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43)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43화(343/344)
제 343화
381화 결론 (8)
하지만 놈들도 한 고집은 할 것이다.
지금껏 아득한 시간 동안 헛짓거리를 반복한 멍청이들이다.
쉽게 알아먹을 리 없지.
오히려 불쾌한 듯 내 의사를 거절한다.
<인정할 수 없군.>
<우리들에겐 인류사를 지켜봐야 할 사명이 있다.>
<지켜보기 위한 존재. 그렇기에 운명을 부여해야 한다.>
<고작 인간 따위가 무엇을 아는가?>
<네가 보는 것보다 더욱 먼 곳을 우리는 보고 있다.>
그래, 쉽게 인정하지는 않나.
“당신들은 관리자, 신님보다는 뭔가 사고 안 터지게 지켜보는 공무원 같다는 모양이더군.”
그렇게 여겨서인가, 그들이 그다지 신성해 보이지는 않다.
“하지만 이건 어딜 가도 딱 맞는 도리야, 기억해 둬.”
나는 주장했다. 계속 주장했다.
물러나지 않는다. 포기는 없다.
“본래 관리직은 민심을 몰라.”
침묵.
그들은 그저 침묵한다.
“당신들이 실제로 그 세계에서 살아 보았나? 돈을 벌고 그것으로 밥을 먹고, 피곤하면 드러눕고 만만한 녀석들은 놀려 주고…… 그렇게 살아 보셨냐고?”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니 당당히 말할 자격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
누가 자격을 인정하냐고? 알 게 뭐냐.
내가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
왜냐면.
“우리는 실제로 그곳에서 살아 있으니까.”
저들에게 있어서는 예정 속에 뒤섞여 존재조차 인지하기 힘든 무수한 점들에 불과해도, 우리는 각자 의지를 가지고 살아 있다.
“그런 우리를! 인간들을 멋대로 이끌지 마!”
호소는 아니다.
그저 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살아 있다는 걸.
“당신들이 예정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하건 말건,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거기에 고통받는 건 우리야. 그들의 의사를 무시하실 셈이야?”
<하지만 예정은…….>
“그 예정이 전제가 잘못되었다는 거잖아!”
강하게 외쳤다.
“단순한 소설이라면 죽이든 살리든, 그건 마음대로겠지. 하지만 당사자인 우리가 스스로 여기까지 찾아와서 주장하는데 들어 볼 마음조차도 들지 않는 거냐?”
<…….>
이번에는 침묵한다.
적잖게 당황스러운 것이겠지.
놈들이 서로를 향해 시선을 보내며 무언가 묘한 신호를 보낸다.
아마 저들끼리 의논을 나누는 것이겠지.
“……외람되지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말한 건 내가 아니다.
침묵하고 있을 것이라 약속했던 셀베스터다.
어쩐지 내가 이야기할 때보다 시선이 더 쏠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과연 단순히 외부인이 아니라 실제로 그 세계의 원주민이면 다른가.’
내가 주장한다면 그저 다른 세계에서 섞여 들어온 녀석이 헛소리를 지껄인다, 생각하지만.
그들이 관리하는 세계에 속한 존재가 주장한다면 그 무게가 다르다.
“저 역시 에일런과 똑같이 여기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저희에게 주는 것은 발전이 아닌 고통입니다.”
놈들은 말은 없다.
나는 계속 말해도 상관없다는 뜻으로 살짝 고갯짓만 했다.
“당신들이 주는 고통에 인간은 반성한다 하셨지만, 실제로는 그들은 그저 두려워할 뿐입니다.”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도 그들은 그것을 교훈을 삼는 것이 아닌 피해자를 지켜보며 자신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한시름 놓을 뿐.
그런 것이 발전의 초석이 될 리는 없다.
“당신들의 방식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발전합니다.”
셀베스터는 그렇게 호소했다.
놈의 말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던 나는 교대하듯 마저 주장했다.
“무엇보다 인류의 발전을 두고 다른 세계를 의식하여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저 지켜보고 결과를 보고 마음에 안 들면 지운다 하더라도.
“우리들에겐 그것이 일상이자 삶 자체입니다. 애초에 당신들과 지향점이 다릅니다.”
<우리들의 관리가 필요 없다는 말인가?>
약간은 불쾌하다는 듯한 메시지.
“필요 없어.”
여기서 아부를 떨 필요는 없다.
“지켜보기만 해도 돼. 지나치게 어긋난 게 아니라면 개입할 필요도 없어. 그래도 인류는 나아가니까.”
나 하나의 주장이고, 어쩌면 내가 틀릴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다.
