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62)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62화(62/344)
제 62화
69화 돈을 벌러 GO! (2)
덧붙여 나와 마찬가지로 그 상인의 속셈을 눈치챈 용병들의 대부분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지나치고 있었다.
초짜가 아니고서야 은화 다섯 개가 상당한 바가지라는 걸 알 테니까.
무엇보다 저런 거에 낚이는 건 어지간한 바보가 아니면 없으리라.
“……은화 다섯 개인가요?”
생각해 보면 그녀도 어떤 의미로는 어지간한 바보가 맞을지 모르겠다.
나는 흥미롭다는 듯 그 상인의 행동을 주시하며 눈을 반짝이는 금발의 마법사를 보고는 이마를 짚었다.
크루세 엘파먼트.
이 아가씨는 왜 또 여기 있어…….
적어도 다시는 마주칠 일은 없을 거라 여겼다.
작은 도시라 해도 이곳의 주민은 보통 2만 명 정도 된다.
보통은 시장 바닥에서 마주칠 거라 상상도 못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주연급 마법사님께서 지금 길거리 엉터리 노점상의 헛소리 따위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게 아닌가.
혹시 이 아가씨, 한가한가?
“오오! 거기 아가씨, 물건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당연히 이런 호구, 아니 손님을 놓칠 리가 없지.
상인은 노골적으로 크루세의 안목을 칭찬하는 척하면서 물건을 권한다.
“이 기회에 좋은 가격에 구매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확실히…… 야영용 장비가 망가져서 곤란하던 참이었네요. 곧 떠나야 하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이 가격에 구하진 못하실 겁니다.”
그야 그렇겠죠. 바가지니까. 누가 그걸 그 가격에 살까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보통은 나도 다른 용병들 틈에 섞여서 호구 잡히는 신참을 보며 크게 웃겠지.
왜냐면 나도 여기 와서 적응 안 되었을 때 한 번 당했거든!
제대로 바가지 썼지!
이런 내 인격의 치졸함은 둘째 치고.
‘참견할까?’
모르는 사람도 아니기에 놔두는 것도 좋지 않다.
끼어들자.
슬슬 그녀가 진지하게 고민하며 지갑을 꺼낼 눈치가 선했기에 나는 헛기침만 가볍게 하고는 그 자리에 접근했다.
“오? 천막이라, 확실히 필수품이긴 하군요.”
“……정령사? 어디에서?”
“잠시만요, 잠시만요.”
적당히 내뱉으면서 나는 그 상인이 들고 있는 가죽 천을 눈여겨보는 시늉을 했다.
“그, 그렇습니까?”
상인의 눈치가 어째 묘하다. 눈치챈 거겠지.
“확실히 물이 새지 않는 점은 감탄스럽네요. 그런데…….”
나는 슬쩍 웃으며 상인이 썼던 물통을 집어 들었다.
“소, 손님…….”
“어이쿠, 이쪽은 어떤가 몰라.”
나는 씨익 웃으며 그가 들고 있는 가죽 천 반대편에 억지로 물을 쏟아부었다.
당연히 가죽은 그대로 물기를 머금어서 눅눅해질 수밖에 없다.
“……어?”
“기름.”
나는 의아해하는 크루세에게 들리도록 짧게 덧붙였다.
“기름?”
“간단하잖아요. 좋은 기름을 발라서 물방울이 잘 털리도록 한 거지. 광택도 그렇고.”
이것뿐일까.
다른 것도 보아하니 물건에 조잡한 장난질을 쳐 놨다.
뭐, 그만 이러는 것은 아니다.
이름 있는 상회 소속이 아닌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놈들의 대부분이 이런 장난질을 치니까.
“……기름? 물…… 아?!”
몇 번이나 되뇌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크루세가 그제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제야 이해했냐.
……흑마법사 공방 탐색 때부터 생각했는데 어째 하는 짓이 가끔 원작보다 더 맹한데?
당신, 좀 더 빠릿빠릿한 이미지 아니었어?
내가 읽은 대로라면 좀 더 만능 마법사 같은 느낌이었을 텐데.
아직 지금의 크루세는 사회 초년생이라서 그런가…….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상인들이 혀를 차며 눈을 돌리는 게 보였다.
여기서 구입했으면 연달아 바가지를 썼겠군.
역시 세상은 무서워!
“소, 손님, 이게 무슨 짓인지요?”
당연히 소중한 고객님을 하나 놓치게 생긴 그 상인은 떠듬떠듬 내게 항의하려 하나.
내가 슬쩍 거리를 좁히고는 작게 가르쳐 주자.
“……아무리 그래도 백탑 소속 마법사한테 실수로 잘못된 물건 넘겨주는 건 좀 어떨까, 생각됩니다만?”
“……탑?”
