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05)
#104화.
“휴가 말입니까?”
루데인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얼마 전에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휴가에서 서우진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마공이 직접 아카데미 측에 양해를 구했으니, 교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것이다.
“거기에 행선지는 또 메르노타인.”
“……안 될까요?”
서우진이 루데인의 눈치를 봤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렇게 계속 휴가를 쓰는 건 좀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지난번이야 마르테스의 부탁 때문에 쉽게 휴가를 나올 수 있었지만, 원래는 그렇게 막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외출이면 모를까.
“혹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의외로 루데인은 단칼에 휴가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서우진을 존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국의 기사임에도 백시우보다 서우진을 윗줄에 놓을 정도였다.
매번 교육 때마다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니, 합당한 이유만 있다면 자신의 권위로 휴가를 내줄 생각이었다.
“그게, 대공을 좀 만나고 오려고요.”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루데인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대공이요. 언제든 놀러오라고 하셨는데, 마침 그분께 볼일이 좀 있거든요. 아, 이유는 묻지 마세요. 그분과 저만의 비밀이니까.”
말하면서도 민망했다.
둘만의 비밀이라니…….
루데인이 미친놈이라고 생각 안 하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굉장했다.
대공이라는 이름값은 일개 기사에 불과한 루데인이 함부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휴가증을 내드리죠.”
서우진과 대공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 루데인도 알고 있었다.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할 정도면 둘의 사이가 생각보다 더 긴밀한 것 같았다.
어떤 의미로든.
“며칠이나 걸릴 것 같습니까?”
“내일이면 돌아올 거예요.”
1박 2일.
루데인이 묘한 눈초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굳이 풀어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덕에 일이 쉽게 풀렸으니 말이다.
“그럼 오늘과 내일 교육은 불참하시는 걸로 일러두겠습니다.”
어차피 오늘은 가이나스의 이론 교육이고, 내일도 단순한 대 몬스터 전투법이다.
서우진에게는 딱히 필요 없는 것들.
“감사합니다.”
즉석에서 작성된 휴가증을 들고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심각한 문제를 떠올렸다.
“…맞다. 기차 티켓.”
휴가 허락을 어떻게 받을지만 생각했지, 어떻게 갈지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마공한테 부탁하는 건 너무 염치없겠지?”
다짜고짜 하늘탑에 찾아가 티켓을 달라고 할 정도로 철면피는 아니었다.
“그냥 내 돈 주고 타야겠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1등석은 무리겠지만, 다른 좌석은 충분히 탈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모아둔 지원금이 꽤 되었으니까.
손에 든 휴가증을 펄럭이며 아카데미를 빠져나갔다.
오랜만에 혼자 즐기는 여유였으니, 기차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아카데미 제복이 아닌, 브리아니가 선물한 옷을 입은 탓에 시선이 많이 몰리진 않았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수도를 구경하다 보니, 금세 기차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
티켓을 파는 곳이 있을 텐데?
주위를 둘러보니 저 멀리 판매소처럼 생긴 게 눈에 들어왔다.
후다닥- 그쪽으로 달려가 보니, 역시 티켓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메르노타인 행 한 장 사려고 하는데요.”
“어느 좌석이 필요하십니까?”
매표원은 서우진을 한 번 훑어보더니 물었다.
고급스러운 옷을 확인하곤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 그냥 제일 싼 거요.”
사치를 부릴 필요는 없었기에 가장 싼 좌석을 골랐다.
그러자 매표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10골드입니다.”
“…네?”
10골드라니.
대충 백만 원 정도의 가치다.
아카데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지급하는 금액이기도 했다.
가장 싼 좌석이 백만 원이라니?
‘이게 무슨 미친 물가야!’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10골드입니다.”
매표원은 마치 기계라도 된 것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서우진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10골드를 꺼내 들었다.
“확인했습니다.”
돈을 받아 든 매표원이 종이 쪼가리 한 장을 건넸다.
황금 티켓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티켓이었다.
‘이게 백만 원.’
그럼 대체 황금 티켓은 얼마란 말일까?
상상도 되지 않아 생각하는 걸 멈췄다.
“10분 정도 남았나?”
다행히 기차가 도착하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플랫폼에 있는 의자에 앉아 주변을 구경했다.
“이 많은 사람이 그 비싼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거지?”
생각보다 이 세계에는 부자가 많은 듯했다.
허탈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는데, 옆에 누군가 앉는 것이 느껴졌다.
슬쩍 돌아보자, 반짝이는 은발의 여자였다.
서우진이 이 세계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던 브리아니만큼 아름다웠다.
“안녕하세요? 날씨 참 좋죠?”
손을 들어 은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인사를 건넸다.
“아, 네. 그러네요.”
서우진이 당황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이라도 가시나 봐요? 아니, 짐이 없는 걸 보면 그건 아닌가?”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에 서우진이 눈을 끔뻑였다.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와 이런 질문을 하는 저의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좀 볼일이 있어서요.”
애써 담담한 척 대답했다.
“그게 뭔지 알 수 있어요?”
갑자기 얼굴이 훅- 가까워졌다.