그들의 몸짓이 더욱 술렁거린다.
아마 의논이 보다 격화되어 가는 게 아닐까.
꽤 격렬한 논의가 오가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반대하고.
누군가는 동요하며 우리들의 말을 되새기고 있을지도 모르지.
좋은 반응이다.
적어도 무시당하는 것보다는 백배는 나을 테니까.
혼란이 온다는 것은 타협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신호.
<좋다. 너희의 주장을 수락한다.>
의외로 순순히 우리들의 주장이 먹혔다.
<그러나…… 이미 세계는 일부 소거의 영향을 받았다. 이대로 멈춘다고 해서 되돌릴 수는 없다.>
<과연 그걸로 되겠는가?>
비유하자면 파일을 반만 지웠으나 백업은 없다는 뜻.
이대로 멈춰 봐야 어중간하게 망가진 세계만 있다는 뜻이다.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지?”
그렇단다.
하기야, 지금 상태로 멈춘다 하더라도 과연 그들이 제 생활로, 일상으로 돌아올까?
이미 치명적으로 망가진 세계가 과연 제대로 돌아갈지, 아닐지 아무도 모른다.
“……가능하면 여기서 복구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겠지만.”
당연히 그러지 않을 경우도 고민했다.
만약 협상은 성공했지만 그 결과가 문제라면?
설사 그들을 멈춘다 해도 나아질 게 없다면 의미는 없겠지.
물론 문명의 재건은 가능할지 모른다.
수십, 수백 년을 노력하면 어떻게든 상처를 메울지 모르지.
하지만 상처를 덮어도 흉터는 남는다.
“……무엇보다 내가 살기 어렵잖아.”
사소한 사욕 정도는 추구해도 되겠지.
굳이 고생을 감수하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그 정도는 당연한 권리다.
“그럼. 약간 요구를 변경할게.”
플랜 2.
완전 복구가 불가능할 경우의 계획이다.
“조금 다른 방법으로 협조를 부탁하겠어.”
“……역시 그걸 하는 거야?”
이미 내게서 한 차례 이야기를 들었기에 셀베스터의 표정이 굳는다.
하지만 반대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그것이 낫다고 동감한 것.
“당신들의 방식…… 그것을 조금 다른 방법으로 빌리고 싶어.”
그들의 어처구니없다는 시선이 쏠린다.
“그 잘못된 방법으로 고통받았어. 그러니 딱 한 번…… 우리의 의도로 그 권한을 빌리고 싶어.”
어차피 말끔하게 고치는 건 어렵다.
벌레 먹은 가옥을 누덕누덕 기워 고친다고 무너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설득과 별개로 대책이 필요했다.
“때론 완전히 허물고 보강을 해서 다시 지어 올려야겠지.”
<무엇을 바라는가?>
“리셋을 하되…… 기본 베이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그리고 최소 500년 전까지는 기존의 흐름 그대로를 유지하기를 원해.”
최소한 500년 전까지는 기존의 문명과 똑같은 흐름을 유지한다.
“굳이 말하면 리셋이 아니라 롤백이라고 해야겠지.”
다만 그대로 돌려도 되겠지만.
나는 다른 한 가지를 더 제안했다.
“당신들이 멋대로 세운 예정 때문에 고통받은 세상을 그대로 되돌려받고 싶지는 않아.”
근 500년이라 한 것 역시 그들의 예정에 노골적인 영향을 받은 시대를 계산한 것.
적어도 내가 읽었던 소설, 그 예정표를 근거로 생각한 것이다.
“당신들이 세운 예정이…… 그 빌어먹을 소설이 반영되지 않은 시대를 만들어 달라 요구하겠어.”
말하자면 분기점이다.
<무엇을 기점으로 분기를 만들 셈이지?>
그 중심이 되는 깃발이 없으면 갈림길을 만들 수 없다.
되돌리는 것과 분기를 만드는 것은 별개다.
무엇보다 그렇게까지 해 줄 이유는 없겠지.
당연히 그 기준점은 있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틀림없다.
“……내가 존재하는 흐름 자체를 분기로 삼기를 제안하지.”
모아 둔 포인트 5천.
그것을 이용해 쐐기를 만들기 위한 포인트.
과거 넬케로스가 내게 전한 또 하나의 해결법.
개편 계획.
예정을 알고 그것을 마구잡이로 어그러트려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 낸 나라는 존재.
내가 활동을 하던 결과 자체가 일종의 분기점이리라.
그렇다면 그걸 이용한다.
‘결국, 그것이 나를 이곳에 불러들인 이유.’
