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01)
#100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구동환이 와서 물었다.
“글쎄요. 아직 결정은 안 했는데.”
서우진은 지금 고민 중이었다.
그냥 이곳에서 버티다 다가오는 팀을 상대할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
둘 모두 장단점이 있긴 했다.
“팀을 둘로 나누는 건 어떨까요?”
“……팀을요?”
계수지의 의견에 서우진이 눈을 끔뻑였다.
“방어조와 공격조로 말이에요. 이곳에서 우진 씨와 띠를 지킬 방어조와 따로 나가서 띠를 획득해 오는 공격조로요.”
“가능할까요?”
방어는 솔직히 자신 있었다.
그 누가 와도 띠를 빼앗기지 않을 자신 말이다.
몇 명만 옆에서 도와준다면, 백시우와 엘리트 친구들이 몰려와도 질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공격은 좀 다르다.
전력이 분산되었으니 상대적으로 수적으로 불리할 확률이 높았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공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음, 저랑 구동환 씨랑 다혜 정도만 있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기도 한데.”
근접 격투가, 마법사, 원거리 딜러.
그중 두 사람은 용사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었고, 김다혜는 의외성이 있었다.
솔직히 용사들 중 김다혜가 미니건이나 알라의 요술봉 같은 현대 병기를 ‘소환’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전위에서 계수지와 구동환이 몰아치고, 후방의 김다혜가 지원한다면?
“흠…….”
꽤나 괜찮은 그림이 나올 것도 같았다.
“일단 다른 사람들 의견도 한번 들어보죠.”
서우진은 섣불리 결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있었다.
‘솔직히 내가 사람들을 이끌 만한 인재는 아니지.’
암, 그렇고말고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떨결에 팀장의 역할을 맡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자, 이쪽으로 모두 모여보세요.”
서우진이 박수 치며 말하자, 삼삼오오 모여 있던 팀원들이 다가왔다.
“팀을 나눠볼까 하는데…….”
그러곤 계수지가 했던 제안을 말해주었다.
팀원들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괜찮은 거 같은데요?”
“좋음요.”
“근육 아저씨! 왜 나는 공격조에 안 끼워줘요? 나도 공격할래!”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럼 두 개 조로 나누는 게 낫겠다.’
다들 저리 생각하는 걸 보면 한데 뭉쳐 있는 것보단 좋은 선택인 듯했다.
“응?”
그러다 문득, 한쪽 구석에 있는 김우람을 발견했다.
역시 아무와도 친해지지 못한 것 같았다.
“네 생각은 어때?”
그래서 물었다.
화들짝- 놀라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요?”
“그래, 너.”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게.”
덥수룩한 머리카락 덕분에 얼굴의 절반이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가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강한 척을 하지만 겁이 많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네.’
매시브 가디언에서.
병사들에게도 들었고, 테스테론을 비롯한 기사들에게도 들었다.
‘소심하고 눈치나 보는 D급 용사.’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애송이.’
‘북방에 버려진 짐덩이.’
수많은 말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서우진도 김우람과 같았다.
애써 그것들을 듣지 못한 척했고, 혼자서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다.
속으로는 분노하고 힘들었으면서 말이다.
김우람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괜찮을 것 같은데요.”
슬쩍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서우진의 눈을 마주볼 자신이 없는 것이다.
‘쯧.’
속으로 혀를 찼다.
“김우람. 너 그러다 죽는다.”
팀원들이 깜짝 놀라며 서우진을 쳐다본다.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 몇몇이 말리기 위해 다가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나한테 죽는다는 말이 아니야. 마왕이 강림하고, 전쟁이 벌어지면. 너 진짜 살아남기 힘들 거야.”
자신이야 아일린과 반 슬레인이 챙겨준 덕분에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김우람에겐 주변에 그런 친절한 존재가 아무도 없었다.
저렇게 혼자 겉돌다 몬스터든, 마수든, 권속이든.
