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72)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72화(72/344)
제 72화
80화 장사의 시작은 길바닥부터 (6)
칼루온 상회의 지점장실.
그곳에서 지점장은 진심으로 난처한 듯 손님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나리. 아무래도 그자의 회유는.”
“실패했나?”
“…….”
“그렇군.”
그 노점상 애송이 에일런의 확보에 실패했다는 보고를 듣자마자 그것을 지시했던 손님인 그 사내가 한 말은 이것뿐이었다.
“그렇다면 필요 없다.”
마치 어린아이가 흥미를 잃고 내던지는 것 같은 한마디.
오히려 그런 반응이 상인에게 있어서 가장 공포스럽기 마련이다.
갈루온 상회의 지점장은 난처한 듯 식은땀을 흘렸다.
차라리 이 손님이 지금 이 자리에서 질책하고 화라도 낸다면 어떻게 달랠지라도 고민이라도 하겠지.
그러나 이런 경우는 어찌한단 말인가.
“다시 한 번 회유를 시도할까요? 고용한 놈들이 실수한 거 같으니 이번에야말로…… 정 뭣하면 제가 직접 그자를 찾아가겠습니다.”
“됐다. 그럴 필요는 없다.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거절했다.
짧게 친 금발과 탄탄한 체격이 묘한 위압감을 발하는 사내.
그는 살펴보던 포션을 그대로 손을 놓아 떨어트리고는 짓밟았다.
“거절하는 자 따위와 이야기해 봐야 시간 낭비에 불과하겠지. 회유하더라도 쓸모없다. 그런 자는 언젠가 일탈하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논리에 지점장은 당황했다.
“하, 하지만 협상에 따라서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듣자하니 그 무능한 용병 놈들은 그 노점을 꾸린 애송이와 별다른 대화도.”
“됐다고 했다.”
이번에야말로 명백한 불쾌함이 어린 한마디.
지점장은 실수했구나, 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실은 내심 그도 그 이상의 회유가 어려울 거라 판단하고 있었다.
몇 놈을 시켜서 살펴보게 하니 얼마 전 필레로스 상회의 놈들이 그 노점상을 불러낸 듯싶었다.
그렇다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저 손님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점이나.
지점장은 섣부른 발언은 조심하도록 마음먹었다.
“네놈은 준비시킨 물건이나 똑바로 내놓도록. 내가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잊은 건 아닐 테지? 후작 각하를 실망시키지 마라.”
“여, 여부가 있겠습니까. 손님께서 주문하신 ‘짐’들은 틀림없이 제대로 저희 창고에 보관되어 있으니까요. 이미 이곳의 관리 측의 매수도 끝났습니다. 결코 반출에 문제는 없습니다.”
“……허튼 실수 따윈 용납하지 않겠다.”
“당연합니다.”
넙죽 고개를 숙이는 지점장의 태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그 손님은 그저 무시하고 고개를 돌린 채 창밖을 보았다.
“결코, 저희와의 거래에 실망하실 일은 없습니다, 크롤드 놀테일 나리.”
크롤드 놀테일.
제국의 귀족 셀론드 후작의 명령으로 직접 이번 거래를 감독하기 위해 온 사내.
그리고 제국의 사정을 아는 이라면 그 이름을 듣자 바로 떠올릴 이름.
제국의 8대 검.
명망 높은 제국의 기사 중 일각이 이곳에서 일개 상인과 거래 중이라 누가 생각할까.
그는 시시하다는 듯 턱을 괸 채 그저 창밖의 하늘만을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내심 지점장은 그자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그는 이번 거래에 한해서는 번복할 일은 없어 보이나.
조금씩 속이 타들어 갔다.
그와의 거래는 좀처럼 잡기 힘든 귀한 건수다.
가능하면 그에게, 그리고 그에게 명령을 내리는 후작에게 이곳이 쓸 만한 상회라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
‘이대로 실망을 시켰다가는 향후 거래에 지장이 생기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그 포션을 팔던 에일런이라는 자를 포섭하지 못한 것이 지점장에게 있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무엇보다 그 에일런이 필레로스 상회와 거래하는 것도 신경 쓰이고.
만약 다음 거래에서 저들이 그들과 손을 잡는다면?
상상만 해도 배알이 뒤틀릴 거 같았다.
‘차라리 이쪽에서 손을 써 두는 게 나은가.’
그 전에 조치를 취하는 게 좋겠지.
‘어차피 이건 이쪽의 독단. 그렇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지점장은 이를 갈며 생각한 것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이쪽에서 구해 올 수 없는 자라면 처음부터 없는 것이 낫다.
듣자니 그 애송이는 나름 실력이 있는지 어지간한 용병 무리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방법은 있다.
상회가 손에 굴리는 것은 돈과 상품뿐만이 아니다.
때론 그것을 지키고 상대를 없애기 위한 수단도 충분히 있다.
어지간한 용병 무리가 안 된다면.
