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42)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42화(42/344)
제 42화
47화 데얄 던전 (6)
……어쩔까?
까짓것, 저질러 볼 수밖에.
나는 더 이상 은신하는 것을 그만두고 움직였다.
내 기척을 느꼈는지 겔루크가 돌아본다.
드디어 들켰군.
“……설마 그런 곳에 있었나?”
기가 막힌다는 목소리.
그야 내가 숨어 있는 곳이 천장에 매달린 소환석 위였으니까.
“원래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이 늘 사각지대거든. 여름만 해도 엄청 벌레 꼬이잖아?”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설마 그 소환석을 방패로 삼을 생각인가?”
“아…… 그것도 시도해 보곤 싶긴 한데.”
소환석의 파괴도, 저 마족 입장에선 꽤 골치 아픈 일이겠지.
그는 계약에 따라 계속 여길 지켜야 하니까.
그러나 내가 이걸 파괴해 봐야 상황이 나아지진 않는다.
지금 이것을 파괴한다고 놈이 당장 돌아가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것보단 먼저 너다!”
나는 주저 없이 놈을 향해 뛰어들었다.
겔루크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뜨는 게 보였다.
설마 이제 와서 정면으로 들이댈 거라 생각하진 않았나 보다.
“실성한 건가!”
“제정신이거든! 샐러맨더! 실프! 스프라이트!”
정령을 세 마리나 불러 힘을 행사한다.
거친 화염과 광풍 그리고 전격이 폭풍처럼 몰아치며 떨어진다.
지금의 내가 정령술로 구사할 수 있는 최고 위력의 공격이다.
콰아아아아앙!
공격은 방심한 겔루크의 측면에 제대로 명중했다.
내가 후폭풍 때문에 공중에서 튕겨 나가 바닥에 부딪히기 직전 바람이 몰아치며 낙하 속도를 조금은 줄였다.
-괜찮아요, 에일런?
“……큭. 고맙다, 실프. 덕분에 머리는 안 깨졌어.”
실프에게 감사의 말을 짧게 하고는 나는 놈의 위치를 찾아 재빨리 시선을 움직였다.
‘설마 멀쩡한 건 아니겠지?’
드디어 폭연이 걷히고 놈의 모습이 보였다.
예상대로 이 공격만으로 죽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나 놈의 모습을 훑어본 나는 드디어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공중에서 살짝 비틀거리는 겔루크의 어깨는 조금이지만 찢어진 듯 피를 흘리고 있다.
‘역시 내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게 아냐!’
희망이 보인다.
“크윽! 건방지다!”
겔루크가 자신이 피를 흘린다는 사실에 분노를 터트리며 마기의 폭풍을 쏟아 낸다.
바로 공간 제어를 발동.
놈의 뒤로 이동하여 다시 한 번 화염과 번개를 퍼붓는다.
“크윽!”
겔루크는 다급히 마기를 조작해 벽을 쳐서 내 공격을 막는다.
꽤 당황하고 있군.
그 모습을 보며 내 확신은 보다 깊어진다.
“……역시 놈은 본래 설정보다 약해져 있어.”
컨디션 불량?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뭐, 대충 짐작은 간다.
‘그러고 보니 소환 양식도 여러 가지가 있었지.’
단순히 소환만 하는 방식.
수백 마리의 마족을 소환하는 집단의식.
반대로 인간을 마계로 날려 버리는 역소환 등.
그야말로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공중에 매달린 소환석을 보았다.
‘혹시 저거…… 놈의 힘을 제한해서 소환하는 방식인 건가?’
가능성은 있다.
그 이유도 알 것 같고.
던전을 만든 자들은 꽤 신중한 면이 있으니까.
‘만약 저 마족이 소환식을 역이용해서 지상으로 나간다면?’
그야말로 대참사가 벌어지지.
원작 내용 중에도 주인공과 적대하던 흑마법사가 자신의 역량으로 감당할 수 없는 소환을 일으켜서 반대로 마족에게 제어를 강탈당한 전적이 있다.
그들은 어쩌면 만일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고를 염두에 두어 뒀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그래도 후손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난이도만 높이면 던전을 만든 이유가 없으니까.’
던전의 목적은 모든 침입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닌 보관된 보물을 가질 역량을 시험하는 시련 같은 것.
모든 침입자의 제거를 노린다면 굳이 최하급 마족을 부를 이유는 없다.
더 강한 걸 소환하고 말지.
이곳을 건설한 이들의 기술력이라면 마왕급의 존재도 얼마든지 불러낼 수 있을 터.
‘그렇다면 할 만할지도?’
편견이 걷히고 사실대로 직시하고, 용기를 내면 활로가 보인다.
이길 수 있다.
“단념했나, 인간?”
