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11)
#110화.
제국에서 가장 강한 존재는 누구일까?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논쟁거리였다.
누군가는 하늘탑의 주인인 마공이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대륙제일검인 검공이라 했다.
대공을 말하는 이도 있고, 심지어는 황제 그 자체를 뽑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결국은 알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모두가 한데 모여서 싸워보지 않는 이상은 확인할 길이 없었으니까.
그저 갑론을박하며 서로의 생각만을 주장할 뿐이었다.
하지만 제국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의외로 답이 빨리 정해진다.
암공 스테로인.
어둠 속에서 제국의 적을 말살하는 그림자를 일컬음이었다.
준비된 암공의 칼은 드래곤의 비늘조차 일격에 뚫으며, 하룻밤 새 왕국 하나를 지워 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였다.
신조차도 그의 목표가 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 하여, 암공이 아닌 신살도(神殺刀)라는 이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스테로인이다.”
그 이름에 서우진은 소름이 오소소-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암공?”
작게 중얼거리자 그림자가 일렁였다.
“아는 것을 확인하려 되묻는 것은 버릇인가? 아니면 귀가 뚫렸음에도 듣지 못하는 병에 걸린 것인가?”
스산한 음성이 서우진을 질책한다.
아무런 기운도, 그 어떤 살기도 내비치지 않았건만, 서우진은 순간적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헛짓하지 말고 앉아라.”
그때 옆에 있던 다리엘이 끼어들며 말했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그의 모습도 역시 충격적이었다.
날카롭게 벼린 검 한 자루.
이전에는 보지 못한 그의 진면목이 느껴졌다.
‘레벨이 오른 탓인가?’
막연하기만 했던 강자들의 경지가 이제는 눈에 밟힌다.
물론 아직 그에 닿는 건 요원했지만 말이다.
서우진은 다리엘을 곁눈질로 살피며 의자에 앉았다.
“여전히 맹랑한 놈이군. 나를 재보고 있어.”
흠칫-
몰래 한다고 했는데, 역시나 걸렸다.
“죄송합니다.”
혹시나 불똥이라도 튈까, 잽싸게 사과했다.
“됐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니까.”
다리엘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총장 요른을 쳐다봤다.
“모일 사람은 다 모인 것 같은데?”
“그렇군요.”
일련의 분위기는 상관하지 않는 듯, 요른은 싱글벙글 웃으며 본인의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이미 이야기는 모두 들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른이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
“이 녀석이 미끼라고?”
그 말에 대꾸하는 사람은 다리엘밖에 없었다.
서우진은 아직도 긴장을 풀지 못한 상태였고, 스트레인은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아니, 솔직히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도 구분이 안 가.’
전신을 그림자와 같은 암흑으로 두르고 있었으니 그랬다.
서우진은 스트레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뭘 하면 됩니까?”
미끼라고 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마왕의 추종자들을 꾀어내야 한다는 건데…….
요른은 아직 자세한 방법을 일러주지 않았다.
“서우진 님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추종자들을 만나셨죠?”
“음, 글쎄요?”
고블린 토벌, 마경 헬데인, 메르노타인.
적어도 세 번 이상이다.
“각 상황 간의 공통점은요?”
요른이 하고 싶은 말을 알 것 같았다.
“아카데미를 벗어났을 때군요.”
“정답!”
요른이 손뼉을 치며 웃었다.
‘뭐, 그럴 줄 알았지.’
아카데미에 들어온 이후, 밖에 나갔다 하면 사건 사고에 휘말리고 있다는 건 자신이 가장 잘 알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운이 나빴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아카데미 안에 콕 처박혀 훈련이나 할 생각이었는데.
“밖으로 나가라는 말이죠?”
요른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정답입니다.”
그는 마치 서우진을 학생 대하듯 하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고 있으니 비슷하긴 했다.
“자세한 계획을 좀 알고 싶은데요.”
그냥 무작정 나가서 아무 데나 돌아다닐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계속 움직이다 보면 낚시에 걸려드는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컸다.
일이 꼬이면 하루이틀이 아닌, 월 단위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 서우진의 걱정은 기우였다.
“리마르탄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혹시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아니요. 처음 들어봅니다.”
서우진이 아는 장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제국을 포함한 유명한 왕국 몇 곳.
그리고 직접 방문해 본 도시 몇 곳.
그것이 전부였다.
견문과 상식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다른 용사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제국의 남쪽에 있는 왕국, 야나그다르의 수도입니다.”
사막의 왕국.
전사들의 성지.
작열하는 불의 대지.
모두가 야나그다르 왕국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긴 하네요.”
특별한 인연이 없는 용사들 중 한 명이 그 왕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소리를 얼핏 들어본 기억이 났다.
“리마르탄은 제국과 야나그다르의 국경에 존재하는 교역 도시입니다. 그 덕에 규모가 상당하죠.”
서우진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가 궁금한 것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지, 역사와 지리 공부가 아니었으니까.
그런 서우진의 표정을 본 요른이 빙긋- 웃었다.
“지루하신 것 같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서우진 님은 그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냥 가기만 하면 됩니까?”
“관광도 좀 하시고, 사막의 전사들과 친분을 나누셔도 좋습니다. 굳이 뭔가를 하셔야겠다면… 시선을 좀 끌어주시는 게 좋겠군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서우진을 알아볼 수 있도록.
“그러면 나머지는 제국과 저 두 분이 알아서 하실 겁니다.”
슬쩍 다리엘과 스트레인을 쳐다봤다.
