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58)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58화(58/344)
제 58화
64화 흑마법사 공방 토벌 (9)
그런데 왜 이것만 남은 걸까.
“어머? 그 거인의 뼈인가요? 의외네요. 그게 남아 있다니.”
내가 뼈를 들고 멍하니 서 있자 크루세가 뒤에서 흘끔 엿보더니 말했다.
내가 그대로 그 뼈를 보여 주자, 그녀는 살펴보고 그 거인의 뼈가 맞다고 확신을 내려 주었다.
“아마 이건 진짜 같네요.”
“진짜?”
“아마 이걸 재료로 해서 아까 그 괴물을 만들어 낸 걸 거예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흑마법사라도 한 번 멸종된 생물은 아무 기초 근간 없이 재현할 수 없다.
요컨대 이 뼈에 깃든 그 거인의 정보를 기초로 배양했다는 뜻이리라.
“옛 거인의 뼈라, 회수할 가치가 있을까요?”
“소재로선 우수하다고 생각해요. 희귀하기도 할 테고요. 거인과 관련된 화석은 구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설정상 거인들이 살던 터는 현재 마경으로 불리면서 위험 지역으로 알려진 탓에 접근하기도 여의치 않다.
따라서 화석이라도 이런 소재를 발굴하기도 쉽지 않으니 귀한 취급은 받을 것이다.
“약재든 장비든, 무엇에 쓰든 가치가 있겠죠.”
크루세가 보장하듯 말했다.
“그럼 중요한 건 이것의 처분권이 되겠군요.”
기본적으로 소재는 그것을 쓰러트린 사람의 몫.
모두가 힘냈다 하더라도 화력 면에서 공로가 큰 건 저 아가씨다.
그녀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나도 달리 불만은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그래야 사람이지.
“…….”
잠시 침묵이 흘렀다.
거기에 실은 알고 있다.
크루세도 이 소재는 꽤 관심이 깊다는 걸.
내가 슬쩍 뼈를 들고 옆으로 걷자 그녀는 내색하지 않지만, 눈동자가 따라 움직인다.
“크루세 씨가 가지실래요?”
“……아뇨. 정령사 당신이 가지세요. 혹은 다른 분들 중 누군가 가지셔도 괜찮아요.”
크루세는 고민 끝에 소유권을 포기했다.
정말로 의외였네.
원한다면 나는 이걸 적당히 넘겨주고 보다 좋은 인상을 구축할 수 없을까 고민했는데.
“정말로 괜찮습니까?”
“공로로 치자면 정령사 당신이 한 일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뭐, 그야 그렇지만…….”
이곳을 찾아내고, 그리고 거인한테 먹히고, 맞아 구르고.
어? 왠지 몸으로 하는 고생은 내가 더 떠맡는 거 같은데?
나 꿀 빨러 온 거 아니었나?
왠지 억울하니 가져야겠다.
“그럼 제가 갖습니다. 정말로 가집니다?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세요. 안 줄 거예요.”
“……나 참, 그런 치졸한 소리는 안 해요. 절 뭘로 보시는 거예요?”
이로써 거인의 뼈는 일단 내가 소유하게 되었다.
거기에 그 외에도 어차피 건질 건 많으니까.
흑마법사 놈도 죽었고 달리 방해하는 놈도 없지.
그렇다면 할 일은 하나.
“그럼 슬슬 느긋하게 보물찾기나 시작하죠.”
“……하다못해 조사라고 해 주세요.”
뭐, 어떠리.
이제 남은 건 챙길 걸 챙길 뿐이다.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눈을 빛냈다.
다들 의욕이 샘솟나 보네요.
* * *
“천천히 수색해 보도록 합시다!”
우리는 흑마법사의 공방 내부를 재차 탐색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진 몬스터와 적에 주의하느라 그저 힐끗 살피고 마는 정도였으니까.
놓치고 지나간 것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함정에는 주의하시길. ……거기에 놈의 제어에서 벗어난 몬스터와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요.”
크루세의 말대로 몇 번인가 공방 안에서 갈피를 못 잡고 돌아다니는 몬스터를 발견하고 처리하면서 계속 내부를 탐색했다.
그사이 발견한 것들은 적지 않았다.
노골적으로 돈이 될 것도 포함해서.
그리고 그 외에 애매한 것들을 포함해서 잔뜩 있었다.
다만 가장 애매한 것은 몬스터에 관련된 소재들이다.
“대부분은…… 뭔가 영문 모를 것들이군. 저것들을 소재로 팔면 어떻겠나?”
확실히 희귀 소재로써 한몫 챙기겠지만.
“저건 좀…… 어렵겠는데요.”
“저도 추천하진 않겠어요.”
나도, 크루세도 고개를 저었다.
이것만큼은 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
“음? 어째서인가? 보아하니 꽤 드문 소재 같은데?”