“설마~ 이제부터 마음 고쳐먹은 참이거든.”
해 보자.
나는 재차 공간 전이를 발동, 다시 놈의 머리 위로 이동했다.
“또 그건가! 이미 그 이동 방법은 보았다!”
겔루크가 비웃으며 팔을 휘두르자 검은 마기가 용솟음치며 나를 떨어트리고자 쫓아온다.
“다시 전이……는 개뿔!”
공간 제어 능력을 다른 방식으로 쓰자.
전이를 쓰지 않고 발밑에 고정을 발동, 그대로 고정된 공간을 박차 공중에서 방향을 바꿨다.
겔루크의 눈동자가 떨렸다.
아마 놈은 내가 전이를 쓸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 증거로 반대쪽 손에 모은 마기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내가 이동하는 패턴도 읽고 있구나…….’
다시 전이를 써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바로 격추시킬 셈이었겠지.
“또 잔꾀를!”
“꾀는 무슨. 이대로 밀어붙일 셈이거든!”
샐러맨더의 불꽃과 실프의 바람을 일으켜서 불꽃의 소용돌이를 최대 출력으로 내뿜었다.
불길이 놈을 머리부터 집어삼켰다.
“칫! 괜한 짓을!”
화염의 격류를 헤치고 놈이 상승했다.
화상을 입은 듯 피부가 시커멓게 타오르고 있다.
역시 통한다.
그렇다면 계속 화력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이번에는 샐러맨더와 노움의 능력을 이용하여 다음 공격에 들어갔다.
쿠구구구구궁.
천장에서부터 기이한 소리가 들리면서 불이 붙은 암석탄이 수십 개나 쏟아진다.
그대로 불타는 암석탄은 놈의 머리 위를 마구잡이로 두들긴다.
겔루크는 뜻대로 되지 않아 슬슬 초조해지는지 송곳니를 깨문다.
“이 까짓것!”
마기를 펼쳐서 암석 덩어리를 방어하려 하나.
그때 놈의 복부에 돌덩이가 몇 개 명중했다.
암석 중 몇 개를 공간 제어로 이동시킨 것이다.
약간 충격은 있는지 놈이 공중에서 휘청거린다.
“이대로 계속 몰아붙인다!”
다음은 스프라이트의 전격.
대기했던 스프라이트가 뛰어오르자 뇌격이 거꾸로 치솟으며 놈을 삼켰다.
“크으으윽!”
타격은 들어간다.
하지만…….
‘계속 결정타가 되지 못하네…….’
좀처럼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놀랄 정도의 맷집이다.
약해도 마족이란 걸까.
내 마나도 한계가 가깝다.
이런 페이스로는 앞으로 3분도 더 버티지 못한다.
‘되는 데까지 한 번에 몰아붙이는 수밖에!’
그사이 다시 재차 뇌격을 날리자 이번에는 날개를 크게 움직이더니 피해 냈다.
“그렇다면 피하지 못하게 해 주마!”
놈의 주변을 의식하면서 능력을 발동, 공간 고정을 발휘하여 놈의 몸통을 묶었다.
겔루크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큭! 그래 봐야 오래 가지 못한다!”
“알아.”
잠시 정지해 있으면 그만이다.
“아까부터 네놈이 쫄래쫄래 날아다니는 게 성가셨거든! 그렇지, 운디네!”
-맞힐 수 있어!
운디네가 대량의 물을 불러냈다.
불러낸 물은 뱀처럼 꿈틀거리며 놈의 주변을 똬리 틀며 포위하는가 싶더니 곧 놈을 감싸고도 남을 커다란 물방울이 되었다.
훌륭한 어항이 되었군.
“어항 속 물고기가 된 기분이 어때?”
“……설마 마족이 인간처럼 익사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나?”
“익사는 하지 않더라도 감전사 혹은 폭사는 하겠지.”
“……?!”
“이렇게 말이야.”
내가 손짓하자 허공에 세 개의 뇌구가 떠오르더니 뇌구는 곧 번개가 되어 물방울에 직격했다.
그리고 나는 섬광에 대비해 눈앞을 팔로 가렸다.
파즈즈즈즈즈!
난폭하게 방전되는 섬광이 터지며 말 그대로 놈을 가둔 물의 어항은 폭발했다.
대량의 전류를 빨아들인 탓에 수분이 급속도로 기화하며 폭발한 것이다.
감전과 그리고 폭발력까지 노린 일격.
‘문제는 이것마저 버텨 낸다면 골치 아픈데…….’
그때는 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할 수밖에.
곧 증기 폭발에 의한 수증기가 걷히며 검은 물체가 바닥에 추락했다.
반동으로 나가떨어진 건가?
만일의 경우도 있다.
