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02)
#101화.
“아아악!”
김다혜는 숲을 울려 퍼지는 비명을 들으며 조준경을 조정했다.
무게 14㎏, 길이 1440㎜, 사용 탄약 50BMG(12.7×99㎜ NATO)탄, 유효사거리 1,800m.
[Barrett M82A1].그녀의 손에 들린 건, 현 시대 최강의 대물 저격 소총인 바렛이었다.
“한 명요.”
40레벨이 넘은 덕에, 김다혜의 마력 탄은 웬만한 A급 용사에게도 부상 입힐 수 있게 되었다.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스코프를 통해 다음 타깃을 찾았다.
“……뺏겼네.”
구동환이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계수지에게 허락을 맡고, 저 이성현이라는 놈과 한번 제대로 붙어볼까 했는데.
김다혜가 제일 빨랐던 것이다.
“총? 김다혜다!”
상대 팀원들은 혼비백산하며 주변의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콰앙- 쾅- 콰아앙-!
총보다는 대포가 더 어울리는 소음과 함께, 나무가 터져 나갔다.
그 뒤에 숨어 있던 용사들 역시 엄청난 충격에 비명을 질러댄 건 물론이었고.
“이런!”
구동환이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계수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있다간 김다혜에게 모든 먹이를 빼앗기게 생겼다.
유달리 호승심이 강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상대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고작 세 명.
한 팀을 전멸시키기엔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그들은 가능했다.
압도적인 레벨과 전투 센스.
그리고 갈고닦은 실전 경험 덕분이었다.
세 사람은 양 떼 사이로 파고든 늑대처럼.
종횡무진하며 사냥을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성현의 팔에 있던 띠를 획득할 수 있었다.
* * *
“음.”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걱정을 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수월하게 전투가 끝나 버렸다.
‘기선제압도 좋았고, 다혜의 기습도 괜찮았어.’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기습하니, 저들이 당황한 게 여기서도 여실히 느껴졌다.
만약 조금만 더 침착했더라면 지금보단 훨씬 나았을 텐데.
‘뭐, 팀장이 그 모양이니 허술한 것도 당연한 거지.’
서우진이 실소했다.
‘그나저나 저 정도 수준이면…….’
혼자서도 해볼 만할 것 같았다.
물론 뛰어난 팀은 좀 무리였다.
백시우 팀이 아니더라도, 몇몇은 구동환이나 계지수에 못지않을 정도로 강했으니까.
하지만 방금 와해된 수준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해 낼 만했다.
기습을 통한 선공으로 선기를 잡아야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첫 전투에서 띠를 하나 확보했으니,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와아, 이미 알고 있긴 했는데. 저분들 진짜 강하시네요.”
‘연금술사’ 박민성이 전투를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용사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니까요. 아마 열 손가락 안에는 들걸요?”
“정말 그런 거 같아요.”
박민성의 눈에 부러움이 서렸다.
아무래도 비전투 직업이었는지라, 전투에 대한 로망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세계의 용사가 되었는데, 물약이나 만들고 있으니 부러울 만도 했다.
“‘연금술사’도 좋은 직업이에요.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서우진은 박민성에게서 가능성을 봤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잘만 키우면 그 어떤 직업보다 큰 활약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박민성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서우진이 자신을 위로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 듯싶었다.
‘차차 알게 되겠지.’
굳이 지금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가치를 알게 될 테니까.
“우진아!”
그때, 강병규가 소리쳤다.
“또 온다!”
뒤를 쳐다봤다.
공격조의 전투는 이미 끝난 뒤였다.
“그럼 이번엔 방어조를 좀 볼까?”
서우진은 주위의 팀원들을 둘러보며, 다가올 전투를 준비했다.
“이런 미친…….”
“일곱 명밖에 없잖아! 근데 왜 못 뚫는 건데?”
서우진은 나서지 않았다.
