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97)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97화(97/344)
제 97화
107화 욕심과 꿍꿍이는 밤에 움직인다 (9)
어차피 방법도 달리 없고 이 이상 힘을 끌어낼 수 없다면 죽는다.
누군가 도와줄 거란 생각 따위 하지 말자.
내가…… 나와 내 정령들이 어떻게든 상황을 바꿀 수밖에.
“운디네, 최대한 힘을 내! 한계 이상까지!”
-응!
운디네가 알았다는 듯 한계까지 정령력을 끌어 올린다.
놈을 밀어내기 위해 고압의 물줄기를 쏘아 낸다.
나 역시 그 힘을 끌어내기 위해 마지막 남은 포션을 입 안에 들이부었다.
쿵!
마나의 소모와 회복이 급격한 차를 이루는 바람에 반동으로 심장이 울리는 것 같았다.
무시하고 나는 힘을 끌어 올린다.
그렇기에 알 수 있다.
‘길이 좁아…….’
퍼붓는 양에 비해 운디네라는 통로.
그 문이 좁다.
평소라면 그것을 가늠하고 적절한 마나만을 공급해 주지만 이번에는 개의치 않고 전부 밀어 넣는다.
-읏!
운디네가 깜짝 놀란 듯 머리를 움찔 떠나 무시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네 최대 출력이 오르지 않으면 이 뒤에는 방법이 없어!
진화해라!
지금 내 행위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막무가내로 다그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나 어쩔 수 없다.
운디네도 그것을 아는 듯 내가 보내는 정령력을 받아들인다.
“……발악을.”
한편 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내가 무언가 한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지.
가만히 내가 하는 일을 지켜봐 줬으면 하는 바람이나 그럴 위인은 아니다.
오히려 완성된 검기를 그대로 나를 향해 주저 없이 내리쳤다.
섬뜩한 정도로 푸른 검기를 머금은 검날이 이쪽을 향해 내리쳐진다.
이제 와서 방어로 돌려 봐야 막을 수도 없다.
나는 무시하고 계속 집중했다.
-으으으으으응!
운디네 역시 괴로운 듯이 신음하고.
놈을 밀어내는 물줄기가 굵어진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출력이 올라갔기 때문이지, 그 단계를 넘은 것이 아니다.
‘제발. 제발…….’
역시 안 되는 것일까.
안일하게 지금 시도한다 해서 이루어질 수 없는 건가.
노력이 부족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여기고 있다.
그래도 안 되는 건가.
그렇게 한순간 생각하던 찰나.
-어? 어어어어어어?
운디네의 무언가 참는 것 같은 소리가 바뀌었다.
그 계약자인 내가 그 징조를 놓칠 리 없다.
‘열렸어…….’
막혔던 통로가 뚫렸다.
지금까진 꽉 찬 풍선에 억지로 바람을 집어넣는 것 같다면.
지금은 텅텅 빈 공간에 이제야 무언가를 채워 넣는 느낌.
그 순간, 운디네가 내뿜고 있던 물줄기가 갑자기 터져 나갔다.
적을 밀어내기 위한 수압이 아닌 일대를 전부 쓸어버리기 위한 파도가 되었다.
“자, 잠깐?!”
“이런?!”
검을 내리치려던 놈이 흠칫하는 것과 예상 이상의 힘에 놀란 내가 비명을 지르는 건 거의 동시였다.
솟구치는 파도가 그대로 나와 크롤드 양측을 죄다 휩쓸어 떠밀어 버렸다.
놈이 서둘러 검기로 물길을 가르려 하나 그 이상의 수압이 놈을 떠밀고, 나 역시 그대로 휩쓸려 나갔다.
“으으으으읍?! 푸하아아아앗! 잠깐! 이건 지나쳐!”
이대로는 검에 베여 죽는 게 아니라 내 정령의 물에 익사해 버리게 생겼다.
그렇게 되면 농담으로도 웃을 수 없다.
“조절해!”
곧 나를 쥐고 흔들던 물의 소용돌이가 안정을 되찾더니 그대로 틈이 열리며 나를 땅바닥에 떨어트렸다.
“푸하! 겨우 살았네! ……그 전에 진화는 된 건가?”
고개를 돌리자 사방에서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대량의 물의 소용돌이가 보였다.
이게 전부 운디네가 불러낸 것인가?
이건 하급 정령으로는 이룰 수 없는 출력이다.
분명히 진화는 성공했다.
그렇다면 운디네는?
“운디네! 이쪽으로 나와!”
내가 녀석을 부르기 위해 외치자, 그제야 운디네의 실체가 다시 한 번 내 앞에 나타났다.
-여기 있어! 에이러! 여기, 여기!
정령의 진화의 증거.
그것은 눈에 띄는 확실한 성장.
