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68)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68화(68/344)
제 68화
76화 장사의 시작은 길바닥부터 (2)
포션을 파는 기이한 노점상이 나타났다.
그 외지인에 관한 소문은 곧 도시 전체에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에는 상인들이 많다.
돈이 될 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군침을 흘리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거의 본능이나 마찬가지인 셈.
“이런 걸 파는 자가 있다더군.”
“포션입니까?”
칼루온 상회 소속. 펠푸크 지점장 발자드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나무 병을 유심히 노려보았다.
“포션을 길거리에서 팔다니 별일이군요. 그러고 보니 수개월 전 왕국 변두리에서 포션을 팔던 애송이가 있었단 소문이 있었던 것 같기도…….”
당연히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그에게 있어서 변두리에 작은 가게나 내는 인물을 기억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리고 눈앞의 고객 역시 거기까지 흥미는 없을 테고.
“그런데 이 포션이 어쨌단 건지요?”
“꽤 쓸 만한 거 같더군. 부하 놈이 길에서 구입했을 때는 쓸데없는 것을 들고 왔나 생각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왜 그것을 전혀 상관없는 자신에게 말하는 건가.
듣자니 그 애송이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자신들의 관할 외.
발자드는 손님의 진의를 가만히 생각해 보고는 확인 차 물었다.
“필요하신 겁니까?”
“그렇다. 가능한 확보했으면 하는군. 틀림없이 이것은 쓸모가 있다.”
그것은 포션인가, 아니면 그것을 팔고 다니는 애송이인가.
딱히 구분해서 들을 필요는 없나.
그 부탁을 들은 발자드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저희 쪽에서 노력해 보겠습니다.”
“좋은 대답을 기다리도록 하지.”
두 사내의 말에는 각각 ‘어떻게?’라는 내용이 빠져 있지만, 누구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는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리라.
그딴 수단 따윈 아무래도 좋다.
둘 다 그렇게 여기는 것이겠지.
* * *
이곳에 머문 지 벌써 20일 가까이 되어 갔다.
슬슬 생활 패턴도 익숙해져 가기 시작하는 시기기도 했다.
“흐아아아암~ 오늘도 후딱 만들고 끝낼까.”
노점 짓도 꽤 피곤하다.
관리할 가게가 없으면 좀 나을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군.
후딱 일과를 끝내고 쉬자.
이곳에 온 뒤 나는 매일같이 해가 붉게 물들 쯤이 되면 여관 뒷마당에 나와 불을 피웠다.
“샐러맨더, 불 좀 피워 줘.”
장작 따윈 필요 없다.
샐러맨더의 힘을 이용하여 바닥에 불씨를 피워 냈다.
이럴 땐 정령술이 최고다.
불이 번질 염려도 없고 매캐한 연기도 나오지 않으니까.
이따금 야영할 때 용병들 앞에서 불씨를 피워 보인 적이 있는데 다들 묘하게 감동하는 눈빛을 했지.
다들 입을 모아 부럽다고 찬사를 했다.
그렇게 편리하게 불을 만들고 나서 나는 그 위에 큼지막한 냄비를 얹는다.
바로 옆에도 불을 피워서 냄비를 몇 개나 얹고는 재료를 모아서 바쁘게 끓인다.
내일 팔 포션을 제조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파는 포션은 전부 그때그때 필요한 분만 제조하고 있다.
가장 번거로운 원액은 미리 조제해 두었으니 마무리만 하면 될 뿐이다.
이게 실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서 한 번에 전부 끝내 두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가게를 열었을 때와 달리 별도로 보관해 둘 구석도 없다.
그렇다고 공방 하나 마련하자고 필요한 건물을 구입하는 것도 현재는 썩 내키지 않고.
거기에 내 목적은 정착이 아니니까.
‘어차피 거점이야 조만간 더 좋은 곳을 얻을 텐데.’
결국, 이곳 여관 주인과의 타협 끝에 이 시간에 뒷마당에서 불을 피워도 좋다는 허가를 받고 포션을 만들게 된 것이다.
물론 맨입으로 허가를 받은 건 아니다.
여관 주인의 호의의 대가는 금화 한 개였다.
그야 공짜로 이런 걸 허가해 줬다간 온갖 무뢰배들이 설칠 테니 어쩔 수 없는 요금이지만.
어쨌든 대놓고 불을 피워 대고 수상쩍은 약재들을 끓여 포션을 만들고 있자니 당연히 나는 주목의 대상이 된 모양이다.
첫날에는 여관 주인이나 종업원들이 힐끗 구경하고.
그 뒤에는 용병이나 여행객들이 담 넘어서 구경한다.
뭘 하는지 신기하게 여기는 시선도 있고.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알고 엿보는 자도 있다.
나는 지금은 그저 달관한 채 반쯤 무시해 넘기고 있다. 질렸거든.
‘나 참, 또 보고 있군…….’
새삼 포션 만드는 게 뭐가 신기하다고 그냥 열심히 조리고 식혀서 담을 뿐인데.
