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40)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40화(340/344)
제 340화
378화 결론 (5)
솔직히 그걸 감당하는 게 더 귀찮을 것 같고.
일단 숨은 쉬는 모양이고, 만일을 위해 상태를 살피고 치료 마법과 그리고 특제 회복 포션을 꺼내 녀석의 입가에 살짝 쑤셔 넣었다.
“쿱!”
“잔말 말고 먹어. 아…… 하긴 기절해서 말도 못 하나.”
할 수 있는 일은 했다.
이대로 녀석이 눈을 뜨지 않으면 적당히 버려두고 갈까 했는데 1분 정도가 지나자 녀석이 기침을 하며 제 상반신을 일으켰다.
“오? 움직일 만한가 보네?”
“……어째서 마무리를 짓지 않았지?”
“마무리? 웃기시네. 그럴 필요나 있을 거 같냐?”
“목숨을 걸 필요도 없다는 건가…….”
“웃기시네. 난 어떤 상황에서도 목숨 거는 것만은 사양이야. 굳이 네가 아니라 다른 누구랑 싸울 때도 마찬가지고.”
목숨을 걸고 죽어라 싸우는 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겁나지도 않나?
자기가 쌓은 것을 전부 잃는 셈이다.
그러니 나는 그렇게까지 필사적인 희생정신은 발휘할 수 없다.
하물며 남의 것은 더더욱 그렇지.
“내가 널 막은 건 그저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야.”
물론 셀베스터라도 자신들이 그릇되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알고 있잖아! 다른 방법은 없어. 운명마저도 조롱하는 자들이 우리의 위에 있어!”
“알고 있어.”
더욱 끔찍한 건 그 존재들의 사고방식은 순수하게 선의.
이해를 하기에는 근본적인 가치관과 입장이 너무나도 다르다.
“에일런…… 시간을 벌 수 있어.”
“하지만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끔찍해. 무엇보다…… 그딴 식으로 연명이 가능한 세상이라면 처음부터 없는 게 나아.”
“뭐?”
“다시 말하지. 그따위로 할 거면 망해 버려.”
내가 단호히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런 세상에 마음을 졸이고 살 바에야 그냥 시원하게 전부 사라지는 게 낫겠지.
“뭐야? 나라면 목숨이 소중하니 그만두자고 찡얼댈 거라 생각했냐?”
물론 희생이 당연한 세계는 좋지 않지. 생명도 소중하고.
“중요한 건 내가 마음에 안 들어.”
안락하게 떵떵거리며 살 세상은 확실하게 말해서 보다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마음에 들게 바꿀 생각이야.”
“……바꾼다니.”
뭐, 납득할 거라 생각은 안 한다.
그러니 나는 먼저 내 진의를 말하지 않았다.
우선은 실컷 두드려서 힘을 빼놓은 뒤 사고를 유연하게 만들고, 그 뒤에 들려준다.
멋대로 사고 친 것에 대한 화풀이이기도 하고.
그렇게 몸으로 배우는 참교육의 시간을 거친 후…….
이제야 가르쳐 줄 마음이 좀 드는군.
내가 하려는 방법.
나는 그것을 셀베스터에게 가르쳐 주었다.
“너…… 진심인 거야?”
그리고 내게서 그 방법이라는 것을 들은 셀베스터의 안색이 사색이 되었다.
이해한다.
그럴 법하지.
그렇기에 나는 지금에서야 그 말을 하는 것이니까.
“제정신이 아냐! 에일런!”
놈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한다.
하지만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겠지.
“그럴 줄 알고 지금 이야기하는 거야.”
분명 녀석이라면 반대할 테니까.
“에일런! 네 말은 나보다…… 내가 택한 방법보다 더 정신이 나갔어! 만약에 잘못되면 어떻게 될지 알기나 해?!”
“잘 알지.”
“모든 게 끝장이야!”
“그쯤은 알아.”
그래서 나는 셀베스터에게 짜증은 내되 진심으로 비난을 하지 않은 것이다.
셀베스터는 지금의 세계를 유지하는 것을 택할 것이다.
그건 잘 알지.
그리고 나는…….
“실패하면 뭐, 망해버리라지.”
다른 의미로 정신이 나간 방법을 택할 테니까.
“그만둬!”
셀베스터가 말리려 드나 듣지 않는다.
어차피 넌 당장 말릴 힘도 없다.
회복이야 하겠지만 그때면 거의 일은 끝난 뒤.
“솔직히 엿 같은 세계잖아? 조금의 발전 가능성만 안 보여도 그냥 리셋해 버린다니. 나 참, 유예 기간을 주니 뭐니 해도 그런 걸 어떻게 믿어?”
그러니 나는 다른 방안을 택한다.
