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80)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80화(80/344)
제 80화
89화 마법을 배우자 (3)
그래도 급한 나름대로 노력의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은 6일째에 접어드는 날.
“…….”
이젠 갈피를 제법 잡았기에 마나의 흐름을 이끌어 그것을 심장에 모아 원을 그리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된다.
문제는 그것을 완전히 확립시키는 것.
신중한 작업을 요구한다.
비유하자면 용접을 하여 조금의 흔들림 없이 아름다운 흔적을 내고자 하는 것과 비슷하다.
‘역시 나한텐 재능이 없어…….’
완전히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겠지.
재능이란 말만큼이나 애매하고 기준이 흔들리는 것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마나를 컨트롤하는 센스가 없는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
크루세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시선만으로도 감은 온다.
말은 하지 않으나 이따금 꽤 안타까운 눈빛이 보이니까.
아니, 그냥 재능이 없다고 해 주세요.
말을 하려다 마는 게 더 기분 나쁘다니까요.
‘……할 수 없이 꼼수를 써야 하나.’
<잔여 영향력 포인트 : 95pt>
나는 현재 남아 있는 영향력 포인트의 잔량을 확인하고는 꼼수를 부려 보기로 했다.
어지간하면 노력으로 해결하는 게 낫겠지.
그러나 되지 않을 때에도 마냥 매달릴 여유는 없어.
시간이 부족하다.
어쩌면 조만간 문제 하나가 터질 가능성이 있으니까.
‘지금 내게 필요한 게 뭐지?’
적절하게 영향력을 쓰기 위해서는 내게 결여된 요소를 생각해야 한다.
‘마력량이 적은 건 아냐.’
마력량도 늘리면 좋겠지만 지금 수련에 갑자기 늘렸다가는 도로아미타불.
무엇보다 이번 수련이 끝나면 상급 비약의 제조를 시도할 예정이기에 절실하게 필요한 건 아니다.
다른 능력을 생각하자.
‘필요한 건 마력을 조작하는 센스와 집중력……인가.’
그렇다면 그것과 관련한 재능을 찾아야지.
원작에서 천재 마법사라고 불리는 자들이 몇 명이나 언급된다.
크루세도 그중 대표 격이고.
그들의 특성을 참고하자.
‘……문제는 크루세의 경우는 참고가 안 돼.’
크루세의 설정을 따라 하는 건 위험하다.
아마 내가 감당 못 할 테니까.
그럼 다른 사람들을 떠올리자.
마법사들 중에서도 유난히 기술이나 센스가 뛰어난 자들.
음, 그 정도면 되나?
<마나 감응 체질>
<마나 시각화>
<마성 센스>
현재까지 남겨 둔 포인트를 소모하여 얻게 된 특성은 이것 세 가지가 한계였다.
<소모 영향력 포인트 : 91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4pt>
‘아슬아슬했네.’
이것만으로도 일단은 내 수련에는 큰 지장은 없으니 문제없다.
마나 시각화로 눈으로 마력의 흐름을 쫓게 해 두며.
마나 감응 체질은 내 신체와 피부에 닿는 모든 마나를 원자 단위로 세밀하게 컨트롤이 가능하게 하는 재능이다.
무엇보다 마나가 흐르는 혈관을 보다 확실하게 뚫어 주는 효과도 있고.
마지막으로 마성 센스는 마법 자체의 성공률을 대표적으로 올려 주는 운빨 계통의 능력이고.
어느 하나만 가져도 놀고먹어도 이류 마법사는 된다는 재능들이다.
아마 내가 이 재능들의 진가를 100퍼센트 활용이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갖기만 해도 충분히 수련이 수월해지겠지.
오케이. 이걸로 성공 가능성이 늘 것이다.
“……에일런? 집중력이 흐트러졌어요.”
“앗! 네! 아차, 깜빡 졸았네요.”
“무리라면 내일 다시 하는 게 어떤가요?”
내가 무엇을 하는 중인지 모르는 크루세는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본인이 감독 중이니 어지간해선 문제는 없을 거라 자신 있게 말했으나 절대적이라는 건 없으니까.
무엇보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실패만 거듭할 테니 일부러 괴로운 것을 당하는 취미가 없는 한은 중단시키는 게 옳다는 판단이겠지.
“괜찮습니다. 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감이 올 것 같거든요.”
적당히 둘러대면서 나는 다시 집중하며 재차 시도했다.
확실히 재능을 얻고 나니 감각 자체가 달라진다.
마나가 흐르는 감각이 혈관 단위로 머릿속에 그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래, 이런 형태구나.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알 것 같다.
무시무시한 재능이야.
그것들이 있고, 없고가 이렇게나 다를 줄이야.
세상이란 치사하네.
‘……그렇구나. 이게 문제였어.’
