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08)
#107화.
“발견했습니다.”
메이거스였다.
그는 다급함을 속으로 감춘 채, 애써 담담하게 보고를 올렸다.
“…어딘데? 살아는 있어?”
브리아니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메이거스의 말을 재촉했다.
“탈란 행 기차의 내부였습니다. 그리고 살아계십니다.”
서우진의 생존 소식에 브리아니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하루 동안 피가 마르는 듯한 경험을 했다.
자신의 땅에서 생명의 은인이 납치되어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다.
심지어 흉수가 누구인지도 밝혀내지 못했으니, 그녀의 심정이 어떠할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어떤 놈들인지 밝혀냈어?”
“우진 님이 이름 하나를 말씀해 주시긴 했습니다.”
브리아니의 눈매가 좁아졌다.
짙은 살기가 줄기줄기 흘러 나왔다.
“레이나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레이나?”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는 듯, 브리아니가 고개를 갸웃했다.
“…칠흑의 지배자 혈족이라고 합니다.”
콰드드득-
브리아니가 앉아 있던 의자의 손잡이가 짓이겨지며 가루로 변해 땅으로 흘러내렸다.
“그 더러운 모기 새끼들이 감히!”
그녀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불타올랐다.
뱀파이어 혈족.
놈들은 다크 엘프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마왕의 추종자들이었다.
인간의 피를 빨고, 권능을 이용해 제 영역을 늘리는…….
질병 그 자체.
브리아니는 놈들이 자신의 땅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조차 역겨웠다.
“채비해.”
“어디를 가시려는지요?”
“탈란으로. 우진을 만나야겠어.”
서우진의 무사한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봐야겠다.
겸사겸사 그 모기 새끼들의 흔적도 찾고.
“뼛조각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불살라 주지.”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이를 악무는 주인의 모습에 메이거스가 마른침을 집어삼켰다.
* * *
하루가 지났다.
제국 남부에 있는 탈란이라는 도시에서 정신을 차렸다.
기차에서 잠에 들 듯 기절한 뒤, 눈을 뜨니 여기다.
체감은 벌써 수일을 보낸 것 같은데, 고작 하루밖에 흐르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혹여나 또다시 아카데미로 복귀하는 것이 너무 늦어져 사람들의 걱정을 사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조금 늦을 것 같긴 하지만.’
오늘 돌아가진 못할 것 같으니, 결국 늦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후우-”
한숨을 쉬는 서우진의 앞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용사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
아이였다.
여덟 살쯤 됐을까?
서우진이 정신을 차리고 난 뒤부터 옆에서 계속 챙겨주는 고마운 아이였다.
“아, 괜찮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
“헤헤, 아니에요. 제 일인걸요.”
“브리오라고 했었지?”
서우진이 묻자,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 기억하고 계셨네요.”
설마 용사가 자신의 이름 따위를 머리에 담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감격한 눈치였다.
“혹시 내가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알아? 아저씨가 급히 돌아가 봐야 하거든.”
지금 서우진이 있는 곳은 탈란의 한 저택이었다.
이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의 집들 중 하나라고 했다.
다행히 현재 자리를 비워 마주칠 일은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순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돌아가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지금 서우진은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돈주머니를 잃어버려서 기차 티켓을 살 돈도 없고.’
레이나가 가져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엔 너무도 격조 높은 괴물이었다.
애초에 돈주머니를 가져갈 거면, 서우진이 갖고 있는 값비싼 아이템들도 챙겼겠지.
돈이 궁해 보이진 않았으니, 아마도 정신을 잃었을 때 누군가 슬쩍 한 것 같았다.
그런 이유로 서우진은 자신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자비로운 누군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꼼짝없이 여기에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소식이 하나 왔어요. 메르노타인에서 용사님을 모시러 사람들이 오고 있대요!”
‘메르노타인이라니! 대단하지 않아요?’라고 소리치는 브리오의 모습에 서우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공이 내 소식을 들었나 보구나.’
다행이었다.
브리아니에게 괜한 수고로움을 끼쳐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역시 하루 정도는 늦겠네.’
이번엔 정말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 또다시 사고에 휩싸였다.
당분간 외출을 하지 말자고 결심했던 걸 지켰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 텐데.
‘아니지. 더 큰 일에 휘말렸을지도 몰라.’
서우진은 레이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괜히 아카데미 같은 곳에 들락거리다 걸리면 귀찮아지기도 하고.”
그런 말을 한 것으로 봐선, 아카데미에 침입할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괴물을 아카데미에서 맞닥뜨렸다면?
혼자만 당한 지금과는 달리,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대체 난 무슨 일에 엮인 거냐?’
이 세계에 소환이 되고, ‘마왕’이라는 직업을 얻으면서부터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하고 좋지 않은 일에 계속 연루되고 있었다.
계속 늪에 빠져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용사님?”
브리오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응?”
퍼뜩-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자, 녀석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괜찮으세요? 많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브리오는 서우진의 눈치를 살피다, 찻잔에 든 따뜻한 음료를 한 잔 건넸다.
“탈란에 오셨으니까 이제 괜찮으실 거예요. 여기엔 괴물도 없고, 용사님한테 나쁜 짓을 할 사람도 없거든요.”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자부심일까?
행색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음에도, 브리오는 탈란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았다.
“그래, 고마워.”
서우진이 그런 아이를 향해 웃어주었다.
“아, 혹시. 메르노타인에서 누가 오고 있는지 알 수 있니?”
메이거스? 루마스? 아니면 대공성의 이름 모를 병사들이 올지도 모른다.