깜짝 놀란 서우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뭡니까?”
얼굴까지 빨개져서 물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여자는 쿡쿡- 웃으면서 의자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앉으세요. 안 잡아 먹으니까.”
“…저를 알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친근하게 나올 리가 없었다.
“아니, 오늘 처음 봐요.”
“그런데 왜?”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여자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그냥 관심이 조금 생겨서요.”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우진에게 한 발자국 다가섰다.
“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안 했네요.”
여인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곤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저는 레이나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기차에 오른 서우진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어어- 하는 사이 악수까지 하고는 자신의 이름까지 밝혔다.
다행히 좌석이 달라 함께 타지는 않았지만, 그녀 역시 메르노타인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끄응.”
머리를 긁적였다.
마치 뭔가에 홀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경험을 처음 해봐서 그런가?’
그럴지도 모른다.
오랜만의 여유에 마음이 풀어져서 일수도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서우진은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의 좌석을 찾아 이동했다.
“…여기네.”
가장 싼 좌석이라더니, 1등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허름했다.
고급 브랜드의 50평대 아파트와 판자촌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제대로 된 좌석도 없어 사람들이 서로 끼어 타 있는 상태였다.
“이게 10골드짜리야?”
어이가 없다 못해 황당할 지경이었다.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대충 근처의 빈틈에 앉았다.
‘이러고 네 시간이라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들떴던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아 버렸다.
“으그그극!”
네 시간 동안 좁아터진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보니 뼈마디가 굳어버린 것 같았다.
육체가 육체인지라 사실 그렇게 힘들진 않았지만, 그 좁은 곳에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덕분에 기차에서 내리자 마치 자유를 되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공성은 걸어가기엔 너무 머니까.”
이전에 아일린과 함께 왔을 때처럼 마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1골드입니다.”
마차도 비쌌다.
그래도 기차에 비하면 훨씬 저렴했기에 서우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차에 올랐다.
“근데 진짜 그 여자는 누구지?”
기차에서 내려 혹시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기차역에서 처음 만난 건 확실했다.
그만한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그렇다면 정말로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인데…….
“그래, 내가 어디 가서 빠지는 외모는 아니지.”
근거 없는 자신감만 차올랐다.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메르노타인의 정경을 구경했다.
“많이 좋아졌네.”
떠나기 전의 도시는 폐허와 비슷했다.
다크 엘프들의 테러에 브리아니와 게랄드의 싸움 때문이었다.
과연 이걸 재건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벌써 대부분의 건물이 본래의 모습을 찾은 상태였다.
“빠르다, 빨라.”
서우진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도시의 광경에 감탄하는 사이, 마차가 대공성 앞에 도착했다.
“…성은 아직 복구 못했네.”
도시와는 달리, 대공성은 여전히 붕괴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해할 수 없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고는 성문으로 다가갔다.
“이곳은 대공성입니다. 신분을 밝혀주십시오.”
전에 본 수문 병사와는 다른 사람이었지만, 건넨 대사는 똑같았다.
“아카데미에서 온 서우진이라고 합니다. 대공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는데…….”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병사가 안으로 들어갔다.
내심 자신을 알아봐 주지 않을까 하며 기대를 했는데, 아쉽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성문 앞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자, 병사가 다시 나왔다.
“대공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그의 태도는 조금 전보다도 훨씬 정중해져 있었다.
“감사합니다.”
성문 안으로 들어간 서우진은 이전과 똑같은 절차를 거쳤다.
심지어 루마스라는 이름의 집사가 마중을 나온 것까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 네. 정정해 보이시네요.”
“용사님 덕분입니다.”
루마스는 작게 미소 지으며 서우진을 마법진으로 인도했다.
“어머, 왔니?”
브리아니가 서우진을 맞았다.
예의 그 아름다운 얼굴로 반겨주는 걸 보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오랜만에 뵙네요.”
“오랜만은 무슨. 며칠이나 됐다고.”
실제로 고작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재회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무슨 일 있니?”
“그…….”
살짝 긴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브리아니를 믿긴 하지만, 과연 이 이야기를 꺼내도 될지 걱정됐다.
서우진이 머뭇거리자,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우리 사이에 비밀이 어디 있다고 그렇게 망설이고 그래?”
그 모습에 서우진은 긴장이 풀렸다.
“하긴, 그러네요.”
마음이 편해지자, 입이 쉽게 열렸다.
“혹시 마기에 대해서 잘 아세요?”
“…마기?”
브리아니가 서우진을 묘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설마 네 이야기를 하자고 온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이 있긴 하구나?”
그녀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에게 마기가 느껴지는 건 어떤 경우에 가능할까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브리아니가 미간을 찌푸렸다.
“용사에게 마기라…….”
잠시 서우진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러기를 한참.
브리아니의 입이 열렸다.
“마왕의 종이 되기로 맹세한 경우, 심마가 깃든 경우, 마기를 직접 받아들인 경우, 스스로의 격을 영락시킨 경우.”
생각보다 많았다.
“그중에 넌 어떤 거니?”
브리타니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서우진을 꿰뚫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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