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15)
#114화.
“야, 튀어!”
태연한 발걸음으로 여관을 걸어나온 리나르는 주변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소년들을 향해 작게 소리치고는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타타타탁-!
슬쩍 뒤를 돌아봤다.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따라 나오는 기색은 없었다.
‘애들 괜히 모이라고 했네.’
혹여나 뒤쫓아올 때를 대비해, 혼란을 주기 위한 용도로 데리고 나왔건만…….
이렇게 아무런 반응도 없을 줄이야.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도 잠시, 품속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많아.’
정확히 얼마가 들어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신에게 수고했다며 1골드를 턱- 하고 던져 주는 호구다.
적어도 5골드, 아니, 10골드는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10골드 이상 들어 있으면 바로 여길 떠야지.’
여전히 기차는 무리겠지만, 다른 이동 수단을 이용한다면 수도까지 가기에는 충분한 돈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여전히 돈 많은 호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었다.
여관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 라시드를 뭉개 버렸다.
신분도 신분이었지만, 이 도시 안에서는 누구보다 강한 그 망나니 녀석을 말이다.
그걸 보면 아샤드가 말했던 장식용 검은, 장식용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기회가 되면 돈주머니와 함께 그 검도 훔칠 생각이었는데, 호구의 실력을 보고는 마음을 접었다.
자신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런 커다란 걸 눈앞에서 훔쳤다간 대번에 걸릴 확률이 컸다.
‘돈에 만족해야지.’
마음이 풍족해진다.
라니르는 외지인은 절대 알 수 없는 골목들을 몇 바퀴나 돌고 난 뒤에야 아지트로 향했다.
“리나르! 괜찮아?”
먼저 도착한 아샤드가 리나르의 몸을 살피며 물었다.
“보다시피 괜찮아.”
웃으며 대답하자 아샤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늦기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어.”
“그런 건 아니고. 혹시 몰라서 주변을 좀 돌아다니다 왔어.”
“안 걸렸으면 됐어. 그런데 안에서 무슨 일 있었나 봐? 그 대머리 아저씨가 들어가질 않나, 갑자기 사람들이 막 뛰쳐나오질 않나. …거기에 라시드까지 피를 흘리면서 나오고.”
밖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아샤드는 여관에서 벌어진 일을 짐작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불안해했다.
혹시나 자신의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하면서 말이다.
“그 호구 말이야.”
리나르는 안에서 있었던 일을 대충 요약해서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아샤드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 그럼 큰일 난 거 아니야? 라시드를 그렇게 만들 정도면 보통 사람은 아닐 텐데.”
만약 돈이 사라진 걸 그 사람이 알게 되면 정말로 야단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니르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여긴 우리 구역이야. 외지인은 절대 못 찾아. 그리고 무슨 상관이야? 호구가 우릴 찾기 전에 여길 뜰 텐데.”
돈이 든 주머니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말라니까.”
라니르는 아샤드가 안심할 수 있도록 주머니를 열어 같이 안을 확인하기로 했다.
“…미친?”
“억!”
많아야 10골드쯤 있을 줄 알았다.
그 정도만 해도 리나르가 평생 만져보지 못한 큰돈이었고.
그런데 아니었다.
“이, 이게 다 얼마야?”
대충 눈에 보이는 것만 세어도 100골드는 넘어 보인다.
“조용히 있어봐.”
리나르는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든 것들을 바닥에 쏟아내곤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
10골드, 20골드, 100골드…….
“830골드.”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었다.
게다가 황금색 티켓 한 장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문양이 그려진 고급스러운 종이까지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문 채 눈만 끔뻑였다.
그러길 한참.
문득 라니르가 입을 열었다.
“돌려주자.”
“뭐?”
아샤드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무슨 말이야? 이 정도면 수도에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돈이야.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고! 그런데 돌려주자니? 미쳤어?”
난생처음 보는 돈에 아샤드는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하지만 리나르는 달랐다.
“이거 먹으면 분명 탈 나. 10골드 20골드도 아니고, 무려 수백 골드야. 이 정도면 죽을 때까지 우릴 쫓아다닐 수도 있어.”
웬만한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돈의 주인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만약 그런 무서운 호구가 자신의 뒤를 계속 쫓는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오금이 저려왔다.
“그래도 830골드야, 리나르. 우리는 평생 벌어도 이만큼 못 모을 거야.”
“알아. 그래도 이건 안 돼.”
리나르는 단호했다.
호구의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 아샤드는 모른다.
만약 자신도 수도에 대한 갈망이 조금이라도 부족했다면, 절대 그 사람의 돈을 훔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무서웠다.
“에휴,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아샤드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
리나르가 사과하자, 아샤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괜찮아. 나는 돌려줄 생각이 없으니까.”
리나르의 고개갸 갸우뚱해졌다.
“무슨 말이야? 방금 돌려주기로 했잖아.”
“그건 네 생각이고. 리나르, 나는 좀 달라.”
히죽- 웃는 친구의 모습이 섬뜩했다.
설마?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믿었다.
아샤드는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부하였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리나르뿐이었나 보다.
“미안해, 리나르. 난 그 돈이 꼭 필요해.”
