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344)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344화 (완결)(344/344)
제 344화
382화 에필로그 – 그 평범한 인간이 사는 법
“어떻습니까, 에일런 형씨?”
질론의 기대 어린 시선을 받으며 나는 부탁받은 시식을 위해 요리를 한입 입에 넣었다.
“음! 이건!”
“이건?”
“……맛있네요?”
“엥? 고작 그게 전부입니까?”
“맛있는 걸 맛있다고 하지 그럼 뭐가 더 있겠습니까?”
뭐, 맛있다는 말만큼이나 음식에 있어서 가장 소박한 찬사도 없으리라.
어쨌든 이걸로 언젠가 이룰 사업도 불안하지 않군.
“정말로 만만세로군요.”
가게에 투자하여 벌인 요식업까지.
여러 가지로 저지른 게 많아서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평소의 행실을 보답받은 것인지 우리의 앞날이 찬란해 보인다.
그리고 마침 디레스가 내게 용건이 있는지 조용히 다가왔다.
“에일런 님. ……예정대로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만.”
“아~ 손님입니까? 하긴, 벌써 올 때가 되었나.”
아무래도 잠시 일은 접어 두어야겠군.
“그럼…… 나머지는 의뢰대로 잘 부탁드립니다, 질론 씨.”
“여부가 있겠습니까? 맡겨 주세요, 형씨.”
그 뒤 내가 약속 장소로 향하자 그곳에는 이미 몇 명의 기척이 모여서 저들끼리 잡담을 나누고 있다.
“에일런!”
그들이 이쪽을 발견하고는 너 나 할 것 없이 시선을 보낸다.
아무래도 내가 제일 늦은 것 같군.
“하여간. 다들 한가합니까? 뭘 이렇게 다 모여 있대?”
나는 지각한 것을 대충 얼버무리려는 느낌으로 슬쩍 화제를 돌리며 그 자리에 합류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에야말로 우리들은 아무런 사건도 없이…… 그저 평화로움 속에서 모였다는 것이다.
“그럼 슬슬 할 이야기를 해 둘까요?”
오늘 모인 용건은 하나.
설명을 하기 위해서다.
* * *
에필레오트가 일으킨 사건이 종식되고 난 뒤.
우리는 현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제각각 뿔뿔이 흩어진 채로 할 일을 해야 했다.
뭐, 강제로 흩어질 수밖에 없었겠지만.
“갑자기 눈 떠 보니 마탑 내의 제 방이더라고요. 날짜마저 바뀌어 있었을 때는 어찌나 놀랐는지…….”
크루세가 푸념을 했다.
“맞아, 맞아. 거기에 설명할 녀석은 연락도 안 받지. 상황을 아는 놈도 없지.”
루셀 역시 따라서 투덜거리고 다들 그에 동의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에 온 게 겨우 편지 하나였다는 걸 듣고는 얼마나 기가 찼는지 아냐? 응?”
“말해 두지만 그때는 저도 사태가 파악이 된 게 아니라 가능한 발언을 조심한 겁니다만.”
그건 내 책임 아닙니다? 슬쩍 잡아뗐다.
그 사건 이후.
내가 기억하는 것은 상위 존재들과의 협상.
그리고 그들의 힘을 빌려서 세계를 한 번 수정했다.
이전의 세계가 A라고 한다면.
지금은 그 A라는 세계를 덮어쓴 A2.
‘세이브 파일을 강제로 덮어쓴 느낌이지만.’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사실 이론으론 이해해도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사뭇 불안했다.
“역사 자체가 바뀔 건 분명했습니다. 근데 그게 과연 어떻게 뒤바뀔지가 참으로 어려웠죠.”
그래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쭉쭉 날아다니면서 급히 여기저기를 살피는 것이었다.
“그리고 파악하는 데 무려 3개월이나 걸렸습니다.”
빌어먹을…….
정신없게 나이 먹을 새도, 감상할 겨를도 없었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딱히 내가 두려워했던 사태만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약간 오산은 있었지.
“……설마 여러분까지 그때 일을 기억할 거라고는 저도 생각을 못 했거든요.”
