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99)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99화(99/344)
제 99화
109화 욕심과 꿍꿍이는 밤에 움직인다 (11)
“저희 측 사람들이 살피러 나갔을 때 에일런 씨께서 그곳에 쓰러져 있었다고 하더군요.”
내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로웰이 반쯤 한숨 섞인 투로 나를 발견했을 때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침 에일런 씨의 얼굴을 아는 자가 있었기에 바로 알아보고 저희의 피난처로 옮긴 것이었습니다.”
“……하하. 덕분에 살았군요.”
“글쎄요? 이미 옮길 때부터 에일런 씨의 부상은 아물기 시작했고, 달리 손을 쓸 것도 없었다고 합니다만.”
급한 상처야 재생 계통의 능력을 익혔으니 그것들이 어떻게든 막아 줬을 테니까.
그렇다 해도 저들이 옮겨 주지 않았다면 그 뒤가 어떻게 됐을지는 모른다.
누가 나를 주워갈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해도 덕분에 살았습니다. 정말입니다.”
나는 순순히 감사의 말을 다시 표했다.
로웰 역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피차 감사를 표할 입장은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아직 에일런 씨가 사라지시면 곤란합니다.”
“뭐, 그 점은 앞으로도 계속 곤란했으면 좋겠군요. 그런데 여긴 어디죠? 펠푸크는 아닌 모양입니다만.”
“쿠셀입니다. 펠푸크에서 엿새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마을이죠.”
“엿새라니…… 어? 그러고 보니 저 며칠을 뻗어 있었던 거죠?”
하루 이틀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오늘로 얼추 9일째군요.”
“저 9일이나 뻗어 있었던 겁니까…….”
정말로 이들이 주워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벌써부터 아찔하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다음엔 제가 9일 정도 그대로 엎어져 자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갑작스러운 습격과 학살.
로웰은 무사히 생존한 상회원들을 데리고 피난을 갔기에 생각보다 필레로스 측 희생은 적었지만 다른 곳은 심각했다고 한다.
내가 궁금해하자 그는 그것도 설명해 주었다.
“칼루온 상회 지부 쪽은 해당 지부장을 포함해 생존자는 없습니다.”
“그렇겠죠. 그건 저도 보았으니까요.”
“그 외에도 몇 군데인가 다른 상회에서도 비슷하게 참극이 발생했습니다.”
“아마 음…… 확실치는 않지만, 재수 없이 얽혀 들었을 겁니다.”
칼루온 상회의 뒤를 캐다가 재수 없게 들켰을 수도 있지.
“대처는? 영주님은 이 일을 두고 무어라 했답니까?”
“그게 또 문제라…… 영주는 도적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듯싶습니다. ……참으로 한탄할 일입니다만 그게 전부입니다.”
당연히 이 지경이 되었으니 소동을 목격한 자, 그리고 희생자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영주에게 참극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던 모양이다.
그 점에서 영주는 단호했다.
도적들이 도시에 숨어들어 참극을 일으켰다.
그 주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역시 뇌물 먹었구먼. 아주 맛있게 드셨나 보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쪽이 피해가 그나마 적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사람들 전부 도와줄 수는 없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일단은 안도해야지.
“…….”
로웰이 자세한 사정을 묻지 않은 건 눈치챈 것이리라.
물어봐야 의미 없고 설사 내가 진실을 알려 줘 봐야 독만 될 거라는 걸.
‘권력자들이 서로 짜고 친 이상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고, 굳이 세세하게 건드리고 싶지 않아.’
괘씸하긴 하지만 지금 쳐들어가긴 수지가 맞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언젠가 치르도록 하겠지만.
어차피 그 영주도 비슷한 식으로 버려지겠지.
쉽게 버리는 자는 언젠가 같은 식으로 버려질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세상의 법칙이다.
악은 누군가가 단죄해서 망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망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후입니다만…… 이대로 언제까지 숨어 있을 수도 없겠죠.”
“그 점은 며칠만 경계하면 나머지는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걱정스러워하는 로웰에게 그렇게 말했다.
“……이번 일을 벌인 자들은 곧 다른 일로 바쁘지 않을까요? 굳이 일개 지부장과 기타 등등에게 다시 집적거릴 여유는 없겠죠.”
셀론드 후작은 곧 공국과 예정대로 전쟁을 벌이리라.
이번 일로 그 일정에 지장이 생길 리는 없겠지.
반대로 지장이 생기면 곤란하다.
어쨌든 영지전 자체는 원작에서 진행되어야 할 이야기니까.
그리고 셀론드 후작은 원작의 전개에 따라 스스로 자초한 몰락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럼 만만세지.
‘마음에 걸리는 건 그 망할 오러 마스터 크롤드. 그 깡통인데.’
나는 지난 9일 동안 상태창이 알린 메시지를 쭉 되짚어 가면서 확인했다.
