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06)
#105화.
“그중에 넌 어떤 거니?”
그 질문에 서우진은 숨을 들이켰다.
브리아니가 마기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진즉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놀랐다.
“…저는.”
“농담이야. 내가 전에 얘기했지? 불문에 부치겠다고.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렴.”
브리아니가 손을 뻗어 서우진의 머리를 헝클었다.
“아무튼 내가 알기론 이 정도가 전부란다. 이것도 너 때문에 조사해서 알게 된 거고.”
생각해 보면 브리아니는 서우진이 어떻게 마기를 지니게 되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했었다.
‘이 멍청한 놈.’
그 기억을 먼저 떠올렸다면 메르노타인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결과적으론 잘됐다.
그 후에 브리아니가 조사를 해서 몇 가지 경우를 알아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럼 그렇게 마기를 얻은 용사는 어떻게 되돌리나요?”
원인이 될 만한 것들을 알았으니, 해결 방법을 찾을 차례였다.
만약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패야 한다면, 흔쾌히 그럴 용의도 있었다.
하지만 브리아니에게서 나온 대답은 서우진이 기대하던 것이 아니었다.
“그건 나도 몰라.”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거든. 꽤나 열심히 조사했는데…….”
브리아니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조금 감동했다.
마기를 없앨 방법을 조사했다는 건 자신을 위한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충분히 도움이 됐거든요.”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원인은 그녀가 찾아줬으니, 나머지는 스스로 해결하면 된다.
“미안해. 애써 여기까지 왔는데.”
서우진이 웃었다.
“이렇게 대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오랜만에 여유로운 날을 보내기도 했고.”
서우진의 말에 브리아니가 피식- 했다.
“잠깐 못 본 사이에 느끼한 말만 늘었네?”
“그러게요. 아, 그런데 도시가 많이 좋아졌더라고요.”
주제를 돌리기 위해 서우진이 자신이 본 광경을 입에 담았다.
“하늘탑에서 꽤 많은 지원을 해줬거든. 우리도 가산을 탈탈 털어서 복구에 힘쓰고 있고. 당연히 빠를 수밖에 없지.”
“그런데 대공성은 왜 아직 그대로인가요?”
그게 좀 이상했다.
서우진의 생각대로라면 가장 먼저 대공성부터 수리를 했을 텐데 말이다.
“본성은 가장 나중이야.”
“예?”
“내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최우선이지. 이런 성은 나중에 재건해도 돼. 어차피 방은 많으니 비바람 맞으면서 잘 걱정도 없고.”
“아…….”
조금 부끄러워졌다.
당연히 도시의 주인인 대공의 성부터 고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그 주인은 자신의 백성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서우진의 낯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자신의 질문이 대공의 격을 떨어뜨렸다는 걸 알기에,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럴 필요 없단다. 안 그래도 메이거스나 루마스도 성부터 수리해야 한다고 조르고 있다니까? 내가 그렇게 설명을 해도 말을 들어 처먹질 않아. 네가 가서 그 둘 좀 말려 주지 않을래?”
더는 서우진이 민망해하지 않도록 일부러 짓궂게 이야기했다.
덕분에 서우진이 피식- 하고 웃었다.
“아, 그런데 이거 어떡하지?”
“무슨 일 있으세요?”
“내가 도시 재건 문제로 조금 바쁘거든. 오늘은 더 이상 시간을 낼 수가 없어.”
미안한 기색이 가득했다.
“애초에 연락도 없이 무작정 찾아온 건 저니까요. 괜찮아요.”
“미안해. 대신 내일 재밌게 놀아줄게.”
“그, 그러세요.”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말투에 서우진이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얘기해 둘 테니까, 좀 쉬고 있으렴. 심심하면 밖에 나가서 구경도 좀 하고.”
브리아니는 정말로 바쁜 와중에 잠깐 시간을 낸 것인지, 그 말을 끝으로 공간까지 접어가며 사라졌다.
혼자 남은 서우진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어떻게 한다?”
브리아니도 마기를 없앨 방법을 알지 못한다니, 다른 쪽으로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그 녀석은 대체 어떻게 마기를 얻은 걸까.”
마왕의 종이 되기로 맹세한 건 아닐 것이다.
그러기엔 백시우는 너무도 바른 사람이었다.
‘용사의 표본 같은 놈이지.’
그럼 심마가 든 경우인가?
가능성이 있었다.
무협소설에 가끔 나오는 얘기다.
높은 경지에 이른 고수가 뭔가 삐끗해서 심마에 들어 미친놈이 된다는 설정 말이다.
백시우의 레벨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있을 법했다.
“마기를 직접 받아들인 경우라면. 로지 루비의 보석을 흡수했을 때랑 비슷한 거겠지?”
직업의 영향이 더 크긴 하지만, 당시를 생각해 보면 이 가설도 맞긴 했다.
어쨌든 마기를 받아들여 몸에 안착시켰으니 말이다.
“이것도 가능성 있어.”
백시우가 뭔가를 잘못 주워 먹었을 확률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었으니까.
“…스스로의 격을 영락시킨 경우라는 건.”
모르겠다.
격을 높일 방법도 모르는데, 그걸 떨어뜨릴 방법이라고 알까?
그러니 가능성의 여부를 따질 수도 없었다.
“이 둘 중 하나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심마가 깃들었거나, 뭘 잘못 먹었거나.