나는 다른 인물들이 이전의 세계를 기억할 거라고는 확신하지 못했다.
어쩌면 나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기억이 남았다.
“아마 모종의 이유로 여러분들에게는 그때의 기억이 남은 모양입니다만.”
아마 나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관계를 쌓았다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실제로 그들뿐이 아니라 우리 쪽에서 일하는 녀석들에게도 기억이 남아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딱히 나쁜 현상은 아니라는 거지?”
“확실한 건 더는 위험하진 않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뭐, 저뿐만이 아니라 여러분도 꽤 정신없이 보냈을 텐데요?”
“……끙. 뭐, 그렇긴 하지.”
“확실히 저희가 한 적도 없는 일을 했다고 들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으니까요.”
수백 년 간의 역사가 개편되었다.
아마 주로 손을 댄 것은 원작과 관계된 인물과 사건의 개편.
그렇기에 원래는 일어났을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든가, 혹은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모양이다.
그 예 중 하나가 바로…….
“……설마 이런 식으로 제 몸을 되찾을 줄은 몰랐사옵니다.”
언데드…… 엘레스가 참으로 기가 막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그녀는 시체가 아닌 살아 있고 숨을 쉬는 몸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에르닐 알프렌스가 참으로 면목 없다는 듯 시선을 피하고 있고.
“엘레스 씨는 조금 이례적인 경우였나 봅니다.”
죽었던 자가 개편을 한다고 살아나는 일은 좀처럼 없다.
다만 그 사건의 개요가 바뀐 것이지.
엘프들의 몰락은 인간에 의한 파멸이 아닌, 어느샌가 인간과 엘프가 연합하여 사악한 세계수의 본성에 저항했던 역사로 바뀌어 있다.
물론 몰락했단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대신 크멜스 알프렌스가 악행을 하지 않고 그저 은둔하여 연구를 거듭하여 동족을 되살렸다는 흐름으로 바뀐 모양이었다.
뭐, 결국 그가 희생하여 동족을 부활시킨다는 결론은 바뀌지 않은 듯하지만.
“……설마 덤으로 소녀까지 소생해 버릴 줄은 몰랐사옵니다.”
“뭐, 겸사겸사 득 봤다 치세요. 착하게 사니까 복 받은 것이죠.”
“이왕이면 살아 있는 몸은 둘째 치고 한가한 입장이었으면 하옵니다만.”
엘레스가 불평하는 것은 딱히 그 사실이 싫다기보단 뒤처리할 일이 많은 것이겠지.
내팽개쳤던 가문에 돌아가서 그곳의 재건에 힘써야 했다고 한다.
다른 사건도 그런 식으로 바뀌었다.
악당이 되어야 할 자가 악당이 되지 않거나, 일어났던 비극적 사건은 다른 방향으로 조정이 되었지.
누군가의 간섭을 받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의 역사로 개편된 것이리라.
‘과연 어느 쪽이 좋은가는…… 뭐, 아무렴 어떠냐는 기분이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 농락을 당하는 것이 아닌 이곳에 살아가는 이들의 힘만으로 시대를 이어 간다.
그것이 옳겠지.
‘요컨대 내가 불려 온 의미는 결국 이런 것이었겠지…….’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불씨.
물론 전쟁도 일어나겠지.
어떤 곳에서는 끔찍한 재해가 벌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대처해야 할 일이야.’
내가 거기까지 걱정하고 관여하는 것은 감히 주제도 모르는 짓이다.
나는 지켜보는 자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이다.
‘뭐…… 이젠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지만.’
모두의 머리 위를 보았다.
이젠 보이지 않는다.
능력치도 상대의 이름도, 더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얻었던 힘이나 능력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더는 그런 편의를 제공해 줄 이유는 없다는 거겠지.
아마 나 역시 해방된 셈이라고 쳐도 되지 않을까?
사실 계속 그 힘이 남아 있어도 곤란했다.
오히려 안심된단 말이지.
이젠 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겠다.
‘솔직히 말해서 개편 계획 실행 때 일부러 내가 해 둔 것들은 남아 있게끔 설정해 둔 셈이지만…….’
