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13)
#112화.
남부인답게 햇볕에 그을린 까무잡잡한 피부.
총기로 반짝이는 검은 눈.
장난기가 가득한 익살맞은 표정.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그 도둑이구나.’
스치듯 본 얼굴이었지만, 확실히 기억에 남았다.
서우진은 짐짓 모른 척하며 대답했다.
“좋은 여관을 알고 있어?”
“그럼요!”
리나르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래의 언덕이라는 곳이에요. 이 근방에서는 가장 깨끗하고, 음식도 맛있어요. 특히 거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흑맥주는 사막의 여행자들이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성수라고도 불리거든요?”
아는 것도 많다.
술이라고는 한 방울도 입에 댈 수 없는 나이였음에도, 흑맥주에 관한 찬양이 상당했다.
‘술이라…….’
생각해 보니 이 세계로 와서 술은 단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그 망할 놈의 술 때문에 이곳에 떨어졌으니, 한동안 멀리한 것이다.
그런데 리나르의 말을 들어보니 침이 슬쩍 나오는 게, 은근히 당기긴 했다.
‘맥주 한 잔 정도야.’
이 육체가 고작 그 정도로 취할 리가 없다.
“좋아, 안내해 줘.”
서우진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탁월하신 선택!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리나르는 보무도 당당하게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슬쩍 웃고는 뒤따라갔다.
“여기예요!”
조금 걷다 보니, 리나르가 걸음을 멈추고는 양손을 펼쳐 한 건물을 가리켰다.
“확실히…….”
아까 들어갔던 겉만 번지르르 한 곳과는 달랐다.
사람의 왕래도 많았고,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처음부터 여길 왔어야 했는데.’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인데 왜 하필 골라도 그런 곳을 고른 것인지.
서우진은 후회하며 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작은 동전 하나를 꺼내 들었다.
팅-
“받아. 고마워서 주는 거야.”
그가 건넨 돈은 1골드.
요른에게 여비를 넉넉하게 받은 덕분에 부릴 수 있는 사치였다.
그런데 돈을 받은 리나르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눈을 부릅뜬 것이, 당장에라도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너무 많이 줬나?’
이렇게 반응할 줄은 몰랐기에, 서우진은 살짝 당황했다.
“…니다.”
“응? 뭐라고?”
웅얼거리는 소리에 서우진이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러지 리나르가 눈을 감고 크게 외쳤다.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씨익-
입에 귀에 걸린 것이 좋아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래, 잘 써라.”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모래의 어쩌고 라는 여관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리나르의 감사인사가 계속 들려와 대충 손을 흔들어줬다.
“으하하하! 그래서 내가 그놈의 꼬리를 붙잡아서…….”
“하여간 사막 놈들 허풍은 알아줘야 해. 네가 블랙 스콜피온을 잡았으면, 난 크라쉬를 잡았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 어서 오세요! 한 분인가요? 식사? 숙박? 목욕?”
종업원으로 보이는 여자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원조 수다쟁이 이지아에게 단련이 된 서우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한 명이요. 세 개 전부 하고, 일단은 식사부터.”
“이쪽으로 오세요. 외지인이신가 본데, 그냥 저희 가게 대표메뉴로 드려도 되겠죠?”
“흑맥주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그것도 한 잔 주세요.”
“알겠습니다! 삼촌, 여기 드로이탄 구이 1인분이랑 맥주 하나요!”
마치 폭풍이 지나간 것 같다.
한눈에도 바빠 보였기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모습이었다.
종업원이 안내한 테이블에 앉은 서우진은 주변을 살펴봤다.
한쪽 구석에 위치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피기 쉬웠다.
확실히 수도와는 달랐다.
사람들은 조금 더 자유분방했고, 성격 역시 호방해 보였다.
작은 시비가 붙어도 이내 웃으며 풀며 함께 술을 마실 정도였다.