유지가 아닌.
“차라리 전부 작살내 버리는 게 편하지.”
파괴.
너희와는 정반대의 방법으로 이 순회의 끝을 보리라.
“……젠장!”
셀베스터는 자기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원망하듯 외쳤지만, 뭐 어떠리.
“넌 가만히 일 끝날 때까지 거기서 잠이나 자.”
나는 그대로 녀석을 뒤로한 채 나아갔다.
* * *
셀베스터를 뒤로하고 나는 계속 위로 향했다.
체감상 아마 이 성의 거의 꼭대기까지 도달했을까?
“……솔직히 더 방해를 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순순히 여기까지 올려 보내 주는 점에서 놀랐어.”
“방해? 흥, 착각하지 마라. 이미 그 애송이가 깨진 시점에서 무엇을 보내도 네놈을 막을 수는 없잖냐.”
키득키득 여유롭게 조소하며 저 앞의 왕좌에 앉은 존재가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에필레오트.
최종 보스.
<에필레오트 – 최종 보스>
<비고 : 현재 그는 주요 역할을 수행 중입니다.>
주요 역할인가.
굳이 주의까지 시키는 거 보면 단단히 사고를 치나 보네.
“……그러고 보면 네놈은 의문을 가지지 않았나? 과연 그들이 정한 최종 보스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말이지?”
에필레오트는 마치 내가 그의 배역을 확인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듯 먼저 말을 걸었다.
“딱히 새삼스럽지는 않아.”
주인공이란 세상의 기준이 될 영향력을 밝히는 자.
즉, 선구적인 영웅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최종 보스란.
“세상에 길이 남을 오점이다.”
에필레오트는 스스로 조소하듯 자신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셀베스터가 주인공으로서 모두가 우러러보는 존재가 되어야 했다면 나는 그 반대지. 모두가 경멸하는 존재.”
“…….”
“역사에도 길이 남아 두고두고 수치스러워할 악당.”
놈은 스스로를 그리 말했다.
그리고 분노하고 있으리라.
“나의 악행을 두고 인간들은 기억한다. 그리고 그것을 반성하여 발전한다……. 적어도 우리의 머리 꼭대기에서 지켜보는 자들은 그리 생각하나 보더군.”
“……흠, 그런 모양이긴 해.”
“하하. 놀라지 않는 걸 보면 역시 알고 있었나 보군.”
포렐로스 제국에 있을 때만 해도 몰랐던 자가 이젠 다 아는 듯한 얼굴로 서 있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대충 이래저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거든.”
“하긴…… 네놈이라면 이상할 건 없겠지.”
아마 에필레오트는 내 정체도 직감하고 있었으리라.
“반대로 그럼 넌 누구의 지시를 받는 거지?”
“아마 네놈과 비슷하면서 다를 거다.”
놈은 순순히 대답했다.
이제 와서 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는 듯.
“내가 눈을 뜬 것이 이제 3년도 채 되지 않았지.”
“3년?”
“물론 태어난 걸 말하는 건 아니야. 이곳의 진실을 알게 된 게 그날이라는 뜻이지.”
접촉한 건 상위 존재들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차례대로 꼬여 가는 일정에 초조해하며 한 가지 보험을 들길 원했다.
“내가 예정보다 빨리…… 언제든지 난을 일으킬 수 있도록 대비를 하길 원했지.”
그리고 에필레오트에게 진실을 주입하고 힘을 키울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흡사…….
“나처럼인가.”
“그래. 에일런 너와 비슷한 것이지.”
다만 나는 진실을 알려 주지 않고 이곳에 불러들여 제멋대로 활동하게 시켰지만.
“난 너 같은 편애는 받지 못했어. 그 덕에 꽤 고생했지.”
내 영향력 포인트는 결국 타인의 역할을 가로채 가면서 생긴 균열을 이용한 부정 간섭.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나를 불러들인 존재.
하지만 에필레오트는 그렇게까지 혜택은 받지 않았다.
“처음엔 참으로 혼란스러웠지. 이 빌어먹을 세상에 대한 의문도 들더군.”
모든 게 허무하다.
“솔직히 그들의 제안에 따를 이유도 없었지. 그냥 엎어 버릴까도 싶었어.”
하지만 놈은 결국은 순응하는 것을 택했다.
“무엇 때문에 유지를 원하지?”
“무엇 때문? 뻔하지 않나?”
에필레오트는 참으로 내가 우스운 것을 물었다는 듯 폭소했다.
“고통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냐.”
“…….”
“사라진다면 고통도 받을 수 없다. 이 엿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줄 수 없지.”
그렇기에 놈은 유지를 택했다.
“어차피 파멸할 세계다. 그렇다면 오래 유지시켜서 그들에게 절망을 주는 쪽이 바람직하지 않겠냐? 그렇지 않나?”
