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94)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94화(94/344)
제 94화
104화 욕심과 꿍꿍이는 밤에 움직인다 (6)
‘슬슬 지휘관급이 나설 때가 된 건가?’
저들도 멍청이는 아니다.
계속해서 아군을 누군가가 해치우고 있다는 것쯤은 눈치챘겠지.
그 비슷한 급의 기사들을 보내 봐야 나아질 것은 없다는 것도 알 테고.
‘그렇다면 확실하게 나를 해치울 만한 놈이 오는 게 보통일 테고.’
아마 내 짐작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리라.
이제 와서 정중하게 ‘당신이 범인입니까?’라고 정직하게 묻는 것도 우스운 짓이다.
인사는 됐고, 공격이나 하자.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원거리를 저격할 만한 정령술을 사용하려 했지만.
그 전에 그 열원이 고개를 돌린 것 같았다.
틀림없이 그렇게 움직였다.
‘이런! 눈치챘나!’
주저할 필요 없이 바로 옆으로 내달리자 파파파파파팟! 무언가가 내가 있던 곳을 사정없이 꿰뚫는 소리가 들렸다.
뭐가 뚫은 거지? 암기라도 던졌나?
하지만 바닥에 아무것도 꽂혀 있지 않다.
무엇보다 뭐가 날아왔는지 내 눈으로도 제대로 판별도 불가능했다.
기사는 그런 것도 가능한 건가?
‘뭔지 몰라도 성가셔!’
좀 더 강력한 공격으로 선수를 쳐야 할 필요가 있다.
주변 피해에 관한 걱정은 전부 집어치워 버리고 나는 힘을 끌어 올렸다.
“스프라이트! 최대 출력으로 저 앞까지 전부 구워 버려!”
-맡겨 줘!
힘을 마음껏 써도 된다는 지시 덕인지 스프라이트가 잔뜩 신난 듯 온몸의 가시를 곤두세웠다.
내 몸통의 절반 정도의 전격의 구체가 생겨나더니 그대로 그것은 적이 있는 곳까지 직선으로 굵직한 전류를 방출했다.
푸른빛이 그 길을 빠르게 휩쓸며 태워 버린다.
‘명중한다면 해치우진 못해도 상당한 타격은 입겠지.’
그러나 내 생각이 안일했다는 것을 깨달은 건 그다음이다.
문제의 기척이 다음 행동을 시작했다.
검으로 추정되는 길고 거대한 물체를 들어 올렸다.
‘어?’
그 순간 나는 마치 빨려 들어갈 듯한 거대한 압력을 느꼈다.
설마 검기를 휘두르는 건가? 저 거리에서?
“……어? 잠깐? 진짜냐?”
등줄기가 간지러우면서 주체 못 할 불안과 오싹함을 느꼈다.
시야에 집중하자 느릿하게 놈의 동작이 보였다.
온다.
위험해 보인다.
그것을 직감하고 주저 없이 단거리 전이, 40미터만큼을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저편에서 뻗어 온 시퍼런 검기가 내가 날린 전류의 기둥을 말 그대로 갈라 버리며 지워 버렸다.
내 정령술을 갈라 버린 검기는 바로 내가 있던 곳까지 뻗어 오면서 아슬아슬하게 내 옆을 스쳤다.
“……미친.”
머리카락의 일부가 스쳐 깎여 나갈 정도로 아슬아슬하고 위력적인 검기.
그대로 검기는 내가 조금 전까지 있던 곳을 뚫고 갈라 버리며 심상치 않은 파괴력을 자아냈다.
바로 그 뒤의 건물이 토막이 나며 무너진다.
‘다행히 저기 살던 녀석은 이미 피난 간 모양이지만.’
문제는 지금 내가 남을 걱정할 때는 아니다.
터무니없는 정확도랑 파괴력.
지금까지 기사들이 보인 재주와는 수준이 다르다.
“…….”
그것을 목도한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제 와서 섣부른 말도 꺼낼 수 없다.
쓸데없는 움직임을 보이면 그 순간 당하리라.
“……그 이동 수단은 마법인가? 아니, 혹은 능력인가. 과연 그런 게 있었으니 부하 놈들이 당해 내지 못할 만하군. ……역시 내 판단은 실수였다. 먼저 네놈 같은 자를 끌어내야 했거늘.”
감탄하는 건지, 조롱하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목소리는 그만큼이나 차분하고 절제가 되어 있다.
그 목소리만큼이나 일정한 발소리.
검기가 뻗어 온 방향 저 너머로 부서진 건물 파편 사이로 그 검을 휘두른 사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의 키보다 큼직한 장검을 한 손으로 가볍게 어깨에 짊어진 채로 걸어오는 다부진 체격의 남성.