상대팀은 아예 고지조차 올라오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이지아와 유홍설이 전위에 서서 길을 막았고, 뒤에서는 진태성이 온갖 원소마법을 뿌려댔다.
헬데인에서 맞춘 손발이 빛을 발하고 있던 것이다.
게다가…….
쨍그랑!
박민성의 ‘상태 이상 물약’이 꽤나 큰 활약 중이었다.
“아악! 내 발에 무좀이!”
“조, 졸려…….”
“정신 차려, 미친놈아! 갑자기 여기서 잠든다고?”
지속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고작해야 십여 초 정도.
심지어 레벨이 높은 이들은 더 짧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예상치 못한 ‘상태 이상’에 걸리자, 신경이 분산되어 도무지 제대로 된 전투에 임하지 못했던 것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남은 용사들이 착실하게 숫자를 줄여 나갔다.
“허허-”
서우진은 무슨 자동사냥을 하는 기분이었다.
가만있어도 공격과 방어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니, 오히려 심심할 지경이었다.
모두의 표정은 밝았다.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실감하고 있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명.
김우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전투도 못 끼어드냐.’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이지아, 유홍설, 진태성은 꽤 오랫동안 함께한 동료였으니까.
마치 물이 흐르듯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팀워크를 자랑했다.
그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건 문제였다.
서우진은 한숨을 쉬며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어? 우진아, 어디 가?”
정상에서 팀장인 서우진을 호위하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강병규가 물었다.
“저 녀석 좀 어떻게 해보려고.”
턱을 들어 김우람을 가리켰다.
“괜찮겠어? 괜히 팀장이 움직였다가 띠라도 뺏기면…….”
말하던 강병규가 고개를 갸웃했다.
반사적으로 걱정스러운 말을 내뱉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서우진이 띠를 빼앗길 것 같진 않았다.
뺏었으면 뺏었지.
“그래, 조심히 다녀와.”
그냥 보내주었다.
피식- 웃은 서우진이 김우람의 옆으로 다가갔다.
“야.”
갑작스러운 부름에 움찔- 놀라는 것이 보였다.
“여기 가만히 서서 뭐하냐?”
“그게…….”
“우리가 네 버스 기사도 아니고. 가만있다가 상품이나 받아 갈 생각은 아니겠지?”
일부로 좀 성질을 긁어봤다.
그러자 예상했던 반응이 나왔다.
“이제 막 공격하려고 했거든요?”
창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도저히 어디를 어떻게 공격해야 할지 몰라 주저할 뿐이었다.
“모르겠으면 물약이라도 던져. 그게 가만있는 것보단 나으니까.”
서우진의 차가운 말에 김우람이 입술을 짓씹었다.
화가 치밀어 오른 모습이었지만, 풀어줄 생각은 없었다.
“그게 싫으면 저 녀석들의 측면을 쳐. 딱 봐도 약하게 느껴지잖아. 정신도 없는 것 같고.”
김우람의 눈이 반짝 빛났다.
아니, 빛난 것 같았다.
머리카락에 가려 보이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실마리라도 찾은 듯, 땅을 박차고 서우진이 가리킨 쪽으로 몸을 날렸다.
“이놈은 또 뭐야!”
갑자기 난입한 김우람을 본 용사들이 급히 방어를 시작했다.
창술을 비롯해 실전경험도 한참 부족한 덕분에 김우람의 공격을 막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시선이 그쪽으로 쏠린 탓에, 또 다른 빈틈이 생겨났다.
“지금!”
유홍설의 외침과 함께 이지아가 주먹을 말아 쥐었다.
“쇼크 펀치!”
유치하기 짝이 없는 스킬 명이었다.
딱히 위협적이지도 않았고.
하지만 그 효과는 굉장했다.
콰아아아앙-!
이지아의 전면이 모조리 박살나기 시작했다.
나무는 마른 장작처럼 터져 나갔고, 용사들 역시 충격량을 견디지 못해 뒤로 날아갔다.
“태성 오빠!”