오랜만에 보는 정겨운 술집 풍경에 서우진은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그 녀석이 진짜 괜찮은 곳을 소개시켜 줬네.’
아직 방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홀의 분위기만으로도 느낌이 좋았다.
리나르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렇게 사람들을 구경하며 기다리고 있자, 잠시 후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드로이탄 구이. 우리 집 특제 소스를 발라 바비큐를 한 거라 맛있을 거예요. 그리고 맥주는 여기요.”
종업원이 음식을 내어주고는 곧장 몸을 돌려 다른 곳의 서빙을 하기 시작했다.
‘오, 맛있어 보이네?’
아카데미에서는 보지 못한 형식의 음식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형태의 동물이 통째로 노릇노릇 구워져 커다란 접시에 올려져 있었다.
‘돼지 통구이랑 비슷할 거 같긴 한데.’
코를 찌르는 고기 특유의 냄새에 침이 나올 것 같았다.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한 조각 크게 썰어 입에 넣었다.
육즙이 팡- 하고 터지며 입안을 가득 채웠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못해 축축할 정도의 살코기였다.
서우진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맛있었다.
왜 이렇게 손님들이 많은지 알 수 있었다.
만족한 표정으로 입가심을 하기 위해 흑맥주 잔을 집어들 때였다.
짜릉짜릉-
여관 문이 열리며 일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왠지 심상찮아 보이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이들이었다.
자연스레 서우진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여기 새로 온 외지인 있지? 얼굴은 하얘가지고 같잖은 검을 차고 다니는 놈.”
누가 봐도 서우진을 찾는 놈들인 것 같았다.
‘쯧.’
아무래도 그 사기꾼 여관 주인 놈과 안면이 있는 놈들 같았다.
괜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슬쩍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려는데, 커다란 음성이 들렸다.
“저놈이군!”
서우진이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저놈들이 먼저 발견했다.
‘구석진 곳이라 안 걸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너, 이리 와봐라.”
대머리가 말했다.
안 그래도 험상궂은데, 이마에는 커다란 흉터까지 있어 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서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걸어나갔다.
어느새 주변은 조용해져 있었다.
“네가 다르위시를 폭행한 놈이렷다?”
“다르위시?”
처음 듣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자, 놈이 인상을 썼다.
“붉은 모래 별빛 여관의 주인 말이다!”
“아, 그놈?”
솔직히 여관 이름은 지금 처음 들었다.
붉은 모래 별빛이라니…….
사기꾼 소굴에 붙이기엔 너무 과한 이름 아닌가?
“그놈? 아무튼 네가 그를 폭행했다는 발고가 들어왔다. 그러니 순순히 따라와. 저항할 생각은 하지 말고.”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단순히 여관 주인의 똘마니나 뒤를 봐주는 왈패라고 생각했는데.
“경비대였어?”
“당연한 말을. 이렇게 제복도 입지 않았나?”
몰랐다.
저렇게 무서운 얼굴이 경비대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해봤다.
하지만 의외인 건 그렇다 치고, 그의 말대로 순순히 따라갈 생각 따위는 없었다.
애초에 잘못은 그쪽이 먼저 했으니까.
“그 여관. 관광객들 꼬셔서 등쳐먹는 곳이라는 거 알고 있어? 나도 거기 잡혀서 웃기지도 않는 방에 강제로 묵을 뻔했다고.”
“헛소리! 다르위시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아무래도 동네 사람들에겐 친절한 이웃인 것 같았다.
그것이 아니면 모두가 한통속이던가.
“그럼 내 앞으로 그놈 데려와 봐. 누구 말이 맞나 한번 물어보게.”
서우진이 당당하게 말하자, 대머리 사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한 장소에 둘 것 같으냐?”
흥! 하고 코웃음 치는 대머리의 말에 서우진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국에서는 그 당연한 것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찰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대머리에 대한 호감도가 살짝 올라갔다.
“그건 네 말이 맞네. 하지만 난 따라갈 생각이 없어. 잘못은 내가 아니라, 그 여관 주인이 저질렀으니까.”
