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75)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75화(75/344)
제 75화
83화 팔 상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2)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로웰 측의 연락대로 아침부터 바로 그들이 준비해 온 마차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이곳 펠푸크에서 마차로 6일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도시, 필스.
목적지를 들은 나는 한숨을 쉬었다.
“꽤 번거롭군요. 갑작스럽기도 하고요. 설마 느닷없이 출장이라. 꽤 급한 일 처리 방식이군요.”
나는 일단 불평조로 말은 해 두었다.
“설마 계속 이런 일이 있는 건가요?”
그런 내 말을 듣고는 마차 반대편에 앉아 있는 로웰이 쓴웃음을 지었다.
“본래는 이렇게 급하게 나올 일은 없었습니다. ……상대측에서 반드시 당사자가 직접 와서 이야기하라고 답장을 보냈는지라.”
요컨대 내가 제안한 아이템을 상업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협조를 받아야 하는 자들이 있다.
당연히 그 협상은 본래는 로웰이 맡아야 했는데, 그 상대측에서 로웰이 아니라 나보고 직접 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나.
“뭐, 일단은 이해는 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그곳에 그들이 있는 거죠?”
“……우선 이것부터 설명을 드려야겠군요. 에일런 씨, 필레로스 상회의 구조를 어디까지 알고 계시는지요?”
“몰라요!”
“……그것 참, 시원하게 말씀하시네요.”
알 리가 없다.
원작에도 나올 수 없는 정보고, 설사 내가 수소문을 해도 그럴 인맥도 없으니 알아낼 리도 없지.
애초에 필레로스 상회도 원작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곳이니까.
“기본적으로 저희 필레로스 상회에는 크게 두 가지 파벌이 있습니다.”
그는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고는.
“하나는 지금 당신과 대화하는 저와 같은 흔한 장사치들이라고 할 수 있죠.”
물자의 유통, 판매 등을 총괄하는 상인들의 조합.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그 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가지신 분들.”
“……즉, 장인들의 조합이군요.”
“예. 그 장인들을 통솔하는 조합을 떠안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의 뒤를 봐주는 귀족의 권력과 재력의 덕이다.
그저 물건을 팔아 치우고 사들이는 짓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 생산 단계 그 근본부터 끌어안아 조직을 키운다는 발상을 가졌기 때문.
“그에 따라 저희 상회에서 판매하는 물품 중의 대부분은 저희 측에서 생산하는 물품들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단순히 일상용품뿐만이 아니라, 포도주나 맥주를 주조하는 양조장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곳을 보유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찾아가는 필스에는 물건을 만드는 공방과 장인이 머물고 있고.
“……그럼 포션 공방 때 붙여 준 그 친구들도 장인 조합 측 파벌입니까?”
“아뇨. 그들은 제 쪽에서 일하는 이들입니다.”
“과연. 그래서 제가 할 일은 화려한 언변으로 그들을 설득시키라는 건가요?”
그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없을까는 제쳐 두자.
“꼭 설득하라는 건 아닙니다. 그저 간단한 이야기만 하시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만.”
“상관없어요.”
나는 문제없다고만 대답하고는 그대로 마차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눈을 찌푸렸다.
‘마차 겁나게 엉덩이 아프네.’
어서 빨리 엉덩이가 덜 아픈 마차를 손에 넣어야지, 안 그러면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를 얻을 기분이야.
……까놓고 말해서 치질 걸리겠다.
* * *
이동하는 시간 동안 로웰은 필레로스 상회 측이 거두고 있는 장인 조합에 관한 간략한 정보를 귀띔해 주었다.
필레로스 상회는 장사터로 삼는 여러 국가에 다양한 규모의 장인들을 정착시키는 모양이다.
굳이 본점이 있는 고국으로 데려가지 않는 것은, 아무리 상업적인 이해가 있더라도 기술자들을 외국으로 내보내는 것은 각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실제로도 지금 장인 조합과 셀바스 왕국 측의 이해가 조금 어긋나서 골치라더군요. 뭐, 이건 지금 우리랑은 상관은 없는 일입니다만.”
다만 지금 장인들의 심기가 불편하기에 혹시 모르니 기억만은 해 두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상 자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짐작이 간다.
셀바스 왕국 측 귀족들이 갑작스런 기술 천대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지.
악의를 가진 누군가에 의한 선동과 매수에 의해 일부 귀족을 중심으로 각 영지에 뿌리를 박고 있는 기술자 집단에 대한 박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왕국의 민심과 기반을 흔들기 위한 수작질. 그게 벌써부터 일어나고 있구나…….’
원작에 짧게 언급되는 요소였기에 나와는 관련이 없을 거라 생각 했는데 설마 그게 여기서 들릴 줄이야.
‘그렇다는 건 곧 루펠 공작의 쿠데타가 얼마 남지 않았네?’
얼마 안 남았다 하더라도 아직은 셀바스 왕국의 치세가 악화의 정점을 찍기까지는 다소 유예가 있다.
