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53)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53화(53/344)
제 53화
59화 흑마법사 공방 토벌 (4)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이젠 확신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곳의 키메라를 쓰러트릴 때마다 종종 영향력을 발생시키는 개체가 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증거다.
‘이곳에 출현하는 키메라들 대부분이 원작에 등장한 몬스터야.’
시기도 어느 정도 확정하고 있었다.
원작 9권.
어떤 흑마법사가 연구한 키메라 대군 수십만 마리를 폭주시켜 각 국가를 침공하게 되는 사건이 있다.
그때 출현하는 키메라들의 묘사와 이곳의 키메라의 특징이 일치했다.
‘하지만…… 어째서?’
문제는 이곳과 9권의 연결점을 모르겠다.
이곳은 크루세에 의해 불타 버릴 공방이 아닌가?
이곳의 흑마법사도 틀림없이 그녀가 죽였다고 서술이 되어 있었다.
‘원작의 크루세가 거짓말을 했다? 아니, 그건 아닐 거야…… 그녀가 그런 성격은 아닐 테고.’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다.
‘흑마법사…… 키메라…… 9권의 사건…… 그러고 보니 별개로 흑막이 있었던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나는 우연히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천장에 주먹만 한 눈알이 달린 지네가 기어 다니고 있다.
저 몬스터의 용도는 명백하다.
“칫! 어디서 엿보기 따윌!”
전격으로 쏴 맞히려 하지만 기분 나쁜 움직임으로 피하더니 저편으로 도망쳤다.
크루세도 그 몬스터가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고는.
“……의도가 노골적이에요. 들킨 것도 일부러 알려 준 것 같네요.”
“어쩔 텐가?”
“가 보도록 하죠. 무엇이 있을지도 신경 쓰이니까요.”
피하지 않고 다 박살 내 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우리는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한 층을 더 내려가고 어느 통로를 통해 그 끝에 도달했을 때 굳게 닫힌 문이 떡하니 가로막혀 있다.
“꽤 무거워 보이는 문이군. 우리가 열도록 하지.”
용병들이 힘쓰는 일을 떠맡겠다는 듯 나서려 하지만 내가 가로막았다.
“이런 거 만지는 거 아닙니다.”
문에 기이한 흑마력이 흐른다.
저주나 그런 거겠지.
만지면 죽지는 않더라도 어떤 영향이 생길 것이다.
의외로 이렇게 대놓고 뻔뻔한 수작일수록 잘 걸리는 법이거든.
“……같잖긴.”
크루세가 코웃음 치며 문을 폭파하여 날려 버렸다.
“슬슬 나오시죠, 이 불쾌한 공방의 주인이여.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는 이곳을 통째로 불살라 버리겠습니다.”
주저 없는 경고.
……그런데 여기 불 지르면 우린 어쩌라고? 같이 타 죽으라고?
뻥이죠? 뻥인 거죠?
“이미 숨어 있는 건 알고 있어요.”
당당히 그녀가 앞장서자 저 앞에서 상대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화답했다.
놈이다.
“크흐흐흐흐흐. 쥐새끼 주제에 잘도 떠드는구나. 감히 침입자 주제에 주인을 불러내는가! 애송이 따위가!”
그 흑마법사는 퀴퀴해 보이는 로브 자락을 팔락이며 방 저편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채 우리를 노려보았다.
‘저놈이 여기 주인인가.’
나는 서둘러 놈의 머리 위를 확인했다.
<펠로밀 – 엑스트라>
잠깐?
“……뭐? 펠로밀? ……그건 또 누구야?”
9권에 키메라 대군을 폭주시킨 흑마법사의 이름은 알바네스라는 흑마법사다.
즉, 저놈이 아니다.
무엇보다 놈의 배역이 엑스트라지 않은가.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어쨌든 이 공방의 주인은 저놈이니 지금에 집중하자.
“아무튼! 만났으니! 반갑고, 이만 뒈져라!”
엑스트라라면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
무조건 적을 보면 선제공격.
내가 전격을 쏘아 내고 크루세 역시 자신의 키보다 큰 얼음의 칼날을 다섯 개나 만들어 내어 날렸다.
내 공격은 둘째 치고 그녀의 마법까지 당해 내진 못하리라.
그러나…….
“흥…… 역시 뭘 모르는구나…… 새파란 애송이들 같으니.”
흑마법사 놈의 안색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네놈들의 공격이 통할 거라 생각하나?”
우리가 문답무용으로 쏘아 낸 공격은 놈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쿵! 묵직한 소리를 내면서 떨어진 무언가에 가로막혀서 산산조각이 났다.
무언가가 있다.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틀림없이 거대한 손이 막았다.
“대체. 뭐가…… 읏?! 저건!”