동시에 후방의 진태성이 마법을 사용했다.
‘파이어 윌리’.
파괴력에 특화되어 있는 불 속성 마법이었다.
후오오오오오-
불길로 이루어진 회오리가 전장을 휩쓸었다.
“으아악! 불! 불 꺼!”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부분이 전의를 잃고 쓰러졌고, 나머지는 유홍설이 표홀한 쌍검으로 마무리 지었다.
“허억- 헉!”
한쪽에서 김우람이 숨을 몰아쉬는 것이 보였다.
아주 잠깐 동안 겪은 전투였음에도 꽤 지친 것 같았다.
“호흡을 골라라.”
아일린이 항상 강조했던 것.
서우진은 그것을 김우람에게 전했다.
“그, 하악, 그게…….”
나름대로 호흡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고는 있었지만, 쉽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았다.
“호흡은 네 생명줄이야. 아무리 강해도 호흡이 안정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전투를 이어갈 수 없어.”
서우진도 무수히 경험해 보았다.
그렇기에 단호하게 말해줄 수 있었다.
얼굴이 새빨개져 억지로 호흡을 고르려는 김우람을 잠시 쳐다보던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대충 말은 잘 듣네.’
처음 봤을 때의 반골 기질을 생각해 보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것 같았는데…….
제대로 쓴맛을 봐서 그런지, 적어도 겉으로는 듣는 척이라도 했다.
그 정도면 됐다.
서우진은 발걸음을 옮겨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목표는 상대 팀장.
그는 몸에 붙은 불길을 끄고는 기진맥진해서 쓰러져 있었다.
“…서우진.”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진 것이 꽤 억울한 듯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의 팔에 있는 띠를 빼앗았다.
“고생하셨습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뒤로 돌았다.
‘이제 두 개.’
자신이 갖고 있는 것까지 합치면 세 개다.
3위권 안에 들기에는 충분할 것 같았다.
* * *
“으악! 백시우 팀이다! 튀어!”
“팀장 지켜! 팀장 지키라고 이 새끼들아!”
혼돈의 도가니였다.
호기롭게 공격을 나섰는데, 하필이면 상대가 백시우였다.
깜짝 놀라 도망을 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어느새 다가온 것인지, 그의 친구들과 다른 팀원들이 포위망을 구성한 지 오래였다.
“이걸로 네 개야.”
“쉽다, 쉬워.”
엘리트 친구들에게는 솔직히 너무도 쉬운 훈련이었다.
만나는 족족 격파하고 띠를 빼앗았다.
단 한 번의 패배도 겪지 않고 승승장구한 것이다.
“금방 끝나겠다, 시우야.”
성유라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훈련을 시작한 지 이제 고작 두 시간째였다.
그런데도 거의 절반에 가까운 팀을 와해시켰다.
이 기세라면 다섯 시간까진 필요도 없었다.
“그러게. 하지만 방심하지는 마. 아직 강한 사람들이 남아 있으니까.”
백시우는 서우진을 염두에 두고 말했다.
“그래 봤자 우리가 더 세.”
성유라가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대련 훈련에서 서우진이 백시우에게 승리한 것을 우연으로 치부했다.
운 좋게 거머쥔 승리.
물론 서우진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자신들에게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백시우는 굳이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제대로 겪어보면 생각이 바뀔 테니 말이다.
“이렇게 된 거, 그 아저씨네 팀이나 좀 찾아볼까? 이 기회에 콧대나 좀 꺾어두자.”
성유라가 말했다.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콱- 밟아버리는 거야. 그 아저씨 팀 보니까 다들 고만고만한 것이 쉬울 거야.”
“…재촉하지 않아도 네 말대로 될 것 같다.”
백시우가 한쪽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서우진과 그의 팀원들이 서 있었다.
마치 이쪽에 있다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놀란 표정도 없었다.
백시우의 시선이 살짝 아래로 향했다.
서우진의 손에 들려 있는 띠는 다섯 개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