지금 중요한 건 언젠가 일어날 사건이 아닌, 지금 팔 물건들을 어서 그들이 만들게끔 해 주어야 하니 기억만 해두자.
* * *
그대로 우리는 무사히 필스에 도착했다.
마차는 필레로스 상회의 것으로 보이는 건물에 들어가고 그쪽 사람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다.
곧 담당자를 불러올 테니 기다리라고 했기에 느긋하게 앉아서 차나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자니.
드디어 둥. 둥. 둥! 매우 거침없는 발 울림이 들려왔다.
으아…… 벌써부터 들어올 사람의 성격이 보이는 거 같은데.
내가 차를 머금은 채 잠시 굳어 있을 쯤.
쿵!
문이 세게 열어젖혀지며 딱 봐도 ‘거친 현장에서 반평생을 굴러먹었어요!’라고 주장하는 듯한 사내가 들어왔다.
수많은 작업으로 다져진 팔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난폭한 눈매가 이쪽을 마찬가지로 노려본다.
그는 바로 테이블 앞에 앉고는 작게 헛기침하며 먼저 말을 꺼냈다.
그가 이곳의 대표인가?
“엇. 흠! 이곳의 통솔을 맡은 록스라고 하네.”
“……네. 제가 에일런입니다. 반갑습니다. 공방장님.”
일단 반사적으로 인사를 하고 말았다.
바로 옆에서 로웰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해 주었다.
“이자가 지난번 연락으로 말씀드린 그입니다. 공방장.”
“딱 봐도 보면 안다, 장사치.”
“…….”
착각이 아니라면 지금 로웰과 록스 씨 둘 사이에 이상하게 불편한 기류가 흐르는 거 같은데.
성가시니 무시하자.
어차피 저쪽도 바로 용건을 꺼낼 참 같았고.
“시간을 끌 필요는 없으니 바로 본제부터 말하도록 하지. ……그건 가져왔나?”
“물론입니다.”
“바로 보도록 하지.”
로웰이 바로 사람을 시켜서 내가 맡겼던 도면을 몇 장 그대로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다.
아마 그도 도면 일부를 필사시켜 보낸 것은 보았겠지만, 전체를 보는 건 처음이리라.
“꽤 다양한 걸 그려 놓았군. 이건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거지?”
그가 가리킨 도면 한 장.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설명했다.
허둥거리면 신뢰가 가지 않을 테니까.
“일단 그건 야간에 램프 대신에 쓰려고 생각해 둔 것입니다만.”
“초나 기름이 아니라 램프 안에 마정석을 넣겠다?”
“정확히는 저급 마정석과 특정 약초와 같이 가공한 액체를 같이 넣는 것입니다.”
“그럼 빛이 난다고?”
“예.”
일단 탁자나 책상 위에 올릴 수 있는 소형 스탠드를 흉내 낸 형태의 물체에 전구 대신 마정석을 이용해서 발광 현상을 일으키는 형태를 제안해 두었다.
‘그것도 원작에서 주인공이 랜턴이 없을 때 한 번 보였던 재주니까.’
주인공은 별것 아니라면서 상업화는 하지 않았지만 내가 볼 땐 충분히 가치가 있다. 원료도 싼 편이니까.
상세하게 재현하는 건 내 기술로는 무리나 전문가에게 맡기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적어 둔 것이다.
그것 외에도 대부분 내가 보여 준 도면들은 대부분 그런 방식이다.
마사지롤러라던가. 기능성 옷걸이라던가. 간단한 볼펜을 흉내 낸 것들이라던가. 기타 등등.
할 수 있는 건 죄다 흉내 내 두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무슨 잡화점 차리고 싶은 건가?’
대부분이 내가 살던 세상에서 흔히 접했던 물건들. 그러나 이곳엔 아직 없는 물건들.
흔히 말하면 현대 지구의 대형 잡화점에서 자주 보던 물건들을 머릿속에 그리고 흉내를 꾀해 본 것이다.
괜찮아, 먹고살기 위해서 뭔들 못 하리.
‘문제는 정말로 이것들이 재현이 가능한가, 인데.’
솔직히 제안한 구상 중에서 최종적으로 2할만 건져도 충분하다고 여기고 있다.
“해 보지 않으면 확답할 수 없네만. 충분히 제작 자체는 가능할 것 같군.”
록스 씨는 잠시 고민 후 그렇게 말했다.
“가능한 것만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굳이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으니까. 할 수 있는 거만 하면 돼!
나는 크게 웃으면서 맞장구쳤다.
“그럼 바로 상세한 상담을…….”
“그 전에 자네에게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생겼네.”
그는 탕! 테이블 위의 도면을 손바닥으로 내려치며.
“이것들을 그린 건 자네라고 했었지?”
“뭐…… 그런 셈입니다만.”
왜 갑자기 다시 그걸 묻는 건지 의아했다.