그 이상의 것들을 보내면 될 뿐.
* * *
일주일 후.
에일런이 머물고 있는 여관 건물 지붕 위에 몇 명의 그림자가 모여들었다.
밤 속에 녹아들 수 있도록 시커먼 복장으로 몸을 감싼 사내들.
그들은 칼루온 상회에 고용된 자들로서 일반적인 용병들과는 행동 원리와 목적이 다르다.
용병들이 어떤 의뢰든 받는다는 오해가 있으나 실은 그들도 받지 않는 의뢰가 있다.
암살이나 파괴 공작 같은 겉으로 내걸 수 없는 의뢰.
당연히 이런 의뢰는 길드에서도 받아들이지 않고 당당하게 내거는 자도 없지.
그렇다 해도 그런 암약이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라는 자는 있고, 그렇다면 그것을 받아들여 살아가는 자도 있기 마련.
그렇다면 거래는 성립한다.
정식 명칭은 없으나 흔히 암살 길드라 불리는 무리들이 있다.
용병 길드와는 반대로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의뢰를 받는 무리들이다.
그들은 주어진 의뢰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지금 이곳에 도착했다.
의뢰자는 칼루온 상회의 지점장.
의뢰받은 목적은 필레로스 상회와 접촉한 에일런의 처리.
“……가라.”
그들은 긴밀한 움직임을 펼치며 여관 건물 안으로 침입했다.
우선 목적은 에일런이라는 애송이의 확보.
‘간단하다.’
검은 갑옷의 무리들은 이 의뢰에 관해서 지극히 간단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물론, 상대를 얕보고 대책을 짜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미 며칠에 걸쳐 조사를 해냈고 충분히 실력을 파악했다.
‘A등급 정령사라고 해도 일개 용병 따위가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지. 우리들의 상대가 될 순 없다.’
이들은 전원이 오러를 깨우친 자들, 그것도 익스퍼트에 이른 실력자들이다.
하물며 지금은 눈앞도 보이지 않는 야심한 시각.
소리도 없는 기습 상황에서 실수 따위는 있을 수 없다.
‘……목표물은 저쪽에 있다.’
틀림없다.
오늘의 야습을 위해 그들은 에일런의 행동을 관찰하며 그의 기척을 완전히 머릿속에 담아 두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사람의 기척은 얼굴보다 더욱 그 개인을 알아보기 쉽다.
한 번 확인한 기척은 결코 놓치지 않는다.
틀림없이 목표물인 에일런은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멍청하긴.’
물론 이 시간에도 여관 건물 1층에서는 몇 명의 인원이 술을 퍼마시며 머물고 있다.
상관없다.
그들이 눈치챘을 때는 이미 목표물의 흔적 따윈 조금도 남아 있지 않으리라.
‘돌입한다.’
내부의 상황을 살피던 자가 먼저 수신호를 보내자 모든 인원이 에일런의 방으로 돌입했다.
창문과 출입구를 단단히 등지고 봉쇄하여 포위한다.
그가 비명을 지르기 전에 처리는 끝나겠지.
정령? 그딴 것을 부를 틈도 없으리라.
그러나 돌입한 그들은 곧 무언가 위화감을 눈치챘다.
‘……이 자식.’
에일런은 가만히 반쯤 드러누워 있는 채로 그들을 반기고 있다.
심지어 손까지 흔들고 있다.
“오! 정말로 왔네? ……아니, 이것도 꽤 의외야. 기껏 해 봐야 양아치들 몇 명이나 보낼 거라 생각했는데.”
쓴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짓는 에일런.
분명 당혹스러워하고는 있다.
하지만 공포에 질리거나 절망하는 기색은 없다.
‘……예상한 건가? 그럴 리가!’
그러나 상관없다.
알아챘다 하더라도 이대로 처리하면 그만.
그들은 꺼내 든 검을 쥔 손에 더욱 힘을 넣고는 에일런을 향해 접근하려 했다.
“……반항은 꿈도 꾸지 마라.”
“아, 반항? 음~ 그 반항이란 게 혹시 이런 건가?”
에일런은 눈을 굴러 침입자들을 살핀 뒤 한숨을 쉬고는.
사라졌다.
“뭣?!”
이 사태에는 그들이라도 놀랄 수밖에 없다.
“정령술을 이용한 환각인가?!”
“그럴 리가! 놈은 분명히 있었다!”
기척은 틀림없이 에일런 그 애송이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사라진 것 또한 사실.
사라진 순간 기척 자체가 소실되어 버렸다.
“……마법?”
“마법을 쓰는 건가?”
“말도 안 된다.”
공간과 관련된 마법은 고난이도의 기술이다.
그가 습득했을 리는 없다.
“놈의 기척은?”
“위다.”
“위로군.”
믿을 수 없게도 에일런의 기척은 지붕으로 옮겨 간 게 아닌가.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으나 그들은 에일런에 대한 위험도를 상향 조정했다.
