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77)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77화(77/344)
제 77화
85화 팔 상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4)
누군가 했더니 공방장 록스 씨다.
아저씨 바쁜 거 아니었수?
“에일런 자네가 메온 저 친구랑 이야기를 한다고 우연히 들어서 말이네. 흠…… 그건 그렇고 별난 뼈를 가져왔군. 이걸 내게 먼저 보여 주지 않다니 섭하군.”
“바쁘신 줄 알았으니까요. 다음에 다시 이야기를 드릴 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건 뭐지?”
“……거인의 뼈입니다.”
“도면도 도면이고, 참…… 자네도 가지가지 하는군. 설마 다른 것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글쎄요. 어떨까요?
나는 어깨만 으쓱였다.
“그런데 저분께선 가능하다 하셨습니다만.”
“뭐, 저 친구가 가능하다면 가능하겠지. 적어도 이런 걸 주무르는 범위에선 저 친구만 한 인재는 없으니까.”
“그래서 조금 전 말씀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만. 가격이 비싸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조금 전 그가 하던 말을 놓치지 않고 기억한 내가 다시 물었다.
“연료. 그리고 이것이 할애하는 시간. 그걸 합해도 싸진 않을 거네.”
“음, 아는 사이니 어느 정도 에누리 좀 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어림없는 소릴…… 뭐, 전혀 우리와 관계없는 사이도 아닐 테고 연룟값이라면 타협을 봐주겠네만 그이상은 어림도 없네.”
“칫. 뭐,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괜히 억지를 부릴 수도 없다.
여기서 인색한 인상을 줘 봤자 썩 보기가 좋지도 않고.
“그래서 견적이 얼마나 나올까요?”
“……소재에 따라 다르다만. 잠깐. 이 녀석과 이야기 좀 해 보고.”
공방장은 그와 잠시 무언가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희미한 목소리나 잘 들어 보면 지금 우리가 쓰는 곳과 다른 언어다.
오호라, 저 친구의 고향 말로 말하는 거구나.
저 공방장 아저씨도 상당하네.
“……아, 그렇게까지 말인가?”
“…….”
“아~ 그렇단 말이지.”
어째서인지 결론이 난 모양인데 나를 보며 힐끗거린다.
왠지 불길하네.
“그래서 얼마입니까?”
“일단 장난치는 건 아니니 확실히 듣게. 우선 진정부터 하고.”
왜 저렇게 뜸을 잡나 몰라.
그야 오더메이드 비싸지! 나도 알아!
“이제 와서 소심하게 가격 가지고 군소리할 마음은 없습니다만?”
비쌀 건 각오했다.
자, 얼마냐. 돈은 있다! 얼마든지 가격을 불러라! 대장장이여!
“엇! 흠! 아무래도 금화 7천 5백 정도는 잡아야겠네만.”
……죄송해요! 실은 각오가 안 됐어요!
좀 많이 비싸네?
나는 그대로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
“…….”
“에일런. 에일런!”
“아, 잠시 깜박 졸 뻔했네요.”
“각오, 돼 있다고 하지 않았나?”
“각오도 각오 나름이죠! 그게 뭡니까! 무슨 오리하르콘이라도 떡칠할 예정입니까? 아! 그것도 갖고 싶네요! 구할 수 있으면요!”
14권에나 주인공이 재현할 금속에 비유하면서 내가 잔뜩 성을 내자 록스 씨도 이쯤은 예상했는지 떨떠름하게 볼을 긁적였다.
“일단 이유부터 들어 보게.”
“들어는 보죠!”
“일단 이 뼈 말일세. 소재 자체의 강도만 해도 어지간한 철보다 단단하네.”
“……그야 그렇겠죠. 저도 시험은 해 봤으니까요.”
무려 반쯤 화석화가 되어 있는데도 이 정도다.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도 보통 연료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거네. 말마따나 저 용광로에 처넣어도 조금도 상하지 않겠지.”
“그 정도……인가요?”
“시험해 보겠나?”
“끙…… 우선 이해는 했습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내 능력이 그것을 알리고 있다.
무엇보다 저들이 내게 사기를 쳐 봐야 앞으로의 관계를 생각하면 조금도 이점이 될 것이 없으니까.
의심할 곳은 없다.
“하물며 그걸 가공할 수 있는 건 메온 이 친구뿐일세.”
“그의 기술 값도 한몫하는 거군요. 그건 납득합니다.”
“그렇지! 무려 이 친구는 드워프와의 혼혈이니까.”
어쩐지, 이곳의 말이 서투르다는 건 상당히 멀리서 왔다는 뜻.
거기에 설정상 드워프는 대륙 서쪽 끝단 산맥에서만 머물고 있다.