감당하지 못할 놈을 만나면 필시 죽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한 채로 혼자 쓸쓸하게.
“어쩌라고요.”
애써 사납게 대답하는 김우람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반사적으로 퉁명하게 말을 하긴 했지만, 겁이 나긴 한 것 같았다.
‘하긴. 본인이 가장 잘 알겠지.’
지금 자신이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말이다.
애초에 그 어떤 팀에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면, 미래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시를 당해온 시간만큼, 깊은 한숨이었다.
솔직히 상관하고 싶지 않다.
저런 싸가지 없는 중2병 환자 따위와 놀아주기엔, 자신이 감내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김우람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를 보았기에.
도저히 혼자 둘 수가 없었다.
“넌 앞으로 나만 따라다녀라.”
그래서 결심했다.
저 머저리를 변화시켜 주겠다고.
아일린이 자신에게 그러했듯이.
필요하면 두들겨 패서라도 그럴 것이다.
김우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가 좋든, 싫든 데리고 다닐 생각이었으니까.
“아저씨.”
이지아가 조심스럽게 서우진을 불렀다.
갑자기 험악해진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듯,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풀고 싶은 것 같았다.
“어, 그게…….”
마땅히 할 말이 없는 것 같았다.
아니면 잔뜩 굳어 있는 서우진의 표정을 보곤 겁을 먹었던가.
그런 이지아를 구해준 건 강병규였다.
“우진아, 온다.”
홱-
그 말에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아까 말했던 서쪽 팀. 곧장 여기로 달려오고 있어.”
아직 조를 나누지도 못했는데…….
괜한 시간 낭비 때문에 선수를 빼앗겼다.
“몇 명이나 돼?”
“열 명. 전부 다 몰려오나 보다.”
조를 나누는 대신, 한데 뭉쳐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해내겠다는 뜻이었다.
서우진이 씨익- 웃었다.
경직된 분위기를 풀기 위한 억지미소였다.
“계수지 씨.”
“네, 말씀하세요.”
“아까 말한 두 명 데리고 한 번 부딪혀 보실래요?”
갑작스러운 제안이다.
하지만 계수지는 미소를 지었다.
“좋네요, 그거.”
* * *
“저쪽 확실해?”
이성현이 다시 한번 확인했다.
“맞다니까. 아까 가는 거 봤어.”
팀원 중 하나인 유진아는 확신하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팀인지는 확인 못했지?”
“아쉽게도 못했어. 그래도 한 명 얼굴은 봤는데…….”
“누구?”
이성현의 물음에 유진아가 히히- 하고 웃었다.
“전에 창 들고 왔던 애 있잖아. 팀에 끼워달라고 하면서.”
“아, 그 싸가지 없는 새끼?”
이성현이 하하- 웃었다.
“용케 팀에 들어가긴 했네.”
“숫자가 딱 맞으니까 그렇지, 멍청아. 아무튼 다른 팀원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더라.”
유진아의 말에 이성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녀석은 B급이었지. 레벨은 30도 안 됐고.’
이성현이 그를 팀에 넣지 않은 이유는 성격도 성격이었지만, 스펙이 너무 딸리기 때문이었다.
대체 20레벨 대를 어디에 써먹는단 말인가?
‘만약 받아줬으면 우리 팀은 아홉 명이 된 거나 다름없었지.’
그래서 쫓아냈다.
발끈하며 덤벼들기에 적당히 버릇도 고쳐 줄 겸 몇 대 패는 것도 잊지 않고.
‘그런데 그 녀석 팀이 앞에 있다는 거지?’
놈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테니, 이쪽이 유리하다.
이성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좋아, 치자.”
“괜찮겠어?”
“그래도 조금 더 신중하게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지형은 저쪽이 더 유리한데.”
팀원들 중 일부가 우려를 표했지만, 이성현은 무시했다.