다소 소란을 각오하더라도 죽여야 한다.
그러나 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새 따윈 없다.
슉.
창문과 문에 갑자기 출현한 장애물이 나타나더니 그대로 그들의 앞을 막았다.
“뭣?!”
“부숴라!”
검은 갑옷의 무리들은 급히 방해물을 부수고 나가려 했으나.
곧 눈치챘다.
에일런이 사라지고 그 방 안에 남겨진 것은 불씨를 토해 내는 도마뱀.
저것은 불의 정령.
그것을 알아챈 자들이 경악에 눈을 떴을 때.
불의 정령이 진한 붉은빛을 발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맹렬하게 타올랐다.
에일런이 조금 전까지 머물던 방 안이 그대로 마치 불가마처럼 타오른 순간이었다.
* * *
혹시나 하면 역시 이렇게 되는구먼.
나는 샐러맨더가 확실하게 불길을 일으킨 것을 확인하면서 쪼그려 앉은 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설마 진짜 공격받을 줄이야.
‘뭐, 한계긴 했으니까.’
로웰의 의미심장한 발언도 있었고, 생각해 보니 그러고도 남겠다 싶었다.
‘라이벌 상회와 손을 잡은 자를 처리하는 건 나도 생각할 법한 치졸한 발상이니까.’
암살 길드의 존재도 알고 있고.
어지간한 상회는 그들과의 연락처를 갖고 있다는 거도 아니까.
그렇다 해도 설마 초장부터 기습해 올 줄이야.
‘내가 한 짓이 그렇게 성가신가? 고작 포션 때문에?’
습격까지 이른 내막이 내심 신경 쓰이나 지금은 대응부터 생각하자.
우선 살고 봐야지.
저들 앞에선 여유를 드러내는 척했지만 여전히 습격당하면 무섭고 지금도 심장이 뛴다.
간신히 숨겼지만 새까만 갑옷 입은 놈들이 뛰어들 때는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어설픈 제압을 우선시 말고 응징, 사살에 집중하자.
‘다행히 역습은 성공했어.’
일단 공간 제어로 피신 후 마찬가지로 공간 제어로 장애물을 불러들여 출입구를 막고 샐러맨더의 화염으로 그 안을 오븐처럼 구워 버렸다.
‘주변 피해 신경 쓸 때는 아니니까.’
다행히 정령의 불길이기에 컨트롤만 한다면 불길이 그 이상 번질 일은 없다.
어차피 그대로 싸웠어도 방 안은 박살이 날 테니 피해는 그게 그거인 셈.
무엇보다 사소한 피해 하나하나 신경 쓰다간 내가 무사할 수 없으니까.
‘칫, 기껏 마음에 든 침대랑 가구가 있는 여관인데.’
저렇게 된 이상 이젠 머물게 해 주지 않겠지.
보상이야 로웰에게 부탁해서 어떻게 한다 해도 이런 손님을 더는 받아 줄 리가 없다.
이 울분은 저 멍청한 놈들의 비명으로 갚아 주자.
일단 몇 놈은 그대로 불길에 타 죽은 것 같지만 고작 그걸로 전멸할 거라 여기지 않는다.
해치웠구나 생각하면 이쪽이 당하는 게 플래그잖니.
이럴 땐 달리 생각하자.
‘살아 있겠구나.’
……그럼 정말로 살아 있으리.
창문을 깨고 뛰어내리는 놈들이 두어 명 정도 있었다.
그들은 각각 불타 버린 동료의 시체를 등지고 뛰어내리고 있다.
꼴을 보아하니 불길이 터지는 순간 동료를 방패로 삼아서 막아 낸 건가.
‘……지긋지긋한 놈들이네.’
새삼 확신했다.
한 놈도 돌려보내선 안 된다고.
나는 바로 전이를 통해 한 놈을 쫓았다.
놈이 뛰어내리는 순간, 바로 뒤를 노려 이동.
아직 내 능력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건지 그 깜장 갑옷은 대응도 못하고 뒤를 잡혔다.
“……뭣?!”
“뛰어내리는 거지? 도와주마.”
놈의 등 뒤에 손을 대고 중력 제어 능력을 발동한다.
낙하 속도가 급격하게 치솟으며 그대로 바닥에 충돌하여 절명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한 놈…… 윽!’
다른 한 놈은 어디로 갔을까.
이미 착지했을 테니 따로 추격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할 때 만일을 위해 대기시켜 놓은 운디네가 반응했다.
-위험해!
바로 자동으로 물의 소용돌이가 방패처럼 생겨나며 내 뒷덜미를 꿰뚫으려던 검을 튕겨 내었다.
나는 튕겨 나간 놈과 급히 거리를 두어 바닥에 착지.
놈도 공중에서 자세를 바꾸며 착지했다.
‘역시 가장 실력이 있는 놈이 살아남았나…….’
역습만으로 몰살은 역시 어려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