무슨 사정 때문에 그 핏줄을 잇는 저 청년이 여기 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메온 외에 다룰 수 있는 자를 찾기는 어렵다는 건 확실하겠지.
즉, 뛰어난 기술과 들어가는 소재 값을 전부 합해서 나오는 견적이라는 거군.
“거기에 이것도 상당히 좋게 쳐준 거네. 만약 다른 녀석이 들고 왔다면 금화 9천은 받았을 거야.”
“와…… 할인가 멋지네요.”
“아니면 정가대로 할 텐가?”
“당신의 호의에 무진장 감사드립니다! 이 공방 최고네요! 썩을…….”
확실히 희귀한 소재일수록 가공 단가가 올라간다.
가격이 비싼 건 당연할 일.
그렇다면 생각을 달리해 보자.
‘생각해 보면 셀베스터 그 자식이 13권 이후부터 쓰는 장비도 고작 부츠 한쪽에 금화 6천 개가 넘는 명품이었지?’
주인공은 늘 명품만 입으니까.
‘다시 생각하니 그것도 괜찮은데?’
그렇다면 이곳에 맡기면 그것에 준하는 장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다름 아닌 원작 4권에 접어들려는 시점에서 훨씬 이후에나 쓰이는 품질의 장비를 손에 넣는 셈이니까.
“어쩔 텐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나도 지나치다 생각하네. 차라리 나중에…….”
“아뇨. 받아들이죠.”
“진심인가?”
“충분히 지불할 수 있습니다.”
실은 저, 돈 있어요!
어차피 기존에 모은 금화와 거기에 포션 납품으로 얻은 배당금이 있다.
과감하게 써 버리자.
돈을 아까워하면 내 목숨이 날아가는 게 이곳이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써 버리는 거야!
실은 다른 걸 먼저 구입하고 싶었지만 고가의 장비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우선순위를 바꿔도 된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서 애먼 곳에서 두들겨 맞는 일이 많으니까, 대비하는 게 좋겠지.
생존성이 중요하니까!
“그렇다면 장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내가 의뢰를 맡기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말하자.
그들도 내가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란 걸 알아채고는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이건 우리 측이 맡도록 하지.”
“……맡겨 줬으면 한다.”
이렇게 나는 얻게 된 거인의 뼈로 장비를 만들기 위해 그들에게 별개로 의뢰를 부탁했다.
* * *
상품의 개발과 생산을 위한 의뢰도 맡기고 다시 펠푸크로 돌아온 뒤.
그 뒤로 수련과 짬짬이 소일거리를 하는 동안 소식이 들려왔다.
공국으로 보낸 포션 10만 개는 무사히 의뢰인에게 넘어간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관여할 일은 없음!
로웰로부터 문제없이 배당금을 받게 되고 주머니도 두둑해진 덕에 최근의 나는 매우 기분이 들떠 있다.
‘이대로 계속 잘되면 좋겠는데.’
슬슬 로웰도 어느 정도 내 일에 협력적으로 나올 추세기도 하니, 다음 거래 상품의 틀을 생각해 두고 싶다.
그걸 위해 고심하고 있을 때쯤.
콰앙!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뭔가 잔뜩 불만인 투가 가득한 크루세가 난입했다.
“에일런! 대체 언제 오신 거예요? 약속 잊은 거 아닌가요?! 마법 안 배울 거예요?”
오늘의 크루세는 왜 이렇게 성이 난 걸까.
그보다 언제 바다에서 돌아왔담?
그러고 보니 그녀에겐 내 간절한 부탁으로 잠시 포션을 실은 배의 안위를 몰래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었지.
진심으로 간절하게 로브 자락 붙잡고 매달려 부탁하고 보수까지 쥐어주고 회유해서 보냈었다.
“그건 그렇고, 벌써 돌아오셨군요?”
“……제가 돌아온 지 이미 3일이나 됐어요.”
“아…….”
“모르셨나요?”
그제야 아차 싶었다.
미안하지만 난 그녀가 돌아온 줄 몰랐다. 바빴거든.
공방 구경하러 필스에 갔다 오고, 그 뒤에도 자잘한 상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느라 돌아오고도 여유가 없었지.
한창 피곤할 때 누가 뭐라고 말한 거 같았는데 그게 크루세 이야기였나?
“생,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네. 겨우겨우 서둘러 돌아왔어요. 그런데 돌아왔는데 당신은 또 다른 곳으로 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언제 돌아오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윽.”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일단은 그녀도 손님 취급으로 배려를 해 달라고 부탁했기에 이곳에서 머무는 비용은 필레로스 상회 측에서 부담하고 있을 것이다.
불편함은 없었겠지.
그렇다 해도 이건 너무했나.