불러낼 수 있는 물과 조작의 양만이 늘어난 게 아니라 정령으로서 운디네를 구성하는 모습도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기존에는 다섯 살 아이 정도의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열 살 정도의 모습으로 변화.
-나! 커졌어! 확실히 커졌어!
자랑하듯 두 팔을 벌리고는 불러낸 물을 조작한다.
사방에 넘치는 대량의 물이 조작에 따라 거칠게 회오리치는 것이 보인다.
<정령술(중급)>
서둘러 내 정령술의 성취도를 확인해 보니 이것 역시 변화하였다.
운디네의 진화 덕일 것이다.
‘부족한 건 위기감과 간절함이었나…….’
한계를 넘기 위한 필사적인 집념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덕분에 정령술을 강화하기 위한 능력의 효율도 더욱 강해졌다.
그 결과가 내 주변에 몰아치는 대량의 물들.
이 모든 물을 내가 키운 운디네가 불러내고 지배하고 있다.
‘……중급인데도 출력은 중급 상위와 맞먹어.’
평소에 힘을 쌓았고 키웠기에 이룬 성과다.
이것이 정령을 직접 키우는 것의 이점.
그러나 감탄할 여유는 아직 없다.
-앗!
운디네가 놀라는 것과 동시에 파도가 갈라지며 그 안에서 놈이 치솟아 올랐다.
‘칫, 역시 살아 있나.’
그대로 익사시켜 버렸다면 좋겠지만 그 정도로 만만하진 않겠지.
“가소롭다!”
크롤드는 오로지 검 한 자루로 소용돌이치는 대량의 물을 흩날리며 빠져나온 것이다.
‘오러 마스터가 괴물은 괴물이네…….’
그러나 아까 같은 절망감은 없다.
지금은 가능성이 보였다.
승산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몸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운디네, 중급으로 진화한 기념이야. 첫날부터 제대로 힘을 써 보자!”
-응! 마음껏!
“그래. 처음부터 마음껏 써 보자고! 마침 딱 좋은 표적이 있으니까!”
내 지시에 따라 운디네는 지금까지 만들어 낸 물을 전부 끌어모아 다시 한 번 놈을 향해 내질렀다.
비유하자면 거의 소규모 해일.
총량 수 톤에 달할 파도가 소용돌이치며 다시 한 번 놈을 향해 퍼부어진다.
“이놈!!”
놈이 고함을 지르며 검을 휘둘러 내리치자 파도가 갈라지나.
검기는 끝내 덮쳐 오는 물을 갈라 버리지 못했다.
그대로 놈의 몸이 떠밀린다.
‘호각은 아니라도 성가시게 할 정도는 돼!’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나는 운디네를 진화시켰을 때의 감각을 떠올리며 번개의 정령 스프라이트를 소환.
‘너도 이왕 나오는 거 새로운 모습이 되라!’
지금이라면 한 마리 정도는 어떻게든 더 될 것 같거든.
소환하자마자 스프라이트는 중급 정령으로의 면모로 모습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치 사나운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더욱 덩치가 비대해진 스프라이트는 가시에서 무수한 전격의 줄기를 방사.
결코 운디네에 지지 않는 벼락의 파도를 형성한다.
운디네의 물줄기가 타이밍을 맞추듯 전부 옆으로 갈라져 비키며 그사이에 번개가 떨어진다.
위력도 위력이나 컨트롤도 한층 정밀해졌다.
“뭣?!”
정령술 특유의 기이한 조작성에 놈이 놀라는 사이 그대로 번개의 빛이 구체처럼 머물며 놈을 감싸고 그곳을 운디네의 물이 다시 촘촘히 뒤덮는다!
쿠구구구구구궁!
고압의 전류와 대량의 물이 뒤섞이며 일어나는 방전이 폭발을 일으키며 같이 일대를 뒤흔들었다.
범위를 조절하여 방전의 범위까지 한정 지은 것이다.
말 그대로 정밀한 파괴.
“크으으으으으윽!”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흘리며 그 수증기 속에서 놈이 떨어졌다.
입고 있던 옷도 넝마가 되고 피부도 그을렸지만 아직 살아 있다.
역시 오러 마스터급은 괴물은 괴물이군.
나는 놈의 검기를 피해 내며 동시에 번개와 물줄기를 조작하여 놈을 견제한다.
그러나 한 번 보인 수는 두 번은 통하지 않는다.
다시 번개와 물의 구체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듯 신속하게 빠져나갔다.
‘그럼 도망치지 못하게 하면 되지.’
놈은 정령술만을 견제하고 있으니 발을 거는 정도로는 쓸 만할 것이다.
주문을 외고 바로 마법을 발동시킨다.
“아이시클 애로우!”
2서클 마법 아이시클 랜스.
위력은 내 정령들의 공격에 비하면 보잘것없을지도 모르나 놈을 성가시게 하는 데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파파파파파팟!