“만약에 물건을 착오로 파는 실수라도 벌어지면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을까요? 그들이 얼마나 난폭한지 아시잖아요?”
그 말을 들은 상인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제야 뒷일을 생각했는지 곧 표정을 싸악 바꿨다.
“이런! 아무래도 물건이 조금 품질이 상한 모양이네요. 이거 아쉽습니다.”
“으음, 나머지 천들은 평범해 보이는군요. 이런 것들이라면 은화 두 개밖에 안 할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죠?”
내가 적당히 눈치를 준 결과 상인은 본래 가격대로 순순히 팔기로 했다.
뻔뻔하긴. 하긴, 그래야 이 험난한 세상에서 먹고살기 마련이다.
나도 이 이상 무어라 할 마음은 없다.
이후에 어떤 초짜가 걸려들지 모르나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무엇보다 그것 또한 경험이다.
‘……이쯤하고 빠질까.’
눈에 띄어서 참견했을 뿐, 그 이상 뭔가 할 계획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다른 물건을 찾는 척 슬쩍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
조금 전부터 크루세의 시선이 내 쪽을 향해 있다는 건 둔한 나라도 어렴풋이 깨닫고 있던 사실이다.
어? 설마 기분이라도 상하게 한 건가?
그렇다면 서둘러 인파 속으로 몸을 숨기고 튀자.
그러나 그보다 더 빨리 내 손목에 무언가가 빛의 끈 같은 게 휘감겼다.
이름은 기억 안 나나 아마 최하급 구속 마법.
분명 1클래스 마법 수준에 불과하지만 흡사 내 공간 고정에 걸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단단하다.
푸는 건 할 수 있겠지만 의미 없겠지.
“네, 네. 도망 안 갑니다, 안 가요. 그보다 제가 몬스터예요?! 이렇게 잡게?”
내가 결국 반쯤 체념하고는 돌아보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크루세의 눈빛에는 딱히 부정적인 감정은 깃들어져 있지 않다는 점.
내가 가만히 기다리자 크루세의 입술이 드디어 움직였다.
“정령사, 잠시 할 이야기가 있어요.”
“……알겠으니 우선 마법부터 해제해 주세요, 크루세 씨.”
나는 간신히 버둥거리며.
“슬슬 주변 눈길이 따가우니까요.”
“……아.”
현재 주변의 시선이 이쪽에 쏠려 있다.
바인드에 묶인 소년과 그걸 지그시 내려다보는 미인 마법사.
어머나, 망측해라.
길가에서 뭐 하는 짓이람~.
“그, 금방 풀게요! 금방 푸니까요!”
그제야 시선들을 눈치챈 듯 크루세는 서둘러 해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 * *
조금 전의 사소한 일은 무시해 넘기기로 하고.
우리들은 근처 적당히 식사라도 가능한 가게로 들어간 뒤 적당한 메뉴를 시키고 난 뒤에 슬슬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으셨군요, 크루세 씨?”
“네.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았거든요. 요 며칠간 꽤 바빴으니까요.”
“솔란드 씨에게 들었습니다. 영주님이 크게 기뻐하셨다면서요?”
“저한테 전속 마법사까지 권하더군요.”
“그래서 받아들이셨는지요?”
“거절했어요.”
당연하겠지, 일개 지방 귀족 따위가 6서클 마법사의 발을 묶을 만한 조건을 내걸 리는 없다.
그리고 설사 그 정도 조건을 내걸 수 있다 해도 크루세가 받아들일 리 없다.
그녀는 할 일이 있으니까.
“하아…… 기대와 달리 별 변변찮은 것도 주지 않지 뭐예요. 칫.”
응? 그래서 안 받아들인 거야?
내가 참석하라고 부추기긴 했지만, 그거 정말로 기대했구나.
“그거…… 참 안됐군요. 쪼잔하신 분이네.”
나는 슬쩍 말을 돌리기로 했다.
그거 내 탓 아냐. 영주가 쪼잔한 거야.
그러니 그런 눈으로 절 보지 마시죠?
“그것보다 달리 하실 말씀이 있는 게 아니었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당신과는 한번 이야기를 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어요.”
“네? 어째서?”
“그러니까…….”
크루세는 눈을 몇 번이고 깜박이고 입술을 달싹인다.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하는 것이리라.
“우선. 조금 시끄럽군요.”
크루세는 가볍게 손가락을 휘저으며 들리지 않게 입술만 움직였다.
그러자 주변에 다른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1서클 마법 사일런트……였던가, 그거.
다만 바깥의 소리와 우리들의 대화 소리를 완벽하게 서로에겐 들리지 않도록 격리하다니, 그렇게 응용하는 건 꽤 어렵다는 서술이 있었는데.
나는 그 사실을 떠올리며 감탄했다.
“몇 번을 생각하지만, 마법, 그거 참 부럽네요.”