그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그저 이야기만 듣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주억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대답과 달리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서우진은 요른의 말대로 가만히 서서 미끼 역할만 할 생각이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칼빵 한 번은 놔줘야지.’
주인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허리춤의 ‘룬 데아’가 가볍게 떨려왔다.
“또 어딜 가요? 요즘 자꾸 왜 자꾸 밖을 나돌아요? 얘기해 보세요! 여자 생긴 거죠? 그렇죠?”
여자라니.
그런 걸 만날 시간이 지금 어디 있단 말인가?
이지아의 질문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며 다른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당분간은 아카데미에 없을 것 같네요.”
훈련의 중심은 서우진이었다.
다른 용사들과는 비교도 할 수도 없는 많은 실전 경험을 쌓았고, 훨씬 뛰어난 검술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서우진이 자리를 비우면, 훈련은 조금 효율이 떨어졌다.
물론 스스로도 열심히 단련하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서우진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었다.
그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우진을 붙잡을 자격은 없었기에 딱히 불만을 표시하진 않았다.
“일단 동환 씨랑 수지 씨를 중심으로 훈련하시면 될 거예요. 두 분이면 다른 녀석들을 잘 챙겨주실 수 있을 테니까요.”
“으하하! 걱정 말고 다녀오시죠!”
“알겠어요.”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도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해야 할 훈련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김우람에게 시선이 멈춘 서우진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잘생긴 놈.’
덥수룩한 머리를 걷었더니 ‘짜잔-! 사실은 꽃미남이었습니다’라는 클리셰를 직접 목도할 줄이야.
중2병 녀석의 외모가 그렇게 출중하다는 사실에 서우진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잘생긴 건 잘생긴 거고, 해야 할 말은 해야 했다.
“너는 레벨 업에 집중해. 내가 준 걸 사용하면 금세 올릴 수 있을 테니까. 그렇다고 혼자 하겠다고 까불지 말고, 수지 씨나 동환 씨 대동해.”
“알겠습니다.”
김우람은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이렇게 받아주고, 도움까지 주는 이에게 함부로 대할 정도로 막돼먹은 놈은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그랬다면 서우진이 일행에 끼워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가 아무리 불쌍하고 안쓰럽다고 해도 말이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올게요.”
자꾸만 이지아가 같이 가자며 조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완벽하게 무시했다.
서우진은 연무장을 나와 밖으로 향했다.
“우진 씨.”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아일린이었다.
“꼭 혼자 가셔야 하는 일인가요?”
푸른 갑주를 입은 채, 언제나처럼 차분하고 표정 없는 얼굴로 서우진에게 물었다.
사실 서우진은 그녀를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초행길인데다, 국경까지 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이동하기엔 불안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요른이 반대했다.
미끼는 서우진 한 명이면 족하고, 괜히 다른 사람을 대동했다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아일린을 위험 속에 데리고 갈 순 없었다.
하물며 단순히 미끼만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녀가 강한 건 알지만, 보통의 인간들 사이에서나 통용되는 실력이다.
용사나 인외의 존재인 마왕의 추종자들은 그녀가 감당하기 힘들었다.
“아침에 말했잖아.”
총장의 부탁으로 잠시 아카데미를 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무엇인지 물었지만, 기밀을 요하는 일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도 했고.
총장을 판 덕분일까?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설득이 되었다.
서우진이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자, 아일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 임무는 우진 씨를 옆에서 보필하는 것인데…….”
“이번만 참아줘.”
그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여전히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서우진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고집을 부릴 순 없었다.
“알았어요. 대신 조심히 다녀오셔야 합니다.”
바로 며칠 전, 서우진의 소식을 듣고는 얼마나 놀랐던가?
함께 가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그런데 또 혼자 보내려니 못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알았어. 털끝 하나도 안 다치고 돌아올게.”
서우진이 웃으며 말하자, 한 걸음 옆으로 비켜 길을 터주었다.
“그럼 다녀올게.”
서우진이 아카데미를 나섰다.
행선지는 왕국 야나그다르.
그중에서도 교역도시 리마르탄이었다.
푸쉬이익-!
마력의 잔재가 뿜어져 나오며 기차가 멈춰 섰다.
그래도 몇 번 타봤다고, 익숙한 모습의 서우진이 기차에서 내렸다.
“…햇빛 보소.”
기차를 타고 무려 여덟 시간을 달렸다.
오직 제국령 내부만 순환하기에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에서 내렸다.
아직 야나그다르에 도착하려면 꽤 거리가 남았음에도, 햇빛이 타는 듯 내리쬐고 있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눈살을 조금 찌푸릴 뿐, 딱히 영향을 받지 않는 듯했다.
그의 육체는 이 정도의 온도 변화쯤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강건했으니까.
‘게다가 이 옷.’
브리아니가 준 코트는 정말 명품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에서 이런 기다란 코트를 입고 있는데도, 열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서우진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기차역을 빠져나왔다.
“어디로 가야 하더라?”
분명 기차에서 대충 지리를 익혀두었는데, 막상 밖으로 나오니 어디가 어딘지 헷갈렸다.
“…가다 보면 나오겠지.”
서우진은 길치들의 단골 멘트를 내뱉으며 걸음을 옮겼다.
“음? 오, 멋있네.”
확실히 남부는 제국의 수도와는 다른 멋이 있었다.
복식도 다르고, 건축양식도 달랐다.
그런 생소함에 감탄하며 걷던 중이었다.
“거기 서, 이 도둑놈의 새끼야!”
앞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