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03)
#102화.
“이야, 여기서 보네요?”
서우진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섯 개의 띠가 흔들렸다.
자신의 팔에 착용한 것까지 합치면 여섯 개.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
“이제 우리만 남은 것 같은데.”
서우진 팀 여섯 개.
백시우 팀 네 개.
이번 싸움의 승자가 최후의 한 팀이 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냥 휴전할까요?”
어차피 상품을 받는 건 상위 3팀이다.
두 팀밖에 남지 않았으니 제국 비고에 들어갈 수 있는 건 확정.
굳이 싸울 필요가 없었다.
“웃기고 있네, 저 아저씨가. 누구 마음대로 휴전이에요?”
싸가지, 아니, 성유라였다.
그녀는 특유의 오만한 표정으로 코웃음을 치며 서우진 팀을 깔아보았다.
“저기요. 그때 한 번 이긴 거 가지고 너무 유세 떠는 거 아니에요? 누가 보면 진짜로 시우보다 강한 줄 알겠네.”
흥- 하며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진심으로 백시우가 훨씬 강하다고 믿고 있었다.
아니, 자신도 서우진보다 강하리라고 여겼다.
서우진은 D급, 자신은 SS급이었으니까.
아무리 날고 기어도, 등급의 차이는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럼 싸우자고?”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고운 법이다.
백시우에겐 존댓말을 쓰던 서우진이, 성유라에게는 반말을 찍찍 내뱉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성유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전투 준비 해.”
그녀의 말에 팀원들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SSS급 하나, SS급 하나, S급 셋. 그리고 A급 둘에 B급 셋이라…….’
등급만 보자면 이쪽이 열세였다.
서우진 팀에는 S급 이상의 팀원이 단 한 명도 없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비전투 직업이 두 명에, 꿔다놓은 보릿자루 김우람까지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은 확실히 밀렸다.
하지만 서우진은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과 팀원들은 등급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으니 말이다.
김다혜만 해도 그렇다.
C급 ‘화공’이었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강함은 최소한 B급 이상이다.
레벨의 힘도 있었지만, 적재적소에 그 능력을 잘 활용하기 때문이었다.
‘쉬울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질 것 같지도 않았다.
서우진 역시 팀원들에게 전투 준비를 명령했다.
그러면서 백시우를 살폈다.
언제 봐도 예의 바르고, 인성도 좋을 것 같은 얼굴이다.
실제로도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서우진은 찜찜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번 기회에 한번 알아보자.’
그에게서 보였던 마기의 실체를.
서우진이 ‘룬 데아’를 뽑아 들었다.
동시에 긴장감이 치솟기 시작했다.
서로 별다른 계획도 없이 정면에서 마주쳤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가장 열을 올리던 성유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버프를 쏟아붓는 것에 집중할 뿐,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일촉즉발의 상황.
계기만 주어진다면,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끊어지며 전투가 시작될 터였다.
가만히 상대를 노려보고 있던 서우진이 뒤를 향해 작게 신호를 보냈다.
김다혜를 향한 것이었다.
그녀는 멍하니 있다 그것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이어 인 더 홀이요.”
적막을 깨는 맹한 음성.
동시에 그녀의 손에서 동그란 수류탄이 날아왔다.
“피해!”
콰과광-!
수류탄이 터지며 날카롭게 가다듬어진 마력 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퍼버버벅-!
주변의 나무들이 순식간에 벌집이 되었다.
실제 수류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다.
물론 그것에 당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백시우의 팀원들은 하나같이 강력한 용사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지지부진하던 대치 상황이 깨졌다.
“먼저 갑니다아아압!”
이상한 기합과 함께 구동환이 전면으로 나섰다.
“걸즈 퍼스트키스 맥시멈 풀스윙!”
예의 스킬이 발동됐다.
구동환의 ‘요술봉’이 휘황찬란한 빛과 함께 대기를 찢어발기며 날아들었다.
쩌어어엉-!
“흡!”
‘금강역사’ 박진한이 맨몸으로 오함마를 막아냈다.
마치 쇠와 쇠가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가 터졌다.
“당신…….”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꽤 하는군.”
“꽤 하잖아?”
헬창은 헬창을 알아본다.
둘은 이 순간, 세상에 다신 없을 호적수를 맞이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뭐하는 짓이래?”
왠지 보지 말아야 할 걸 본 것 같아 급히 시선을 돌렸다.
근육빵빵한 사내들끼리 뜨거운 우정을 나누는 장면 따윈 궁금하지 않았다.
‘흠…….’
이지아가 폭풍처럼 주먹을 휘둘렀고, 그것을 임태은의 드래곤이 막아낸다.
계수지는 성유라의 모가지를 꺾기 위해 날아다니는 중이었다.
콰아앙-!
진태성과 김태진의 마법이 충돌하며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유홍설은 두 자루의 검으로 A급 용사를 유린하고 있었고, 강병규 역시 A급을 맡아 분발하는 중이었다.
‘박민성 씨는 좀 힘들겠네.’
전투 경험이 있는 강병규와는 달리, 박민성은 싸우는 법을 거의 몰랐다.
대신 온갖 물약을 던져 대며 다가오는 B급 용사를 견제하고 있었다.
문제는 김우람이었다.
연신 밀리고 있었다.
같은 B급이었음에도, 확연한 실력의 차이가 났다.
‘전체적으로 보면 백중세인가?’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쪽이 밀리고 있었다.