그는 그래도 됐다.
A급 38레벨, ‘블런트 워리어’.
이 팀의 조장이자 최강자였으니까.
“제가 한다면 하는 겁니다.”
사람 몸통만 한 거대한 망치를 어깨에 턱- 하고 걸치며 오만한 자세로 말했다.
그 모습에 팀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실력으론 이성현에게 닿지 못했으니,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저런 사람을 리더로 결정한 것이 자신들이기도 했고.
“유진아, 지금 바로 습격하자. 아직 우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테니, 기습해서 선기를 빼앗아야겠어.”
그 말에 유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B급의 ‘예거’인 그녀는 사냥꾼이라는 이름답게 기습과 탐색에 능했다.
고작 31레벨에 불과하긴 했지만, 이성현에게 그 능력을 인정받아 팀의 2인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난 좋아. 그럼 일단…….”
그녀가 계획을 입에 담으려 할 때였다.
“으하하! 쥐새끼들이 진짜 여기 있었구나!”
쩌렁쩌렁한 웃음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뭔가가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앙-!
“뭐, 뭐야?”
“피해!”
이성현의 팀원들이 혼비백산해서 주위로 퍼졌다.
갑작스럽게 퍼진 충격은 그 위력이 대단했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는지라 완전히 피하는 것도 어려웠다.
“커허윽!”
이성현의 망치보다 훨씬 흉악한 외형의 ‘마법봉’이 대지에 꽂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미처 회피하지 못한 팀원 중 하나가 깔린 채, 게거품을 물고 있었고.
“이런, X발! 구동환이다!”
“마법덜렁이야!”
습격자의 모습을 확인한 이들이 경악했다.
“으흐흐.”
구동환이 웃으며 자신의 ‘묠니르’를 들어올렸다.
주르륵- 하고 흘러내리는 핏물이 보였다.
그것에 맞은 용사는 당연히 죽진 않았지만, 전투는 불가능해 보였다.
“감히 우리 팀을 기습하려고 해?”
구동환의 눈이 번들거렸다.
리본 달린 노랑 드레스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광기였다.
“포위해!”
이성현이 다급히 명령했다.
‘구동환이라니…….’
용사들 사이에서 그는 엄청난 유명인이었다.
‘마법소녀’라는 어이없는 직업과 복장도 그렇지만, 강함 역시 용사들 중 탑을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야. 우리 열 명. 아니, 아홉 명이라면 충분해.’
아무리 구동환이 강하다 한들, 아홉 명의 용사와 동시에 붙어서 이길 수는 없다.
그건 백시우라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성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감을 불태웠다.
하지만 습격자는 한 명이 아니었다.
우득-
“아아아악! 내 팔!”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성현의 뒤쪽이었다.
기겁하며 뒤를 돌아보니 계수지가 용사 한 명을 그야말로 박살을 내놓고 있었다.
잡고, 부수고, 꺾는다.
그 말에 충실한 파괴였다.
고통을 견디지 못한 용사가 기절하자, 계수지가 손에서 힘을 뺐다.
풀썩-
팔다리를 덜렁거리며 쓰러진다.
“와, 이성현 팀이었네. 마침 잘됐다. 실험해 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성현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매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어, 수지 씨, 죄송한데 저놈은 제가 맡으면 안 됩니까?”
그때 구동환이 물었다.
“같은 오함마 사용자로서, 한번 붙어보고 싶은데.”
머쓱하게 웃으며 계수지에게 허락을 구하는 모습에, 이성현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치 다 잡아놓은 사냥감을 대하는 것 같지 않은가?
“이것들이 진짜 누굴 개호구로 보…….”
콰아앙- 퍽-!
“어?”
다리에 힘이 풀린다.
털썩- 주저앉아서 확인해 보니 오른쪽 무릎이 작살나 있었다.
마치 뭔가가 정확히 무릎을 꿰뚫고 지나간 것처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