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10)
#109화.
“제국의 지원이라니.”
기숙사로 돌아오는 서우진은 헛웃음을 지었다.
백시우를 보면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실감할 수가 있다.
‘소환석’을 사용해 미친 듯한 레벨 업을 하고 있는 자신과 비교해도, 그는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아직도 서우진이 백시우의 레벨을 따라잡지 못하는 게 그 증거였다.
‘무슨 몬스터를 트럭째로 갖다 바치는 모양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속도는 불가능했다.
아니면 서우진과 같은 ‘소환석’이 있던지.
어느 쪽이든 엄청난 지원인 것은 확실했다.
‘그냥 받아들일 걸 그랬나?’
솔직히 엄청난 기회였다.
자신이 지원을 받아들이면, 지금보다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지원을 거절했다.
미끼 역할은 받아들였지만, 제국의 지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매시브 가디언과의 인연이 끊어지는 기분이었으니까.’
시온과 매시브 가디언은 서우진에게도 큰 의미였다.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준 곳이었으며, 목숨을 걸고 같이 싸운 전우들이 있는 장소다.
반 슬레인, 테스테론, 제라드, 그리고 병사들.
그들에게는 더없이 큰 은혜를 받았고, 그보다 더 큰 빚이 있다.
시온을 저버리고 제국을 받아들일 순 없었다.
‘뭐,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마저도 추억이다.
그래서 거절했다.
굳이 제국의 지원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미끼 역할은 할 수 있었으니까.
위험할 일도 없다니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제국의 모든 역량을 다해 보호해 준다고 했었나?”
총장, 요른 사일러스는 그렇게 말했다.
최우선 목표는 마왕의 추종자들을 처단하는 것이었지만, 그보다도 서우진의 안전을 생각하겠다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었다.
그러기엔 너무도 많은 사선을 걸어왔으니까.
그런데도 서우진은 받아들였다.
‘나도 한 방 먹이고 싶거든.’
게랄드, 레이나, 다크 엘프.
마왕의 추종자들에겐 계속해서 당하기만 했다.
할 수만 있다면 제대로 엿을 먹이고 싶었다.
그런데 제국이 직접 이렇게 멍석을 깔아준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는 안 위험하겠지.’
수호자들 중 두 명이 이 계획에 투입된다고 했다.
모두 대공 브리아니보다도 윗줄에 있다고 평가되는 수호자들이라고도 했고.
그런 이들이 보호를 약속했다.
위험할 리가 없었다.
서우진은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을 슬쩍 외면했다.
“아직 시간은 좀 남았으니까, 그동안 레벨이나 더 올리자.”
아무리 보호해 준다고 해도 만약을 대비할 생각이었다.
본신의 무력을 높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서우진은 방에 두고 온 ‘소환석’을 떠올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 * *
“레이나, 순혈의 귀족이여.”
사자의 사이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피곤한데 왜 불러?”
레이나는 기다란 소파에서 몸을 뒹굴며 귀찮은 듯 대답했다.
“실패의 이유를 고하라.”
고압적이다.
사도의 면전에서 내뱉는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불쾌했다.
“고하라? 이게 돌았나……. 말투가 왜 그따위지?”
레이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사안이 심각하다. 농을 지양하라.”
하지만 사자는 그녀의 기분을 헤아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큰 압박을 가했다.
동시에 레이나의 세로로 길어졌다.
[사자야, 사자야. 썩은 시체를 먹고 자란 하등한 종자야. 네 더러운 육신이 금시에 누구의 앞에 있는지를 상기하라.]붉은 마기가 사방을 잠식했다.
그것은 사자의 위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차원적인 지배였다.
[본 암령이 네 방자한 태도를 지켜보는 것은 오직 대계를 위함이라. 허나 더 이상의 방종은 허하지 않노니.]사자의 몸이 떨려온다.
범접하지 못할 기운의 침범이 그의 육체를 서서히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다.
[꺼져라, 더는 역겨운 종자의 혈향을 감각하고 싶지 않으므로.]거부할 수 없는 축객령.
하지만 사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에게도 이 사안은 심대했다.
“…이유를 알아야 한다, 네가 그날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사자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경련하며 물었다.
“쯧.”
순간 레이나의 기운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공간을 지배했던 마기도, 사자를 짓누르던 위압도.
본래 없었던 것처럼 모조리 사라져 레이나의 몸속에 갈무리됐다.
“안 통하네. 짜증나게.”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귀찮은 표정을 잔뜩 짓던 레이나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불이었어. 내 분체가 견딜 수 없는 종류였지.”
“견딜 수 없다? 성력이라도 깃든 것인가?”
사자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음울함으로 물었다.
“아니, 그 반대야.”
“자세히.”
사자가 재촉했다.
그러자 레이나가 더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아이. 동류더라고, 우리와.”
자신의 몸을 태우던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은 격의 불꽃.
그것은 분명 너무도 익숙한 기운이었다.
‘뭔가 조금 다른 것 같긴 하지만.’
적어도 그녀가 느끼기에 그 기운은 마기의 일종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사자가 고개를 젓자, 레이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어쩌겠어? 사실인걸.”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사자는 생각을 정리하는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길 몇 분.
그의 입이 열렸다.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모든 계획을 잠정 중단한다. 지금부터 모든 사도는 서우진이라는 용사를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라.”
마기를 사용하는 용사.
그것은 사자의 입장에서 절대 가벼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분의 뜻이 서려 있을 수도 있다. 순혈의 귀족이여. 칠흑의 지배자여. 이 일을 네가 맡아라.”
무엇을 떠올린 것일까?
