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5)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5화(5/344)
제 5화
7화 공격의 꽃은 원거리지! (2)
‘좀 더 정중하게 부탁했어야 했나.’
지금 다시 부탁할까? ‘부디 계약해 주세요! 운디네 님!’이라고?
필요하다면 이 자리에서 운디네 님의 발이라도 핥을 수 있어.
그러나 내 걱정은 기우였나 보다.
-계약! 응! 할래!
“……대체 승낙할 거면 왜 뜸들인 거니?”
-으응?
그러나 운디네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나를 말똥말똥 올려다볼 뿐이다.
그래, 좋다 하니 까짓것, 합시다! 운디네 님!
뒤의 절차는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계약이 성립하면 나머지 절차는 정령 측에서 알아서 하니까.
마치 보험 계약과 다를 바 없다.
나는 그저 사인만 하면 될 뿐.
내가 손바닥을 내밀자 운디네가 내 손바닥에 자신의 자그마한 두 손을 갖다 댄다.
“……음.”
무언가가 흘러 들어온다.
차가운 물이 손바닥을 타고 혈관 속에 흘러들어 몸 안을 순환하는 감각.
그다음에도 기이한 감각이 느껴졌다.
곧 내 혈관 속에 무언가가 섞이며 맴돌더니 빠져나오고 있어.
이건 뭘까?
그 감각이 멎고 나서야 운디네는 내 손바닥에서 자신의 손을 떼고는 환하게 웃었다.
-계약! 됐어!
“흠…… 그렇군. 방금 그게 계약이구나. 뭔가 신기하군.”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정령 본인이 됐다고 하니 된 거겠지.
“어쨌든 잘 부탁한다, 운디네.”
-응!
내가 다시 손을 내밀자 운디네는 나를 따라 흉내 내듯 다시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다행히 기본적으로 날 잘 따를 것 같네.’
첫 정령이 사람을 잘 따르는 녀석이란 점은 바람직하군.
정령 중에는 진짜 까칠한 녀석도 많으니까.
특히 상급 이상은 사람보다 더 속내를 알기 어려운 것들도 많지.
“그럼 이왕 불러냈으니. 한번 정령의 능력을 시험……해 볼까?”
-시험?
“마침 불려 나왔잖아 이대로 돌아가라 하기도 뭣하지.”
최하급 정령이니 강력한 힘은 없어도 최소한의 물을 조작하거나 생성하는 능력이 있을 터.
내심 써 보고 싶은 사심도 있고.
“그럼 먼저 네 능력을 시험해 보자!”
나는 바로 운디네에게 명령을 내리려 했지만.
그때 갑자기 발밑이 흔들렸다.
“먼저 물을? ……어?”
땅이 흔들리는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다.
휘청거리는 건 나였다.
갑자기 힘이 빠지고 속이 어지럽다.
……뭐야?
이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기도 전에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건 어째서인지 깜짝 놀라는 운디네뿐.
대체 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기에 놀라는 거야?
그대로 나는 정신 줄을 놓았다.
* * *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뭐야…… 윽…… 속이 아직도 안 좋아.”
어질거리는 머릿속을 간신히 참으며 몸을 일으키고 난 뒤에야 나는 지금까지 기절해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정령 소환을…… 했고. 그 뒤에 갑자기 기절을 했지?”
운디네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내가 기절하는 것과 동시에 송환된 모양이다.
내가 왜 갑자기 정신 줄을 놓은 거지?
그 해답은 곧바로 나왔다.
“……그렇구나. 이게 마나 고갈이구나.”
너무 들떠서 방심하고 말았다.
정령 친화력은 조금이나마 있을지 몰라도 마나는 그만큼 많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했어야 했는데.
마나를 원유에 비유하면 정령력은 그 원유를 가공한 가솔린 같은 것.
문제는 원유가 되는 마나가 양이 적으니 방금 전처럼 기절해 버린 것이다.
총체적 난국이군.
‘정말로 에일런, 요 녀석. 엑스트라에 딱 걸맞은 몸뚱이구만…….’
말 그대로 평범한 일반인 그 자체의 모범.
나는 내 왼손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최하급 정령을 불러내고 마나 결핍으로 쓰러진다라.
웃을 수 없구먼.
‘이 정도면 아까 전 계약이 이뤄진 것 자체가 아슬아슬했어…….’
자칫하면 계약 도중에 뻗어 버려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계약은 실패했겠지.
“우선 마나의 한계량과 정령력을 좀 더 가다듬어야 해.”
지금 이대로라면 회복 후 운디네를 불러내도 정령술 두어 번만 써도 픽 쓰러지고 말겠지.
대책은 하나!
원유의 양을 늘려야 한다.