지금의 감각에 따르는 것에 비교하면 조금 전의 내 마나 컨트롤은 엉망이다.
그리고 크루세가 얼마나 괴물 같은 실력을 지녔는지도 새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이런 특성을 가지지도 않고 이것보다 더욱 정밀한 마나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의미니까.
이번에야말로 성공할 수 있다.
그 확신이 들었다.
“…….”
완성된 마나의 고리가 안정이 되어 가고 내 집중이 서서히 풀어진다.
안정이 되어 감에 따라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진작에 얻을 걸 그랬나.’
좀 더…… 조금씩 마나를 컨트롤하는 의식의 감각을 놓으며 확립된 서클을 회전시켜 간다.
그리고 완전히 그 감각을 의식하지 않아도 서클이 회전하였을 때.
“됐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는 외쳤다.
드디어 마나 서클을 생성했다.
“……깜짝 놀랐잖아요.”
지켜보던 크루세가 눈을 껌벅거리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아, 순간 흥분해서 그녀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깜박했네.
크루세는 내 상태를 살펴보려는 듯 내 가슴팍 부근을 유심히 노려본다.
눈길이 심상치 않네.
“우와…… 그렇게 보시니 조금 쑥스러운데요.”
설마 없던 재능이 생겨난 걸 눈치챈 건 아니겠지?
나는 일부러 농담을 해 보았다.
이런 태도가 어이없었는지 그녀의 시선이 다시 평상시 때와 다를 바 없어졌다.
“이상한 소리 말아 주세요. ……어쨌든 서클 자체는 정상적으로 성립한 모양이네요. 그래도 묘하네요. 갑자기 성공하다니.”
좋아!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희했다.
드디어 마법을 익힐 수 있다.
웰컴! 마법!
“그럼 이제 마법을 쓸 수 있는 거군요. 크크크크크크크큭.”
“왜 평범한 마법을 가르치는 데 꼭 흑마법사를 가르치는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요?”
“제 웃음이 사악하다고 돌려서 말하지 말아 주세요. 나 참.”
좀 기뻐하면 덧나냐.
어쨌든 마법을 쓸 수 있다면 향후 할 수 있는 일이 대폭적으로 늘어난다.
충분히 삶이 편리해질 거야.
“자. 그럼 무슨 마법을 써 볼까요.”
“…….”
어째서인지 조금 전부터 가만히 아무 말도 없이 지켜보는 크루세 앞에서 나는 이 근질거리는 왼팔을 치켜들고.
“……아.”
아무것도 못했다.
삐걱. 삐걱…….
나는 천천해 고개를 돌려 왠지 모르게 ‘그럴 줄 알았다’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이제야 깨달은 것을 물었다.
“서클을 만든 건 둘째 치고, 그래서 마법…… 어떻게 쓰는 거죠?”
“……참, 빨리도 물어보시네요.”
마법과 정령술은 근본이 다르다.
정령술은 내가 이미지만 제대로 확립하고 명령을 내리면 정령들이 알아서 이루어 주는 것이지만.
마법은 그렇지 않다.
상상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머릿속으로 아무리 떠올려도 조그만 불씨 하나도 생기지 않는다.
“이제야 직접 차이를 실감하신 모양이네요.”
크루세가 내 뻘짓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것은 그 차이를 직접 알게 해 주고자 하는 뜻이겠지.
“저는 정령을 부린 적이 없기 때문에 차이를 겪어 보지 않았지만. 에일런 당신의 반응을 보니 확실히 알겠네요.”
“……능력을 쓰는 원리가 다르군요.”
설정으로는 읽은 적이 있던 것이나 ‘그것을 절실하게 깨닫는가’와는 별개의 문제.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다.
“당신은 아직 마법을 쓸 수는 없어요. 서클을 만드는 건 이제야 시작.”
“마법을 쓰려면…….”
“쓰기 위한 이론과…… 연산 방식,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방법을 익혀야죠.”
그걸 위한 게 크루세가 나한테 떠넘긴 많은 교본들이다.
그녀가 맡긴 두툼한 책들.
“그럼 그걸 전부…….”
“전부 익히셔야죠. 아니, 외우셔야 해요.”
조금의 타협도 없다.
“숙제라…… 그거 참 귀찮군요.”
“그나마 저게 가장 간단한 거예요. 고작 1서클의 이론뿐이니까요.”
하기야 정말로 기본 중의 기본인 셈이군.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그 서클에 담아 둔 마나를 특수한 방식으로 흘려보내어 현상으로 치환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 방법이 영창이나 마법진 같은 것들이군요.”
“예.”
마법사와 정령술의 큰 차이.
마법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그마한 불씨여, 그 열기의 흐름을 거슬러 내 앞에 머물지어다.”