제대로 된 전투가 불가능한 인원이 세 명이나 되니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잘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당분간은 괜찮을 것 같네.’
밀리긴 하지만 패색이 짙지는 않았다.
저들은 잠깐만 버텨주면 된다.
자신과 백시우의 전투가 판가름날 때까지만…….
그 이후에는 명확한 승패가 정해질 터였다.
서우진의 시선이 백시우를 향했다.
그 역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제국의 보검을 꺼내든 채로.
‘어디 한번 볼까?’
서우진은 백시우와의 전투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엄청난 레벨의 차이가 있을 때도 이겼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50레벨 대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전을 생각해 보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때도 이겼는데, 지금이라고 질 리가 없었다.
‘룬 데아’를 서서히 들어올려 백시우를 겨누었다.
마력을 담자 푸른색의 찬란한 오러가 피어올랐다.
‘스킬은 자제하자.’
사용한다면 분명 훨씬 쉽게 승부를 가를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확인할 게 있었으니, 최대한 전투를 길게 끌어가 볼 생각이었다.
탓-
발끝에 체중이 실리고, 밀어내는 것과 동시에 서우진의 몸이 질주했다.
전면의 공기가 압축되며 거대한 벽을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서우진은 억지로 그것을 뚫었다.
콰아아아앙-!
순간적으로 음속을 돌파하며 소닉붐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백시우를 향해 ‘룬 데아’를 휘둘렀다.
스아아악-!
대련 훈련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와 힘.
그것을 눈치챈 백시우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하지만 놀람과는 별개로,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 서우진의 공격을 막아냈다.
쩌어어어엉-!!
거대한 충격파가 전장을 휩쓸었다.
등급과 레벨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이가 귀를 부여잡았다.
그들이 견뎌내기에는 너무도 강력한 마력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더 강해지셨네요.”
백시우는 ‘룬 데아’와 검을 맞댄 채, 감탄했다.
대련 훈련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다고 이토록 강해졌는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까 운이 좋았네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와 강해졌으니, 운이 좋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저도 놀고만 있진 않았습니다.”
백시우가 입술을 짓씹는 것이 보였다.
언제나 여유로웠던 그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서우진은 그것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분명 무슨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조금 더 도발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거참 궁금하네요.”
씨익- 웃으며 말하자, 백시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섬뢰.”
검이 뇌전으로 화하며 서우진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겪어본 스킬이다.
서우진은 당황하지 않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며 검을 피했다.
파지지지직-!
뇌전이 목을 스쳐 지나가며 찌릿한 통증이 일었다.
다른 용사들이라면 그것을 참지 못해 몸을 움츠렸을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통에 익숙하다.
바로 얼마 전에 전신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고통도 겪었으니, 이 정도는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검이 지나가고 드러난 빈틈을 향해 ‘룬 데아’를 찔러 올렸다.
쾌속하기 이를 데 없는 찌르기였다.
백시우는 대경실색하며 다시 한번 스킬을 사용했다.
“검막!”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는 긴박한 음성이었다.
동시에 그의 주위에 반투명한 막이 생성됐다.
카가각-!
놀랍게도 오러까지 피워낸 서우진의 찌르기를 막아냈다.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이내 부서졌지만, 그사이 백시우는 거리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
질문하려 했지만 서우진은 틈을 주지 않았다.
다시 한번 쇄도하며 이번엔 위에서 아래로.
직도양단의 기세를 담아 내리 그었다.
화르르륵-!
마력을 조금 더 쏟아 넣은 덕분에,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오러가 꽃피웠다.
“천뢰!”
‘검막’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백시우는 새로운 스킬을 사용했다.
일천 개의 벼락이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마치 뇌신이 강림한 것 같은 광경이었다.
콰과과과과과-!
귀를 찢는 듯한 천둥소리와 함께였다.
서우진이 얼굴을 구겼다.
생각보다 위력이 강했다.
천 개의 뇌전을 검 한 자루로 모두 막을 순 없었기에, 잠시 물러서기로 했다.
‘신속’.
진화한 스킬이 발동됐다.
서우진의 신형이 한 줄기의 빛이 되어 사라졌다.
마치 브리아니와 게랄드의 공간을 접는 능력과 비슷해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순식간에 뇌전의 영역을 벗어난 서우진의 표정이 전에 없이 심각해졌다.
백시우가 강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천뢰’는 서우진의 예상을 넘어서는 강력함을 지녔다.
하지만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방금 전처럼 ‘신속’으로는 쉽게 피할 수 있었고, ‘천공검’으로는 아예 박살을 낼 수 있을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표정이 심각해진 이유는 하나였다.
‘마기다.’
이번엔 확실히 느꼈다.
아주 미약한, 굳이 표현하자면 씨앗 정도의 크기였다.
그러나 마기는 마기다.
‘백시우에게 마기?’
이건 좋지 않은 신호다.
대체 어떻게 저 기운을 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림 전쟁이 시작되면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마왕인 내가 할 얘기는 아니지만.’
서우진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너.”
존대는 집어치웠다.
지금은 예의를 차릴 때가 아니었다.
“몸 안에 그건 뭐냐?”
서우진의 물음에 입술을 꾹 다물고 있던 백시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뜻입니까?”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모르는 건가?’
만약 자신의 몸에 깃든 마기를 알고 있었다면, 자신의 질문에 저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었다.
‘쯧.’
속으로 혀를 찼다.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뭔가 따로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서우진은 대공을 떠올리며 이제 그만 전투를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