얼음의 화살이 놈의 다리를 향해 퍼부어지며 떨어지는 곳을 얼렸다.
가뜩이나 지금 주변에는 수분이 넘친다.
얼마든지 얼릴 수 있지.
놈의 너덜너덜한 부츠가 그대로 얼어붙는다.
한순간 발이 멈춘다.
“큭! 이제 와서 마법이라고?!”
지금껏 보인 적 없는 재주였기에 허를 찌르는 데 성공했다.
크롤드가 다리에 힘을 주어 발을 움직이려 할 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물과 번개를 놈을 향해 퍼부었다.
쿠구구구구궁!
다시 한 번 땅이 흔들리며 짙게 터져 나간 폭발의 충격이 놈을 휩쓸었다.
중급으로 진화한 정령들의 공격력은 상당하다.
아직 전부 힘을 파악한 게 아니기에 이게 최선까진 아니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라는 것은 명백하다.
‘제발 죽어라…… 망할 자식아.’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내게 있어서 킬링 포인트나 마찬가지인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
놈의 생사 확인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의미.
퍼석…….
돌 더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크롤드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놈의 몰골도 말이 아니다.
온갖 정령의 공격에 휩쓸리고 부러진 검날도 남은 날이 더 짧아졌다.
그것마저도 이가 빠져 검이라기보단 그냥 짧은 철제 몽둥이에 가까운 상태고.
그러나 정작 그 장본인은 죽지 않았다.
아직 움직일 수 있다.
그 기백이 여전히 느껴졌다.
‘……저게 제국 최약의 소드 마스터라는 거냐. 최약이라…… 웃기지도 않네.’
몰골을 보고도 도리어 소름이 끼친다.
무엇보다 내 상태 역시 저놈보다 낫다고도 말하기는 어렵다.
방어구가 없었으면 진작에 토막이 났을 정도로 베이고 얻어맞았지.
마나 양도 이젠 아슬아슬하다.
우발적이긴 해도 두 마리나 중급 정령의 진화를 일으키고 유지하느라 반동으로 몰려오는 급격한 피로를 간신히 기력만으로 애써 무시하고 있을 뿐.
서 있는 것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상태다.
‘……조마조마하다고 주저할 이유는 없어.’
계속 밀어붙일 수밖에.
나는 아직까지 소환되어 있는 운디네에게 공격하라며 외쳤다.
“운디네! 바로 공격해! 틈 따위 주지 말고 밀어붙여!”
바로 운디네가 대량의 물을 불러일으키려는 순간.
“윽…….”
무시하던 피로가 갑자기 나를 떠미는 듯 다리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한순간 덮쳐 오는 현기증에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어? 에이러?
그 순간 운디네가 당황한다.
기껏 불러낸 물이 흩어지면서 증발하듯 사라졌기 때문이다.
내 정령력의 공급이 끊겼다.
‘아차…… 실수했어.’
역시 애써 참은 게 문제였다.
중급 정령을 다루는 건 처음이니 나도 그 소모량을 잘못 계산했다.
‘빨리 가다듬어야…….’
그러나 상대가 기다려 줄 리가 없다.
“……한계……인가.”
그는 휘청거리며 간신히 버티는 나를 그저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내다보며 이쪽으로 향해 온다.
남은 포션은…… 젠장, 없었다.
전이를 써서 이탈하고 싶어도 남은 마나를 긁어모을 감각의 여유가 없다.
흐트러진 페이스를 다잡는 데만 해도 아무리 빨라도 몇 초나 필요하다.
그사이 놈은 내 목을 다섯 번은 치고도 남겠지.
되든, 되지 않든 달려서라도 피할까.
나는 어떻게든 움직여 시간을 벌고자 했다.
그러나 그사이 놈이 먼저 접근해 오는 게 빠르다.
‘아, 죽겠네.’
위기는 몇 번이나 겪었지만 이번만큼은 공포보다는 무언가 체념에 가까운 기분이 들었다.
나름 지쳤기 때문인가.
평소에는 반사적으로라도 눈을 감을지도 모르나 피로감 때문에 나는 무심코 놈의 검을 끝까지 응시하고 있다.
“끝이다. 인정하지, 에일런. 네놈은 단순한 상인 나부랭이는 아니었다. 틀림없이 언젠가 내 주군께 방해가 되었겠지.”
놈이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부른다.
그보다 알고 있었구만. 전혀 달갑진 않지만.
이번에야말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며 단념했다.
크롤드가 내게 검을 내리치려던 때.
파앗!
“윽!”
놈이 신음을 하며 몇 발자국이나 뒤로 물러났다.
무슨 일인가 보니 놈이 자신의 얼굴을 한 손으로 감싸고 있는 게 아닌가.
‘뭐가…… 어떻게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