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0)
#9화.
북방의 아침은 상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쾌청한 하늘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끝없이 휘날리는 눈보라만이 앞을 가릴 뿐이었다.
“이거 오늘도 험난하겠는데? 그렇지 않나, 용사 양반?”
“……저한테 하신 말씀입니까?”
막사에서 아침 식사를 대충 먹고 나온 서우진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응? 시온에 용사가 또 있던가?”
너스레를 떨며 말을 건 사람은 마흔 살 정도로 보이는 병사였다.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매시브 가디언에는 서우진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병사가 주둔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가 모든 병사를 알고 있을 리가 없었으니, 모르는 게 이상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서우진이 의아한 건, 바로 자신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 병사가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병사를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그렇게 뚫어지게 보지 말라고. 아무리 나라도 괜히 민망해지니까. 아, 혹시 그쪽인가?”
“아닙니다!”
음흉한 미소를 짓는 병사를 향해 서우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병사는 낄낄 웃으며 다가왔다.
“이것 참. 듣기는 했는데, 정말 놀려먹기 좋은 성격이구만.”
그러니까.
지금까지 자신을 놀렸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인상을 쓰진 말자고. 난 자네에게 악의가 없으니까.”
확실히 이 병사는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첫 만남에 이렇게 살갑게 자신을 대하는 사람은 반 슬레인이 유일했기에, 조금 신기했다.
“어제 싸우는 모습을 봤는데 말이지.”
병사는 은근한 말투로 서우진에게 속삭였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 귀를 기울이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자네 용케 살아 있구만? 아일린 경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텐데 말이야.”
푸하하- 하며 서우진의 어깨를 두드리기까지 했다.
“대체 뭡니까?”
아침부터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병사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입을 열었다.
“나도 자네가 없었으면 아직 살아 있지 못했을 거야.”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다.
자신이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라니?
서우진은 혹시 어제 누군가를 구해준 적이 있는지 기억을 더듬어봤다.
하지만 떠오르는 건 오직 발톱과 이빨을 피해 나뒹구는 장면뿐이었다.
“……혹시 착각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아니면 어제 전투에서 머리를 다쳤다던가.
“나뿐만이 아니야, 자네 덕분에 산 사람은.”
“좋게 봐주시는 건 고마운데요. 저는 그런 일을 한 적이…….”
“하얀빛.”
병사의 말을 부정하던 서우진이 입을 다물었다.
“스노울 놈의 발톱에 배가 찢겨서 죽기 일보 직전이었어.”
갈라진 살가죽 사이로 피와 내장이 흘러나오고, 그것을 손으로 부여잡은 채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고, 부상이 사라졌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말이야.”
서우진이 레벨 업을 함과 동시에 주변으로 퍼져 나갔던 밝은 빛을 말하는 듯했다.
“고맙네. 자네 아니었으면 정말 거기서 죽었을 거야.”
병사는 진심을 담아 서우진에게 감사를 전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그는 당황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레벨 업을 했다는 기쁨과 조금 강해졌다는 생각만 했지, 자신 덕분에 누군가가 죽음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자네 덕에 목숨을 구한 녀석들은 나 말고도 꽤 많아. 뭐, 인사를 하러 온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지만. 멍청한 놈들.”
병사는 갑자기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양심이 있으면 찾아와서 대가리 박고 사과부터 해야 될 거 아니야. 하긴 그런 게 있었으면 애초부터…….”
얘기를 대충 들어보니 언제나처럼 서우진을 무시했던 것 같았다.
그러니 자기들도 도무지 고맙다는 말을 하러 오기가 힘든 것이겠지.
“흠흠, 미안하네. 내가 괜히 흥분을 해서. 어쨌든 자네에게 목숨을 빚진 녀석들이 많다는 게 핵심이야.”
인사는 하러 오지 않았지만 서우진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그는 어떻게든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려 애썼다.
그 모습에 서우진은 결국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인사는 그만하면 된 거 같은데요.”
어차피 의도해서 한 일도 아니었고, 그저 레벨 업을 하며 벌어진 현상에 불과했다.
이렇게까지 자신의 얼굴에 금칠을 해주는 건 부담스러웠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목숨 빚은 목숨 빚이야. 그리고 시온의 병사들은 은혜를 절대 잊지 않지.”
어떤 방식으로든 보답을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병사는 몸을 돌렸다.
“아, 내 이름은 조한이라고 한다네. 보기엔 이래도 병사들 사이에선 힘깨나 쓰는 자리에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게.”
자신을 조한이라고 소개한 병사는 낄낄 웃으며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뭐지……?”
아침을 먹고 나오자마자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서우진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좋으면 좋았지.
누군가에게 감사 인사를 듣는 일이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처음 알았다.
‘여기 와서는 매일 욕만 먹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조한이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죠?”
그때, 아일린이 출정 준비를 마치고 서우진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아는 병사입니까?”
“물론이죠.”
아일린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백인대 하나를 맡고 있는 병사이니까요.”
백인대장이라는 말이었다.
힘깨나 쓰는 자리에 있다더니, 허풍은 아니었나 보다.
“어제 부하 병사를 구하려다 큰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는데…….”
말하던 아일린이 서우진을 한번 보더니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당신을 찾아왔는지 알겠군요.”