“에일런 당신, 마법 배울 생각은 있어요?”
“있다 못해 넘치는뎁쇼.”
당장이라고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성가신 일이 많아서 밀렸을 뿐.
의욕만은 하늘을 찔러요.
그러나 크루세는 믿기지 않는지 게슴츠레한 눈길을 보냈다.
“에일런? 전 어디까지나 당신과 약속을 지키러 온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바다로 내보내지 않나.”
“음…….”
“그리고 돌아왔는데도 절 찾을 생각도 없질 않나. 이런 대우에는 저도 불만을 말하고 싶은데요?”
“윽, 그건 저도 정말로 할 말이 없습니다. 뭣하면 대신이지만 이거라도 드실래요? 신상품인데요.”
나는 테이블 위에 놔둔 빵이 담긴 그릇을 내밀었다.
그리고 손수 만든 특제 잼도 내밀었다.
지금 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서요.
이걸 바치오니 화를 풀어 주소서.
마법사님이시여, 분노를 푸소서.
“……애도 아니고 먹을 걸 내미는 게 더 기가 차는데요.”
그녀는 어처구니없어 하지만 결국, 이게 내 성격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젓는다.
여기서 화내 봐야 손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네.
대체 나를 어떤 놈으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나 그건 지금 묻지 말자.
“그런데 왜 갑자기 빵이죠? 당신 식사 아닌가요?”
“저쪽에 어쩌다 보니 상품으로 제안한 건데 어느 정도 쓸 만해졌다고 한번 먹어 보라고 주더라고요. 맛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상품?”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눈치다.
“하지만 겨우 빵인데요?”
“겨우 빵이죠.”
그렇다. 아직 따끈따끈한 김이 나오는 빵.
나는 빵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말랑말랑한 게 빵이 쏙 들어간다.
“어머? 밀빵이네요. 의외네요. 비쌀 텐데.”
“그 말씀을 하는 것을 보면 역시 크루세 씨는 이런 종류의 빵을 드셔 보신 것 같네요.”
역시 상류층 마법사.
마탑은 귀족계하고 전혀 연이 없는 게 아니다.
크루세가 그들이 먹을 법한 것을 알고 있다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지.
기본적으로 시장에 나도는 호밀 빵은 딱딱하다.
심한 경우는 거의 무슨 돌과도 흡사해서 절대 그냥 먹을 수 없다.
그렇다고 전혀 부드러운 빵이 없는 건 아니지만.
품질이 좋은 밀빵은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귀족이나 부유한 상류층만이 먹을 수 있다.
거기까진 나도 알고 있던 사실이고 그다지 특이할 것도 없지.
그러나 얼마 전 로웰과의 식사에서 그가 대접한 밀빵을 먹고 위화감을 눈치챘다.
‘밀빵이라고 해도 이상할 정도로 부드러운데?’
아무리 품질이 좋은 밀을 사용한다 해도, 이곳의 문명 수준상 발효 기술의 한계가 있다.
그러니 내가 생각하는 빵과 상당히 달라야 했다.
물론 내가 알고 있던 것까진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빵의 품질은 상당했다.
나는 반쯤 빙 둘러서 로웰에게 출처를 추궁했고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설마 본격적으로 가공된 이스트를 파는 놈들이 있을 줄이야.’
실제로 이스트를 연금술사 길드에서 공급하고 있다고 로웰에게 확언도 들었다.
믿기지 않았지만.
연금술사 길드가 이스트의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
그것도 최근에 품질이 좋은 신형 이스트를 개발했다고 한다.
‘소설 속 세계는 소설 속 세계라는 뜻이지…… 현실과 다른 점이 있다는 건가.’
마법과 연금술, 정령술, 기타 등등 현실에는 없는 기술과 능력.
그것이 존재하기에 생기는 여파라는 게 있는 거지.
본래라면 기술 부족으로 재현할 수 없을 인공 효모인 이스트가 나도는 것에 대한 위화감도 어느 정도 설명될 수 있다.
거기에 연금술사 길드는 상당히 수상쩍은 기술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니까 이상할 건 없나.
내가 아는 연금술은 화학에 가깝지만 그들은 진짜 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니까.
뭐, 연금술사가 빵을 만드는 건 예상외지만.
이른바 현실과는 다른 기술 체계가 있기에 생기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걸 눈치채지 못한 건 그저 원작에 언급이 되지 않았기 때문.
밀빵이 부드럽다는 묘사는 있어도 주인공은 그것에 흥미를 가지지 않았으니까.
어디까지나 이곳에 사는 이들에게 있어선 이상할 게 없는 것이기도 하고.
크루세 역시 놀라긴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제대로 발효된 빵이 고급품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존재에 위화감을 느끼고 의심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