다만 오늘의 시선은 어째 약간 호들갑스럽다.
어린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들.
‘오늘은 근처 꼬맹이들이냐.’
이곳에 사는 꼬맹이들이 구경을 나온 모양이군.
아무래도 어른들과 달리 숨는다는 것도 제대로 이해를 못 했나 보다.
다 보인다, 보여.
삐져나온 머리통들 사이로 작게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거 봐. 이상한 거 끓이고 있어.”
“……뭘 끓이는 걸까?”
“……쉿, 어른들이 그러는데 어린애들을 잡아서 끓이는 거래.”
“우와…….”
거참, 소문 한번 흉흉하네.
그보다 내가 뭘 끓여요? 대체 무슨 소문이 난 거냐?
아마 애들을 이런 곳에 접근시키지 않도록 어른들이 적당히 지어낸 괴소문 같지만.
‘좀 더 그럴듯한 소문을 내면 안 되냐.’
내가 무슨 애들 잡아먹는 마녀 할머니도 아니고.
‘역시 작은 공방이라도 얻어야 했나…….’
어차피 며칠 뒤면 쓸모가 없을 거라 가능한 뒷마당으로 참고 있었는데.
‘쫓아내야지.’
나는 한숨을 쉬면서 샐러맨더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뜨겁지 않은 불길이 몇 개인가 허공에 출현해 그 아이들이 숨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곧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리며 작은 발소리가 멀어져 간다.
좋아! 성공적으로 내쫓았어!
다신 오지 마라, 이 망할 꼬맹이들아!
단, 오해는 마라.
나는 애들을 싫어하지 않고, 하물며 지금 날린 불덩이는 종이 한 장도 못 태운다.
구경하도록 놔둬도 상관없지만 수상쩍은 외지인이 가득한 이런 곳에 괜히 애들 기웃거리게 해 봐야 좋을 게 없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찝찝하다.
‘그건 그렇고 슬슬 촉이 올 때도 됐는데.’
노점 짓도 즐겁긴 한데, 슬슬 한계가 보인다.
구해 온 재료도 반절 정도 소모했나.
‘전혀 이득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본전은 진즉에 뽑았고, 소득도 제법 불렸다.
‘그렇다고 한탕 제대로 했다는 느낌도 아니지만.’
이득을 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이 팔아서 충당할 금액밖에 되지 못했다.
가게를 열었을 때와 똑같다.
‘역시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장사에는 한계가 있어…….’
이곳에서 노점을 열며 나는 이곳의 광경을 질리도록 관찰했다.
주로 각 상회들이 어떻게 하루를 보내나 구경하는 정도지만.
그것만으로도 깨달은 게 있다.
아무리 내가 잘났어도, 원작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해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도가 있다.
슬프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하물며 장사는 그 한도가 명확하다.
자금, 인력, 기타 등등 모든 면이 있어야 하는 고도의 사업.
내 목적은 그 상업이다.
제대로 물건을 유통하고, 그것을 통해 대량의 금전을 벌어들이는 일.
‘하지만 지금의 내가 그들을 흉내 낼 수는 없어…….’
상인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 조건은 어느 상회든 상관없으니 그곳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것.
노골적으로 강제성을 띠고 있는 건 아니지만 어디든 들어가지 않고 상인 흉내를 내 봐야 누구도 상대해 주지 않는다.
거의 암묵의 룰인 셈.
‘그러나 내가 굳이 말단 상인으로 들어갈 메리트가 없단 말이지.’
들어간다 해도 몇 년은 지독한 현실에 몸부림칠 것이다.
많은 이들이 거상의 꿈을 가지고 상업에 몸을 던지지만 그 속에서 헤엄쳐 살아남는 자는 극소수.
나머지는 입에 풀칠하는 것도 간당간당하다.
물론, 내게는 충분히 능력이 있으니 말단으로 들어가서도 두각을 나타낼 자신은 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걸려…….’
효율을 떠나서 내겐 그렇게까지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전부 무시하고 마이웨이로 장사할 수도 없고.’
상회를 창설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는 자는 없다.
자금도 부족하고 나를 당장 따라 줄 인력을 구하는 것도 마땅찮다.
그렇다면 해답은 하나.
기존에 있는 상회를 이용하는 것.
어느 정도 속내를 공유하고 그들과 손을 잡고 같이 이득을 추구하는 방법이 있다.
그쪽이 훨씬 합리적이다.
‘다만 누구와 손을 잡을지가 문제란 말이야…….’
과연 어느 상회에 접근해야 할까.
나는 현존하는 상회들의 정보에 관해서는 딱 잘라서 모른다.
정말로 아는 게 거의 없다.
일부 원작에 언급된 상회가 어떻고 하지만 그건 일부분의 묘사일 뿐 구체적으로 실체가 언급된 곳이 거의 없다.
기껏 해 봐야 피해야 할 악질 상회가 조금 있을 뿐.
흔히 말하는 원작에서도 보증된 블랙리스트!
그들을 피할 수 있을 뿐 달리 다른 상회에 관해선 알 길이 없는 셈.