“시장에 유통시키기에는 수상쩍으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기이한 몬스터를 가지고 수작을 부리던 자의 공방이니까요. 관련된 것에 손대는 건 추천할 수 없어요.”
크루세는 단호하게 지적하며 말릴 새도 없이 소재를 전부 불태워 버렸다.
“아…….”
“으…… 아깝군.”
당연히 용병들은 입맛을 다셨다.
그러나 불만을 말하진 않는다.
그들도 나도, 이해는 하니까.
후환은 무섭고, 그렇다고 사고 치긴 싫다.
그녀가 태우지 않았다면 내가 태워버렸겠지.
가능한 안전한 것만 챙기자.
그다음 방 몇 개를 더 수색할 때쯤에야 다음에 맞닥뜨린 것은 금품을 보관한 창고 같았다.
그래! 여기가 보물고구나!
“이번에는 챙기기 좋은 것들만 있군요.”
“상당하군!”
“이건 굉장하네요!”
보자마자 감탄이 튀어나올 만큼의 금화랑 보석류, 은화들이 궤짝에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전원이 탄성을 질렀다.
……응? 전원?
“그런데 보석은 둘째 치고 금화라니…… 그놈한테 새삼 돈이 필요한 건가?”
솔란드 씨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사회와 단절되어 은둔하는 게 흑마법사 아니던가.
“돈으로 쓸 수 있는 마법이라도 있나?”
“뭐, 이 정도 보물이면 돈을 쓰는 게 마법 같은 기분이 들긴 하겠네요.”
나는 농담이라고 말했는데 용병들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감하는 겁니까.
지나치게 속물적인 표현은 껄끄러운지 정통파 마법사 크루세 씨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 건 아니지만, 돈은 필요해요. 마법사에겐 말이죠.”
“필요하다니?”
“재주가 좋은 자라도 전부 자급자족하긴 어려울 테니까요.”
“아하. 마법사 아가씨의 그 말은 식량이나 구할 수 있는 건 직접 산다는 뜻이로군?”
“그편이 간단할 테니까요.”
금화 상자를 빤히 바라보며 크루세가 말했다.
그 이야기는 흑마법사는 정체를 감추고 도시에 내려가 시장 바닥에서 빵을 사 먹는다는 건가.
상인들이 알면 기겁하겠군.
바로 흑마법사 특별 세일 기간이라도 만들자고 난리를 피우겠어.
그보다 어째 꽤 속물적인 이야기만 계속하고 있네.
금품을 찾은 탓에 들뜬 탓이리라.
“전부 부피와 무게가 꽤 나가니 이것들은 수색을 끝나고 본격적으로 옮기도록 하는 게 어떨까요?”
“찬성이네.”
“보물도 좋지만, 아직 돌아볼 곳이 남았으니 말이지.”
그사이 누가 가져가진 않겠지.
가져가면 그땐 아까 그 거인을 상대할 때 이상의 진지함을 발휘해서 쓰러트려 주마.
그다음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차례로 놈의 시설을 수색했다.
마정석이나 약초 같은 것을 건질 때도 있고, 혹은 챙겨 가기 난처한 것들을 발견하고 눈물을 머금고 소각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한 가지 반가웠던 것은 약초 중에서 상당히 귀한 것들을 건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새로운 기대감을 찾아냈다.
“……이거. 비약 만들 수 있는 거 아냐?”
골칫거리였던 마족의 정수, 이것을 가공하기 위한 재료가 거의 충당되어 간다.
이제 남은 건 이걸 가공하는 문제인데, 그건 차차 생각하자.
그 후에도 점차 수색을 거듭해 갈 때쯤.
“오? 드디어 끝났나?”
슬슬 입질이 왔다.
머리 위 내 이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그대로 창을 열어 보니.
<당신이 발생 시킨 영향력의 파장이 안정화되어 갑니다.>
어? 이제야 끝난 건가.
평소와 다르게 결과가 금방 나오지 않아서 조금 조마조마했었다.
문제는 이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 는 것이다.
<결과가 정산되었습니다.>
<일부 흐름이 크게 뒤틀어집니다.>
<특정 다수의 운명이 바뀔 수 있습니다.>
<배역의 공백이 발생하였습니다.>
<공백이 메워지지 않습니다.>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별개의 영향력을 발생시켜 공백을 대체합니다.>
<당신 일으킨 영향력의 양이 상당합니다.>
<영향력의 발생량이 허용치를 넘어 포인트로 환원하기에는 불가능합니다.>
<허용치 이상의 영향력은 당신에게 직접 적용될 것입니다.>
“윽!”
거기까지 읽자 머릿속이 울렸다.
싸구려 술이라도 잔뜩 들이켰을 때 같은 역함.
그것이 꾸역꾸역 밀려들어 온다.
한순간 눈앞이 암전되더니 내 시야에 무언가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것은 세상에 억지로 재현된 가여운 거인의 시점이었다.
