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1)
#10화.
“새끼라면서요?”
“맞아요.”
“보통 3미터쯤 되는 호랑이를 새끼라고 부르지는 않거든요?”
“저건 호랑이가 아니라 트랑가니까요.”
아일린의 대수롭지 않은 대답에 서우진은 입을 다물었다.
‘저거랑 싸울 수 있을까?’
아일린은 자만하지 말라 했었지만, 솔직히 서우진은 조금 자신 있었다.
트랑가의 새끼에 대한 설명을 듣긴 했지만, 그래도 2레벨이 된 자신이라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건 오산이었다.
‘발톱에 스치기만 해도 걸레 조각이 되겠네.’
왜 스노울을 ‘따위’라고 취급했는지 알 것 같았다.
시베리아 호랑이도 저것보단 덜 무서울 것 같았다.
“형님……?”
서우진은 혹시나 하고 불러보았지만, 당연하게도 트랑가의 새끼는 포효만 내지를 뿐이었다.
“방금 뭐 한 거죠?”
아일린이 왠지 못 볼 꼴을 봤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지만, 서우진은 애써 외면했다.
역시 동화는 동화에 불과했다.
“방패병 앞으로!”
트랑가의 새끼는 총 세 마리.
기사 한 명이 그중 두 마리를 상대하고, 나머지 한 마리는 서우진이 맡기로 했다.
“병사들 지원은 없습니까?”
“그들은 어미 트랑가를 사냥해야 해요.”
아일린의 대답에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대체 왜 기사들을 이렇게 놀려두는지 모르겠다.
스노울 같은 몬스터야 그리 강하지 않고 머릿수가 많으니 병사들이 나서는 게 맞겠지만, 트랑가는 고작 한 마리다.
그런데 트랑가 새끼 사냥은 기사가 투입되고, 어미는 병사들이 맡는다?
‘그러니까 그렇게 피해를 입지.’
매년 발생하는 수많은 전사자는 이런 비효율적인 토벌 방식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은데, 북방의 토벌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요.”
이번에도 아일린에게 생각을 읽혔다.
서우진은 그녀가 독심술을 익힌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제가 생각할 땐 그렇게 복잡할 것도 없…….”
“거기까지만. 일단은 눈앞의 상대에게 집중하세요.”
서우진이 따지듯 물으려 했지만, 아일린은 냉정하게 그 말을 막았다.
“잡생각을 하면서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건 설명해 드렸을 텐데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무리 아일린이 곁에 있다고 해도, 그녀는 정말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나서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죽지 않을 정도면 그냥 가만히 보기만 한다는 것이다.
팔, 다리가 찢겨 나가도 마법으로 이어 붙일 수 있다는 끔찍한 소리를 해대면서 말이다.
그러니 그녀의 말대로 지금은 병사들의 상황보단, 앞으로 닥칠 일부터 걱정해야 했다.
“후우-”
서우진은 심호흡하며 허리에 차고 있던 흑색 검을 풀었다.
“이것 좀 부탁해요.”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판에, 검 하나가 덜렁거리면 집중만 깨질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아일린은 아무 말도 없이 흑색 검을 받아 들었다.
“잊지 마세요. 트랑가의 약점은 미간이에요.”
어제부터 귀에 박히도록 이야기를 들었다.
서우진의 실력으론 트랑가의 가죽에 흠집도 내기 힘들다고.
그것이 새끼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노려야 할 곳은 오직 하나.
‘미간뿐.’
그곳을 공격한다면 검에 마력 한 줌 담지 못하는 서우진이라도 트랑가를 죽일 수 있었다.
물론 1㎜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찔러야겠지만…….
서우진이 검을 꺼내 들었다.
스르릉-
예의 날카로운 소음이 서우진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다른 쪽은… 벌써 끝났고.’
기사가 맡기로 한 두 마리의 새끼 트랑가는 이미 머리가 잘린 뒤였다.
아일린과 이야기를 하는 그 잠깐 사이, 사냥을 끝낸 것이다.
‘강하긴 진짜 강하구나.’
자신도 모르게 슬며시 고개를 드는 잡생각에 서우진은 머리를 흔들었다.
“집중, 집중.”
하나 남은 새끼 트랑가는 자신의 형제들이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서우진과 아일린을 경계하고 있었다.
날카롭게 발톱을 세우고 털이 곤두서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백호였다.
톱날 같은 이중 이빨만 아니었다면, 조금 귀여웠을지도 몰랐겠지만…….
지금은 그냥 괴물, 그 자체였다.
트랑가는 아일린 쪽을 쳐다보다, 슬쩍 서우진을 곁눈질했다.
쿠웅-!
그러곤 그대로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이런!”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아일린을 경계하느라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판단이 틀린 것이다.
“영리하다더니!”
서우진은 재빨리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레벨 업을 한 덕분인지, 확실히 이전보다 몸의 움직임이 가벼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이었다.
놈의 움직임이 워낙 빠른 탓에, 팔뚝만 한 발톱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피하기엔 늦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흐아압!”
새끼 트랑가의 발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자세가 불안정하긴 했지만, 온 힘을 다한 일격이 발톱과 충돌했다.
쩌엉-!