“어머? 정령술도 꽤 편리할 텐데요?”
“마법만큼의 다양성은 없잖아요?”
마법이 기술이라면 정령술은 본능이다.
내가 같은 걸 하고 싶으면 소리와 관련된 정령과 계약해야 하지.
마법과 정령의 차이에 대해서는 지금 논하자면 기니 제쳐 두고.
주변의 소리까지 차단한 것은 집중하고 싶은 것도 있고.
또한 다른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도 아니란 뜻이리라.
그녀가 나를 기다릴 때부터 짐작은 했다.
크루세는 드디어 결심한 듯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묻는다.
“……당신, 정체가 뭐죠?”
“참…… 애매한 질문이군요. 어디서부터 설명하길 원하는 것입니까? 제 출신지는…….”
“아뇨. 그런 걸 묻는 게 아니에요. 정령사…… 아니, 에일런.”
크루세가 내 이름을 부른 건 처음이다.
그녀는 쉽게 타인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경계심 때문이지, 흥미도 없을 테고.
아무래도 좋겠지.
그녀가 부르는 경우는 둘 중 하나.
동료, 아니면.
“당신이 그때 그 흑마법사의 시체와 대화하는 걸 봤어요.”
처단해야 할 적.
“…….”
역시 엿듣고 있었나.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여겼다.
그 리치가 하는 말도 뭔가 의미심장했고.
그 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가능성이 있었다.
무엇보다 눈치채지 못할 인재도 아니고.
괜찮아, 적어도 최악은 아냐.
그리고 처음부터 그 가능성은 고려했다.
이대로 어설프게 숨기기보다는 인정하기로 했다.
“왜 그때 반응하지 않으셨는지요?”
“처음에는 끼어들려 했어요. 하지만…… 당신의 행동에 이유가 있어 보였으니까요.”
아마 상대가 보통이 아니란 것도 가늠했을 거고, 내 대화를 엿들었다면 진의를 생각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리치의 정체까진 모르는군.’
알았다면 이렇게 태평하게 말하진 않으리라.
왜냐면 크루세가 여행 중인 목적은 그 리치, 크멜스에게 볼 일이 있기 때문.
애초에 크멜스를 찾기 위한 여행이다.
‘지금은 모르는 편이 나아.’
이건 그녀의 개인사와 관련되어 있지만 지금은 제쳐 두자.
“그래서 지금 이 자리는 저를 규탄하는 자리입니까? 저쪽 구석에서 손들고 벌이라도 서면 되나요? 아니면 고문이라도 하시려는 겁니까?”
“저는 교회의 심문관도 아닌데요?”
“마탑도 비슷한 기술을 가진 이들이 잔뜩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할 줄은 아시잖아요.”
“……기본 교육은 받긴 했지만 별로 그건 내키지 않네요.”
차마 못 한다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나를 규탄하려면 그 자리에서 했겠지.’
애초에 질문도 왜 그런 대화를 나눴나가 아니라.
‘내가 누구냐라.’
길 안내도 척척 하고 위기에서도 잘 선동하여 길을 이끌고.
미친 리치를 상대로도 태연하게 말을 거는 하급 정령사.
‘내가 생각해도 이거 말도 안 되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인가?’
근데 그게 나인 모양이야. 참 신기하네.
이러니 뭘 말하든 믿지 않겠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적당히 둘러대는 것뿐.
“제가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을 뿐입니다. 책을 많이 읽었거든요. 개인적인 인맥도 있고요.”
거짓말이 술술 나온다.
“제 재산은 정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못 믿으시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됐어요. 그걸 묻고 싶었던 건 아니니까요.”
크루세는 단념했다.
아마 내게서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올 거라고는 처음부터 기대도 하지 않은 거겠지.
“사실 묻고 싶은 건 따로 있어요. 당신이 그자에게 말한 흑마법사 공방 위치. ……그거 사실인가요?”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죠. 그러니 후환은 없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알려 줬으니 그곳도 며칠 내로 작살나겠군.
아마 내가 선동했으니 영향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까지 별일이 없는 걸 보면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뜻이 아닌데요.”
묻고 싶었던 건 내가 흑마법사에 관한 정보를 얼마나 아냐는 것일 터.
“덧붙이자면 그곳은 가셔도 늦을 겁니다.”
“알아요. 딱히 그거에 관해서는 추궁할 생각은 없어요.”
“그럼?”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 질문을 해도 될까, 주저하는 거겠지.
그렇기에 나는 일부러 눈치채고 선수를 쳐서 말했다.
“제가 얼마만큼의 공방 정보를 알고 있느냐, 그걸 묻고 싶으신 건가요?”
“……네. 그런 거예요.”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묻지.
그녀가 고민한 것은 내가 정말로 정보를 갖고 있을까, 하는 점이잖아.
‘문제는 정말로 갖고 있다는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