‘굳이 꼽자면 믿을 만한 곳이 하나가 있긴 한데…….’
세필라오스 상회.
주변 각 국가를 통틀어 최대의 자금과 규모를 자랑하는 상회로서 그곳이라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다.
왜냐면 그곳은 주인공이 원작 초반부터 그리고 막판까지 쭉 신뢰하고 이용한 상회니까.
심지어는 그들을 통해 일부 상업에도 손을 대서 자금을 벌어들이기까지 한다.
주인공의 돈줄인 셈.
‘문제는 그래서 내가 손을 못 대는 건데…….’
주인공이 장래에 이용할 상회에 내가 끼어들었다가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전에도 말했지만, 주인공의 것은 그놈 대신 세계라도 구할 각오가 없다면 손대지 않는 게 좋다.
망한다. 진짜 망한다고요.
그럼 대체 나는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할까.
이건 내 직감과 안목으로 골라야 한다.
‘문제는 다른 상회에 관해서는 아는 게 없다는 거지.’
정보가 부족하다. 힌트도 너무 애매하다.
남들에게 묻고 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고.
중요한 건 어느 정도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모르면 시험해보면 되지.’
그것을 위해 나는 일부러 귀찮은 노점상 짓까지 하면서 이곳에 머물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외지인보단 이렇게라도 하는 편이 의심을 받지 않고 융화되기도 쉽다.
실제로도 인근 상회에서 일하는 이들과도 어느 정도 말을 트기 시작했다.
외지인은 배척받으나 어느 정도 정착하는 느낌이 드는 자라면 달리 보이는 것이다.
덕분에 알게 된 이들을 통해서, 혹은 손님을 통해서 이곳의 정보는 꽤 손에 넣었다.
주로 취급하는 게 무엇인가, 뒷배가 누구인가 하는 자잘한 정보들.
덕분에 쓸 만한 정보까진 추려낼 수 있었다.
아마 어떤 사건에 일부 관여하는 상회가 이곳에 있을 것이다.
이름도 대강 알아두었지.
‘그래도 부족하지만.’
내가 결정적으로 원하는 정보가 들리지 않았다.
손을 잡고 싶은 상회가 있다.
이곳에서 머물면서 대충 누구인지 감은 잡았다.
그러나 그들에 대해서 상세히 확신을 가질 수 없다.
어떤 놈들인지 과연 제대로 정신머리가 박혀있는 자들인지. 판단을 내릴 근거가 부족했다.
‘아마 슬슬 관심을 보일 텐데?’
이것은 그들에게도 관심을 보일 만한 일이 테니까.
나는 충분히 조려진 포션 원액을 식히면서 푸념했다.
“문제는 그들이 각자 어떻게 나오냐는 건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짓은 까놓고 말해서 플래그다.
당연히 꼭 바라던 일만 생길 리는 없다.
* * *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그다음 날.
일과대로 포션을 만들고 적당히 일어나려는 때, 나는 길게 심호흡을 했다.
‘왔군.’
귓가에서 반투명한 상태의 실프가 이미 접근을 알려 주었으니까.
“……차라리 그냥 어제 그 꼬맹이들이면 조금 짜증만 내고 끝냈을 텐데.”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이미 들켰다는 것쯤은 눈치챘는지 용병으로 보이는 사내가 몇 명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은 여관방에선 본 적 없는 얼굴이네.’
내가 사람 얼굴 기억하는 데 썩 자신은 없는 편이나 지금 접근한 저 사내들의 면상은 낯설다.
그렇다면 굳이 용건은 뻔하다.
“불을 피우는 건 이미 여관 주인에게 허가받았으니 괜한 소리 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
“…….”
일부러 나는 능청을 떨었지만, 대답은 없다.
거참, 귀찮군.
연기조차 할 필요도 없는 거냐.
“그래서? 무슨 용건입니까? ……누가 절 보자고 합니까? 그것부터 듣고 싶군.”
“그런 건 우리가 대답할 건 못 되네. 따라오게.”
사내들은 거리를 좁혀 온다.
그 뜻은 다짜고짜 끌고 가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그래, 그렇게 나오면 나도 할 말은 없지.”
나는 침착하게 저들의 수를 세고는 슬쩍 발뒤꿈치를 차는 시늉을 했다.
당연히 그들의 시선이 쏠린다.
“허튼짓은…… 크헉!”
내 행동에 눈길이 팔린 용병들은 곧 비명을 지르며 입가를 가린 채 비틀거렸다.
몇몇은 핏방울이 맺혀 떨어졌다.
“……돌?”
그제야 어디선가 나타난 돌에 그대로 얻어맞았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당혹스러워한다.
내가 딴짓을 하는 시늉을 보이며 주변에 굴러다니던 돌멩이를 이동시켜서 날린 것이다.
당연히 경고의 뜻.
난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고, 너희에겐 그걸 막을 수단 따윈 없다.
“꺼져.”
그 이상 덤비면 가차 없을 줄 알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