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52)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52화(52/344)
제 52화
58화 흑마법사 공방 토벌 (3)
공방으로 통하는 구덩이 안쪽은 내 짐작보다 더욱 깊은 모양이다.
시험 삼아 돌을 던져 봤는데 수십 초 뒤에나 간신히 소리가 들렸다.
‘얼마나 넓은 거야?’
맨몸으로 뛰어내리는 것은 무모할 것 같아 밧줄을 내리고 침투할 준비를 했지만.
어쩐지 그런 우리를 크루세가 어이없단 눈길로 보고 있다.
어째서냐, 준비는 완벽한데?
“……나 참, 이렇게 하면 되잖아요.”
가만히 바라보던 크루세가 한숨을 쉬면서 지팡이를 까딱였다.
그러자 갑자기 몸이 가벼워졌다.
“이건…….”
“제 마법으로 받아 줄 테니 뛰어내리기만 하면 돼요.”
마법. 거참, 편리하네…….
역시 마법사랑 정령사가 있는 파티가 우대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모든 게 편해.
“……이거 다음 의뢰를 할 땐 적응이 안 될까 겁나는군.”
“그러게 말이네.”
“편한 게 장땡 아닙니까. ……가죠.”
그대로 우리는 구덩이 아래로 몸을 던졌다.
몇몇은 주저했지만 크루세가 빤히 바라보자 체면상 우는 소린 못하겠는지 결국, 몸을 던졌다.
그대로 체감상 20여 미터를 쭉 추락하는가 싶더니.
바닥에 부딪히기 직전 절묘하게 감속되며 이내 소리도 내지 않고 발이 땅에 닿았다.
완벽한 착지다.
“……몬스터는 지금은 없군.”
우리가 착지한 방 안은 충격 때문에 난장판이 되었을 뿐 달리 숨어 있는 몬스터는 없다.
“한 차례 뒤로 물렸겠죠.”
아마 몬스터를 다른 구역에서 배치해 맞이하게 할 셈이리라.
마지막으로 크루세가 착지했다.
이걸로 전부 돌입했군.
“네. 여기서부터는 흑마법사의 공방입니다~ 원하는 건 전부 남김없이 약탈하고! 흑마법사 놈의 목을 공방 입구에 걸어 버리죠!”
정말로 놈의 본진을 찾아내자 살짝 신이 나기 시작하는군.
큰 이득이 눈앞에 있다.
그보다 이렇게 말하니 꼭 우리가 악당 같네.
괜찮아, 정의는 이쪽이야.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정령사?”
“그냥 해 본 소리입니다. 너무 조용해서 말이죠. 개인적으로 어두운 건 딱 질색인지라.”
떠들지 않으면 영 불안하단 말이지.
“빛 좀 밝혀도 될까요?”
“보이지 않는 것보단 나을 거예요. 제 마법으로 할까요?”
“이럴 땐 정령이 효율적입니다. 위습, 알지?”
불러낸 위습이 대답하듯 깜박이더니 곧 주변을 밝혔다.
“빛의 정령이군요.”
그 빛 덕분에 우리가 돌입한 방의 구조가 이제야 좀 어느 정도 눈에 들어왔다.
“어? 의외로…… 내부가 그럴듯하네요? 깔끔한데?”
내가 무심코 중얼거린 건 공방의 구조가 꽤 깔끔했기 때문이다.
조금 전 웜이 뚫고 나오느라 천장이 무너져 내린 충격 탓에 파편들로 어지럽혀져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상당히 쾌적한 공간임을 예상할 수 있다.
여기가 흑마법사의 공방이란 걸 잊으면 내가 이곳을 빼앗아서 살고 싶을 정도다.
이런 부분은 생소하네.
원작에 흑마법사의 공방의 자세한 정경 같은 게 묘사가 되는 부분이 적기 때문이다.
“흑마법사는 어둡고 습한 걸 좋아하는 곰팡이와 친척 아니던가? 여기 이상하게 깨끗한데요?”
“……저도 흑마법사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건 좀 아니라고 봐요. 편견이에요, 정령사.”
크루세마저도 어이없어했다.
“어지간한 바보가 아니고서야 공방을 퀴퀴하게 만들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아, 그런 건가요?”
“흑마법사도 마찬가지겠지만 공방이란 곳에는 이것저것 많으니까요.”
“아아…… 하긴 보관상의 문제인가.”
확실히 이해가 간다.
마법사가 쓰는 소재는 여러 가지가 있지.
단순히 광물이나 보석에서부터 식물, 동물…… 흑마법사에 이르러서는 차마 언급하기도 싫은 것들까지.
전부 보관하려면 어지간한 시설 이상으로 쾌적하지 않으면 소재를 망쳐 버리겠군.
실용적인 문제다.
“그렇군요. 확실히 마법사는 깔끔해야겠네요. 흔히 책 쌓아 두고 곰팡내 속에서 산다는 이미지였거든요. 마법사의 생활은 우아하구나~.”