‘마나야 소모를 반복하면 자연스레 초기 한계치는 올라가…… 그러니 정령력의 증진을 우선 목표로 삼아야겠군.’
정령력이 높아지면 소모 효율 역시 좋아지고 정령술의 위력도 오른다.
‘정령술의 수련 방법도 일단은 알긴 알아…….’
거창한 수련법은 아니다.
정령의 소환에 익숙해지고, 교감을 높이고, 그리고 자연 속에서 드러눕…… 아니, 그 충만한 기운을 쬐면 나 같은 풋내기 정령사는 충분히 기초를 다질 수는 있다.
기초 수련은 이곳에서도 할 수 있다.
‘적어도 기초를 다지는 데 1년은 잡아야 할까?’
적어도 1년간은 농사를 지으면서 친화력과 체력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
생활을 위해 농사를 짓고, 틈틈이 산속에 들어가 명상을 한다.
그리고 겸사겸사 운디네도 불러서 놀아 주고.
그렇게 알차게 보내면서 기초 자질을 늘려 볼까 한다.
‘이거 꿀 빨고 싶어서…… 되레 고생해야 하는 느낌인데.’
난 꿀 빨고 싶은데, 당장 해야 하는 건 노동과 노력이라니. 으엑!
찝찝하긴 하지만 기초 투자라고 치자.
아무것도 안 하고 무언가를 얻을 거라 욕심낼 만큼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향후 10년 내로 편히 꿀 빨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겠다.
그것을 내 장래 목표로 삼자.
오늘의 소환은 그 기념의 첫걸음이다!
“아자! 그럼 내일부터 힘낼까!”
그러니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힘내자.
결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자 하는 게 아니다.
소모한 마나는 회복해야 할 거 아니냐.
‘아, 그러고 보니 구멍 난 지붕도 고쳐야 하는데.’
……그것도 내일 하자.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의 일은 또다시 내일로 미룬다.
그럼 나는 게을러진다.
그런 기분으로 냅다 드러누웠다.
* * *
순식간에 한 달이 지났다.
그런 어느 날의 아침.
오늘도 보람차게 노동해야 할 때가 왔도다!
“……망할, 일할 시간이네.”
나는 괭이를 짊어지고는 밭으로 향했다.
슬쩍 내 머리 위를 보자, 오늘도 변함없이 그 글자가 보였다.
이름과 배역.
<에일런 – 엑스트라>
이젠 이것도 익숙해졌군.
피식거리며 괭이를 고쳐 쥐고는 그대로 치켜들었다.
“자, 그럼 오늘도 어디 보람차게 농사를 시작해 보자!”
그대로 힘껏 내리쳤다.
괭이의 끝이 그럴듯한 소리를 내며 차지게 흙에 박힌다.
“헛……챠아! 헛챠아!”
계속해서 묘한 기합 소리를 내지르며 괭이를 휘둘렀다.
이거 요령이 필요하다.
허릿심을 제대로 못 쓰면 어깨랑 무릎이 나가고 잘 못 치면 반대로 괭이가 상하니까.
나도 처음엔 고생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익숙해졌다.
한 달이란 시간은 충분히 사람을 훌륭한 농사꾼으로 진화시켜 주는 법.
거기에 에일런의 기억도 있으니 적응하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휴우, 그럼 어디 오늘도 보람차게 일해 볼까.”
보람찬 미소를 지으며 아름다운 땀을 흘리며 밭을 일구기 시작할 무렵.
저쪽에서 마찬가지로 농사용 도구를 들고 도착한 녀석들이 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소년들이다.
한창 막 일할 나이인 저 녀석들은 현재 내 밭일을 거들고 있다.
“뭐야, 벌써 왔냐?”
내가 괭이질을 멈추고 손을 흔들자 그 녀석들은 멋쩍은 듯이 웃어넘겼다.
“오늘도 일찍 나오셨네요, 에일런 형.”
“저희도 늘 서두르는데 형이 너무 부지런하신 거 아닌가요?”
“그럼 너희가 나보다 부지런해지면 되겠구나. 내일부터 더 일찍 나오렴.”
“에이! 형도 농담도 참요.”
농담 아닌데?
우리들은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고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 밭을 혼자 가꾸기는 손이 부족하기에 동네 애송이들에게 수확 시기 때 작물을 나눠 주는 조건으로 부려 먹는 것이다.
참고로 심은 것은 감자.
감자는 좋은 농작물이다.
탄수화물 또한 생존 수단의 기본이고.
거기에 이곳의 감자 품종은 상당히 크다.
충분히 수확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애송이들아. 자! 어서 일하렴!
그럼 감자가 너흴 기다린단다.
“어서 후딱 하고 끝내자. 오늘은 일찍 끝낼 수 있을 거 같으니까 말이야.”