“크윽…….”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만약 레벨 업을 하지 않았다면 무조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상승한 근력은 검을 단단하게 고정시켜 주었고, 덕분에 서우진은 놈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설마하니 발톱을 막아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인지, 새끼 트랑가의 눈에 당황이 서린 것이 보였다.
‘지금!’
놈이 잠깐 움직임을 멈춘 잠깐의 틈.
서우진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검을 미간을 향해 찔러 넣었다.
터어엉-
“아오, 아쉽네.”
걸쭉한 탄식이 들려왔다.
당연하게도 아일린의 음성은 아니었다.
“오셨습니까?”
“어, 그래. 잘되고 있냐?”
방금 새끼 트랑가 한 마리를 일 검에 쪼개 버린 기사였다.
“나쁘지 않습니다.”
“……확실해?”
기사가 의심스럽다는 듯 쳐다보자, 아일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고작 이틀째이니까요.”
“하긴. 검 든 지 이제 이틀 된 놈한테 새끼 트랑가를 상대하라고 던져두고 뭘 기대하겠냐.”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서우진이 이길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서우진의 실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아일린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홀로 전투를 시킨 것은, 최대한 많은 실전을 경험하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이기면 좋겠지만, 힘들겠지?”
“불가능할 겁니다.”
새끼 트랑가는 베테랑 병사들도 혼자 상대하지 못한다.
다섯 개의 십인대는 투입되어야 수월하게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새끼 트랑가를 서우진이 홀로 싸워 이긴다?
어렵다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했다.
덕분에 아일린은 검에 손을 가져다 댄 채, 언제든지 달려 나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둔 상태였고.
“용사에 대해 익히 들어서 알고 있긴 하다만, 어제랑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겠는걸.”
확실히 어제 스노울을 처음 상대했을 때의 움직임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것은 단순히 레벨 업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제 조금 빡세게 굴렸습니다. 영주님께서 죽지만 않게 하면 된다고 하셔서…….”
“제대로 된 실전을 경험했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기사는 아일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목숨을 걸고 싸워본 자와 그렇지 않은 자.
그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리고 푸른 방패의 기사들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아일린과 기사는 서우진의 움직임에서 0.1초도 눈을 떼지 않으며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갔다.
반면 서우진은 그들의 대화를 들을 틈이 없었다.
잠깐이라도 신경을 분산시켰다간 그대로 죽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몬스터의 살기가 쏟아지자, 아일린이 구해줄 거란 생각 따윈 들지도 않았다.
‘진짜 죽는다! 이번엔 진짜 죽어!’
머리로 떨어져 내리는 커다란 발에 서우진은 수박이 깨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몸은 생각과는 달리,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크윽!”
발톱 끝에 어깨가 걸리며 피가 터져 나왔다.
통증에 머리가 새하얘졌지만, 지금이 곧 기회라는 사실 역시 깨달았다.
“죽어, 새끼야!”
찰진 욕과 함께 미간 쪽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물컹-
철판을 치는 것 같았던 이전과는 달리, 뭔가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여기다!’
서우진은 힘을 더 주며 그곳을 뚫으려 했다.
크아아앙-!
하지만 트랑가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다.
위기를 느낌 놈이 뒤로 훌쩍 뛰며 피한 것이다.
‘젠장. 이거 잡을 수 있는 거 맞아?’
힘들 것이라는 건 각오했다.
하지만 이건 힘든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싸움 자체가 되질 않았다.
레벨 업을 하며 늘어났던 체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고, 애써 붙잡고 있던 정신력도 한계에 다다랐다.
“허억- 허억-!”
턱 끝까지 차오른 호흡에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어떻게 해야 되지? 어떻게 해야 저놈 대가리에 빵꾸를…….’
서우진은 고민했다.
상황을 피하려고만 하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서우진이 생각을 제대로 이어갈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새끼 트랑가가 다시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넌 지치지도 않냐!”
처음 전투를 시작했을 때와 전혀 달라진 것 없는 스피드와 힘으로 공격하는 놈의 모습에 서우진은 치가 떨려왔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검을 들어 막으려는데…….
‘씨발.’
팔이 움직이질 않는다.
부상 때문은 아니다.
어깨에 큰 상처를 입긴 했지만, 움직이는 것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냥 팔에 힘 자체가 들어가질 않았다.
체력이 완전히 떨어진 것이다.
“좆됐네.”
가로로 휘둘러지는 네 개의 커다란 발톱이 당장에라도 몸을 조각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때,
“자, 여기까지.”
걸쭉한 아저씨의 음성과 함께 은색의 빛줄기 하나가 서우진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스걱-
‘……검?’
은색 빛줄기의 정체는 바로 검의 궤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새끼 트랑가를 마치 두부 자르듯, 베고 지나가 버렸다.
쩌어억- 털썩.
서우진에게 달려들던 모습 그대로 반으로 쪼개진 놈이 양옆으로 벌어지며 속살을 드러냈다.
“아일린?”
순간 서우진은 잊고 있었던 아일린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일린의 것이라기엔 너무도 아저씨 같은 목소리였으니 말이다.
고개를 돌려 검의 주인을 확인했다.
“아.”
서우진이 전투를 시작하기 전, 새끼 트랑가 한 마리를 도륙 내버린 그 기사였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는 서우진을 쳐다봤다.
“너 진짜 D급 맞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