“…….”
그자를 보자마자 내 발이 한순간 땅에 붙은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온몸의 피가 그대로 바닥에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은 낭패감에 빠질 뻔했다.
그것은 그가 보유한 기백과 실력이 불러일으키는 착각이다.
강할 건 상상했지만 실제로 피부에 느껴지는 실감이 이 정도일 줄이야.
경지가 한 단계 다르다는 건 이 정도인가.
“인정해 주마. 네놈은 틀림없이 내가 직접 베지 않으면 안 되는 자다. 부하들이 당할 만도 하군.”
“……그거, 별로 기쁘지 않은데.”
“흠, 적의 감상 따윈 아무래도 좋다.”
그는 코웃음 치고는 쏘아지는 것처럼 돌진해 왔다.
발을 떼고 나서야 소리가 울린다.
심상치 않다.
나는 이를 악물며 우선은 회피에 주력했다.
‘저놈의 검은 실수라도 방어할 생각을 해선 안 돼!’
지금까지 상대한 기사들을 상대로는 이따금 과감하게 근접전을 도전할 수 있을 정도라 여겼지만.
저자를 상대로는 그런 생각은 조금이라도 품지 않는다.
무조건 피한다.
“흥.”
놈은 코웃음을 쳤다.
그럴 줄 알았다는 의미.
그대로 놈의 검기가 펼쳐진다.
피했다고 생각한 순간 이미 검기는 내 가슴께 바로 앞까지 도달하려 하고 있다.
능력을 전부 동원해도 중간 과정의 일부가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못 피해!’
찰나의 순간 결국 회피를 포기.
급히 공간 고정을 걸었다.
공간 그 자체를 굳혀서 막는다면 조금이라도 더 차단할 수 있을 거라 희망을 가지고.
그리고.
파앙!
마치 풍선이라도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내 시야가 급격히 뒤로 날려갔다.
덮쳐 온 충격을 버텨 내지 못한 것이다.
“크억!”
그대로 몇 바퀴나 바닥을 굴렀는지 모르겠다.
깨닫고 보니 족히 150미터는 그대로 뒤로 날려갔다는 것을 알았다.
‘……저 빌어먹을 깡통 자식.’
놈은 언제든지 나를 추가로 벨 수 있음에도 그대로 나뒀다는 것까지 깨달았다.
‘넘어진 상대는 해치우기 싫다는 거야, 뭐야.’
강하다.
그리고 오만하다.
문제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흠, 의외로 검에는 대처를 못 하나? 싸움을 못 하는군.”
만약 도발이라면 참으로 적절하다고 박수를 칠 수밖에 없다.
나는 충격과 그리고 분함에 속이 쓰리는 느낌을 삭이며 걸친 방어구의 표면을 문질렀다.
살짝 흠집이 났을 뿐.
그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그들의 검이 스쳤지만 흠집도 난 적이 없었는데.
‘……이게 없었다면 공간 고정으로 막아도 후폭풍으로 몸이 뭉개졌을 거야.’
내가 살아남은 건 순전히 입은 방어구의 성능 때문이다.
심장이 거칠게 뛰긴커녕 오히려 차갑게 식으며 멎을 것 같은 긴장감이 든다.
‘이게 또 하나의 벽을 넘은 자의 실력인가.’
마치 이 세계는 훨씬 가혹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눈앞의 사내의 존재는 나를 숨 막히게 만들었다.
나를 단 일격에 쳐낸 상대.
대처조차 엄두도 나지 않는 검기를 펼친 상대의 이름을 확인했다.
<크롤드 놀테일 – 단역>
이름과 배역, 그것을 보고 확신했다.
그는 포렐로스 제국의 오러 마스터.
현시점에서 단, 여덟 명밖에 없다는 제국의 최강자들 중 말석에 속한 사내.
그자가 나를 노려보며 검을 겨눈다.
“호오? 마치 이 내가 누군지 안다는 눈빛이군, 셀바스 왕국인.”
그는 마치 내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표정마저 읽고 간파당하는 건가?’
그것만으로도 경지의 차이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설마 싶긴 했는데 정말로 이런 작업 따위에 제국의 최강자들 중 말석을 보낼 줄이야.”
그러나 허세로 웃고 싶어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안 그래? ‘제국 최약’의 오러 마스터 씨?”
그럴 만도 하다.
하필이면 내게 있어서 최악의 상성을 가진 적과 마주치고 말아 버렸다.