골목길 그림자에서 아이들 몇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라니르가 끌어모은 녀석들이었다.
어쩐지 아지트에 아샤드밖에 없다고 생각했더니, 모두 숨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너희…….”
“왠지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리나르는 쓸데없이 너무 착하니까. 우리랑은 다르게 말이야.”
평생을 함께 지내온 친구의 눈빛이 낯설다.
주춤하며 뒷걸음질을 쳐보았지만, 뒤에도 길을 막고 있는 녀석들이 있었다.
‘큰일 났다.’
아샤드는 자신을 절대 그냥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돈을 그냥 준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설마하니 죽이기까지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샤드의 눈을 보니 살인도 충분히 일어날 것 같았다.
그만큼 큰돈이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하지?’
눈을 굴려봐도 빠져나갈 구석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이 돈은 우리가 잘 쓸게. 아미르도 우리가 잘 보살펴 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순간 울컥- 했다.
배신감도 배신감이었지만, 감히 자신의 누나를 입에 올리다니?
“이 개새……!”
“아, 찾았다.”
분노를 터트리려던 순간,
결코 들려선 안 될 음성이 위에서 들려왔다.
라니르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쳐들었고, 지붕 위에서 웃고 있는 서우진을 발견했다.
“어디 있을까?”
서우진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돈 대신 코트를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그 맹랑한 녀석이 밖으로 나간 지 꽤 흘렀기에 당연히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흠…….”
서우진은 문득 강병규가 그리워졌다.
그 녀석이 있었으면 그딴 도둑놈 한 명 잡는 건 일도 아니었을 텐데.
작게 한숨을 내쉰 서우진은 일단 가까운 골목길을 선택해 들어갔다.
그런 녀석들은 보통 이런 데 있기 마련이었으니까.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봤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인사불성의 취객들과 길고양이들 뿐이었다.
“이거 진짜 큰일 났네.”
사실 돈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아니, 중요하긴 했지만 다른 게 훨씬 더 문제였다.
‘디코이 마법이 새겨진 스크롤.’
리마르탄에 도착해서 사용해야 하는 물품이다.
그건 이번 계획에 반드시 필요했다.
돈은 몰라도 그것만은 무조건 되찾아야만 했다.
‘문제는 그 망할 놈을 어디서 찾느냐는 건데.’
마력을 끌어올려 주변에 기감을 퍼트려 봤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딱히 의심스러운 건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은 발품을 팔아 직접 찾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타앗-
길을 돌아다니는 것보단 위에서 찾는 게 더 수월할 듯해, 옆 건물의 지붕으로 뛰어올랐다.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언젠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 안되면 그 누나라는 사람의 집에 찾아가 보는 수밖에.’
위치는 모가담이나 여관 종업원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다.
이 동네 명물인 듯하니까.
그렇게 얼마를 돌아다녔을까?
생각보다 찾기가 힘들었다.
이 도시의 골목길은 마치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초행인 사람은 도무지 감도 잡지 못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결국 서우진은 직접 찾는 건 포기하기로 했다.
“돌아가서 그놈 집을 찾는 게 더 빠르…….”
한숨을 내쉬던 그때였다.
서우진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살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몬스터나 레이나 같은 괴물의 피비린내 나는 건 아니었다.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잡하고 미약한 살기.
서우진은 그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살기가 풍긴다는 건, 누군가 살인을 저지르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뜻이었다.
멀리 있다면 모를까, 바로 근처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서우진은 지붕을 박차고 빠르게 날아올랐다.
화아아악-!
순식간에 살기의 근원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그토록 찾던 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개새……!”
“아, 찾았다.”
서우진이 입가를 끌어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래에 있던 소년들이 깜짝 놀라 이쪽을 쳐다봤다.
그것은 라니르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이거 분위기가 이상하네?”
라니르가 다른 소년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집단린치라도 가하기 직전의 모습 같았다.
“어린 놈의 새끼들이.”
바닥에 쏟아져 있는 자신의 돈을 본 서우진은 곧바로 무슨 상황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돈을 훔친 것도 모자라 사람을 죽이려고 해?”
눈빛이 스산해진다.
그저 조금 혼내주고 끝내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저런 어린놈들이 벌써 사람을 죽이려고 하고 있다.
단단히 교육시키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어른이 될지 안 봐도 눈에 훤했다.
서우진은 지붕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했다.
꽤나 높은 위치였음에도, 구름에라도 떨어진 것처럼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소년들의 얼굴에 긴장이 떠올랐다.
“아저씨는 뭐예요?”
그중 선한 얼굴의 유약해 보이는 소년 한 명이 서우진에게 물었다.
“그 돈 주인.”
싸늘한 대답이었다.
가장 큰 살기를 풍기고 있는 녀석이 바로 저놈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가시면 안 될까요? 아저씨가 아무리 어른이라도, 우리가 훨씬 많은데.”
아닌 게 아니라, 소년들은 십여 명에 육박했다.
웬만한 어른들쯤은 무서워할 필요가 없을 만한 수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웬만한 어른이 아니었다.
“됐고. 일단 내 돈부터 내놔. 교육은 그다음부터다, X만 한 새끼들아.”
서우진의 눈빛이 흉포하게 일그러졌다.
오