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88)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88화(88/344)
제 88화
97화 마법을 배우자 (11)
15일 전.
포렐로스 제국 셀론드 후작령.
그곳의 영주 셀론드 후작은 항구에 들어온 자신의 무역선을 보자마자 크게 환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마치 큰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오오오오오오! 이번에도 무사히 싣고 왔구나!”
영주씩이나 되는 몸으로 직접 항구까지 나와 극찬하자.
배에서 물건을 내리던 일꾼들이 그런 영주의 행동을 알아채고는 서둘러 몸을 숙였다.
“상관없다. 계속하도록.”
그는 하던 작업을 계속하라며 고갯짓을 했다.
다시 배에 실어 온 ‘물자’를 내리는 작업을 하는 사이 배에서 일꾼들과는 별개의 분위기를 띠고 있는 사내들이 내렸다.
이번 임무, 셀바스 왕국의 펠푸크에서 구해 온 ‘물자’를 이곳까지 수송하는 임무를 맡은 자들.
셀론드 후작에게 직접 충성을 맹세한 기사들이다.
그들은 말없이 후작이 있는 곳까지 다가오고는 일제히 자세를 낮추어 예를 표했다.
“이번에도 수고가 많았구나.”
“……당연한 일입니다.”
기사들 중 대표 격인 사내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 크롤드 경. 자네도 말이지.”
“모든 것은 셀론드 님의 공을 위한 일. 저희가 그 뜻에 일조하는 것이 당연할 뿐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끔은 칭찬에 기뻐하는 모습이라도 보이거라. 지나치게 겸손하면 그것 또한 재미가 없으니.”
“……선처하겠습니다.”
여전히 딱딱하게 대답하는 그를 앞두고 셀론드 후작은 씁쓸하게 입가를 일그러트리며 다시 한 번 배에서 내려지는 화물에 눈을 돌렸다.
더는 위장할 필요가 없기에 나무 상자를 벗겨 내자 그 안에서 거칠게 으르렁거리는 몬스터들이 보였다.
틀림없이 그들이 셀바스 왕국에서 수입해 온 ‘물자’다.
“거래는 순조로운 모양이로구나.”
저 ‘물자’들의 밀수를 위해 그들과 거래를 한 지도 몇 번이나 되었다.
“각하의 덕입니다.”
“후후후. 이것 또한 우리들의 승리를 세상이 바라겠는 것이 아닌가.”
밀수한 몬스터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공국과의 전쟁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3황자님께서도 참으로 개구쟁이시지. 설마 몬스터를 병력에 쓰는 방안을 제안하실 줄이야.”
이 전쟁은 제국의 차기 전술을 시험하는 자리기도 하다.
인력은 귀중하다.
그리고 한정되기 마련.
그렇다면 인력 외의 것을 병력으로 삼으면 어떠한가?
그 발상으로 제안된 것이 몬스터를 이용하여 병단을 조직하는 것.
공국의 함락 외에도 또한 차기 전술의 성과도 요구되는 것이다.
이 전쟁은 여러 가지로 후작에게 있어서 중요한 자리다.
해낸다면 그의 입지는 큰 폭으로 올라가겠지.
“크롤드, 자네 덕에 저 많은 몬스터를 충분히 안전하게 들여올 수 있었다.”
전쟁에 쓸 몬스터를 신중하고 안전하게 이곳까지 옮기기 위해 가장 아끼는 부하인 크롤드까지 타국에 몰래 내보내어 이 임무를 맡기게 된 것이다.
크롤드는 주인의 칭찬에도 여전히 담담히 듣기만 할 뿐.
그저 조용히 화제를 돌렸다.
“각하, 이곳은 다소 번잡하오니 슬슬 성으로 돌아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래. 그게 좋겠군. 내가 여기서 지켜봐 봐야 저들의 일에 방해밖에 되지 않으니. 그렇지 않은가?”
“……결코 그런 뜻은 아닙니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닌데.
“흥, 농담이다. 그래, 농담이야.”
크롤드가 그의 농담에 이번에야말로 곤란한 듯한 반응을 보이자 그제야 후작은 만족스러운 듯이 낄낄거리면서 등을 돌렸다.
“좋다. 나머지 보고는 들어가서 받겠다. ……그리고 손님이 와 계시니 길게 비워 둘 수도 없으니.”
“손님이라니. 어느 분이 계신 겁니까?”
“자네도 본 얼굴이다. ……루펠 공작, 그 작자가 보낸 친구네.”