유일하게 계획을 발동할 때 설정을 해 둔 것.
뭐, 그 정도는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라고 쳐도 되리라.
“그건 그렇고 셀베스터 그 녀석…… 연락은 오고 있냐?”
알닉스가 잠시 눈치를 보듯 고민하다가 물었다.
“셀베스터 말입니까…….”
나는 잠시 그때의 일을 떠올렸다.
때는 완전히 세계가 개편되기 바로 전이었을 것이다.
이미 승낙은 받아 두었고 이제 남은 일도 없다.
앞으로 조금만 있으면 바로 계획은 발동한다.
거기서 나는 셀베스터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셀베스터, 너 가능하면 지금의 시대에 남지 않겠어?”
“…….”
그가 크게 놀란 것은 아마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게 맞은 거겠지.
과연 개편된 세계에서 셀베스터라는 인물의 존재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
“넌 2만 년 전으로 돌아갈지도 몰라.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남을 수도 있다는 거겠지?”
그 정도 특권을 주는 것은 간단하다.
그러나 내가 권해도 녀석은 머뭇거리며 망설였지.
“하지만 나는…… 꼬드김에 넘어가 일을 망치려 했어.”
“망친 게 아니야. 하나의 방법을 추구한 거지.”
너흰 늘 그래.
누가 옳네 마네, 그런 걸 너무 따지다 보니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것이다.
“뭐, 나는 딱히 상관하지 않겠지만 다른 녀석들에겐 네가 직접 고개 숙이고 뒷일을 감당해.”
무엇보다 이 녀석을 남기는 것 또한 멜라스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것이겠지.
받은 게 있다면 약간은 베풀어 주는 것도 도리이리라.
“마음에 걸리면 이 이후에 만약 혼란이 일어난다면 네 실력으로 수습해.”
“……실은 그게 목적이지?”
“응.”
나는 이 뒤까지는 관여할 마음이 없다.
뭐가 아쉬워서 팔팔 뛰며 돌아다니리.
그런 건 하고 싶어 하는 녀석에게 맡기면 돼.
녀석이라면 충분히 영웅 행세라도 하겠지.
“어쩌겠어? 강요는 하지 않아.”
“……알겠어. 받아들이지.”
셀베스터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주인공이라는 입장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 시대에 살아가는 방법을 택한 것이리라.
그리고 세계가 개편되고 난 뒤.
한창 고민하고 있을 쯤 녀석이 멋대로 찾아왔었다.
다행히 제대로 남아 있었구나.
내심 안심하며 나는 녀석을 환대했지.
자고로 뒤끝은 남기지 않겠다 했으니까.
말한 것은 지키는 게 나다.
뭐, 실은 또 싸우게 될까 내심 조마조마도 했고.
“……실은 그 뒤에 제가 잠시 주변을 살피러 돌아다닐 때 녀석도 동행했었습니다.”
“어?”
“잠깐! 처음 듣는데요?”
그야 말 안 했으니까.
“정확히는 그 녀석이 멋대로 따라온 거지만요. ……참, 할 일도 없는 놈 같으니.”
나도 자잘한 일을 거들어 줄 녀석은 필요했던지라 동행을 허락했다.
그리고 문제가 없겠다고 결론을 낸 뒤에 나는 돌아왔고, 셀베스터는 좀 더 둘러보고 싶다며 여행을 떠났다.
“아마 자신이 진짜 정착하고 싶은 곳을 찾고 싶은 거겠죠.”
뒤늦은 사춘기 여행.
“있을 곳을 찾게 되면 다시 연락이 올 겁니다.”
내가 확신하는 것은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 녀석은 어딘가 홀가분해 보였으니까.
그런 녀석은 어디를 가도 잘 먹고 잘 지낸다.
내가 그렇거든.
* * *
대륙 서부에 있는 어느 지역.
그곳에서 한 소년이 괴물에 도전하고 있다.
손에 쥔 것은 어느 마을이든 대장간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검.
“하아아아아압!”
그 검을 쥔 채 소년은 괴물에 도전한다.
최근 이 일대에 갑자기 출몰한 뒤로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괴물.