“넵!”
“열심히 할게요!”
기운차게 소년들은 밭일을 시작한다.
그 모습을 나는 흐뭇하게 지켜보다 슬쩍 곡괭이를 휙 옆으로 던졌다.
바이바이~ 괭이.
‘역시 세상은 하는 척이 중요하지.’
군대에서 배운 꿀 빠는 요령 하나.
처음은 손수 하라. 그리고 때가 되면 적당히 떠넘기고 빠져라.
내가 말년 병장 때 익힌 패턴입니다.
그렇게 나는 다른 작업을 하는 척 슬쩍 빠졌다.
아마 눈치채 보면 어느샌가 내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겠지.
대한민국 군필자의 꿀 본능을 얕보지 마라.
실은 이런 식으로 프로 농사꾼인 척하는 법만 늘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딱 맞다.
* * *
밭일은 애송이들의 도움으로 얼추 끝내 놓고는 나는 마을 뒷산으로 향했다.
농사꾼은 세상을 속이기 위한 거짓된 모습!
그 실체는 바로 정령사!
‘……뭐, 지망이지만.’
아직 이 정도로 정령사를 자칭할 수는 없지.
좀 더 강해져야 한다.
내가 산속으로 향한 건 바로 그 정령술 수련을 위해서다.
수련이라 봐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별것 없다.
가장 물 좋고 공기가 좋은 곳을 골라 그곳에서 명상을 한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은 상대적으로 마나의 순도가 높아 친화력을 다듬기 바람직하다.
이곳에서 명상을 하며 자연의 기운을 가다듬는다.
요령은 처음 정령과 계약했을 때 느낀 이질적인 감각을 떠올리면 된다.
분명 그것이 마나가 순환하는 감각일 테니까.
나는 정령과의 계약을 통해 마나를 활성화하는 가장 기초적인 감각을 깨우친 것이다.
‘마나가 흐르는 감각을 의식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힌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요령을 잡다 보니 지금은 쉽게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달째에 접어들었을 때는 그 순환 경로가 보다 원활해진 느낌이 들었다.
내 짐작이 맞았던 것이다.
“휴우…….”
어느샌가 숨을 쉬고 있는 것인지, 마는 것인지 인식조차 가물가물해질 무렵이 돼서야 나는 눈을 떴다.
대충 한 시간쯤 지난 걸까?
오늘의 명상은 이쯤이면 충분하다.
과해 봐야 그다지 효율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정령술의 활용 연습뿐.
나는 우아하게 손을 휘두르며 내 계약 정령 운디네를 불러내고자 했다.
“나와라, 운디네. 출근 시간이다.”
소환 요령도 익숙해져서 살짝 손가락 한 번만 튕겨도 바로 운디네를 불러낼 수 있게 되었다.
공중에서 자그마한 물방울이 모여 형체를 이루어 자그맣고 푸른 요정의 형상을 이룬다.
오늘도 반갑구나! 운디네야!
-안녕!
“그래. 불렀다, 요 귀여운 녀석아.”
내가 손바닥을 내밀자 운디네는 별 스스럼없이 마주 잡는다.
나는 녀석을 손으로 쓰다듬고 살짝 간질였다.
-꺄하하하하!
뭔가 개 한 마리 키우는 느낌이군.
“음, 오늘도 딱 좋게 시원하구나.”
물의 정령이라서 그런지 만지면 묘하게 시원하단 말이지.
물 속성이라 그런가?
더 덩치가 컸으면 여름에 안는 베개용으로도 썼을 텐데, 아깝군.
‘정령은 충분히 잘 다루면 성장하기도 하니까. 지금 아쉬워할 필요는 없지.’
정령사에게는 크게 두 가지 진로가 있다.
하나는 더 강한 다른 개체의 정령을 소환해 가면서 새로이 계약하는 경우.
그렇게 새로운 정령을 얻어 이전에 계약했던 정령이 필요 없게 될 경우 계약을 해지하든가 한다.
‘참으로 매정한 세상이지.’
반대로 또 하나는 기존 정령이 약하더라도 차근차근 키워서 대성하게 하는 경우.
즉, 계약한 정령과 끝까지 가는 패턴.
‘나는 과연 어느 쪽일까?’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마 나는 어쩌면 후자를 선택하게 될 것 같다.
그 선택에 약간의 이유는 있지만, 그건 지금 문제는 아니니 치워 두고.
어쨌든 이런 내 생각도 모르는 운디네는 그저 까르르 웃는다.
-놀자!
“그래, 그래. 지금은 한창 놀 때지, 요 꼬맹아.”
논다고 해 봐야 실상은 정령술을 이용하여 마음껏 다루게 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