경우의 수를 알았으니 아카데미나 하늘탑에 가서 은근슬쩍 알아봐야겠다.
“이제 뭐하지…….”
브리아니도 없는데 대공성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구경이나 나갈까?”
지난번에 왔을 땐 메르노타인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구경이고 뭐고… 죽다 살아났으니까.
아직 도시가 완전히 재정비가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 바퀴 둘러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서우진은 응접실을 나와 도시로 향했다.
“확실히 휴양지 느낌이 나네.”
수도와는 다른 분위기다.
건축 양식도 달랐고, 사람들의 표정도 달랐다.
아예 다른 국가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기차타고 고작 네 시간 거리인데 이렇게 다르다는 게 신기하네.”
길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끔찍한 일이 언제 벌어졌었냐는 듯, 그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서우진은 마치 관광을 온 것처럼, 도시 곳곳을 돌아다녔다.
길거리 음식도 먹고, 팀원들에게 줄 기념품 비스무리 한 것들도 무더기로 샀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문득 아일린이 떠올랐다.
“그냥 같이 올걸 그랬나?”
민감한 이야기가 오갈 자리였기에 일부러 혼자 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함께 오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소용없었다.
당장 데리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괜히 쓸쓸해진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공성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냥 돌아가서 쉰 다음, 내일 아침 일찍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몸을 돌린 서우진이었다.
하지만 걸음을 옮기지는 못했다.
“여기서 또 보네요?”
레이나가 눈앞에 서있었다.
두근-
서우진은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뭐지?’
그녀의 얼굴을 보자 이상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수도의 기차역에서 처음 봤을 때와는 달랐다.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아니다.
오히려…
‘정 반대다.’
긴장감이 치솟아 올랐다.
동시에 머릿속에 위험신호가 울려 퍼졌다.
왜인지는 모른다.
분명 아까와 같은 사람인데, 느끼는 감정이 이리도 다르다니?
자신도 모르게 ‘룬 데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중간에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스윽-
레이나의 손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서우진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긴장을 잔뜩 끌어올린 상태에서 저런 단순한 움직임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
레이나가 입술이 벌어졌다.
새하얀 치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감이 좋은 녀석이네.”
“무슨……!”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팔을 빼려 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서우진의 힘을 아득하게 넘어서는 완력이었다.
“잠시 자고 일어나는 게 좋겠다.”
순간 레이나의 눈에서 붉은 기운이 폭사됐다.
‘…마기.’
포근하고도 익숙한 그 기운이 서우진의 몸을 집어삼켰다.
저항해 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서우진은 서서히 감겨오는 눈꺼풀을 느끼다, 이내 완전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대공성이 발칵 뒤집혔다.
처음엔 단순히 외출이 길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브리아니는 조금 서운했지만, 그래도 잠시 후엔 돌아올 것이라 생각해서 기다렸다.
그런데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날 때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카데미로 연락을 취해봤다.
그곳에서도 서우진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제야 브리아니는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갔다는 걸 깨달았다.
직후, 메르노타인 전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서우진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분명 도시 이곳저곳을 구경한 흔적이 남아 있긴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치 증발하듯 모습을 감추었다.
휘하 기사와 병사들만으론 부족하다 여겨 브리아니가 직접 행차했다.
그리고…
대로 한복판에서 마기의 흔적을 찾았다.
“목격자는?”
“죄송합니다. 그 누구도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는 자가 없었습니다.”
브리아니의 표정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게랄드를 마주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늘탑에 지원을 요청해.”
“이미 마공께서 내방을 약조하셨습니다.”
“서두르라고 전해, 느낌이 매우 좋지 않다고.”
“명을 받듭니다.”
메이거스가 짧은 군례를 마치곤 방을 나섰다.
“하아-”
혼자 남은 브리아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서우진은 대로 한복판에서 납치를 당한 게 분명했다.
수십, 수백 명이 그 장소에 있었음에도 그 장면을 목도한 이가 아무도 없었다.
브리아니는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존재들을 알고 있었다.
“개잡종 같은 광신도 놈들이 또다시 나의 도시에 찾아왔어.”
마왕의 추종자.
그들 중에서도 게랄드와 같이 특출한 놈이 분명했다.
‘보통 마기가 아니야.’
남아 있는 마기의 향기가 너무도 미약하기에 많은 것을 알아낼 순 없었다.
하지만 그것의 주인은 적어도 게랄드와 같은 수준.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었다.
“누굴까?”
몇몇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놈들 중엔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고를 저지를 만한 능력을 지닌 이가 없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놈이라는 건데.”
그렇다면 더 큰일이었다.
제국 정보국 크루시엘조차 파악하지 못한 놈이라면, 흔적을 쫓는 것이 매우 힘들 테니 말이다.
문득 마기에 대해 묻던 서우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혹시 관계가 있는 걸까?”
그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공교로웠다.
마기에 대해 질문한 날, 마기를 풍기는 이에 의해 납치가 되었으니 말이다.
“루마스.”
브리아니가 집사를 불렀다.
문이 열리고 루마스가 들어왔다.
“우진이의 최근 행적을 모두 알아와.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소한 것도 빼놓지 말고.”
“알겠습니다.”
루마스가 나가자 다시 시름 어린 표정이 되었다.
‘제발 무사하길.’
아직 서우진에게 진 목숨 빚을 모두 갚지 못했다.
적어도 자신이 그것을 모두 갚기 전까진, 아무 일 없길 빌고 또 빌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