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00)
#99화.
“그러니까, 컨셉이다?”
“넵.”
무릎을 꿇은 김우람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런…….’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이세계 소환에 용사에 시스템까지.
그런 일을 한 번에 겪었으니, 자신이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아마 100명의 용사 중에는 김우람과 같은 사람이 꽤 있을 터였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김우람은 그 설정에 아주 푹 빠져 있었다는 것.
그래서 자신은 남들과 다르며, 진정한 주인공은 백시우나 서우진이 아닌 ‘나’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싸가지 없는 말투는?”
“…그게 멋있으니까.”
멋있긴 개뿔.
두통이 생길 것 같았다.
“정리 좀 해보자. 혼자 고독한 주인공 컨셉 놀이를 즐기다가, 막상 집단전 훈련을 하려니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서 나한테 온 거다?”
“맞습니다.”
“그 머리도?”
“원래 주인공은 눈을 가리는 앞머리가 필수거든요. 그러다 머리를 걷으면 눈부신 미남이…….”
중증의 중2병이었다.
왼손에 붕대를 감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레벨은 몇인데?”
“29요.”
낮다.
B급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낮아도 너무 낮다.
‘우리 애들이야 논외로 쳐도, 최소한 33레벨은 넘어야 하는 거 아니냐?’
C급인 김다혜가 ‘소환석’을 사용하기 전까지 33레벨이었으니까.
“대체 레벨 업은 안 하고 뭐했어?”
“그, 아무도 안 껴줘서요.”
서우진의 눈치를 보며 중얼거린다.
“아무도 안 끼워줘?”
“마경토벌 때 혼자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몬스터도 몇 마리 못 잡고 탈락해서…….”
남들이 팀을 이뤄 몬스터와 싸울 때, 낙오했다는 말이었다.
낮은 레벨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어떻게 할까?’
서우진은 고민했다.
사실 김우람을 팀으로 받아들이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최후의 1인이 바로 김우람이었고, 이쪽은 아홉 명밖에 없었으니까.
선택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고민하는 이유는, 이 녀석을 대체 어따 써먹느냐는 것이었다.
레벨도 낮고, 제대로 싸우는 법도 모른다.
심지어 엄살까지 심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무리 실력의 유무에 상관없이 인원만 채우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김우람은 너무 부족했다.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가 될 인재야.’
온갖 트롤짓을 하며, 발암을 유발할 캐릭터.
주인공이 아닌 빌런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김우람은 이미 자신의 팀원이나 다름없었다.
옆에 두고 별다른 사고를 치지 못하도록 단속을 하는 수밖에.
다행인 건 상대가 몬스터가 아니라, 용사들이라는 것이다.
정말로 생사를 걸고 싸울 필요는 없었으니, 웬만한 트롤짓을 해도 수습할 여지가 충분했다.
“일어나.”
“넵.”
김우람은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일단 다른 사람들한테 가서 인사하고 좀 섞여봐.”
가능할진 모르겠다.
소환된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홀로 지내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해야만 했다.
이 팀에서 함께 훈련을 제대로 하려면 말이다.
“…넵.”
대답이 조금 늦은 게 마음에 걸렸지만,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우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말이다.
“가봐.”
김우람이 호다닥- 사라지자,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다른 사람들은 주어진 ‘소환석’을 모두 사용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아직도 여덟 개하고도 절반이나 남아 있었다.
묵혀둬 봐야 효과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으니, 최대한 빨리 사용해서 레벨을 올려야만 했다.
팀원들에겐 이미 이야기를 해두었으니, 서우진은 곧장 실내 연무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2레벨을 목표로 하자.’
몇 마리나 더 잡아야 할진 모르겠다.
어쩌면 ‘소환석’ 한 개를 통째로 써야 할지도 모른다.
서우진은 애써 김우람에 대한 걱정을 머리 한켠으로 치우며 실내 연무장으로 향했다.
* * *
“금일 훈련은 이미 들으셨다시피, 집단전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루데인이 이번 훈련의 교관이었다.
훈련 장소는 넓은 숲.
아카데미 내부에 이런 거대한 시설을 만들어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각 조장은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총 열 개조, 열 명의 조장이 루데인의 앞으로 걸어나왔다.
서우진은 물론이고, 백시우와 나름대로 실력이 출중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역시 등급과 레벨로 조장을 뽑았나 보네.’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보다 객관적인 지표는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집단전에 있어서 무력이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한 요소도 아니었다.
특히나 초인들의 격돌에서는 한 명의 강자가 모든 것을 압도할 수도 있었다.
“이것을 받으십시오.”
루데인이 붉은색 띠를 각 조장에게 나누어주었다.
“팔에 착용하십시오.”
루데인의 말에 따라 왼쪽 팔에 띠를 끼워 넣었다.
“훈련 시간은 최대 다섯 시간입니다. 그동안 띠를 사수하거나, 빼앗는 방식입니다.”
‘대충 서바이벌 기마전 같은 느낌이겠네.’
물론 기마는 타지 않지만 말이다.
“질문 있으십니까?”
루데인이 묻자, 누군가 손을 들었다.
“말씀하시지요.”
백시우였다.
서우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살펴보았다.
“제한 시간 내에 모든 띠를 빼앗으면 어떻게 됩니까?”
광오한 질문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백시우의 말에 불편한 표정은 지을지언정, 발끈하지는 않았다.
SSS급 ‘검신’은 그런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 존재였으니까.
‘여전히 마기는 안 보이고.’
물론 서우진은 그런 질문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백시우에게 마기의 흔적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했다.
