겠죠.”
“……가끔 생각하는데 어째 크루세 씨가 저희 중에서 가장 막 나가는 거 같습니다만?”
저 마법사가 말하는 상식은 빼자.
아무튼, 거기까지 저지를 필요는 이제 없다.
“……야, 그런데 결국 이것도 비슷한 짓 아냐?”
“아뇨, 다른데요.”
목표물을 노려보며…… 복잡한 표정을 짓는 그들과 달리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왕궁을 불바다로 만들고 그들의 보물을 탈취하는 거랑…….”
나는 그것을 눈여겨보며.
“저기 많은 배 중 하나를 하이잭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
“아무튼, 배나 고르죠.”
자, 어느 비공정이 실할까요.
나는 마음에 드는 배를 고르기 위해 하나하나 멀리서 훑어보며 웃음 지었다.
이제부터 저 배 중 하나는 제 것이 될 것입니다.
“뭐, 공짜로 빌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요금도 드릴 겁니다.”
대여료도 내 멋대로 지급한다.
약간의 금화와 그리고…….
이 세상의 평화?
아주 비싼 요금이 되겠다.
솔직히 이 정도면 우리가 바가지를 쓰는 셈이 아닐까?
그거보다 비싼 건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날 비공정대를 지휘하던 책임자는 차라리 하늘이 무너지는 게 낫다는 심정을 맛보아야 했다.
정체불명의 인물들에게 습격을 당해 비공정 중 한 대를 탈취당했기 때문이다.
“가, 각하…… 어떻게 이 일을…….”
“큭! 이딴 걸 어떻게 보고를 올리겠나!”
비공정을 탈취당한 대사건이다.
당연히 본국에 보고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멋대로 앞서 출격한 비공정을 두고도 타국의 연합군의 사령관들에게서도 잇따른 문의가 오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이고 자시고. 얌마! 이 일이 알려지면 너나 나나 둘 다 이거다, 이거!”
그는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단순히 면직이면 낫다.
이 정도 추태가 알려지면 물리적으로 참수를 당해도 이상할 게 없으리라.
“숨겨라.”
“예?”
“그 비공정은 지금 북으로 날아갔다 했겠지?”
그렇다면 상관없다.
지금 북쪽의 상태가 어떠한가.
분명 그 비공정 한 대만으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리라.
“탈취당한 비공정에 탄 놈들에겐 엄히 입단속을 해라……. 그래, 정찰 명목으로 보냈다고 하면 되겠군.”
“……그런 거짓말이.”
“놈들도 제 목이 아까우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을 거다.”
무엇보다 군대라는 조직상 진실을 묻기는 의외로 편한 법이다.
아마 타국의 장교들 역시 은연중 눈치를 채도 거짓말을 그냥 묵과할 것이고.
이로써 탈취당한 비공정에 한해서는 정찰 명목으로 떠나보낸 것으로 되었고, 그 진상이 세상에 알려지는 일은 결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