눈을 뜨자 처음으로 본 것은 늙은 흑마법사가 광소를 터트리는 얼굴.
창조주인 그 늙은 흑마법사는 거인을 두고 걸작이라 칭송하며 멋대로 부려 먹었다.
침입자를 죽이고, 주변을 파괴하고, 그렇게 날뛰게 하였다.
그러나 얼마 후 거인의 주인이 바뀌었다.
늙은 흑마법사가 어떤 침입자에게 불태워 죽었기 때문이었다. 그 늙은 흑마법사는 거인을 부르기도 전에 소멸해 버리고 말았다.
새로운 주인은 성별도, 나이도 알 수 없다.
오로지 드러난 것은 소맷자락에 드러난 앙상한 뼈마디.
한없이 불길한 그 존재는 그 거인을 살펴보고는 혀를 차는 소릴 냈다.
[쓸모없군. 이건 실패했다.]이게 아냐. 아니야.
그는 이리만 중얼거리고는 흥미를 잃은 듯 거인을 또 다른 흑마법사에게 넘겼다.
그는 거인을 손에 넣자마자 광소하며 다른 괴물들과 같이 난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 난은 실패한다.
괴물들은 차례차례 토벌당하고 흑마법사마저 살해당한다.
그리고 간신히 자유를 찾은 가여운 거인의 마지막에 비친 것은 어느 은발의 소년이 휘두르는 반짝이는 검.
그 비정하게 빛나는 검에 베이며 거인은 끝을 맞이한다.
거기까지 보고 나서야 시야가 다시 돌아왔다.
“으윽, 뭐야……?”
무언가 부작용이라도 되는 건가.
‘아무래도 지금 본 거, 그거…… 혹시?’
내가 본 것은 빠르게 지나가는 어떤 장면들이다.
설마 그 거인의 시점인가?
대충 보이는 시점은 내가 알고 있는 원작 9권의 내용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느낌이랄까.
적어도 전개 순서는 거의 들어맞는다.
그렇다면 그 시점의 주인이 본 것은, 마지막에 그것을 베어버린 그 소년은 혹시…….
‘그건 됐어. 그보다 다른 영향은 없는 건가?’
전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지?
그때는 어떻게 되었더라?
나는 혹시 싶어 능력치를 확인해 보았다.
<에일런 – 단역 B>
<능력 습득 일람(별도 항목으로 열람)>
<체력 : 107>
<민첩 : 34>
<의지 : 40>
<마력 : 210>
<정령력 : 150>
‘보유한 능력이 많아서 그런지 능력은 아예 항목이 따로 옮겨졌나.’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는군.
그것보단 결과적으로는 능력치가 올랐네?
상승폭이 상당하다.
상급 비약을 마신 것 이상으로 오른 것이다.
‘하지만 배역의 변화는 없는데…….’
배역에 관해서 언급은 되지 않는다.
괜히 뜸을 들이기에 뭔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혹시 상승에는 무언가 조건이 있던가.
혹은 이번 경우는 맞지 않는다든가 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메시지가 추가로 떴다.
아직 알릴 게 남아 있나.
<영향력의 파장이 당신의 존재를 다소 변질시켰습니다.>
<당신이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이 일부 개방됩니다.>
뭔가 의미심장하다
권한이라…… 지난번엔 이렇게 되면서 내 능력치를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러나 다시 보고 요리 봐도 달라진 게 없다.
분명 무언가가 달라졌겠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너무 매달려 고민해 보지 말고 차차 알아 가 볼까.
지금은 그것보다 할 일이 생겼다.
영향력에 의한 변화를 느낄 때 우연히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그 시점…….
그것 덕분에 한 가지 짚이는 것이 생겼다.
이곳이 무엇인가 하는 점.
그리고 어째서 이 사태로 이어졌냐는 점.
아직 확신은 없지만, 충분히 연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분명히 배후에 그자가 있어.’
이곳에 흑막이 있을지도 모른다.
* * *
값어치 있을 만한 것들은 충분히 찾아내었다.
나머지는 이제 잡동사니나 혹은 용도를 모를 물건만 발견할 뿐.
수색도 끝물이라는 거겠지.
진득하게 파고들면 더 있을지 모르나 그렇게 길게 머물 생각은 없다.
이대로 다 돌면 철수하는 게 이롭다.
“……이거. ……아니, 괜한 생각이려나요. 우으으으음.”
조금 전부터 크루세가 무언가 골똘히 궁리하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게 다른 게 아니라……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해서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녀도 아직 확신은 없는지 조금 주저하다가 말했다.
“연구 기록이 보이지 않아요.”
“연구 기록 말인가요? ……생각해 보니 그게 없었군요.”
“그런 괴물을 재현까지 한 자가 어째서 공방에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은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같은 마법사기에 가장 먼저 눈치챈 위화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