내가 했던 일.
그것을 통해 발생시킨 영향력을 근거로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운명에 농락당하지 않은 결말을 맞이한 세계를.
그것을 다시 분기를 짜서 만든다.
“우리들은 그렇게 다시 만들어진 시대부터 나아갈 거야.”
그때야말로 예정도 뭣도 없는 세상으로.
<불가능하다.>
그들은 몸서리쳤다.
“불가능하다고?”
<그대의 사상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지우는 것은 가능하다. 처음부터 없던 것에서 새로 쌓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도중에 바꾸기에는 그대가 가진 에너지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겠지.>
요컨대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리라.
“…….”
묘하다.
분명 내가 그 녀석에게 받은 정보대로라면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었을 텐데?
“……에일런, 이것도 네 계획대로야?”
“잠깐 기다려 봐…….”
나도 당황스럽다.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 번 계산해 봤다.
‘어디서부터 어그러트린 거지? 받은 대로 조건은 완수했어…….’
혹시 내가 아니라 그 녀석의 주장이 틀렸다는 건가?
그 순간이었다.
“……아니, ……틀림없이 조건은 갖춰……졌다. 가능하네.”
띄엄띄엄…… 마치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갈라지는 말투.
다른 자들과는 다르게 우리들처럼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그자.
모습을 드러낸 자는 익히 몇 번 정도 보아 눈에 익은 존재였다.
그 괴인.
날 부른 것으로 추측되는 그 존재.
역시 여기 있었나?
“부족한 힘은…… 이곳에 있다. ……그리고 이때를 기다렸다.”
그는 무언가를 내밀었다.
묘한 빛이 서려 있는 구슬.
그것을 내게 내민다.
마치 받으라는 것처럼.
“……이건.”
별생각 없이 받았던 나는 놀랄 수밖에 없다.
막대한 에너지가 담겨 있다.
비유하자면 대륙 전체를 몇 번을 들어 올리고도 남을 법한 거대한 기운.
그리고 그것을 건네자 그자의 몸체가 흐릿해진다.
그 광경을 두고 다른 존재들 역시 동요하는 눈치다.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막연하게 이 구슬의 정체가 상상이 갔다.
놈의 존재 그 자체.
자신의 존재 그 자체를 에너지로 변환시켜 부족한 요소를 충당하려는 것이리라.
“어째서? 왜 나를 부르고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그저…… 우리의 방식에 대한 의문.”
“의문이라고?”
“……그리고 외부에서 불러 들여온 네가 입증해 주었다. 역시 틀린 것은 우리들이다.”
그 말을 끝으로 그의 형상은 완전히 붕괴하여 사라졌다.
대신 남은 것은 그의 존재 자체를 변환한 에너지 덩어리.
그것을 보자 순간 내 머리 안에서 묘한 영상이 스쳤다.
그것은 어떤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른다.
딱히 할 일도 없었으니까.
몇 번이나 인간들의 문명을 반복시키면서 그는 무료함마저 느끼며 이번에는 지켜보기만 하려 했다.
하지만 별 의미는 없다고 여겼다.
아마 저 아이들도 성장하고 평범한 인간들처럼 살고 죽겠지.
하지만 그러지 못했지.
끝까지 지켜보지 못했다.
그들의 인생이 완성되기 전 그와 같은 입장을 가진 존재들은 그 시대를 포기하고 모든 것을 지웠다.
전체적인 발전의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켜보던 그는 처음으로 안타까움을 느꼈다.
‘정말로 그걸로 괜찮은 것인가?’라고.
‘정말로 거기서 간섭하는 게 옳은 일이었을까?’라고.
지금까지 행해 왔던 일에 대한 의구심이 싹트며 마지막까지 지켜보지 못한 안타까움이 더해지자 그는 처음으로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결심한다.
과연 진정 옳은 게 무엇인가 입증하기로.
“……그자의 기억 같은 건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계기인가.
뭐, 바란다면 써 주지.
“이걸로도 부족합니까?”
대답은 없다.
아마, 충분하다는 뜻이리라.
꽤 혼란스러워하는 모양이군.
뭐, 저들의 고민은 저들의 몫.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그럼 사양 않고 쓰도록 하죠.”
내 목적은 지난 세계의 파괴, 그리고 다시는 사라질 걱정이 없는 세계의 완성.
그 시작을 할 때가 온 것이리라.
“자! 이번에야말로 내가 마음껏 편하게 누릴 수 있는 세상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내 목적은 오로지 그것뿐.
그리고 우리들의 눈앞은 그 새로운 빛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