소년의 눈앞에 있는 것이 바로 그 괴물이다.
식물인지 아니면 동물인지도 모른다.
낡은 나무뿌리를 수없이 엮어 만들어진 것 같은 그 괴물을 상대로 소년은 무모하게 돌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이제 갓 검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인 애송이가 어지간한 어른도 상대하기 힘들 괴물을 당해 낼 리가 없다.
퍼억!
너무나도 간단히 얻어맞고 튕겨 나가는 소년.
괴물은 굳이 그를 상대했다는 느낌조차도 받지 못했는지 히죽거렸다.
“웃기지 마…….”
이를 악물고 일어나는 소년.
저 괴물 때문에 마을이 불탔다.
어차피 여기서 죽더라도 상관없다.
하물며 조금이라도 검을 꽂아 넣을 수 있다면…….
소년이 오기로라도 일어나려던 때였다.
“……고통스럽다고 검을 놓지 않는 의지는 바람직하나…… 아직 네게 그건 이르지 않을까?”
누군가의 목소리.
각오를 다졌던 소년이 반사적으로 “어?” 하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서걱!
그 순간 괴물이 좌우로 쪼개졌기 때문이다.
갈라진 괴물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소년은 그 괴물 따위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 너머에 누군가 있다.
막 검을 휘두른 듯 검을 치켜든 자세로 서 있는 은발의 청년.
“누구…….”
“단순한 떠돌이야.”
그 청년은 그렇게 말했다.
“……여행 중에 대충 소문을 듣고 여기 골치 아픈 몬스터가 있다기에 토벌하러 왔지. 그나저나……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군.”
조금이라도 오는 게 늦었다면 소년이 어찌 되었을지 모른다.
소년도 그 사실을 아는지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난 뒤에 이를 악물었다.
“너무 무모한 짓은 하지 마라.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다른 방법이 있었을 텐데…….”
“……싸울 수밖에 없잖아요.”
“……그건 어떨까.”
그 청년은 쓴웃음을 지으며 검을 거두었다.
“아무튼 가까운 도시까지는 데려다주마.”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싶다.
그 청년 역시 눈치챘지만 괜한 말은 하지 않는다.
알고 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지.
“…….”
“……저한테. 검을…… 검을 가르쳐 주세요!”
소년의 시선은 처음에는 청년의 검을, 그리고 그 검을 휘두른 팔과 몸통, 얼굴로 차례대로 향했다.
당연한 수순이리라.
“……하아, 역시 그런가.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네?”
“아니, 별것 아니다. 그래서? 고작 내 검술을 배워서 뭘 하고 싶은 거지?”
“……이 세상 모든 나쁜 것들을 전부…… 없앨 만큼 강해지고 싶어요!”
“……그래, 이 검으로 말이지. 그렇지?”
어째서인지 그 청년은 몹시도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딱히 소년을 비웃는 건 아니다.
단지 무언가 부끄러운 말을 들은 것 같은 반응.
정확히는 그는 저 소년이 아니라 다른 것을 겹쳐 보고 있으리라.
“우선 도시로 돌아간 뒤 생각하자.”
“……그, 그렇게 말씀하시지 말고 제자로 받아 주세요.”
“그것도 포함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문제다. 그리고…….”
“네?”
“만약 정말로 내게 배우겠다면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기억해 두거라.”
“무엇을 말인가요?”
의아해하는 소년에게 청년은 몹시도 복잡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상에는 꼭 힘으로만 단죄하는 방법만 있는 건 아니란다. 먼저 그것부터 배워야겠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받아 주시는 거죠!”
“그러니까 도시로 가고 난 다음에 생각하겠다니까.”
그 청년은 한숨을 쉬며 우선은 돌아가자며 소년의 목덜미를 덥석 잡아 들어 올렸다.
이 꼬맹이의 걸음이라면 족히 며칠은 걸릴 테니까.
“그런데…… 스승님의 이름은 뭐죠?”
“……참 빨리도 묻는군. 뭐, 일단은 가르쳐 주마.”
그 청년은 천천히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셀베스터.”