주군의 입에서 언급된 이름을 듣자 그의 입가가 씰룩였다.
“……그자의 하수인입니까?”
“그래, 자네도 본 기억은 있지?”
“예. 기억은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크롤드는 약간 떨떠름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는 그 하수인이란 자에 대해 썩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정확히 말해 혐오하는 쪽이다.
“그런데 그자가 이제 와서 새삼스레 다시 방문한 것입니까?”
“뭐, 별거 아니네. 음…… 자세한 이야기는 자네도 들으면 알 걸세. 거래에 관한 이야기니. 먼 길을 다녀오자마자 미안하지만 따라오게.”
“알겠습니다.”
달리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주군이 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도 다른 이유를 대서라도 그 자리에 따라갈 셈이었으니까.
그 이유를 눈치채지 못할 후작도 아니었다.
“……역시 자넨, 그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나 보군?”
“예. 솔직히 그자를 영지에 들이는 것 자체도 내키지 않습니다.”
그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손님이 아니라면 보자마자 죽여 버렸을 것입니다.”
진심이고, 그것이 또한 사실이다.
“……언젠가 제국에 해가 될 존재로서 말인가?”
“예.”
그 대답에는 조금의 주저도 없다.
그 손님에게도, 그 손님을 부리는 근본이 되는 뒷배에게도 전부 해당하는 감상이다.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파악한 셀론드 후작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일단은 당부했다.
“지금은 놈을 베지 마라. 우리에겐 지금 해야 하는 전쟁이 우선이다. 그걸 위해 황자님께서도 아시면서도 끌어들인 것이다.”
“당연합니다. 경거망동한 행동을 할 일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물자’의 거래가 가능한 건 그들을 이용했기 때문이야.”
제국 내에서는 필요한 수의 몬스터를 공수해 올 수가 없었다.
거기에 다른 황족들의 견제도 있으니 더더욱 어려운 일이고.
애초에 이 일 자체가 3황자가 독자적으로 꾸미는 계획이다.
그것을 해 나가려면 다소 수상한 자들이라 해도 이용해야지.
“알고 있습니다. 그자에게 손을 댈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아무렴 제국의 8대 검인 자네가 못마땅하게 노려보면 그자가 어찌 말이라도 꺼내겠나!”
셀론드 후작이 이리도 자신 있게 그 손님을 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를 따르는 이 사내야말로 제국에서 그 무엇보다 귀한 실력을 가진 기사이기 때문.
아직 여덟 명밖에 없는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 중 한 명을 아래에 두고 있는데 무엇이 두려울까.
“걱정은 하지 않네만. 그래도 신경은 써 주게.”
“……물론입니다.”
제 주인의 당부에 크롤드는 다시 한 번 대답했다.
* * *
셀론드 후작의 성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들은 바로 그 손님이 기다리고 있을 응접실로 향했다.
후작은 성내에서 하인에게 슬쩍 손님의 행동에 관해 물었다.
“상대는?”
“계속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손님의 행동에 대해 하인들에게 주시하라 말해 두었지만, 달리 그들의 눈으로는 무언가 이상하게 여길 만한 구석은 없던 듯싶다.
“손님은 단 한 번도 나온 적도 없습니다. 저희에게 뭔가 말을 건 것도 없습니다.”
“알겠네. 바로 올라가지.”
꽤 길게 기다리게 했지만 상관은 없다.
무엇보다 다소 늦는 쪽이 상대에게 입장의 상하 관계를 확고하게 자각시켜 주는 의미도 갖겠지.
셀론드 후작이 크롤드를 데리고 그대로 응접실에 들어가자.
바로 그 손님이 마치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딱 맞춰서 일어났다.
검은 머리의 단정한 차림새를 한 청년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이름은 솔, 이번 몬스터 밀수를 관리하는 거래 상대가 보낸 하수인이다.
“셀론드 후작 각하,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기다리게 했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후작께서 공사다망하신 것은 만인이 아는 사실. 오히려 귀한 시간을 이렇게 빼앗게 되어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누가 들어도 겉치레.
그 말을 진심으로 믿는 자 따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어느샌가 그 말을 무심코 믿을 법할 정도로 저 청년의 표정과 말에는 이상할 정도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본심을 꿰뚫어 볼 수 없는 손님이란 거겠지.’
후작은 조금 전의 겉치레는 적당히 흘려들었다.
실수로라도 현혹되진 않는다.
“상관없네. 이번이 아니더라도 자네들과는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어야 했으니 잘 와 주었네.”
