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57)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57화(57/344)
제 57화
63화 흑마법사 공방 토벌 (8)
다행히 놈의 흑마력이 집중되는 위치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마나라는 것은 생물의 혈관을 타고 순환한다.
그렇기에 모든 혈액이 한 번은 통과하는 심장에는 반드시 그 농도가 짙기 마련이지.
특히나 마나 서클이 생성된 심장은 더욱 노골적이다.
‘문제는…… 이 속에선 나도 버티기가 힘들어.’
슬슬 머리도 아프다.
짙은 흑마력의 영향이다.
내겐 당연히 흑마력에 관한 내성은 없다.
마력 저항의 완갑을 발동시켜 조금이나마 영향을 차단했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하겠지.
‘그 전에 끝낸다.’
나는 단단한 벽 같은 그곳을 노려보며 힘을 주었다.
놈의 식도로 단단히 막혀 있기 때문에 나가려면 이곳을 돌파해야 심장에 다다른다.
능력의 보정 덕에 그럭저럭 효력은 갖춰졌으니 해 볼 만하리라.
길을 뚫자.
“운디네, 실프. 수압 검 하나 부탁하마.”
그러자 내 손에 물과 바람이 휘감기며 형상을 갖추기 시작한다.
운디네의 힘으로 물을 길게 분사하고 바람으로 휘감아 더욱 가속한다.
가속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수압 커터를 재현.
“흡!”
그대로 휘둘러 쏘아 냈다.
피휵!
살덩어리를 갈라 버리는 특유의 느낌과 솟구치는 체액이 사방에 튀며 틈이 열렸다.
나는 주저 없이 비집고 나왔다.
날뛰는 소리가 더욱 거세진다.
그래, 아프겠지.
산 채로 식도를 갈라 버렸으니까.
‘서둘러야 해…….’
다행히 놈의 심장은 금방 찾아냈다.
“우와…….”
그것을 포착한 나는 살짝 질렸다는 탄성을 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마법은 모른다.
일반적인 마법은 고사하고 흑마법도 거의 모른다.
원작에서 마법사들이 쓰는 마법의 이름만을 몇 종류 알 뿐.
“이거 무지막지한데?”
그런 내가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엉망진창이다.
검보랏빛의 흑마력이 미친 듯이 휘몰아친다.
솔직히 저게 원을 그리는 건지, 다각형을 그리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
‘다행히 저걸 부수는 건 어렵지 않겠네.’
저렇게 위태롭다면 사소한 공격을 때려 박기만 해도 충분히 충격을 줄 수 있겠지.
‘……문제는 그 뒤의 반동이다만.’
저게 폭주하면 어떻게 될까 모르는 내가 아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각오를 다졌다.
주저 없이 정령들을 소환하여 그들의 힘을 자아내 쏘아 내었다.
“가랏!”
원래부터 불안정한 것에 돌을 던지면 완전히 엇나가기 마련이지.
회전하는 톱니바퀴에 쇳조각을 끼워 넣으면 어떻게 될까?
답은 부서진다.
내 정령술이 닿아 그 흑마력에 휩쓸려 사라진 순간.
눈앞의 서클이 균형을 잃고는 완전히 폭발하고 말았다.
더욱 어두워졌다.
흑마력이 뒤덮어 온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그대로 나는 그 격류에 휩쓸렸다.
마력 저항의 완갑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가능한 모든 방어 수단을 동원했는데도 온몸이 짓눌릴 것만 같았다.
방향 감각이 완전히 엇나간 채 어디론가 밀려 나간 나는 그대로 허공에 내던져졌다.
“……밖?!”
반발에 놈의 가슴이 터지면서 밖으로 튕겨 나온 모양이다.
그건 다행이다.
탈출이 걱정되는 문제였던 건 사실.
‘문제는 착지! 젠장! 거의 천장까지 날아왔잖아.’
허무하게 추락사하는 꼴은 두고 못 본다!
그러나 정령을 불러내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이런…… 흑마력에 휩쓸려 일시적으로 마나를 조절하는 감각이 어긋났다.
……진짜 일 난 거 같은데?
낙법, 시도해 볼까?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될지도?
다행히 추락은 곧 멈췄다.
내 목덜미를 누군가가 세게 움켜쥐었다.
나를 붙잡은 건 크루세였다.
“오? 나이스 캐치!”
나를 붙잡고 난 뒤 그녀는 난처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바쁘시네요, 정령사. 잡아먹히느라, 튕겨 날아가느라. 즐거우셨나요?”
“……솔직히 이 짓, 두 번은 하고 싶지 않네요.”
“이렇게 하실 거면 미리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어려우니까요.”