‘이거, 오늘 밤 넘기기 참 힘들어질 것 같군.’
틀림없이 고생스러운 전투가 될 것은 명료했으니까.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뒤따라 덮쳐드는 검기를 피했다.
* * *
오늘 밤은 심상치 않다.
펠푸크에 머무는 상인들과 시민들은 밖에서 연달아 들려오는 폭음이 가져오는 두려움에 몸을 떨며 피하거나 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이곳의 치안은 빈말로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다수의 물품과 금전이 오가는 곳이기에 그에 따른 소동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라이벌 상회에 불을 지르든가, 혹은 그들을 이끄는 자를 습격하든가.
그런 일은 자주 있기에 이곳에 사는 이들도 다소의 소동 정도는 이제 와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도 오늘 밤은 이질적이다.
단순히 건물 한두 개가 불타는 정도가 아니다.
비명은 고사하고 지금은 콰앙! 무언가가 무너지는 것 같은 굉음마저 울렸다.
마치 오늘 밤 사이에 이 도시가 폭삭 망해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소동에 시민들은 몸서리치며 연신 그 말을 입에 담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그러나 그 답을 말해 줄 자는 없다.
그저 해가 뜨길 기다릴 수밖에.
그들이 간절히 기도하는 순간에도 굉음은 더욱 커져 간다.
* * *
놈이 반쯤 인사 삼아 날린 검기를 피하며 나는 놈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주시했다.
제국 최약의 오러 마스터, 크롤드.
‘저놈이 틀림없어. 최약의 오러 마스터.’
틀림없이 원작에서 서술과 작중 등장인물들에 의해 저 사내가 그렇게 불렸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를 제대로 평가하는 말이라고는 결코 할 수 없다.
최약이라 해도 호랑이와 병아리는 다르다.
‘경계 하나의 차이는 절대적.’
그 간극은 절대적이다.
오러 마스터라는 경지는 결코 장식이 아니다.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된다.
나는 그 사실을 억지로라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역시 저 사내가 습격조를 지휘하는 건가…….’
원작 4권에서도 크롤드라는 기사는 셀론드 후작의 가신으로서 등장했으니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여겼지.
아니었길 바랐지만 역시나 빗나갈 리가 없다.
거참, 눈물 나네.
“그 이름 높은 제국의 기사님이 고작 이런 암살자 같은 일이나 할 줄이야.”
“그게 불만인가?”
“별로.”
그리 말하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세상 사는 게 다 그런 거잖아. 기사도 까라면 까야 하는 직업이란 거네. 새삼 그것도 참 못 해 먹겠다 생각했을 뿐이야.”
장래의 내 장래 희망에서 기사로 출세하는 길은 빼 버리자.
선택지를 줘서, 거참…… 고맙다, 이 깡통아.
‘문제는 지금의 상황.’
나름 태연하게 대화를 하며 기회를 엿보고자 머리를 굴리나…… 답이 없다.
‘……오러 마스터를 직접 마주하고 보니 생각 이상이네.’
본격적으로 맞붙은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는 퍼뜩 대책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약한 오러 마스터라 했으니 지금의 나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까, 생각한 마음이 조금도 없다면 거짓말.
충분히 그동안 실력도 붙었고 내가 온 힘을 다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지만.
실제로 그 경지에 오른 사내를 눈앞에 두니 그 차이가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확실하게 저자가 나보다 강하다, 라고.
‘섣불리 덤볐다간 바로 베일 거 같은데…….’
나는 몇 번이나 기사들의 검을 눈으로도 포착할 수 있었다.
그런 내 눈으로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크롤드의 자세를 살펴보며 몇 번이나 대책을 궁리했지만 뭘, 어떻게 해도 바로 그다음에 베여 토막이 난다는 결론밖에 나지 않는다.
‘신중히 싸워야 해.’
실수를 하나라도 범하면 그대로 죽는다고 생각하자.
“호오? 좀 더 적극적인 사내라 생각했는데?”
크롤드는 내 상태를 보고는 그렇게 판단했는지 곧 진득한 한숨을 내쉬었다.
“……패기가 없군. 아니, 신중한가. 흠, 상관없다. 그렇다면 기꺼이 먼저 공격해 주지, 셀바스 왕국인.”
놈은 내 이름 정도는 알 텐데, 일단은 처리 목표물일 테니.
그런데도 일부러 부르지 않는 건 그럴 가치도 없다는 거겠지.
딱히 기억해 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언제든 대응할 준비를 갖췄다.
바로 크롤드는 자신이 쥔 장검을 들어 올렸다.
투박하게 생긴 평범한 철검의 날이 그대로 하늘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