감금미수, 협박, 특수 폭행 미수 정도이지 않을까?
“그것은 치안본부로 가서 조사해 보면 밝혀질 일이다. 일단 발고가 들어온 이상, 우리는 너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다.”
대머리는 단호했다.
처음엔 여관 주인의 사주를 받은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저 자신의 일에 충실할 뿐인 듯했다.
‘어떻게 할까?’
솔직히 가서 조사를 받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맥주 한 잔의 여유를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대머리와 경비대를 모조리 때려눕힐 수도 없는 일이었고.
살짝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제가 봤어요!”
“응? 리나르 아니냐?”
대머리의 얼굴이 대번이 포악해졌다.
“이 녀석! 아미르가 너를 찾으면 가만 안 두겠다고 동네방네 난리를 치고 있어!”
역시 리나르는 이 동네의 유명인이었다.
“제, 제가 알아서 할 거예요. 그보다!”
잠시 움츠러들었던 소년은 이내 가슴을 쭉- 펴며 말을 이었다.
“다르위시 아저씨가 이분의 등골을 뽑아먹으려고 수 쓰는 걸 제 눈으로 직접 봤어요!”
리나르의 말에 대머리가 멈칫- 했다.
“말을 가려서 해라. 지금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르니.”
그의 얼굴은 무서웠지만, 자세히 보면 걱정하는 티가 서려 있었다.
“사실이에요. 그래서 제가 여기로 모셔온 걸요?”
‘그렇죠?’ 하며 쳐다보는 리나르를 보며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의 말이 맞아.”
대머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리나르, 거짓말은 아니겠지? 아무리 너라고 해도 그런 거짓말은 용납할 수 없다.”
“제 누나를 걸고 맹세해요.”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는 리나르의 모습에 대머리가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부하들을 돌아봤다.
“다르위시를 데려와.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하지만…….”
부하들은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내가 책임진다. 그러니 지금 당장 여기로 데려와.”
단호한 음성에 부하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여관을 빠져나갔다.
“너도 이곳에서 움직이지 마라. 조사 대상이라는 건 아직 변하지 않았으니까.”
“마음대로.”
서우진은 그를 향해 살짝 웃어주고는 본래 앉아 있던 테이블로 돌아갔다.
대머리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막기 위함인지, 문 앞에 서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홀이 다시 조금씩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다르위시네 여관이 좀 그렇긴 하지.”
“관리도 안 됐고, 서비스도 엉망이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외지인 말고는 아무도 안 가잖아.”
“그럼 저 외지인의 말이 맞다는 건가?”
“그건 모르고. 다르위시가 망나니이긴 해도, 그렇게까지 할 위인은 아닐 거야.”
그들의 말을 들으며 흑맥주 잔을 들어 한 번에 털어 넣었다.
“크으-!”
목을 톡 쏘는 맥주 특유의 씁쓸함이 짜릿하게 올라왔다.
“어때요? 제 말대로 맛있죠?”
언제 온 건지, 앞자리에 앉은 리나르가 눈을 반짝이며 서우진에게 물었다.
“그래, 최고다.”
서우진은 순순히 그 말을 인정했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맛이 있었다.
“유란 누나! 여기 흑맥주 한 잔 더!”
“뭐? 이 쪼그만 게 혼나려고! 네 누나한테 이를 거야.”
“나 말고, 이 손님이 마실 거거든?”
리나르는 서우진의 의견도 묻지 않고 흑맥주를 더 시켰다.
안 그래도 한 잔 더 마시고 싶었기에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다.
잠깐 유란이라는 종업원과 투닥거린 리나르가 서우진을 쳐다봤다.
“혹시 수도에서 오셨어요?”
그러곤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 수도에 환상을 품고 있었다고 했지?’
서우진은 드로이탄 구이를 한 조각 씹어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갈 때 저도 데려가…….”
콰앙-!
여관문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