“뭐, 그 점은 크루세 씨의 능력을 믿고 있었다는 거로 쳐두죠.”
나는 적당히 웃으며 흘려 넘겼다.
바닥에 착지한 뒤 그녀가 회수해 온 내 검을 챙기고는.
“그런데 거인은? 상황 파악이 아직 안 됩니다만.”
“다행히 당신의 의도대로 됐어요. 서클이 파열한 덕에 흑마력의 순환이 눈에 띄게 약해졌으니까요.”
크루세가 응시하는 방향을 따라 보자 완전히 가슴께가 뻥 뚫린 채 부들부들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거인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도 움직이다니.
“……저거 저래도 살아 있는 겁니까? 보통 죽잖아요?”
“질긴 생명력이네요. 확실히 문헌에도 옛 거인들은 목을 쳐도 반나절은 본능대로 날뛰며 싸웠다는 전설도 있었던 것 같지만요.”
그놈들 멸종되길 다행이네요. 지금의 시대에서 마주치고 싶지도 않다.
“죽지 않았으면 마무리해 주면 되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제야 내가 무사함을 확인한 용병들도 내 말을 듣고는 무기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답했다.
“마무리를 가하죠.”
우리가 결착을 지을 것을 마음먹은 때.
거인도 마찬가지로 터져 나간 상처를 억지로 무시하듯 일어나 돌진하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어쩐지 분노하는 것 같은 울음소리.
그러나 조금 전 같은 묵직한 위압감 따윈 없다.
여전히 거대한 덩치와 말도 안 되는 근력은 위협적이나.
고작 그것뿐.
이젠 어림도 없다.
거인이 주먹을 내지르나 주먹은 솔란드 씨가 내세운 도끼에 막혔다.
“하아아아아아앗! 망할 덩치가!”
이를 악물고 버텨 낸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오기도 있지만 크루세에게 몇 가지 버프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아슬아슬한 건 마찬가지.
참으로 무모한 짓이나 그는 해냈다.
“어림없다!”
솔란드 씨가 도끼를 위로 쳐올리자 거인의 주먹이 튕겨 나갔다.
쿠웅!
그 충격에 살짝 놈이 주춤한다.
“어떠냐!”
그가 잔뜩 흥분하여 외쳤다.
거인은 방해되는 용병들을 떨쳐 내기 위해 다시 달려들려 했지만.
“어딜!”
내가 쏘아 낸 화염탄과 번개가 열 발이 넘게 놈의 상처에 빨려 들어갔다.
-오오아아아아아아아!
고통 때문에 괴성을 지른다.
“아직 멀었어!”
좀 더 몰아붙인다.
놈의 가슴께, 터져 활짝 열린 그 상처에 운디네의 물을 가득 채운다.
채우고 채운 뒤 벼락을 있는 대로 들이부어 폭파했다.
쿠콰앙!
놈의 거구가 폭발의 반동으로 튕겨 나가 벽에 처박혔다.
‘……칫, 어지간히 질기군.’
그래도 놈은 아직 살아 있다.
이미 가슴께는 거의 구멍이라고 할 정도로 도려내져 있는데도, 심장이 조각도 남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활동한다.
이미 저건 정상적인 생물체라고도 할 수 없지 않은가.
‘화력이 추가로 필요해.’
놈을 고통스럽게 할 공격이 아니라 저 끈질긴 신체를 전부 불살라버릴 충분한 일격이.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건 현재로선 이 사람뿐.
“……됐어요!”
마침내 크루세에게서 준비가 끝났다는 외침이 들렸다.
압도적인 마나가 끓어오르며 그것이 점차 열기를 띠기 시작한다.
“몰아쳐라! 플레어 템페스트!”
거인의 전방에 거대한 화염의 원이 피어난다.
그 원이 분열한다.
두 개에서 세 개로, 그리고 마침내 다섯 개까지!
다섯 개의 포구에서 쏟아지는 폭열의 폭풍이 가차 없이 거인을 향해 쏟아졌다.
그대로 놈은 서서히 재가 되어 갈려 나간다.
-크워아아아아아아아!
발악하듯 놈이 손과 발을 허우적거리면서 폭열에서 벗어나려 한다.
“윽…… 마나가…….”
더욱 밀어붙이려던 크루세가 이를 악문다.
그녀도 피로한 것이다.
하지만 저대로 놈이 빠져나온다면 손쓸 길이 없다.
나는 그 상황을 지켜보고는 앞으로 나섰다.
“살짝 밀어야겠군요.”
그렇게 말하지만 나도 힘이 그리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밖에 없다.