사자는 한 번 실패한 레이나에게 다시 서우진의 확보를 명했다.
“내가 네 말을 왜 들어야 해? 한 번이면 족하지 않아?”
레이나는 싱글싱글 웃으며 비꼬았다.
하지만 사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금시일 내로 짐승의 왕으로부터 기별이 올 터. 그와 함께하라.”
“아니, 그러니까 내가 왜…….”
레이나가 따지듯 말했지만, 사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쯧.”
다시 한번 혀를 찼다.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빨아먹을 피도 없는 게. 나중에 그냥 죽여야지.”
그렇게 말을 한 레이나는 한 얼굴을 떠올렸다.
“…그래도 다시 볼 날이 기대되긴 해.”
분체에 불과하긴 하지만, 자신의 손을 벗어난 용사.
마기와 비슷한 힘을 사용하던 용사.
‘그리고 피 냄새가 향기로웠던 용사.’
서우진의 얼굴을 생각하던 레이나는, 다음에 만나면 꼭 피를 빨아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그날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 * *
[레벨 업 하셨습니다.]1레벨이 올랐다.
하지만 서우진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이제 레벨이 잘 안 올라.’
무려 다섯 마리를 잡은 뒤에야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다.
한 마리만 잡아도 2~3레벨씩 오르던 때를 생각해 보면, 너무도 느린 속도였다.
거기에 친한 용사들과 함께 훈련을 병행하느라 혼자 레벨을 올릴 시간도 부족했다.
“이대로는 70도 못 찍겠는데?”
남은 ‘소환석’의 개수는 다섯 개.
총 50마리의 몬스터를 더 사냥할 수 있었다.
현재 서우진의 레벨은 54.
점점 더 느려질 레벨 업 속도를 생각해보면, 70은커녕 60도 간당간당했다.
‘소환석이 없었으면 큰일날 뻔했어.’
이렇게 느려서야 대체 어떻게 진짜 마왕을 상대로 싸울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100레벨 정도 되어 보이는 수호자들도 못 이긴다는데.’
그 말은 곧, 100이상의 레벨을 찍어야 마왕과 비벼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싶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적어도 몇 년의 여유는 있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마음이 조급했다.
그의 적은 마왕뿐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왕이면 다른 용사들이 덤벼들 생각도 못할 정도로 강해져야만 했다.
“방법을 한 번 생각해 봐야겠어.”
마르테스나 브리아니와 의논을 해보면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면…….’
서우진은 눈앞의 책을 쳐다봤다.
‘이계마왕록’.
혹시나 이 범상치 않은 책에 단서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딱 봐도 기연이 있을 것 같은 모습 아닌가?
그것을 확인하려면 얼른 문양을 해석해야 하는데…….
“바르시크가 조만간 방문한다고 했으니까.”
요즘 들어 계속 일이 터져서 만나지 못했지만, 그에게 문양의 해석을 맡기면 금세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의 문양을 조금 더 외우고 있자, 검은 공간을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음…….”
오늘도 역시나 실내 연무장은 엉망이었다.
최소한의 마력을 사용해 ‘지고화’를 피워 올랐다.
순백의 경이로운 불꽃이 순식간에 몬스터 사체를 집어삼켰다.
청소를 위해 사용하기엔 너무 과한 스킬이었다.
무려 레이나라는 괴물도 몰아낸 위력이었는데…….
하지만 따로 방법이 없었다.
깨끗해진 실내 연무장을 바라보던 서우진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간 좀 친해진 관리인이 안부를 물었고, 서우진은 그와 잡담을 한 뒤 기숙사로 향했다.
왠지 뒤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관리인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언제쯤 계획을 시작할까?’
요른은 분명 조만간이라고 했다.
벌써 며칠이 지났으니,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날을 위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으니, 이제 실행만 남았다.
그때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응?”
누군가 싶어서 쳐다보니, 제국의 기사였다.
그는 서우진을 발견하고는 곧장 빠르게 다가왔다.
‘때가 됐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기사는 자신을 부르기 위해 온 것이라는 걸 말이다.
“서우진 님.”
순식간에 다가온 기사가 정중하게 그를 불렀다.
“무슨 일입니까?”
서우진이 묻자 기사는 예상했던 것처럼, 때가 되었음을 알렸다.
“총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지금 바로 가면 되나요?”
“최대한 빨리 모시고 오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기사의 표정은 급해 보였다.
확실히 그날이 온 것 같았다.
“가죠.”
서우진이 걷자, 기사가 재빨리 앞장서 에스코트했다.
빠르게 이동한 덕에 예의 그 단출한 총장실까지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서우진 님이 오셨습니다.”
기사가 노크와 함께 방문을 알리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벌컥- 열렸다.
요른이었다.
그는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서우진을 반겼다.
“언제 오시나 했는데, 생각보다 이르게 오셨군요.”
“마침 기숙사로 돌아가던 길이어서요.”
“들어오세요.”
요른은 반갑게 서우진을 안으로 들였다.
아무 생각 없이 걸음을 옮기다 멈칫- 했다.
총장실 안에 두 사람이 더 있었던 것이다.
한 명은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검공.”
다리엘이었다.
그는 의자에 앉아 책더미에 발을 올린 채 서우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었다.
외모는 알 수가 없었다.
성별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그림자로 빚은 듯, 그의 몸은 어둠으로 감싼 채 일렁이고 있었다.
‘혹시…….’
서우진은 그의 정체에 대해 짐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했다.
“스테로인이다.”
제국의 수호자들 중 가장 베일에 싸여 있다는 존재.
암공 스테로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