크루세는 시선을 위로 올리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까지 어떤 몬스터를 앞에 두고도 변함이 없던 그녀치고는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크루세뿐이 아니다.
다른 용병들도, 그리고 나도.
우리들은 아연하게 올려다볼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그 괴물의 붉은 두 안광과 마주쳤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놈에게서 울리는 울음소리가 일대의 공기를 떠민다.
새까만 머리를 움직이며 그 몬스터는 차례대로 우리들을 훑어본다.
거대한 기둥 같은 두 팔과 다리, 전신이 검게 물든 불길한 몸체, 흉흉한 붉은 눈.
그놈을 본 용병들은 틀림없이 어떤 존재를 떠올렸으리라.
“……거인?”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요!”
그러나 크루세는 부정했다.
“그런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을 텐데…… 하물며 거인이라니! 고작 당신이 만든 역겨운 키메라겠죠!”
그러나 그 부정에 흑마법사 펠로밀은 불쾌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허튼소리! 틀림없이 존재했던 생물이다! 그저 먼 시대에 멸종되었을 뿐!”
“멸종?”
“크흐흐흐! 그렇다!”
흑마법사 놈의 눈빛에는 수상쩍은 광기가 감돌고 당장이라도 늙은 몸이 부러질 것 같지만 상관없다는 듯이 광소를 터트렸다.
“어리석구나! 어리석어! 고작 역사에서 자취를 감추었을 뿐! 그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가!”
“……무슨 뜻이죠?”
“이 내가 되살린 것이다! 바로 이 내가! 세월과 자연의 이치에 도태된 존재를 다시 한 번 이 땅에 끌어낸 것이다!”
펠로밀은 두 팔을 활짝 펴며 자신이 만들어 낸 존재를 두고 환희했다.
“나의 걸작! 고대의 거인이여! 바로 내가 너라는 걸작을 만든 자다! 칭송하라.”
놈이 자신의 성과에 취한 채 외치는 목소리가 방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당연히 진심으로 믿는 자 따윈 없다.
모두가 그를 정신이 나간 이를 보는 듯 취급했다.
“……미친 거 아닌가.”
“……저러니 흑마법사지 않습니까.”
“……틀림없이 미친 거겠죠.”
문제는 짜증 나지만 모두의 의견에 공감할 겨를이 없다는 것.
‘거인…….’
나는 저것을 알아보자마자 혀를 찼다.
안타깝지만 놈의 주장은 사실이리라.
왜냐면 저놈 역시 원작 9권에 등장한 몬스터니까.
원흉은 9권에 출현할 흑마법사 알바네스지만, 그가 죽은 뒤 몬스터 대군을 통솔하던 우두머리 역할을 하던 녀석이 존재했다.
그게 바로 저 거인이다.
즉, 9권의 메인 보스 몬스터!
“가라! 오팔! 네 존재를 저 어리석은 쥐새끼들에게 증명해라!”
흑마법사 놈이 외치는 말과 함께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역시 저 괴물까지 있나. 하지만…… 어째서 여기에서?’
그게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없던 게 뿅! 솟아나는 것도 아니니까 당연히 9권에 등장할 존재들이 어딘가에서 조금씩 힘을 키우고 있을 거라는 것쯤은 안다.
그러나 왜 그게 하필 여기인가?
하물며 저 펠로밀이라는 노인은 9권에 출현해야 할 알바네스가 아니다.
명백하게 다른 인물이다.
‘……그렇다는 건.’
다른 요소를 짐작해 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저 거인이 노려보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저 흑마법사 본인이 더 시간을 끌 생각은 없어 보인다.
자랑도 실컷 했고 슬슬 끝장을 보고 싶겠지.
“시간이 아깝구나! 나의 걸작이여! 쥐새끼 놈들을 전부 육편으로 만들거라! 그 후 네놈들의 시체는 파편까지 유용하게 써 주도록 하마.”
명령이 내려지자 거인의 눈빛이 더욱 붉게 빛났다.
몸체에서 발하는 검은 안개 같은 것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저것이 전부 놈에게 축적된 흑마력이다.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옵니다!”
당연히 내가 외칠 쯤에는 이미 다들 무기를 빼 들고 태세를 갖춘 뒤였다.
신속하게 전투에 들어갔다.
일단은 공격하자.
“스프라이트! 샐러맨더! 저놈 머리를 노려!”
두 정령이 명령대로 놈의 머리를 향해 전격과 화염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허무하게 튕겨 나갈 뿐.
‘역시 안 통하네.’
처음부터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선 정도는 끌 수 있겠지.
그리고 용병들이 차례로 달려들어 놈의 발치를 베어 넘겼다.