“그만 튀어나오고 얌전히 뒈져라!”
마지막으로 끌어 올린 정령의 불덩어리를 거인의 머리를 향해 날렸다.
별것 아닌 평범한 위력의 화염탄이 놈의 이마에서 폭발했다.
-쿠오오?!
그대로 거인은 괴성을 지르면서 화염의 소용돌이에 삼켜져 잿더미가 되어 버려 간다.
이번에야말로 끝이다.
‘아직 네가 나오기엔 이르다. 그러니 조용히 꺼져.’
* * *
거인의 침묵을 확신한 뒤에도 일대에는 조용한 적막감만이 흘렀다.
적을 물리쳐도 긴장감과 흥분이 가라앉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
대충 1분 정도를 숨을 고르면서 가만히 놈의 시체를 응시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말문이 터졌다.
“쓰러트렸군.”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겠지?”
“또 뭔가 튀어나오면 그때야말로 도망가는 게 어떤가?”
“……저도 그 말에는 약간 동감이에요.”
각자 푸념 같은 말들을 터트리면서 가까스로 고생의 피로감을 어떻게든 무시하고자 했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들 지쳤다.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체력과 기력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
“우선은 숨부터 좀 돌리세.”
솔란드 씨의 말에 공감하듯 바로 다들 그 자리에서 주저앉은 채 한숨 돌려야 했다.
그럼 어떻게 될까.
나는 숨을 고르면서 그 결과를 확인했다.
<당신의 행동이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특수 배역 ‘에피소드 보스’가 예정되지 않은 시기에 사망하였습니다.>
<해당 존재 ‘에피소드 보스 no. 5.’의 영향력이 완전히 소멸해버렸습니다.>
<그 결과 발생한 영향력의 폭이 지나치게 큽니다.>
<영향력이 파장이 안정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그 뒤에는 다른 메시지는 뜨지 않는다.
지금까지와 뭔가 다르다.
‘일단 쓰러트린 건 맞는 거 같은데.’
평소 때처럼 파팟!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놈은 에피소드 보스로 취급되었지.
그걸 어쩔 수 없다지만 죽여 버렸으니 당연히 지금까지랑은 반응이 다를 것이다.
‘어떻게 되는 거지?’
저질렀으나 가늠이 되지 않는다.
영향력 뭐시기의 진의는 둘째 치고 이제 언젠가 발생할 9권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래서는 9권의 키메라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물며 저 거인도 나타나지 않을 테고.
‘모르겠군.’
이것만큼은 그때가 되어 직접 보고 대처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에피소드는 원작 진행 자체에 큰 틀이 아니다.
어떻게든 얼버무리는 것도 될 것 같은데.
정 뭣하면 내가 어떻게든 무마할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지.
일단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으니 이건 조금 뒤에 다시 확인하자.
나는 창을 닫고는 영차! 몸을 일으켰다.
슬슬 긴장도 풀려 가고 다음 일을 해 볼까.
“에일런? 무엇을 하려는 건가?”
“아, 조금 뭣 좀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죠.”
나는 의아해하는 일행들에게 적당히 대꾸하며 그 거인의 시체로 다가갔다.
어째서인지 타 버린 거인의 시체는 사망하자마자 질척이는 액체가 되더니 점토처럼 변해 버리고 말았다.
“역시…… 형상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네요. 우와, 질척거려 토할 거 같네. 마법 무섭네요.”
“제 마법 때문에 이런 게 아니에요.”
크루세가 오해 말하는 듯 덧붙였다.
“그 흑마법사가 재현한 존재니까요. 당연히 순리에 어긋난 존재일 테니 그 힘이 다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건 그렇지만 조금 아깝네요.”
무려 거인이다.
그것도 멸종된 존재.
시체라고 해도 그걸 건져서 팔면 한몫 단단히 건질 텐데.
소재로서 효능은 둘째 치고 학자들이 사족을 못 쓸 텐데.
쩝, 조금은 아깝군.
거기에 거인은 몬스터가 아니다.
마정석도 있을 리가 없지.
그렇게 고생했는데 전리품 하나 없다는 건 아쉽다.
“조금이라도 건질 게 있으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나는 반쯤 체념한 체 거인의 시체였던 그 물체를 쭉 살펴봤다.
“어?”
문득 그 액체 더미에 뭔가 솟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그 안에 파묻힌 물체를 긴 막대를 이용해 밀어내어 꺼내자.
“뼈?”
내 키보다 조금 더 긴 사이즈의 뼈다.
아마 무언가 생물의 갈비뼈로 보이는데.
“놈의 뼈인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그 괴물은 죽어서 뼈를 남기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