몰랐던 사실이다.
마법사의 삶은 멋지네!
“…….”
“크루세 씨?”
“어쨌든 서두르죠. 아무리 그자라도 몰리면 이곳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크루세는 서두르듯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출구를 노려보았다.
왼쪽, 오른쪽 각각 반대 방향에 문이 있군.
“……길은.”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에일런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이상부터는 자료 부족으로 지도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으니 알아서 찾아가 주세요.
“크루세 씨는 혹시 짐작 가는 건 있나요?”
“글쎄요. 어느 쪽이든 내부에 흑마력이 짙어서 쫓아가는 건 어려울 것 같네요.”
그야 이곳이 놈의 본진이니까.
“길을 정하지 못해서 그런 건가?”
그때 대화에 끼어들어 의견을 낸 이가 있었는데, 솔란드 씨다.
의외네.
“하하핫. 그렇다면 괜찮은 방법이 있네. 우리들은 길을 정하지 못할 때 이렇게 하지.”
“오? 어떤 방법이죠?”
“간단하네. 그렇지?”
그러나 다른 용병들의 표정이 미묘하다.
“설마…… 솔란드 씨? 혹시 또 그 소리 하려는 겁니까?”
뭔가 창피해하는 느낌인데?
못 참겠다는 얼굴이야.
“길을 정하지 못하겠으면 하나지. 옷!”
그는 갑자기 발치에 굴러다니던 돌멩이 하나를 적당히 걷어찼다.
돌멩이가 떨어지는 것을 눈으로 쫓고는.
“대충 오른쪽으로 떨어졌군. 그럼 오른쪽으로 가세.”
“……장난하나요?”
“……장난해요?”
크루세도, 심지어 나도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툭 튀어나왔다.
당연한 반응이라고 본다.
“하하핫! 어때서 그런가.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도달하기만 하면 그만이지. 들어온 이상 어느 쪽이든 변함은 없네.”
“……확실히.”
정론은 아니나 반론을 할 만한 말도 아니다.
여기서 지지부진하게 고민할 바에야 대충 정하고 나아가고, 아니면 그때 돌아가든지 어떻게 하든지 생각하는 게 건설적이겠군.
“모르겠다면 어느 쪽이든 용감히 나아가면 되지! 하하하핫!”
……근데 그거, 용병으로서의 경험이 아니라 그냥 인생 적당히 사는 아저씨로서의 방식이 아닌가요?
왠지 내가 다니던 회사 팀장님 같은 말씀이다.
그 양반도 어지간히 막가파였는데.
하는 말은 삼켜 두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의 말대로.
“……왼쪽으로 갈까요.”
왠지 오른쪽은 아닌 거 같아서 왼쪽으로 가기로 했다.
“그러도록 하죠. 찬성이에요.”
“저희도 동의합니다.”
“어째선가!”
“왠지 대충 정한 거 같아서 찝찝하니까 말입니다.”
“꼭 그렇게 가자는 대로 가면 사고가 나더라고요.”
“끙…….”
그저 솔란드 씨만이 무안한 듯 어깨를 축 늘어트릴 뿐이다.
* * *
공방의 구조는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넓은 모양이다.
통로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건 끝이 없는 광경.
쭉 이어진 복도 너머로 세는 것조차 지칠 만큼 방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쯤 되면 거의 지하에 뻗은 빌딩인데?
크루세 또한 다소 기가 막힌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아하니 몇 년 정도가 아닌 모양이네요. 최소 50년 이상은 이곳에 머문 게 아닐까요.”
“거참, 영주님이 들으면 까무러치겠군.”
“그게 사실이라면 잘못하면 영지 관리 부족으로 한 소리 들어도 할 말이 없겠죠.”
우리들은 감탄하면서 계속 나아갔다.
넓은 덕에 주인을 찾아내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겠군.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체력을 소모하리라.
그리고 당연히 우리를 가만히 걷게 내버려 둘 리도 없다.
“……슬슬 오는군. 정지.”
변화를 알아채고 손짓하자 전원이 멈췄다.
처음에는 벽이 녹아내리는가 싶었다.
곧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괴물체가 기어 나오더니 질척이며 이쪽을 향해 거리를 좁혀 온다.
“……저것도 흑마법사가 다루는 몬스터인가?”
“벽에 의태해서 침입자에 반응하는 몬스터인가 보군. 별놈이 다 있군.”
“어쨌든 저런 괴물에게 닿는 건 썩 내키지 않는구만.”
그 질척이는 소리와 끔찍한 느낌에 어지간한 비위를 자랑하는 용병들마저도 질겁했다.
“잘 보면 어째 슬라임과 비슷해 보이지 않나?”
“……방심은 하지 마세요. 생긴 건 저렇다 하더라도 내포한 흑마력의 양이 심상치 않으니까요.”
크루세가 조용히 경고했다.