“그 즉시 훈련은 종료되고, 마지막 남은 1팀만 승리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승자에게 상품은 있습니까?”
백시우를 관찰하던 서우진의 귀가 쫑긋- 해졌다.
‘상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선을 돌려 루데인을 쳐다봤다.
“물론입니다. 상위 3팀에게는 제국 비고에서 원하는 것 한 가지를 갖고 나올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제국 비고란 말에 서우진이 눈을 끔뻑였다.
‘그런 게 있어?’
이름부터 값비싼 보물들이 즐비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장소였다.
서우진은 손을 내려다봤다.
은색의 팔찌와 푸른 반지가 보였다.
‘제국 비고라면 이것들보다 좋은 게 있지 않을까?’
괜히 욕심이 좀 났다.
“더 질문이 없으시면 10분 뒤, 훈련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서우진은 팀원에게 돌아왔다.
“상품이 있답니다.”
“상품이요? 어떤 거예요? 이번엔 건틀릿도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지아가 신이 나서 물었다.
“이왕이면 커다란 망치나 둔기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무기를 사용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다른 팀원들도 눈을 반짝였다.
“상품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고, 무슨 보물창고 같은 데에서 원하는 거 하나씩 갖고 나오면 된다네요.”
서우진의 말에 팀원들이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아저씨, 우리 꼭 이겨야 해요. 알았죠?”
“망치! 둔기! 뚝배기!”
특히나 이지아와 구동환에게서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룰 설명할 테니까 잘 들어요.”
서우진은 집단전 훈련의 규칙을 말해주었다.
워낙 단순했기에 설명은 금방 끝났다.
“이제 한 5분 후면 훈련 시작되니까, 마지막 점검 잘하시고.”
서우진의 말에 모두가 각자의 장비들을 확인했다.
‘다들 괜찮은 것 같은데.’
크게 긴장한 사람도 없었고, 상태도 좋아 보였다.
딱 한 녀석만 빼면 말이다.
‘김우람.’
그는 여전히 팀에 섞이지 못한 채 겉돌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이 챙겨주려고 했지만, 김우람이 반사적으로 그들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저놈…….’
불러다가 한마디를 할까 하다가 관두었다.
기다란 창을 들고 혼자 팀에서 떨어져 멀뚱히 서 있는 모습이 좀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다.
반대로 짜증스럽기도 했고.
왠지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때의 자신을 보는 듯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신경쓸 일이 아니다.
‘지금은 훈련에만 신경쓰자.’
집단전은 서우진에게도 필요한 훈련이었다.
앞으로는 전쟁에도 대비해야 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몬스터와 일대일의 전투를 벌이는 일은 많이 없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해 보면, 팀원들과 손발을 맞춰보는 훈련은 상당히 귀했다.
‘겸사겸사 상품도 좀 따고.’
대련 훈련에서 얻은 ‘룬 데아’는 꽤나 마음에 드는 명검이었다.
이전 사용자가 마왕의 권속에게 죽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더없이 튼튼하고 예리해 좋았다.
이번 훈련에서도 잘만하면 좋은 것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삐이익-!
생각에 잠겨 있는데,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눈치를 보던 용사들이 상대 팀을 피해 일단 자리를 벗어났다.
그것은 서우진의 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쪽으로.”
강병규가 앞장섰다.
‘탐험가’의 스킬인 ‘탐색’과 ‘레이더’를 이용해 최적의 장소를 찾아낸 것이다.
팀의 리더는 서우진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성격도 아니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더 좋은 의견이 있으면 기꺼이 그것을 따를 것이고, 적임자가 있으면 그의 명령을 들을 생각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미리 이야기해 두었기에, 강병규는 부담 없이 선두로 나서 팀을 이끌었다.
“여기는 지대가 다른 곳보다 높아서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데 용이해. 반대로 적은 우리를 치기 힘들지.”
고지로 팀을 이끈 뒤 걸음을 멈춘 강병규가 브리핑을 시작했다.
“파수는 내가 볼게. 스킬을 쓰면 웬만한 건 다 잡아낼 수 있으니까.”
백시우와 엘리트 친구들 같은 녀석들만 아니면 괜찮다.
그놈들은 너무 빨랐다.
발견하고 경고하기 전에 이미 도착해 있을 수 있었다.
“가장 가까운 팀은 서쪽으로 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 다행히 백시우 팀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주시하고 있을 거야.”
강병규 덕에 척후가 필요 없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다가오는 팀을 잡아먹으면 될 것 같았다.
“자자, 이거 한잔들 하세요.”
그때 박민성이 자신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유리병을 꺼내기 시작했다.
“물약?”
팀원들의 눈이 커졌다.
한 병을 만드는데 무려 300만 원이라는 돈이 드는 값비싼 물약.
“그렇게 좋은 건 아니고, 그냥 단순한 ‘상태 이상 물약’이에요.”
“그건 뭐예요?”
“유리병을 상대에게 던지면, 랜덤으로 한 가지의 상태 이상이 걸리는 물약이요. 예를 들면, ‘시각 저하’나 ‘중독’ 같은 게 걸리는 거죠. 아, 물론 비싼 건 아니라서 크게 위력적인 건 없어요.”
그래도 불시에 던지면 꽤나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우진이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유리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사람들 올라오면 위에서 던지기만 해도 되겠어요.”
“잘 쓸겠습니다, 으하하!”
각자 한 병씩 챙기며 박민성에게 호의 어린 인사를 했다.
‘역시 비전투 직업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큰 도움이 되네.’
박민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팀은 분명 후회할 것이다.
높은 곳에서 날아오는 유리병을 맞으면서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