크루세는 손을 내밀고 천천히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파이어볼트.”
그러자 눈앞에 그녀의 주먹만 한 불덩이가 출현했다.
1서클 화염 마법 파이어볼트.
“영창 자체는 일종의 암호라고 할 수 있어요. 말을 토대로 마나의 흐름을 제어하여 해당 마법식을 연산속도를 높이는 거죠. 각 학파마다 영창문은 조금씩 다르지만요.”
크루세가 가르치는 건 그녀가 소속된 백탑의 일반적인 방식이다.
“그럼 제가 같은 영창을 하면 성공하는 걸까요?”
“한번 해 보세요.”
해 보는 편이 확실히 깨닫겠거니 싶었나.
나는 시키는 대로 똑같이 주문을 외워 보았다.
“자그마한 불씨여, 그 열기의 흐름을 거슬러 내 앞에 머물지어다. ……안 되네요?”
그러나 같은 현상은 생기지 않는다.
“아무런 이론도 모르는 상태에선 같은 영창을 한다 해도 바뀌지 않죠.”
제대로 교본을 보고 연산식과 영창을 확실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셈이다.
어렵군.
전자공학으로 치면 전원을 켜기 위해 들어가는 전류량이나 설계도를 전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
확실히 어려워.
“그런데 전 크루세 씨가 영창을 하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는데요?”
그녀가 전투를 할 때 위력을 올리기 위해 집중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입으로 주문을 외는 적은 어지간해선 본 적이 없다.
“숙달되면 영창을 말로 할 필요는 없어요. 의식적으로 필요한 술식을 연산하기만 해도 발동하니까요. 물론 위력을 올리려면 그편이 효율적이지만.”
그녀는 파이어볼트를 이번엔 말도 하지 않고 적당히 해설하면서 만들어 보였다.
“이렇게 말이죠.”
만들어 낸 불덩이는 다시 없애고는.
“숙달만 되면 이편이 빠르니까요. 실전에서 적이 수를 읽기도 힘들겠죠.”
“……음, 확실히 그게 실전적이군요.”
“에일런, 당신은 직접 말로 하고 직접 마법진을 의식하여 하는 영창을 익혀야 해요.”
“알고 있습니다.”
전문가와 막 입문한 초보를 동일하게 놓을 수 없지.
저렇게 보여도 크루세 역시 그 기초를 익히는 데 막대한 시간을 들였을 것이다.
나는 수긍하고는 그녀가 지시하는 대로 먼저 영창과 마법진을 그려 마법을 익히는 방식을 깨닫고자 노력했다.
벌써 고생길이 훤하군.
“서클을 만드는 것보단 고생은 덜할 거예요. 특히 이미 정령술을 익힌 당신의 경우에는 말이죠.”
마법을 외우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나를 보며 크루세는 묘한 말을 했다.
그 의미는 곧 이해했다.
몇 시간 후.
나는 띄엄띄엄 아까 전의 주문을 외고는 마법을 발동시켰다.
이번에는 그녀의 것보단 작고 화력도 불안정하지만 틀림없이 불덩어리가 생겨났다.
“오, 되는군!”
“거봐요. 되죠?”
그녀의 말대로 1서클 마법에 불과하고 아직 위력도 불안정하지만 틀림없이 성공했다.
하지만…….
기뻐하는 것과 별개로 이것으로 한 가지 문제점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
“……이거 전투에는 쓰기 어렵겠군요.”
“그게 정령사들 중에 마법을 익히는 자가 거의 없는 이유예요.”
마법이 나쁜 건 아니다.
분명히 익힌다면 두고두고 유용한 기술이다.
그러나 내게는 이미 정령술이 있다.
지금 같은 불덩어리도 샐러맨더에게 시키면 이보다 강력한 것을 열몇 개도 순식간에 만들어 낸다.
강력한 대체제가 있는데 굳이 이것을 억지로 전투에 쓸 필요까진 없다.
‘큰 문제까지는 아니지만…… 아쉽긴 하군.’
어차피 인생에 싸움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마법을 익히는 건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도 있다.
일단 전투용 마법보다는 여러 가지 보조용 마법을 위주로 익히는 게 낫겠군.
‘영창 문제야. 향후 영향력을 충분히 획득하면 해결할 수도 있으니까.’
해결 방법은 있으니 그건 마음에 걸려 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기술이란 것은 쓰는 자가 어떻게든 사용법을 마련해야 하는 것.
크루세가 가르쳐 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재료들이니, 그걸 어떻게 완성해야 할지는 내 몫일 뿐이다.
지금은 기초를 배우자.
내 선택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메인이 아니라 서브 기술로 익히면 되겠지.
의욕도 있다.
목표는 우선 크루세가 준 1서클 마법의 교본을 확실하게 익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