<당신의 행동이 영향력을 발생시킵니다.>
…….
…….
<획득 영향력 포인트 : 78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83pt>
놈들과의 전투로 인한 영향력 포인트의 획득.
그 경험으로 인해서인지 능력치의 일부 상승.
그 수확만 빠르게 확인하던 나는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별개로 알리는 사실이 있었다.
<당신의 행동으로 인해 당신을 주목하는 자가 생겨납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어? 크롤드 그 깡통, 설마 안 죽었다는 뜻이야?’
그러고 보니 누굴 해치웠다는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단순히 내 행동력으로 인한 포인트만 생겨났다.
‘그 깡통, 안 죽었구나.’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진짜로 수백 미터를 날아가 부둣가를 부수고 바닷물에 처박히기까지 하고서도 죽지 않았다니.
……와, 그게 인간이야?
‘하긴, 그놈도 제 고국으로 돌아간 거 같고. 어차피 그 뒤 전쟁에서 싸우다가 죽을 목숨이니까.’
거기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죽이지 않은 게 나을 수도 있다.
크롤드에게는 본래 제 역할이 있다.
죽으면 원작의 전개가 꼬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뭐, 놈과의 싸움은 내가 이긴 셈이니까.’
이후 관여한 놈들은 알아서 저세상행 열차를 탈 테니 그때까지 버텨 내면 후환은 없을 것이다.
부탁해요, 우리 주인공 씨!
부디 악당들을 해치워 주세요.
나는 살짝 기도했다.
‘……고생은 했지만 살아남았으니 된 거야.’
적어도 내가 한 고생에 후회는 없다.
거기에 위기감을 촉매로 삼아 중급 정령으로의 진화도 예정보다 빨리 이루었으니 손해만 본 건 아니지.
역시 위기가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구나.
간절해지면 강해지는 거야.
그게 전혀 기쁘진 않지만.
실은 위기 따윈 겪고 싶지도 않은데.
‘그렇다 쳐도 여전히 더 강해져야 할 필요는 있어…… 힘을 추구하는 건 끝이 없군.’
최근에 힘을 조금 얻었다고 자만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크롤드 그놈이 세상에서 가장 ‘약한’ 오러 마스터였지?’
만약 말석인 그가 아니라 최소 그다음 강자인 7석의 오러 마스터가 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바로 죽었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만약 또 한 번 같은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될까?
그때도 지금 이대로라면 그놈을 이길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장담할 수 없네.’
지금의 승리는 그놈의 방심과, 적절한 상황과 기적으로 어떻게든 이뤄 낸 것이다.
두 번은 어림도 없다.
힘을 쌓아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적어도 이후 같은 수준의 적을 만나면 그땐 이런 고생은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지.
운이 계속 이어지리란 법도 없으니까.
거기에 혹시라도 그놈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반드시 해치우기 위해서.
강해지자.
다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건.
그놈의 발언이었다.
이번의 습격의 계기가 무엇인지를 암시하는 발언.
‘대체 뭐가 그렇게 거슬린 거였지? 후작과…… 그분?’
후작은 셀론드를 말하는 것일 테고.
그 뒤의 그분이라니.
‘4권의 흑막은 제국의 3황자밖에 없는데? 학살을 지시한 게 그놈이라고?’
하지만 내가 아는 건 그것뿐이다.
그것은 명백하게 원작을 알고 있음에도 짐작해 내기가 어려운 요소다.
결과는 알아도 그 해당 인물의 세세한 동기까지 알기는 어려우니까.
* * *
제국 변경 셀론드 후작령.
“셀론드 공, 네 수고는 늘 알고 있지. 크크크큭. 그래, 잘 알고말고. 너무나도 잘 알지.”
즐거운 것인지, 아니면 비꼬는 것인지 셀론드 후작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다.
난처한 듯 도통 눈을 맞추지 못하는 그의 앞에서 백발의 청년이 차의 향을 음미하며 말을 이었다.
“셀론드 공이 언제나 나의 지시를 잘 따라 주었다는 건 알고 있다.”
“……화, 황송합니다, 아빌 전하.”
제국의 3황자, 아빌 루팔레트 겔루나오스.
그 황족은 입도 대지 않은 찻물만을 응시하며 말했다.
“고작 입막음 하나 때문에 타국의 도시 하나를 박살 내는 셀론드 공의 그 호쾌한 결단에는 박수를 쳐 주고 싶더군.”
“화…… 황송합니다.”
‘아니, 시킨 건 전하잖습니까!’라는 말을 간신히 삼키며 후작은 쩔쩔맸다.
당연히 그가 직접 ‘해라!’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틀림없이 3황자는 심기의 불편함을 드러냈고, 그것은 곧 명령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도 그는 후작의 행동 자체는 나무라지 않는다.
분명 뜻을 이해한 건 옳으리라.