* * *
“어떻게든지 녀석답게 살 겁니다. ……아마도.”
무언가에 얽매이는 게 아닌 스스로의 인생을 찾아보자 하는 것이니까.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러니 녀석이 어디서, 뭘 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뭐, 저는 제 장사로도 바쁘니까요. 더는 관여할 마음도 없고요. 아무튼 잘 먹고 잘 살고 잘 지내겠죠.”
“태평하긴…….”
“거기에 여러분들도 딱히 남 신경 쓸 입장도 아니잖아요?”
다들 바쁘다.
알닉스 씨는 본가로 돌아갔고, 루셀도 셀바스 왕국 쪽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만들어 보기로 한 모양이었다.
크루세도 탑에 자신만의 파벌을 만들어서 새로운 마법 체계를 연구해 보려는 목적이고.
거기에 에르닐이나 다른 이들 역시 각자 할 일이 많은 모양이고.
이제 더는 관여할 수 없다.
정말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나는 나의 인생을 살아야지.
“그것보다 에일런 너, 다른 할 이야기가 있던 거 아니냐?”
“아, 물론입니다. 세계가 뭐고 어쩌고는 아무래도 좋고, 본론은 따로 있죠.”
일단 첫 번째 목적은 근황을 이야기하는 것.
그다음 본제가 진짜다.
“실은 제가 새로 시작할 일에 대한 협력자로서 제안을 드리고 싶거든요.”
“……또 뭘 꾸미시는 건가요?”
“크루세 씨? 그런 걱정 마세요. 이제 제가 할 이야기는 지금까지 했던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요.”
어디까지나 내 사업에 관한 일이다.
말했지 않는가, 나는 앞으로 내 사욕에만 전념하겠다고.
“실은 바뀐 세상을 살펴보다가 몇 가지 눈치챈 점이 있었습니다.”
“눈치를 챈 점?”
“예.”
그들이 긴장한다.
그러니까 큰일 아니래도.
어디까지나 내가 이야기하려는 건 사업이다.
“제가 알던 것과 다른 점이 생겼다는 건 이미 말했죠?”
“으, 응. 그랬지.”
“그런데 말입니다? 이곳에 없어야 할 것도 생긴 모양입니다.”
본래는 그 지방에 없어야 할 작물이나, 이 세계에 존재할 리가 없는 것들.
그것들이 발견된 것이다.
원인은 나 때문이다.
내가 기준점이 된 터라 오류가 생긴 거겠지.
“그렇다면 그것을 찾아내 연구하거나 활용하면 보다 큰 이권을 손에 넣겠죠?”
“……야.”
“……나 참.”
“……하여간.”
어쩐지 기가 막힌다는 시선이 돌아온다.
“하여간.”
“그럴 줄 알았어요.”
“여러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건 이건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그것에 투자해 보실 마음이 없으신지?”
귀족으로서 혹은 일개 실력자로서 혹은 마탑에서 출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든 뭐든 좋다.
“앞으론 이렇게 협력해서 보다 큰 이득을 만들어 가는 겁니다.”
지금까진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골머리를 썩였다면 이번에는 다르다.
이득을 위해.
편하게 살기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 전념한다.
“…….”
“…….”
“음? 안 하실 건가요? 그럼 별개로 투자자를 다시 모집하는 게…….”
“누가 안 한대?!”
“뭐, 마침 저희 쪽도 따로 자금줄이 필요하긴 했으니까요.”
“마, 맞아! 그보다 돈 되는 거잖아, 그거!”
다들 허둥지둥 달려든다.
앞으로 이 세상은 이런 게 중요해질 테니까.
뭐, 귀중한 인맥이니 잘 써먹자.
“그럼 세세한 부분은 구체적인 틀을 잡은 다음에 이야기하고, 지금은 제가 미리 눈여겨본 곳에 대해 말하죠.”
그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
“기대하세요. 분명히 편하게 돈 빨아먹을 건수가 될 테니까요.”
속내 따윈 숨기지 않아.
앞으로도 나는 그저 일개 시민으로서, 상인으로서 약삭빠르게 그리고 편하게 살아갈 것이다.
<완결>
^공^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