“……흐음.”
“뭐라도 말해 보지 그러나, 에일런? 비난이든 뭐든, 지금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들어 주마. 최소한 네게 그럴 권리는 있다는 건 인정하고 있으니.”
“글쎄? 딱히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거든.”
어디까지나 이 대화는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놈의 본심 따위는 정말로 아무래도 좋았다.
“호오?”
“내가 할 일은 이미 정해졌어. 거기에 네놈이 뭐라 지껄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지?”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
“……과연. 그게 네놈의 논리인가.”
에필레오트는 무언가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관심. 그게 네놈의 논리군.”
누가 무엇을 하든 무슨 생각을 하든,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
그저 내가 고집하는 결론을 이끌어 낼 뿐.
그것을 놈은 무관심이라 하였다.
“딱히 틀리진 않나.”
“어떤 의미로는 에일런 네놈이 가장 지독해. 어느 악당보다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행동하지.”
“뭐, 적어도 난 누군가를 해치지 않아.”
“……말만 번드르르하긴. 어차피 이 엿 같은 세상에서 깨끗한 척은 의미도 없거늘.”
“꼭 인간쓰레기들이 그딴 소릴 하더라.”
나는 반대로 녀석을 경멸해 주면서 다짜고짜 공격을 날렸다.
거대한 얼음의 기둥이 생성되어 그대로 놈을 향해 처박힌다.
단순히 낙하가 아니라 중력 제어까지 걸어 말 그대로 수십 톤짜리 질량의 탄환을 먹이는 셈.
콰앙!
산산조각이 난 얼음과 석재 파편이 날린다.
“너무하군. 시작도 알리지 않고 공격하다니…….”
제아무리 놈이라도 지금 공격에 얻어맞고 무사할 리는 없다.
쿵!
반쯤 부서진 얼음 기둥이 옆으로 쓰러지자 그곳에는 신체의 절반 이상이 뭉개지듯 찢겨 나간 녀석이 서 있다.
하지만 그것뿐.
“……알고 있을 텐데?”
놈이 조금만 고개를 까딱이는 것만으로도 금세 복원되어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
“극대 회복력인가…….”
“의식만 날아가지 않으면 죽을 걱정은 없겠지만 회복할 때 온몸이 근질거리는 것도 고역이군. 페리시아가 이걸 잘 쓰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가. 푸흐흐흡!”
놈은 페리시아의 능력을 강탈했다.
전부 흡수하지는 못했어도 알짜배기는 손에 넣었겠지.
“이건 보답이다.”
에필레오트는 내가 던진 얼음 기둥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대로 얼음 기둥이 붉게 녀석의 마력으로 물들더니 산산이 깨진다.
다음 순간 깨진 얼음의 파편이 무수한 병장기의 형태로 가공되어 나를 향해 쏟아진다.
나는 가볍게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 그 공격을 막아 내었다.
전방의 공간이 넓게 일렁이더니 제각각 빗나간다.
공간을 굴절시켜 그대로 잠시 고정시켜 빗겨 낸 것이다.
어차피 저놈도 공간 제어를 가지고 있을 텐데 굳이 방해하지 않는 점이 참으로 심술궂다.
“……나 참, 쪼잔하긴. 이왕 던질 거면 새로 만들어.”
“자원은 아껴야지. 앞으로는 그런 세상이 될 테니까.”
절약 정신 한번 기가 막히시네.
나는 킬무리스를 빼어 들었다.
동시에 놈도 허공에서 자신의 검을 뽑는다.
내가 전이를 하여 놈의 머리 위에 재출현, 그대로 추켜올린 검을 힘껏 내리쳤다.
놈 역시 자신의 검을 올려 친다.
쿠웅!
두 검에 담긴 막대한 힘이 부딪히자 일대가 울리며 주변이 한순간 뒤흔들렸다.
“피가 강처럼 흐를 거다! 풍요와는 거리가 먼 세상이 되겠지. 먹을 걸 찾아 짐승처럼 흙바닥을 뒤적이고 거리에는 백골이 나뒹굴 것이다.”
여기서 내가 패배하고 놈이 승리하여 의도대로 된다면 그런 세상이 수백 년간 펼쳐진다.
“참으로 우습지 않냐?”
“그게 뭐가 즐겁지?”
“웃기지 않나? 그런데도 우리들의 머리 위에 군림한 자들은 그게 세계의 발전의 초석이라 여긴다는 게!”
이들의 운명을 정하는 존재들은 수치와 통계, 그리고 다른 세계의 역사의 기록만을 참고하여 기준을 세웠다.
“그들에게 있어서 인간의 고통은 고려할 수치도 못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