그녀의 말대로 그 살덩이가 꾸물거릴 때마다 흘러나오는 흑마력이 마치 짙은 액체처럼 느껴질 정도로 흘러나온다.
“저 정도 밀도면 맹독이나 다름이 없어요. 경솔하게 접근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어머, 정령사?”
크루세가 내가 조용하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는지 돌아본다.
그야 평소라면 내가 호들갑을 떨어야 했으니까.
“……저거 설마?”
“정령사? 왜 그러는 거죠?”
그제야 내가 평소와 다르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는 한숨을 쉬었다.
“별것 아닙니다. 참, 여기 주인의 취향 한번 걸작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아, 토할 거 같네. 음. 해도 되나?”
“전부 제가 처리할까요?”
“아뇨. 저도 거들겠습니다. 저런 건 조금이라도 길게 보고 싶지 않은지라. 그리고 일은 같이해야죠.”
감당할 수 있는 일은 같이해야지.
나는 일단 조금 전 떠올린 감상은 일시적으로 치워 버리고는 집중하고자 손을 뻗었다.
“태워 버리죠! 샐러맨더! 화염으로 밀어내!”
“화염이라. 그게 유효하겠네요.”
내 앞에 소환된 샐러맨더가 불덩이를 토해 내고, 동시에 크루세도 마법을 영창했다.
“플레어 스톰!”
크루세의 앞에도 불꽃의 소용돌이가 생성되며 휩쓸며 뻗어 나간다.
당연히 순수 화력은 크루세 쪽이 압도적으로 우위다.
내 불꽃은 어디까지나 살짝 거들 뿐.
그대로 그 살덩이 같은 몬스터들은 단숨에 불에 휩싸여 재가 되어 갔다.
흩날리던 흑마력도 불에 깃든 마력에 연소하여 말끔하게 소멸하여 간다.
말 그대로 ‘오물은 소독이다!’라는 느낌이네.
“그건 그렇고 역시 처음 보는 몬스터였어요.”
“그렇네요. ……다른 누구도 처음 보는 몬스터라.”
나도 의견에 수긍하는 척 대답하며 아까 중단했던 사고를 재생했다.
실은 말은 하지 않았고 말할 수 있을 리도 없지만.
나는 그 몬스터를 보자마자 다른 이유로 인해 식겁해야 했다.
‘……왜 그 키메라가?’
아직 확신은 없지만 짚이는 기시감이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그러나 직감보다 확실한 게 있다.
<당신의 행동이 영향력을 발생시킵니다.>
<획득 영향력 포인트 : 8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22pt>
…….
…….
……망할.
* * *
그다음에도 계속해서 각각의 종류의 키메라들이 기습 혹은 포진을 짠 채로 우리들의 앞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다.
“어림없다!”
계속되는 전투의 반복으로 지칠 법하지만, 오히려 긴장이 적당히 풀렸는지 용병들의 움직임도 좋아졌다.
두려움이 사라진 것이다.
“하아아아아앗!”
솔란드 씨가 도끼를 크게 휘둘러 연달아 키메라의 머리통을 순차적으로 박살 내며 길을 연다.
머리를 잃고도 부들부들 떨면서 아직 움직이는 개체들은 뒤이어 다른 용병들이 마무리했다.
용병들이 분투하는 사이.
그들 너머에 있는 대부분의 키메라는 나와 크루세의 정령술과 마법이 과감하게 휩쓴다.
어느 정도 만만한 놈들은 내 정령술의 공격이 충분히 통하고.
꽤 강한 개체다 싶으면 크루세가 적극 나서서 해결해 주었다.
그에 따라 우리들이 공방을 돌파하는 속도는 상당했다.
진입하고 체감상 수 시간 만에 세 층이나 아래로 내려온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곳에 숨어 있는 자는 참으로 기이하네요.”
잠시 휴식을 취하던 도중 물을 한 모금 머금고 난 뒤 크루세는 그런 감상을 말했다.
“기이하다?”
“이상할 정도로 공방의 내용물이 편중된 걸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말이에요.”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의아해했다.
돌파하면서 우리는 틈틈이 방 이곳저곳을 수색했다.
대부분 방에서 공통으로 발견된 것은 유난히 키메라에 대한 열정을 쏟아부은 흔적들.
“놈이 수상한 연구를 하는 건 늘 있는 일이 아닌가?”
용병들이 봤을 땐 뭐든 찝찝해 보이는 것들이기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는 듯하지만 크루세는 “글쎄요?”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 해도 뭔가…… 우음…… 위화감이랄까, 그런 느낌이 있거든요.”
“……흐음, 그러한가? 마법사들도 참 복잡한 걸 고민하는구려.”
“어차피 이곳의 주인을 붙잡아 심문하면 알게 될 거고요. 너무 고민하진 말도록 하죠.”
“그렇겠네요.”
나는 적당히 미심쩍어하는 크루세에게 말해 주면서 생각했다.
……실은 모르는 척하는 것도 전부 거짓말이다.
짐작하는 요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