서우진은 그나마 안면을 익힌 메이거스나 루마스가 왔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물었다.
그런데 브리오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나왔다.
“대공께서 직접 오신다고 들었어요! 와아, 대공이라니. 진짜 그분이 여기로 오시는 걸까요? 헛소문이겠죠?”
대공 브리아니.
그녀가 직접 탈란으로 온다는 말에 서우진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그런 거물이 자신을 보러 여기까지 온단 말인가?
문이 열렸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사자 갈기와 같은 붉은 머리카락이었다.
‘오셨네.’
사실 문이 열리기 전부터 그녀가 도착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밖이 소란스러웠으니까.
서우진은 몸을 일으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어떻게 여기까…….”
“괜찮아? 몸은 좀 어때? 어디 다친 덴 없어? 피는? 피는 안 빨렸겠지? 그 미친 모기 새끼가 무슨 해코지는 안 했고? 대답 좀 해봐!”
말할 틈도 안 주시는데요.
이지아의 뺨도 때릴 수 있는 질문의 폭풍에 서우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진정하시지요.”
보다 못한 메이거스가 뒤에서 그녀를 말리기까지 질문은 계속 됐다.
“저는 괜찮아요. 몸에 조금 힘이 없는 걸 빼면 부상도 없고, 멀쩡해요.”
기운이 없는 것도 레이나라는 천외의 괴물을 만나 진이 빠진 탓이다.
그걸 제외하면 서우진의 상태는 꽤 괜찮았다.
하지만 브리아니는 안심을 하지 못하는 듯, 서우진의 몸을 이곳저곳 살폈다.
“대공…….”
밖에서 싸우고 돌아온 아들을 살피는 듯한 엄마의 모습에, 메이거스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그녀를 불렀다.
“왜, 뭐. 어쩌라고.”
물론 브리아니는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좋아, 괜찮네. 이빨 자국도 없고. 안심해도 되겠어.”
한참 동안이나 상태를 살펴본 뒤에야 서우진을 놔주었다.
“계속 괜찮다고 했는데요.”
서우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내 눈으로 본 것 외에는 안 믿는 편이야.”
당당하게 말했다.
‘왜 나한테 이렇게 호의적일까?’
그런 브리아니의 모습에 서우진은 의문을 가졌다.
자신이 용사라서?
게랄드와의 싸움에서 한 손을 거들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생명의 은인이라고 했지만, 서우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브리아니가 당하면 어차피 자신도 죽을 테니, 도운 것뿐이었으니까.
그런데도 자신을 더없는 호의로 대한다.
서우진은 그것이 부담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이런 일에 직접 여기까지 온 것도 그랬다.
대공이라는 이름이 함부로 움직일 정도로 가벼운 것도 아닐 텐데.
“감동했어?”
서우진의 눈빛을 읽은 것일까?
브리아니가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아뇨, 뭐. 감동까진 아닌데.”
슬쩍 시선을 피하니 푸하하- 하고 웃는다.
확실히 기품있는 얼굴과는 전혀 다른 행동이었다.
서우진의 등을 팡팡- 두드린 브리아니가 이내 진정을 하고는 뒤로 고개를 돌렸다.
“메이거스를 제외하고 모두 나가. 나는 우진이랑 할 얘기가 좀 있으니까.”
그녀의 말에 브리오와 수행인들이 썰물 빠지듯 방을 나갔다.
셋만 남았다.
브리아니가 서우진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 물었다.
“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얘기해 봐.”
그런 브리아니의 눈은 분노로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게랄드가 죽었어?”
그러고 보니 브리아니는 그 사실을 모를 만도 했다.
서우진도 레벨 업을 하고 나서야 눈치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역시 모르고 계셨네요.”
예상하고 있긴 했지만, 게랄드를 죽인 건 그녀가 아니었다.
‘그럼 대체 누굴까?’
그런 괴물을 죽일 만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텐데.
“응, 지금 알았어. 누가 죽였는지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닌데…….”
서우진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브리아니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 나도 가르쳐 주고 싶긴 한데, 함부로 대답해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
“그래요?”
서우진이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아무튼, 게랄드가 어떻게 죽었는지 밝혀내기 위해서 너를 납치했다고?”
“명령을 내린 사람이 있는 것 같았어요.”
게랄드와 레이나 같은 괴물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존재는 대체 뭘까?
짐작도 되지 않는다.
“……인가?”
“네?”
방금 브리아니가 무슨 말을 한 것 같았는데, 다른 생각을 하느라 못 들었다.
“아니야. 일단 그건 내가 한번 알아볼게.”
다급히 말을 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해줄 수 있는 말이었으면 벌써 해줬겠지.’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경을 거뒀다.
“이제 그만 돌아가야겠어. 너도 메르노타인으로 가자.”
“아, 저는 아카데미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은데. 휴가가 오늘까지거든요.”
“응? 오늘 같이 놀기로 했었잖아.”
그렇게 약속하긴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놀 생각이 들 리가 만무했다.
“지난번에도 늦었으니까, 이번엔 제때 복귀해야죠.”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자 브리아니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대신 조만간 꼭 한 번 놀러와.”
“알겠습니다.”
안 오면 잡아먹을 것 같은 그녀의 눈빛에 서우진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거스, 우진이 돌아갈 수 있게 수도 행 티켓 하나 끊어줘.”
서우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집으로 돌려보내 줄 자비로운 사람은 역시 대공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그녀가 다시 한번 외쳤다.
“1등석으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