그러나 어지간한 칼날은 튕겨 나가고 오러를 실은 도끼마저도 얕게 파고들 뿐이다.
터무니없는 맷집이다.
역시 최저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의 검이 아니면 통하지도 않는 것이다.
“크크크크크큭! 소용없다! 소용없단다!”
저편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는 흑마법사 펠로밀은 무기가 통하지 않자 당황하는 용병들을 비웃었다.
“전부 짓뭉개 버리거라!”
-크오오오오오오아아아아!
거인이 가소롭다는 듯 울부짖으며 발을 구르자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일대가 흔들린다.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일어나는 풍압만으로도 눈앞이 뒤엎어질 것 같다.
‘젠장, 신체의 능력치도 9권 때와 차이가 없나.’
그렇다면 내가 저놈을 맞상대할 방법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혀 방법이 없다는 의미도 아냐.’
나는 최악의 최악까지 이곳이 원작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궁리했다.
그중에서 지금의 사태는 귀찮긴 해도 최악이라고 할 것까진 없다.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다.
무엇보다 저 거인의 행동 패턴을 보니 승산이 보인다.
“지금입니다!”
내가 정령들의 공격을 끊자 동시에 용병들도 물러났다.
그 순간 나는 마법검을 휘둘러 놈의 발등에 내리치듯 때렸다.
벨 수는 없지만 상관없다.
그게 목적이 아니니까.
“가라!”
마법검 체인 소드의 마법이 발동.
검의 발동 한계까지 최대한도로 마나를 불어 넣자 사슬이 100가닥 가까이 치솟아 오르며 거인을 동여 묶는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나 놈이 팔에 힘을 주어 사슬을 마구잡이로 끊어 낸다.
역시 괴력 때문에 제대로 안 통하는군.
슬프지만 양산형의 한계다.
“그럼 이걸 처먹여 주지.”
나는 손을 내밀었다.
이미 중력 제어 능력을 발동 준비에 들어갔다.
충분히 시간을 벌었고.
능력을 쓰는 데 필요한 마나를 아낌없이 흘려보내자 주변의 풍경이 점차 일그러지며.
콰앙!
그대로 크레이터를 만들며 가라앉는다.
-……쿠오오오!
놈의 무릎이 땅에 처박혔다.
이건 다소 충격이 오는 걸까, 왠지 비명처럼 들렸다.
‘이건 통해!’
역시 최상급의 혈계 능력.
아직 다루는 게 미숙하더라도 9권의 메인 몬스터에게도 근소하게 대미지를 줄 수 있었다.
이렇게 되자 흑마법사 펠로밀의 안색이 약간이나마 변했다.
“소, 소용없다! 내 걸작에게 그 정도는…….”
“응. 택도 없겠지. 알아.”
이 정도로 끝날 몬스터라면 9권에서 주인공이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니 부탁드리죠. ……준비 끝나셨는지요? 슬슬 제 쪽이 힘에 부치기 시작합니다만.”
“이미 끝났어요.”
크루세가 이미 준비를 전부 끝낸 뒤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지금까지의 전투는 그녀가 모든 준비를 끝내는 동안 시간을 끌기 위한 것일 뿐.
“지금부턴 제가 맡도록 하죠.”
준비가 끝난 마법사만큼 든든한 존재도 없다.
“아이시클 스피어!”
4서클 빙결계 마법, 아이시클 스피어.
그녀의 머리 위로 어림잡아 50개도 넘는 얼음의 창날이 떠올랐다.
본래는 평범한 얼음 창을 하나하나 쏘아 내는 것이나 그녀의 것은 하나하나가 인간의 몸통보다도 크다.
그대로 얼음 창은 고속으로 쏘아지며 목표물인 거인의 전신을 난타했다.
표적이 큰 만큼 거의 빗나가는 일 따윈 없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라이트닝 캐논! 플레어 봄!”
번개의 기둥이 놈을 집어삼키고 거대한 폭염의 구가 놈을 튕겨 낸다.
-그오오오오오?!
거인이 고통스러운 듯 뒹군다.
그 뒤에도 크루세는 쉴 새 없이 공격 마법을 구사하여 퍼붓는다.
하나하나가 위력도 강할뿐더러 캐스팅 속도가 빨라 거의 빈틈이 없다.
‘완전히 인간 폭격기군…… 보유 마나량이 얼마나 많은 거야.’
여차하면 이 일대를 전부 뒤엎어 버릴 생각이었다는 건 농담이 아니었나.
크루세의 가차 없는 맹공에 거인은 속수무책으로 너덜너덜해져 가고 있다.
9권의 메인 몬스터라는 입장에 걸맞지 않는 추태다.
‘역시…… 등장 시기가 빨랐어.’
나는 그것을 보고 확신했다.
저놈은 지금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