서우진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괜히 자기 얼굴에 금칠을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어제 이후로 용사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예요.”
“그런 건 하나도 못 느꼈는데.”
실제로 어제 테스테론과 함께 돌아가던 도중에도 그리 좋은 시선을 받진 못했었다.
“조한이 찾아온 걸 보면 아실 텐데요?”
모두의 인식이 한 번에 확 변하진 않았지만, 몇몇 병사들은 서우진을 좋게 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목숨을 건진 이들이었다.
아직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머지않아 서우진을 무시하는 분위기는 사라질 터였다.
‘쉽지는 않겠지만.’
모든 사람이 적대적이었던 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서우진은 별로 관심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신의 무장을 점검했다.
“오늘 토벌할 몬스터 이름이 트랑가라고 했나요?”
“네, 맞아요.”
전체적인 외형은 백호와 닮아 있었다.
행동이나 습성 역시 호랑이와 많이 비슷하고…….
‘그런데 크기가 5미터 이상이라.’
그야말로 괴물이 따로 없었다.
아일린이 설명해 준 바에 의하면, 드레이카스 급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해도 될 놈은 아니었다.
드레이카스에 미치지 못할 뿐, 트랑가 역시 한 지역을 지배하는 최상위 포식자다.
스노울 무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험종.
덕분에 서우진은 아침부터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조한 덕분에 조금 풀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오늘은 어제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될 거예요.”
서우진은 아직 트랑가와 직접 맞서 싸울 정도로 강하지 않다.
아니, 그것은 아일린 역시 마찬가지다.
최소한 테스테론 정도의 상급 기사나 되어야 일대일로 붙어볼 만할 것이다.
그러니 오늘 전투는…….
‘레이드에 가깝지.’
그 과정에서 서우진이 나설 기회는 별로 없을 것이다.
“어제 말씀드린 것처럼, 서우진 씨는 주변에 있을지도 모를 트랑가의 새끼들을 수색 및 상대하면 됩니다.”
다행히 트랑가는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다.
만약 무리를 지었다면, 드레이카스 이상의 위험종으로 분류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맘때쯤의 트랑가는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트랑가를 사냥함과 동시에, 놈의 새끼들 역시 찾아내는 것이 오늘 토벌의 핵심이었다.
“새끼라고는 해도 스노울보다는 강하다면서요.”
“아무리 새끼라도 트랑가는 트랑가니까요.”
몬스터의 세계에서 종의 차이는 곧 격의 차이나 다름없다.
제대로 성장하지도 않은 트랑가라도 스노울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사납다.
“게다가 영리하기까지 하죠.”
험난한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조한의 인사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하얀 털을 이용해 은신과 기습에도 능하니, 조심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명심하죠.”
이곳에서 몬스터에게 죽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었기에, 서우진은 아일린의 조언을 가슴속 깊이 새겼다.
“출정 준비!”
그때, 테스테론의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준비되셨나요?”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죠.”
사냥의 시작이었다.
* * *
“대, 대단하군요.”
기사는 눈앞에서 불타오르는 듯한 푸른 검을 보며 감탄했다.
“벌써 오러라니. 역대 그 어떤 용사들도 이루지 못한 속도입니다.”
거듭되는 기사들의 경악에 검을 들고 있던 남자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명색이 직업이 ‘검신’인데 이 정도는 해줘야죠.”
평생을 수련해도 저 경지의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고작 10레벨이 되고 직업이 정해지는 순간, 오러를 발현했다.
아무리 SSS급의 적성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빨라도 너무 빨랐다.
“제국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그 도움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빨리 강해질 수 없었을 겁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제국의 기사들은 반쯤 죽어 있는 몬스터들을 데려왔다.
남자가 한 일은 그저 검을 들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몬스터의 목을 내려친 것뿐.
그럼에도 자신이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
몬스터라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다는 건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다.
몇 번 반복하고 나자, 이제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저 몬스터를 죽일 때마다 점점 더 강해지는 자신의 모습에 쾌감만 느껴질 뿐이었다.
파사삭-
“아, 이런!”
남자가 들고 있던 검이 갑자기 가루가 되어 부스러졌다.
“검이 오러를 버티지 못한 겁니다.”
오러는 파괴, 그 자체의 힘을 담고 있는 마력이다.
때문에 웬만한 보검으로도 그 기운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벌써 오러를 발현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해서 아직 검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제국의 황제는 용사를 위해 황실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던 검을 하사했다.
하지만 오러를 각성한 시기가 너무 빨라 미처 준비하지 못했기에, 아쉽지만 오늘의 훈련은 여기서 마쳐야만 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죠. 검이 준비되면 그때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요.”
“이제 오러를 다룰 수 있게 되었으니, 조금 더 강한 몬스터들을 사냥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남자의 일 검도 견뎌내지 못하고 반으로 쪼개질 터였다.
그러니 더욱 강력한 몬스터들을 데리고 와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빨리 레벨 업을 할 테니 제국의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남자는 기사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짙은 미소를 지었다.
‘다른 녀석들은 잘하고 있으려나?’
친구들을 떠올렸다.
모두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였으니, 알아서 잘 크고 있을 것이다.
“얼른 다시 봤으면 좋겠네.”
친구들이나, 다른 용사들과 다시 만날 날이 기대되었다.
그리고 남자는 그중 자신이 가장 뛰어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