로웰 측을 곁눈질해 보니 마찬가지로 의중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곤혹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의논된 행동은 아니란 것이다.
“그럼 에일런. 제대로 대답해 주게.”
“……예.”
나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이걸 본 순간, 그리고 자네를 본 순간 도저히 한 가지 납득이 되지 않더군.”
“……아, 이것들의 설계가 어설픈 건.”
“아니. 설계도, 예산도 아니다. 그런 게 아니네.”
그는 몇 번이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딴 건 우리들의 몫. 일을 맡기는 손님이 고려할 게 아니지.”
록스 씨는 당당하게 딱 잘라서 말했다.
“요청하면 해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자 긍지지. 그렇기에 이해가 가지 않는 거다. 자네…….”
그는 숨을 깊게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불만을 말하는 걸까? 내 태도가 너무 건방졌나? 아니면 역시 어설퍼서?
“대체 무엇을 보고 이걸 그린 거지?”
그가 물은 것은 정확하게 내 양심을 후벼 파는 듯한 질문이다.
“잠깐. 그게 무슨…….”
“장사치는 잠시 다물고 있어라.”
록스 씨는 로웰의 제지를 단번에 막았다.
단순히 심술을 부리는 게 아니다.
지금 그의 얼굴은 한없이 진지했다.
“그게 정말로 이해가 가질 않아.”
“도면 말입니까?”
“자네의 도면은 뭐, 나쁘지 않네. 솔직히 우리에게 가져오지 않아도 삼류 공방에 맡겨도 시간이 걸릴 뿐 충분히 완성해 오겠지.”
칭찬이지만 어쩐지 그의 말투는 그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들렸다.
마치 유령을 처음 본 아이처럼 이해 불가의 것을 본 눈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아. 자넨 틀림없이 그리 말했지. 아직 어설프게 기초만 고안했다고.”
“……아직 의심하시는 겁니까?”
“솔직하게 말하지. 자네의 의도를 나로서는 분간할 수 없네. 우리가 마법사 나리들도 아니고 사람의 거짓말을 어찌 분간할까. 흥, 나도 내 마누라에게 밥 먹듯이 거짓말하거늘.”
그, 그거 참 자랑이시네요.
“뭐, 결국은 들켰지만.”
그리고 들켰군요.
“우리들 같은 자들은 말일세. 이런 기술로 밥 먹고 살긴 하지만, 희한하게 보자마자 알 것 같은 것이 있네. 이 도면…… 이것만은 알겠더군. 자네가 한 차례 본 원본이 따로 있네.”
정곡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그가 말한 원본이라는 것은 내가 기존에 접한 완성품에 관한 것이겠지.
고안과 모방은 다르다.
보통이라면 그 흔적을 생각지 않겠지만 같은 기술자들은 그 위화감을 아는 것이리라.
하물며 나는 모방의 모방을 거듭했다.
더욱 위화감이 짙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일을 맡기는 입장에선 저 눈치는 실력이 있다는 증거니 든든한데…… 한편으로는 난처하군…….’
무어라 둘러댈까.
적당히 날조해?
일단 로웰이 눈치 좋게 말을 맞춰 준다면 어렵지 않은데.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어떤 곳에서 본 것들을 기초로 그린 것입니다.”
반만 시인하자, 딱 반만.
“본 것? 대체 어디에서 말인가? 나도 나름 여러 가지를 접하기 위해서 이곳저곳에서 온 놈들을 알고 있네. 하지만 이런 건…….”
“상당히 먼 곳입니다. 당신들이 접하지 못한 게 당연할 정도로 먼 곳이죠.”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걱정 마세요. 결코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겁니다.”
만약 여기서도 더 믿지 못하겠다면 나로서는 더는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하기야 말해도 믿지 않겠지만.
“믿지 못하시겠다면 받아 주지 않으셔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그럼 됐나. 좋다. 일은 받아들이지.”
“네?”
뭐야. 여기선 ‘믿지 못하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같은 소리나 하려는 게 아니었어?
내가 의아해하는 얼굴을 하자 록스 씨는 코웃음 치고는.
“어디까지나 출처가 궁금했을 뿐이다. 자네 말대로라면 뭐, 이쪽과는 연이 없겠지. 그렇다면 그뿐이다.”
“……그런 겁니까?”
“자네가 이걸 고안했다고 계속 주장했다면 조금은 생각을 바꿨을지도 모른다만.”
결국, 그가 묻는 것은 내가 혹시 어디선가 기술을 훔쳐 온 게 아닌가, 그걸 걱정한 걸까.
어쩌면 뒤탈을 염려한 걸지도 모르지.
“에일런. 자넨 나중에 내 방에 따로 오게. 더욱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 나누지. 자네가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듣고 싶군.”
“저만입니까?”
“흥. 기술자로서의 이야기는 장사치는 빼놓고 하는 게 편하다.”
말없이 듣고 있던 그 장사치인 로웰은 마음대로 하시죠 라는 느낌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나는 슬며시 웃으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