문제는 늘 그렇듯 결과지.
“그리고 자네가 내는 결과는 나의 상상을 능가하는군.”
후작의 어깨가 흠칫거렸다.
“설마 임무를 수행하고 살아 돌아온 자가 한 명밖에 없을 줄이야. 그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감탄했네. 그거인가? 그 참극을 아는 자는 적을수록 좋다? 자네도 참 잔혹한 친구야. 참으로 비정해, 죄다 버리다니.”
“…….”
그럴 리가 있겠나.
셀론드 후작은 바들바들 떨어야 했다.
명백한 조롱이다.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자가 크롤드 한 명뿐.
그것도 당장 어떻게 되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부상을 입은 것을 보고는 기겁했어야 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그 오러 마스터가 패했다? 제국의 8대 검 중 말석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다.
“그래. 그래서 잘도 제국의 8대 검 중 말석을 패배시킨 자가 누군지 궁금하군. 그걸 듣고 싶어서 몸소 여기까지 왔다. 들려주지 않겠나?”
“……아직 크롤드 경이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사정을 캐묻는 것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할 수 없지. 이쪽이 데려온 치료사들에게 맡기겠다. 그들이라면 늦지 않게끔 회복시킬 수 있겠지.”
황자가 직접 데리고 다니는 치료사들을 투입하겠다 하자 셀론드 후작은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아빌 전하…….”
“뭘, 자네들은 곧 큰 성과를 거둬 줘야 한다. 그 정도까진 충분히 도와줄 수 있지.”
3황자는 미묘한 웃음기를 띤 채 찻잔을 내려놓았다.
여전히 찻물에는 입도 대지 않는다.
차가 식은 것을 보고 후작이 시녀에게 새것을 따르라고 지시하려 하자 황자는 고개를 저을 뿐이다.
“크큭. 알고 있지 않나. 나는 바깥에선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소문은 들었다.
황성에서도 그 누구도 아빌이 무언가 먹거나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나.
물론 과장된 소문이라 생각한다.
아마 독살을 경계하는 거겠지.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의가…….”
“됐다. 관둬라. 불필요한 것 따윈 좋아하지 않는다.”
3황자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찻잔을 적당히 뒤로 던졌다.
쨍그랑!
찻잔이 깨지는 소리만 울린다.
‘이제 차를 따를 필요는 없지?’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막무가내나 다름없는 태도에 후작도 더는 무어라 말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크델 공의 배를 침몰시킨 것도 상당히 높은 경지에 이른 마법사라더군.”
“예. 그렇다면 혹시…… 크롤드 경을 패퇴시킨 것도. 그자가?”
“일리는 있겠군. 그러고 보니 백탑 측의 인재 하나가 속세에 풀려나와 셀바스 왕국 내에서 제멋대로 돌아다닌다고는 들었다. 이름이 뭐더라…… 음. 모르겠군, 모르겠어. 관심도 없다.”
황자가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백탑은 제국과 인연이 없다.
제국과의 연이 닿는 곳은 적탑.
문제는 적탑과 백탑의 사이는 최악이다.
그러니 제국에 백탑의 인재의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게 당연하다.
오히려 어떻게 황자가 거기까지 셀바스 왕국 내 사정을 알고 있는가.
후작은 그 점에 감탄했다.
“그자가 아니라도 불가능하진 않겠지. 최근에는 뱀파이어 하나를 하룻밤 만에 토벌했다는 자도 있던 모양이니. 그쪽도 인재가 넘치나. 부럽군.”
“……그게 누구입니까? 그보다 저도 그런 정보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만…….”
“됐다. 이름은 몰라. 그저 심심찮게 들렸을 뿐이다.”
후작은 더는 묻지 않았다.
황자의 정보 출처 루트가 그가 생각해도 비정상이란 건 알기에 캐물어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것쯤은 안다.
생각해 보면 필레로스 상회의 신상품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도 마음에 걸렸으니까.
그렇다면 대체 3황자는 무엇을 경계했던 건가.
“오? 셀론드 공, 그 이유가 궁금한가?”
3황자는 그런 셀론드 후작의 생각을 눈치챈 듯 싱긋 웃었다.
“아, 아니…… 그런 것은.”
“됐다. 일을 시켰는데 내막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것만큼 잔인한 짓거리도 없지.”
황자는 무슨 변덕이 동했는지 데리고 다니는 호위에게 손짓했다.
그가 곧 무언가 적힌 양피지를 가져왔다.
“이건?”
“필레로스 상회의 신상품 및 개발 중인 상품의 정보다.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는 묻지 마라. 귀찮다.”
참으로 다양한 상품이 있다.
빵을 만들기 위한 효모부터 온갖 생활용품까지.
내심 잘도 이런 걸 준비했구나, 하고 감탄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게 어쨌단 것입니까?”
그것까진 영 이해가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