“정말로 황송할 따름입니다. 제 주인님께서도 틀림없이 기뻐하실 겁니다.”
“……루펠 공작, 그분은 잘 계시는 모양이군.”
저 하인 솔이라는 청년을 보낸 자, 그리고 후작의 진짜 거래 상대는 다름 아닌 셀바스 왕국의 권력자 루펠 공작이다.
펠푸크에서 그들에게 물건을 넘겨준 칼루온 상회는 그저 루펠 공작이 비밀리에 운영하는 창구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듣자니 칼루온 상회의 지부장은 자신들의 머리 위에 루펠 공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듯싶다.
약아빠진 노인네 같으니.
그런 말을 속으로만 삼키며 후작 역시 겉치레로 답했다.
“루펠 공에게도 안부는 전해 주게. 덕분에 좋은 것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반드시 전해 드리겠습니다. 만족하신다니 틀림없이 기뻐하실 겁니다. 저희들의 수완이 보탬이 된다니 이보다 기쁠 수는 없겠죠.”
솔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겸손한 척 은연중 자신들의 수완이 있기에 그것들을 구해 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수상쩍은 놈 같으니.’
후작은 코웃음 쳤다.
어차피 거래만 끝나면 더는 이 작자와 볼일은 없다.
공국 함락 다음은 저들이지.
그렇게 속으로 벼르며 후작은 슬쩍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귀측에서 예의 그 ‘물자’는 앞으로 얼마나 더 제공해 줄 수 있나?”
지금 필요한 것은 앞으로 얼마나 이들과 거래를 할 수 있냐는 점.
이미 상당한 수의 몬스터를 확보했지만 가능한 더 손에 넣어야 한다.
공국과의 전쟁을 확실하게 승리로 매듭지으려면 아무리 확보해도 부족할 따름이다.
“……흐음.”
그 말에 솔은 마치 고민하는 척 신음하는 시늉을 했다.
“대가는 상관치 말게.”
“지금도 지불하신 것들이 상당합니다만.”
“대가에 걸맞은 것들을 손에 넣는 일인데 그게 뭐라고 아깝겠나.”
본심은 그가 지출에 인색할 이유는 없다.
공국과의 전쟁을 주도하는 얼굴은 자신이나 그 뒤에는 제국의 3황자가 지원하고 있다.
물론 지원이 무한정한 것도 아니고, 도를 지나치면 그 황자도 손을 떼겠지.
하지만 이번 거래는 황자가 직접 흥미를 보이고 소개한 거래다.
지금이라면 다소 지출이 커지더라도 꺼리지 않으리라.
“그럼 앞으로 한 차례는 더 구해 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외람되지만 그 이상은…….”
“상관없네. 시기상으로도 그쯤이 한계일 터니.”
전쟁 준비도 무한한 게 아니다.
아직 선전 포고까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공국도 눈치를 채고 있다.
이 이상 끌면 그들도 충분히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겠지.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그럼 바로 연락을 넣어 거래의 준비를 시켜 놓겠습니다. ……방법은 지금까지와 동일하게. 이번에도 크롤드 경께서 직접 관리하러 오시는 겁니까?”
“당연하다.”
대답한 건 지금까지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크롤드였다.
“……그것 참, 고생이 많으시군요. 후작 각하께서 자랑하시는 기사께서 몸소 먼 땅에 몇 번이고 오가셔야 하다니.”
“귀측이 신경 써 줄 일은 아니다. 확실하게 거래가 이루어져야 하니 이쪽도 그만큼의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나?”
“후후후. 그런 셈이군요. 과연 제국 8대 검 중 말석을 차지하시는 분답습니다. 부하와 같이 먼 자리에도 마다 않고 나오시다니.”
“이런 곳까지 홀로 오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자네와 비하겠나.”
“후음…… 그런지요?”
평범한 대화, 그러나 어쩐지 둘 사이에서는 기이할 정도로 섬뜩한 기류가 흐른다.
저들은 서로를 혐오하고 있다.
그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후작은 어리석지 않다.
‘크롤드 녀석, 적당히 겉으로라도 우호적으로 말하라고 했더니…….’
뭐, 저쪽도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긴 했으니 부하만 나무랄 수는 없겠지.
“헛! 흠! 그보다 말이네.”
후작은 적당히 때를 봐서 헛기침을 하며 둘 사이의 대화를 한 차례 잘라 끊었다.
“그것보다 마침 솔 자네에게 한 가지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네.”
“으음? 거래에 관한 것입니까?”
“아니, 그건 아니고. 음, 이 자리에서 듣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