나는 다음 행동을 준비하며 사태를 살폈다.
일어나기 전에 다시 한 방 먹일까? 아니면 방어 준비를 먼저 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놈이 다시 일어나는 줄 알았다.
“……칫, 다 되었나.”
놈이 혀를 차며 아깝다는 듯 중얼거린다.
곧 겔루크의 피부가 바스러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재가 되어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그대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무너지더니 곧 회색의 재만이 수북이 쌓였다.
“죽었어?”
정확히 말하자면 더 이상 지상에 머무를 힘이 없어진 것이지만.
소환식에 의해 부여받은 내구도가 한계에 달한 것이다.
“……나 참, 죽을 때는 좀 깜박이라도 켜고 죽든가.”
하마터면 쫄 뻔했잖아.
나는 안도의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역시 이 던전은 최소 익스퍼트 이상의 역량을 가진 자가 쓰러트릴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춰져 있던 것이리라.
‘그건 그렇고, 설마 여기서 또 한 마리 더 튀어나오는 건 아니겠지?’
던전 공략과 관련된 시나리오에선 제2 보스, 제3 보스, 그리고 2형태, 3형태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그게 설마 여기서 벌어지진 않겠지?
나는 의심스러운 듯 소환석을 올려다봤지만 다행히 그 상황까진 일어나진 않을 모양이다.
소환석의 불빛이 깜박이며 점차 힘을 잃다가.
파직.
결국, 부서져 내린 것이다.
‘더는 소환석이 기능할 필요가 없다는 거군.’
마치 내가 이 던전을 공략했다고 인정하는 것만 같네.
나는 다시 주변을 한차례 훑어보았다.
“응?”
마침 시선이 아까 그 마족이었던 잿더미로 향했다.
그 순간 잿더미가 스륵 무너져 내리더니 그 안에서 검은빛의 무언가가 반짝였다.
“어? ……설마?”
문득 머릿속에서 번뜩이는 가능성.
서둘러 그 잿더미로 달려가 마구잡이로 손으로 치워 걷어 내고는 그 안에서 드러난 물체를 집어 들었다.
검은빛의 광석.
“세, 세상에…… 마족의 정수잖아…….”
마족의 정수.
마족의 힘을 농축한 돌 같은 것인데, 아주 극소수의 확률로 얻을 수 있는 소재다.
마족은 해치우면 방금 전처럼 사라지기에 좀처럼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매우 귀하다.
약재로 사용한다면 상위 비약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무기나 방어구의 첨가 소재로도 쓸 수 있지.
‘무엇보다 마족의 정수는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해.’
마족 소환을 용인하는 국가는 없다.
마족을 소환하는 것은 대개 흑마법사 같은 사악한 놈들뿐.
미치지 않고서야 왕국 전체를 적으로 돌릴 마족 소환을 쓸 놈은 없겠지.
기껏 해 봐야 흑마법사를 토벌할 때 간혹 놈들이 불러내는 마족을 쓰러트렸을 때나 그 정수를 얻을 뿐.
그것도 대부분 교회나 왕국의 귀족들이 독점하기에 평범한 방식으로는 구입할 수 없다.
‘운이 좋았어…….’
마족의 정수는 생각지도 못한 이득이다.
일단 정수를 고이 가방 안에 넣어 두었다.
조심히 모셔 두자. 귀한 거니까.
이걸 가공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건 시급한 문제는 아니다.
‘벌써 보상 다 얻은 것 같네…….’
이 정수 하나만 해도 내가 투자한 비용 전체를 메우고도 남을 가치가 있다.
정말로 여기 오기 잘했어!
더욱 멋진 것은 아직 진짜 보상을 얻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자~ 그럼 진짜 보상을 얻어 보실까.’
나는 손을 탁탁 털고는 다시 그 문을 돌아보았다.
이 던전의 최심부, 보상이 잠들어 있을 저 문 너머를.
* * *
보물이야말로 던전의 존재 이유!
보물이 없는 던전은 민트가 빠진 초코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 이렇게 말하니 없어도 될 거 같은데?
농담이다.
“원작대로라면 이 너머에 능력을 얻게 해 주는 아티팩트가 있겠지?”
분명 갈덴스는 여기서 능력을 얻었으니까.
놈이 어떤 능력을 얻었을지 원작 내용을 떠올려 보았다.
<혈계 능력 – 중력 제어>
‘분명 셀베스터마저도 강력한 능력일 거라고 긴장할 정도의 힘이었지.’
다만 놈이 그걸 어필하기도 전에 깩꼬닥! 죽어 버린 바람에 맥거핀이 되어 버린 능력이지만.
‘뭐, 얻고 보자.’
나는 서둘러 보상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안쪽에 굳게 닫혀 있는 또 하나의 문.
이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